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 디지털 미술 시장 속 저작권은 어떻게 정할까
Beeple의 디지털 작품 <매일: 첫 5000일(Everydays: The First 5000 Days)>이 크리스티 온라인 경매를 통해 미화 6,900만 달러(약 787억원)에 낙찰되었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작가로 불리는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 1937~)의 예술가의 자화상(Portrait of an Artist)의 9,030만 달러(약 1020억원) 낙찰가에 이어 현존 작가 경매가 순위 3위를 기록했다.
Beeple의 디지털 작품은 NFT(Non Fungible Token, 대체불가능한 토큰)로 발행되었으며, 크리스티는 암호 화폐인 이더리움으로 그림 값을 지불하게 하였다. 기존에 파일 형태로 만들어지던 디지털 작품은 복제가 용이하여 가치를 거의 인정받지 못했으나, NFT로 발행하여 복제가 되더라도 소유자 원본을 인증할 수 있어, 디지털 작품에 대해 높은 가격의 매매가 이뤄질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만, 디지털 작품의 가치가 실물 예술품의 가치보다 과대평가를 받고 있다는 논란은 여전히 존재한다.
1 : 1 교환이 가능한 대체가능한 토큰(Fungible Token)과 달리, NFT는 고유성을 지녀, 쉽게 복제 가능한 디지털 파일에 대하여 고유 소유권을 발행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이다.
NFT는 (1) 비-통화(non-currency) 토큰으로 변환된 암호화폐, (2) 디지털 파일 및 (3) NFT 관련 권리를 관리하는 스마트 계약 으로 구성된다. NFT의 판매는 블록체인에 기록되어 각 NFT 소유자의 고유하고 검증 가능한 디지털 인증서가 생성된다.
NFT의 구매로 구매자는 어떤 권리를 얻는가?
NFT의 구매로 구매자는 특정 버전의 디지털 창작물에 대한 소유권이 부여되며, 소유권의 세부적인 정보는 스마트 계약 조건에 따라 결정된다.
작품은 민팅을 통해 NFT로 만들어지며, 이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마켓 플레이스에 작품을 업로드해야 하며, 스마트 계약 조건으로 작품이 판매될 때마다 받을 수 있는 로열티 비율, 카피 수*(작품을 몇 개 발행할 것인지)를 기재하게 된다.
* 유사하게 오리지널 판화는 전체 에디션 매수와 함께 작품의 일련번호가 명기되어 원본을 증명하고 희소성을 통해 시장가치를 높이게 된다(예를 들어 3/100으로 표시된 경우 총 100장 찍은 중 3번째 작품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NFT 구매자는 특정 버전의 디지털 창작물에 대한 소유권을 가지지만 스마트 계약 조건에 기재된 내용에 따라 디지털 창작물 이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창작물의 변경, 수정, 상업적 이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다. 또한, 구매자는 디지털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을 갖는 것이 아님을 이해하여야 한다.
소유권과 저작권은 분리되는 개념이다. 작품 소유자라 하더라도 저작권법상 저작권을 갖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작품의 복제, 전송 등을 위해서는 저작권자의 허락이 필요하다. NFT 구매자는 스마트 계약 조건에 저작물 이용허락, 저작권 양도가 명시되지 않는 한, 저작자 유리한 해석의 원칙에 따라 해당 디지털 창작물을 복제, 전송 등을 할 수 없다.
NFT를 발행하기 위해서는 작품의 소유자면 된다?
작품을 NFT로 만드는 자는 작품에 대한 충분한 권한을 가진 저작권 보유자여야 한다. 저작권자 아닌 자가 작품을 NFT로 만드는 경우, 작품을 디지털화하는 과정, 마켓플레이스에 업로드하는 과정에서 저작권자의 복제 또는 전송권을 침해하게 된다.
실례로, 이중섭과 김환기, 박수근 작가 작품의 소장자가 NFT 발행을 추진한 바 있으나, 저작권자들이 저작권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반발하여 경매가 취소된 바 있다. 또한, 미국의 아티스트 Jay-Z는 최근 Jay-Z의 앨범 중 하나에 대해 NFT를 발행하고 경매하려고 시도한 음반사의 공동 설립자인 Damon Dash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완전하게 저작권을 보유하지 않은 창작물을 기반으로 NFT를 발행할 때 법적 문제가 발생함을 알게 한다.
그 밖에, 저작권 침해 작품이 NFT로 유통되는 경우 NFT 플랫폼은 OSP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저작권이 만료된 저작물을 NFT로 유통시키는 경우라 하더라도 저작권자의 사후 인격권을 침해하는 이용은 허용될 수 없는 점 등은 유의해야할 것으로 생각된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기존의 법에서 규율하지 못한 이슈를 낳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게 된다.
2000년대 MP3 파일의 등장과 함께, 소리바다와 같은 P2P 서비스의 등장으로 자유롭게 무료로 MP3파일을 교환할 수 있게 되어, 필자도 음악은 무료로 들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소리바다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작권법은 OSP 책임 조항을 명문화하였으며, 소리바다는 저작권 침해에 대한 방조책임을 지게 되었다.
NFT의 경우 기존 저작권 법 내에서 어느 정도 법률 이슈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한국 저작권법은 현재, 저작물의 원저작자가 원저작물을 최초 양도한 이후에도 계속되는 재판매로부터의 수익을 일정비율 분배 받을 권리인 추급권(Resale Royalty Right)이 규정되어 있지 않은 반면, NFT 환경에서는 계약에 의해 작품이 판매될 때마다 원저작자가 로열티를 받을 수 있도록 하여, 추급권이 실질적으로 계약에 의해 도입이 되어 버린 상황이다.
과거 추급권의 불인정의 근거로 개인 거래의 경우 추적이 불가능한 점, 제도 운영 시 행정적 부담이 있는 점, 음성적 미술 거래의 증가 가능성이 주된 근거였다. 그런데, 거래 기록이 인증되는 블록체인 기술이 널리 적용되는 경우 추급권 불인정의 이유가 해소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원문 : NFT 디지털 미술 시장 속 저작권
저자소개 : 박연수 BLT 파트너 변리사는 생명공학, 약학 및 화학 분야 국내 및 해외 기업의 특허 업무 전반에 대하여 전문성을 가지고 업무를 수행해 왔으며, 국내 바이오 기업에서 IP 전략 수립, 국내외 IP 소송 업무를 담당하였습니다. 현재, 화학 바이오 분야 특허출원 업무 및 지식재산권 전반에 걸쳐 다루어지는 분쟁, 소송에 대한 대응, 자문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