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고객사의 미국특허출원을 진행하면서, 기존에 비해 부쩍 발명의 성립성에 대한 미국 특허법 제101조 조항이 엄격하게 적용되는 것을 느꼈다. BM이나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MCP와 같은 IT 신기술에 대한 특허출원을 다수 다루는 입장에서 이러한 변화는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특허의 대상 적격성에 대해 미국 특허법은 아래와 같이 규정하고 있다.

미국 특허법 제101조는 위와 같이 한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짧은 문장을 통해서 “무엇을 특허로 인정할 것인가”라는 중요한 문제를 정의하고 있다. 이 조항은 특허 관점에서 특허성이라고 부르는 신규성이나 진보성과 같은 실체적인 판단에 앞서 적용된다.
“어떠한(any)”과 같은 광범위한 단어 때문에, 조문을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거의 모든 지적 창작물이 특허 대상이 될 것처럼 보이는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소프트웨어나 알고리즘과 같은 소프트웨어 관점의 내용이 적용될 항목이 다소 모호해 보이기도 한다. 최초의 미국 특허법은 1790년으로 알려져 있는데, 특허 심사 대상 범위를 “useful art, manufacture, engine, machine or device”로 규정한 이래로 200년 넘게 조문 상의 큰 변화는 없었다. 미국은 법원의 판단을 통해 조문의 해석을 구체화해 왔는데, 법원은 초창기부터 ‘범위를 너무 넓게 잡으면 과학 발전이 오히려 막힌다’는 고민을 해 온 바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자연 법칙을 그대로 청구한 특허를 거절한 19세기 판례들인데, 이는 뉴턴의 만유인력 법칙이나 아인슈타인의 E=mc² 같은 공식이 특정한 개인 또는 회사의 독점권 아래 둘 수 없다는 상식적인 판단 기준을 만들어왔다. 법원은 특허대상에 대해 “법칙을 실용적이고 구체적 방식으로 구현하는 방법”이라면 특허를 허용할 수 있다고 설명해 왔고, 이러한 기본 틀은 지금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다만, 미국 특허법이 제정된지 220년이 지나면서 세상이 바뀌었고, 정보기술이 급격히 발전하고, 컴퓨터상에서 실행되는 비즈니스 모델이나 데이터 처리 알고리즘이 쏟아져 나오자 §101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어 왔다. 2010년 대법원은 Bilski v. Kappos 사건에서부터 2012년 Mayo Collaborative Services v. Prometheus Laboratories, Inc. 사건을 거치면서, 소프트웨어 발명으로 특허를 받기 위해, 청구항에 컴퓨터, 특정 하드웨어 등을 포함함시켜 추상적 아이디어로 치부되던 소프트웨어를 특정 기능을 수행하는 하드웨어로 바꾸어 특허를 등록하던 기존 전략에 제동이 걸렸고, 하드웨어 요소를 형식적으로 사용하는 소프트웨어 발명 및 특허가 증가함에 따라, 미국 연방대법원은 2014년 앨리스(Alice Corp. v. CLS Bank) 판결에서 소프트웨어 발명의 특허성을 판단하기 위한 2단계 앨리스(Alice) 테스트를 도입했다. 이 판단과정은 특허 청구항의 청구 발명이 추상적 아이디어와 같이 미국 특허법 101조상 특허 받을 수 없는 발명에 대한 것인지를 확인하는 1단계와, 1단계를 통과하지 못한 경우, 청구항에 기재된 요소, 제한 조건 등이 개별적으로 또는 조합에 의하여 청구 발명을 미국 특허법 101조 상 특허 받을 수 있는 발명으로 변환되는지를 판단하는 2단계로 구성된다. 미국 외부에서 미국 특허출원을 진행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이 과정이 다소 까다로울 수밖에 없는데, 심사관이 추상적인지 아닌지를 정성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예측이 어렵다는데 있다.
미국 특허청(USPTO)은 이런 불확실성을 줄이려 여러 차례 실무 지침을 개정해 왔다. 2019년 개정 지침은 추상 아이디어를 세 가지 그룹으로 세분했고, 2024년에는 인공지능(AI)이나 머신러닝 발명을 다룬 예시를 대폭 늘려서 공개한 바 있다. 예를 들어 AI 모델을 청구할 때, 단순히 “데이터를 받아 예측 결과를 출력한다”는 서술만으로는 부족하며, 데이터 전처리 방식, 네트워크 구조, 후속 학습 루프처럼 구체적 개선점을 명세서에 써야 한다고 권고한다. 실무자 입장에서 이 지침은 어떤 세부사항을 넣으면 심사관의 2단계 검증을 무난히 통과할 수 있는가에 대한 체크리스트로 활용할 수 있다. 다만, Alice 특허 이후에 적지 않은 BM특허나 소프트웨어 특허들이 등록에 어려움을 겪거나 등록 후 분쟁 과정에서 무효가 된 바 있다.
이처럼 미국 특허권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자 미국 의회는 Patent Eligibility Restoration Act(PERA)라는 법안을 여러 차례 발의했지만, 2025년 5월 기준으로도 아직 계류 중인 상태다. 핵심은 사법상 예외를 법률로 없애고, §101에서 너무 많은 걸 판단하지 말자는 것이 골자다. PERA가 통과되면 소프트웨어나 진단키트처럼 공개된 아이디어에 기본 컴퓨터 구성요소를 추가하는 형태의 기본적인 BM과 소프트웨어 발명도 특허 문턱을 넘기 쉬워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오픈소스 커뮤니티나 대형 IT서비스 기업들은 과거의 소프트웨어 기업을 괴롭히던 특허괴물들의 무차별적인 소송이 부활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문제는 많은 기업들이 IT 요소가 포함된 융합 기술에 대한 특허권 확보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가히 제2의 산업혁명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생성형 인공지능과 이에 대한 기반 사업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특정한 산업분야가 급격히 성장하게 되면 이에 따라 특허 관련 시장도 출원이 급격히 성장하고 확대될 수 밖에 없는데, 인공지능을 활용하지 않는 기업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수 많은 기업들이 기존 제품과 기술에 인공지능을 접목하고 있기 때문에 인공지능이 융합된 다양한 소프트웨어나 BM발명의 출원은 지금보다 더 급증할 것이라는데 문제가 있다. 엄격한 §101 적용은 소프트웨어, AI, 핀테크, 블록체인, 디지털 헬스케어처럼 무형의 알고리즘과 데이터의 결합을 통해서 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에 특히 치명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분야 기업들은 특허 대신 영업비밀로 전환하거나, 서비스 속도 우위를 통해 시장을 선점하는 방법으로 전략을 수정하기도 한다. 유럽이나 한국처럼 소프트웨어 특허 문턱이 낮은 지역을 우선 공략한 뒤, 미국에는 늦게 진입하는 지연 전략을 구사할 수도 있다.
여러가지 어려운 상황에서도 미국 특허법 제101조를 극복할 수 있는 전략 수립이 필요한 실정이다. 먼저, ‘기술적 개선’을 전면에 내세우는 방법이 있다. 예를 들어, 당사의 알고리즘은 데이터를 압축하는 과정에서 CPU 사용률을 30 % 낮출 수 있다 또는 네트워크 지연을 50 % 줄일 수 있다와 같은 구체적 성능 지표를 명세서에 포함시키면서, 심사관을 설득하여 소프트웨어를 실존하는 현실 세계의 기술 향상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물리적 하드웨어 요소를 결합해 시스템 청구항으로 전환하는 방식도 많이 사용된다. 예를 들어 같은 소프트웨어라도 특정 센서 배열에 맞춰 FPGA 가속 블록이 작동한다는 식으로 기계적 구성을 강조하면 추상 아이디어라는 판단이 내려질 가능성을 줄일 수 있는 효과가 기대된다. 뿐만 아니라, 데이터 구조나 신호 포맷을 물리적인 구성요소처럼 간주할 수 있는 표현으로 전환하여 청구항을 구성할 수 있다. 32바이트 헤더에 특정 체크섬이 추가된 보안 토큰이나 픽셀 블록별 메타데이터가 포함된 특수 영상 포맷처럼, 개발자가 설계한 구조를 상세히 적시하되, 구성요소에 대한 이름을 모듈이나 유닛 등으로 부여하면 물건으로서의 범주에 속할 여지가 있을 수 있다.
USPTO가 제공하는 최신 AI 사례를 적극 활용하는 방법도 적용할 필요가 있다. 2024년 개정 지침(2024 Guidance Update on Patent Subject Matter Eligibility, Including on Artificial Intelligence 중 2024 AI Examples 47 through 49 (effective July 17, 2024))에 실린 예시 47번부터 49번까지는 훈련된 신경망이라는 문구만 넣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데이터 수집, 모델 훈련, 인퍼런스 환경을 모두 적시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신경망 구조, 하이퍼파라미터, 피드백 루프까지 구체적으로 기입하면 심사관이 기술적 디테일을 확인하기 쉬워져 101조 거절 가능성이 줄어들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심사관 면담과 After-Final Consideration Pilot(AFCP 2.0) 같은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제101조 거절은 심사관의 주관적 해석이 개입되기 쉽다. 실제 최근에 겪었던 케이스의 경우에도 심사관의 개인적인 제101조 판단성향에 크게 좌우되어 특허 적격성을 바늘구멍 수준으로 좁혀서 판단하는 성향이 있었다. 심사관 인터뷰를 거친 모든 경우에 거절이유를 극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심사관과 의견을 맞추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추가 OA 등을 피할 수도 있다.
또한, 제112조 명세서 요건을 동시에 강화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기능적 표현을 쓰더라도, 명세서에서 구조, 알고리즘, 플로우 차트를 충분히 제시하면 기능적 한정(claims expressed in functional terms) 논란을 피할 수 있고, 심사관은 제101조의 2단계 판단과정에서 추가적 요소로서 인정할 개연성이 높아진다.
한국 기업이 미국 내에서 특허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결국 §101를 극복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소위 대AI 시대를 맞이하여 많은 기업들이 인공지능을 접목하여 제품과 서비스의 효율성과 가치를 높이고 있다. 철저한 101조 이슈에 대한 대비 없이 미국 특허출원을 진행하게 되면, 101조 이슈로 인해 인공지능 등 소프트웨어 요소가 포함된 특허출원은 앞으로 더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본 인공지능 심사 가이드의 기반이 된 바이든 행정부에서 발효된 행정명령 제14110호 (Executive Order 14110)은 2025년 1월 20일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의해 몇 시간 만에 철회된 바 있고, 트럼프 2기의 대기업 친화적인 정책방향을 고려할 때 당분간은 Patent Eligibility Restoration Act (PERA) 법안과 같은 제101조에 유리한 정책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더 철저한 미국 특허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원문 : 미국 특허청에서 소프트웨어 특허권을 확보하려면
글 : 유철현 BLT 변리사 / 유 변리사는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직접 투자하는 ‘엑셀러레이터형’ BLT 특허법률사무소를 시작으로, IT와 BM분야의 전문성을 살려 다양한 기술 기반 기업의 지식재산 및 사업 전략 컨설팅을 수행하고 있다. 현재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심의위원과 한국엔젤투자협회 팁스(TIPs)프로그램 사업 심사를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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