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로윈 인싸템 ‘오징어게임 코스튬’과 디자인권
이번 할로윈 최대의 인싸템은 역시나 ‘오징어게임’에 나온 ‘진행자 코스튬’이었다. 오징어게임이 전 세계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드라마에 출연한 진행자들이 입은 진한 핑크색 점프슈트와 그들이 얼굴에 착용한 동그라미, 세모, 네모 문양이 새겨진 팬싱마스크가 엄청난 인기를 얻게 된 것이다. 드라마의 세계적인 인기가 때마침 할로윈 시즌과 겹치면서, 열풍은 세계적으로 불어닥치기 시작했다.
변리사로서, 당연히 ‘저 옷을 입은 사람은 몇명일까?’라는 질문이 들었다. 할로윈을 맞이하여 최소한 50만명 이상이 지구촌에서 ‘진행자 코스튬’을 입었을 것으로 예상이 되었고, 이를 금전으로 환산하면 5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네이버, 다음 등에서 ‘오징어게임 코스튬’을 검색하면 5만원에서 부터 30만원대까지 다양한 코스튬들이 나오는데, 이를 대략 10만원으로 가정하고, 50만벌이 판매되었다고 ‘아주’ 보수적으로 예상해보면 (456억원에 가까운) 500억원이 나온다.
특히 이번 할로윈은 세계적인 코로나19 사태를 마무리하는 할로윈으로서 ‘저런거 왜해?’라는 의문보다는 ‘좀 놀자!’분위기가 강했다. 그래서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 올리기 위한 오징어게임 진행요원 코스튬을 많이 찍어서 올렸고, 사람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독특한 색감과 유니크한 디자인 덕분에 오징어게임 진행요원 코스튬은 불티나게 팔렸고, 이로 인한 수익은 어마어마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정작 오징어게임 진행요원 코스튬의 ‘디자인권자’는 찾을 수 없었다. 이치대로라면,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제작사인 싸이런픽쳐스가 당연히 디자인출원을 했어야 하고, 그 디자인권을 획득하는 것이 당연하다. 드라마에 나온 등장인물들의 복장, 캐릭터 등은 제작사에서 보유하게 되는 것이고, ‘디자인권을 받을 권리’와 ‘저작권’ 등은 제작사인 싸이런픽쳐스가 가져야 하는 것이다. 물론, 별도의 계약이 있다면 위와 같은 권리는 다른 사람 또는 기업에게 양도 될 수 있기는 하지만, 그러한 사정은 보이지 않았다. 아무나 의상을 만들고, 아무나 의상을 팔아도 별 상관이 없는 상태가 된 것이다.
‘오징어게임’ 굿즈가 불티나게 팔려도, 그로인한 수익은 제작사로 연결되지 않는 구조인것이다. 물론, 제작사에서 세계인들의 즐거움을 위해서 디자인권, 저작권을 ‘방생’할 수는 있지만, 디즈니의 사례를 본다면 이는 후진적 비즈니스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확산을 위해서 권리를 해제하면 ‘아량’으로 보여질 수 있으나, 권리획득 가능성 자체를 알지 못했다면, 이는 제작사의 주주들의 ‘한숨’으로 연결될 뿐이다. 우리나라 콘텐츠 기업들이 더 발전라기 위해서는 디즈니 수준은 아니더라도, 지금보다는 높은 수준의 캐릭터, 디자인, 저작권 전략이 필요하다. 국정감사에서 지식재산(IP)의 중요성을 부르짖으면서, 지식재산권 컨트롤타워(특허청이라는 용어는 매우 한정적임)도 없는 현실. 조금씩 바꿔나가야 하지 않을까?
애플 vs 삼성의 소송은 결국 ‘디자인권’이 핵심이었다. 이제는 전자제품 만드는 회사도, 서핑용품 만드는 회사도 디자인권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영화와 드라마에서는 수 없이 많은 ‘의류’가 등장한다. 이들이 세계적인 인기를 얻을때 무엇으로 수익을 창출하겠는가?
디자인권 권리화 비용은 얼마 들지도 않는다. 특허출원보다 훨씬 저렴하다. 대한민국이 앞으로 먹고살 길은 ‘콘텐츠’라고 생각한다면, 디테일에 조금 더 신경쓰자. 그 안에 등장하는 의상들 중 대표성을 가지는 의상에 대해서라도 ‘디자인권’을 확보하자. 이미 날린 456억원은 어쩔 수 없지만, 앞으로 이런일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생각의 수준을 끌어올리도록 노력하자.
원문 : 디자인권 잘 몰라서 날린 456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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