[차이나리포트 5] 중국 기업들의 미국 행 IPO가 의미하는 것
중국의 IT업계에서 IPO소식이 들리면 미국증시에 상장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를 의아하게 생각하는 독자들이 많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국 국내에도 상하이, 선전 등의 증권거래소가 있고 충분한 투자자들과 투자금을 확보하고 있는데 왜 국내증시를 포기하고 미국을 선택하는 것일까?
이는 아무래도 IT기업의 특성과 관련이 깊다고 할 수 있다. 단기간에 고속 성장을 하게 되고 또 그에 따른 수익창출이 시간차를 두고 일어나는 IT기업의 특성이 국내증시 상장을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이번 글에서는 이에 관한 내용과 관련한 법에 대해서 간략히 언급해보고자 한다.
국내증시 상장의 어려움
빠르게 성장한 중국의 IT기업이 국내증시에서 상장하기 어려운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번째 이유는 외국인 투자금이다. 회사가 성장하는 동안 초기투자를 받게 되는데 외국계 VC나 PE가 큰 규모로 투자를 단행하여 많은 주식을 보유하게 된다. 외국인의 투자가 무엇이 문제인가 하면, 대다수 IT기업의 서비스영역이 중국정부가 규정하고 있는 외국인 경영 금지 분야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된 법률적 내용으로는 <외국인투자방향지도전문>, <외국투자자의 기업인수에관한 규정>등이 있고 행정적 내용으로는 “ICP备案指导” 등이 있다. 관련 내용들을 간략히 정리하자면 중국정부는 법적으로 외국인이 인터넷기반 서비스를 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고 따라서 외국인이 인터넷 서비스를 하는 국내 기업에 투자를 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 제한을 받는다. 때문에 대부분 외국자본은 “계약을 통한 지배”와 “VIE구조”를 통해서 법에서 규정하지 않은 회색지대에서 투자를 진행한다. 이 회색지대는 중국정부가 명확히 불법으로 규정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합법적으로 인정하는 투자방식도 아니기 때문에 이런 구조의 중국 IT기업들이 엄격한 규정을 요구하는 중국국내증시에 상장하는 것은 사실상 힘든 일이라고 볼 수 있다.
두번째 이유는 대다수 IT기업이 중국 국내증시 상장기준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증시와 달리 중국증시는 허가제로 운영된다. 등록제인 미국증시의 경우 IPO시 요구하는 기준이 중국증시와 비교해서 낮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초창기에 수익창출이 쉽지 않은 인터넷 비지니스의 특성상 일부 기업들이 중국증시에서 요구하는 깐깐한 기준에 부합하기 힘든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기업의 성장성을 더 중요시하는 미국 증시를 선택하곤 한다. 하지만 일부 기업들은 오히려 미국증시에서 상장포기를 하고 중국증시로 돌아오는 선택을 하기도 하는데 이는 각 기업의 상황에 맞는 선택이기 때문이다.
미국증시 상장을 바라보는 관점
중국 기업의 미 증시 상장은 정상적인 방법이 아니기 때문에 그에 따른 리스크가 발생한다. 가장 먼저 생각하게 되는 것은 역시 기업이 져야 할 의무에 대한 귀책문제이다. VIE구조에서 주주들이 소유권을 가지는 회사는 실체가 없는 SPV(Special Purpose Vehicle)이다 그리고 상장한 중국 IT기업들은 이 SPV 회사에 계약으로 종속되어 주주들에게 수익을 가져다 준다. 주주와 기업의 관계가 직접소유가 아닌 계약관계이다 보니 만약에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채권자들의 권익보호와 같은 사항들에 대해서 누가 책임을 져야 할 지 아리송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기업 경영진의 도덕적 리스크도 존재한다. 여러 가지 조항들을 만들어서 경영진이 주주들과의 계약을 불 성실하게 이행할 경우에 주주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해 두었지만 회사는 중국에 있고 주주는 외국에 있는 상황에서 중국법의 울타리 안에 있는 기업을 주주들이 얼마나 컨트롤 할 수 있을지는 모르는 일이다. 이와 관련해서 이슈가 되었던 일이 바로 “알리페이사건”이다. 2011년도에 야후와 소프트뱅크가 대주주로 있는 알리바바그룹이 알리페이(중국의 페이팔이라 불리는 인터넷 결재 서비스)의 지분 전부를 알리바바그룹의 총재 마윈(马云)이 지분을 가진 다른 회사에 양도한 일이 있었는데 알리바바그룹에서 이 결정을 야후에게 사전에 알리지 않았다고 매체에 알려져 총재 마윈(马云)의 도덕성이 의심을 받았다. 하지만 알리바바그룹은 이는 사전에 합의된 일이라고 밝혔고 또한 지분 양도는 마윈(马云)의 사적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비금융기구 지불관리법에 대한 요구>라는 조례에서 비 금융기구의 지불관리에 외국인의 참여를 제한했기 때문에 사업허가를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발표를 했다. 결국엔 마윈(马云)의 회사에서 추후에 알리바바그룹에게 거래에 대한 수익을 현금으로 환원하는 것으로 야후와 소프트뱅크 그리고 알리바바그룹의 경영진이 합의했지만, 이 사건은 중국회사의 경영이 주주들의 권익을 침범할 때 주주들이 직면할 수도 있는 불편한 진실을 보여준 사례이다. 그리고 아직까지 알리바바그룹의 미 증시상장 성공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중국 정부의 미 증시 편법상장에 대한 태도이다. 사실 중국 정부가 현존하는 미 증시 상장의 구조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는 매우 아리송한 부분이다. 아직까지 상장기업에 대해서는 주주들과의 계약관계를 불법으로 규정하거나 이를 금지한 사례는 없지만 일부 비상장 주식회사의 경우 주주와 기업과의 계약자체를 위법으로 간주하여 무효라고 판결한 사례들은 존재한다. 주주들의 권익을 계약관계를 통해 보장한다는 발상은 외국인의 인터넷 서비스 투자를 제한한 <외국투자자들의 기업인수에 관한 규정>에 대한 소극적 해석에서 기원한다. 소유권이나 자산에 대한 인수를 금지한 규정만 존재하기 때문에 계약관계를 통해 회사를 관리하는 것은 이 규정을 교묘히 피해갈 수 있게 해준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 중국의 <계약법>에 따르면 ‘합법으로 위장한 불법행위’를 위한 계약은 무효라고 간주하는 조항이 있을 뿐 아니라 투자규정에서 금지하지 않았다고 해도 <반독점법>과 각종산업에 대한 심의규정 등 다른 규제들이 적용될 수도 있기 때문에 주주와 기업과의 계약관계가 법적으로 확실히 보호된다고는 볼 수 없다.
중국기업 IPO의 미래
“계약관계”와 “VIE구조”를 통한 미 증시상장은 중국 정부도 이미 오래 전부터 알고 있는 융자방식이다. 이에 대해서 제제를 가하지 않은 것을 보면 중국정부가 이를 아직까지 “문제”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중국 IT기업들이 정상적인 지배구조로 돌아오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고 중국 정부 역시 앞으로 더욱더 산업과 자본시장의 개방의 수위를 높여갈 것이기 때문에 중국 정부에서 어떤 묘수로 중국 IT기업들을 국내 자본시장으로 회귀하도록 유도할지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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