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제페토를 위협하는 상표 리스크
2018년 8월에 출시된 제페토(ZEPETO)는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면서 출시 8개월만에 글로벌 누적 가입자 1억명을 달성했고, 2021년 2월에는 누적 가입자 2억명을 돌파했다. 특히, 10대 MZ세대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성장을 거듭했고, 2020년 5월에는 네이버의 자회사인 스노우 주식회사에서 사업 주체를 분리하여 사명을 네이버제트로 변경했다.
스노우 주식회사에서 네이버제트로 사업 주체가 변경되면서, IP의 관리 주체를 확인해 보니 스노우 주식회사가 2018년 2월경, 즉 제페토 정식 서비스 출시 전에 ZEPETO 라는 상표를 출원했으나 등록받지 못하고 거절결정을 받았다는 공개기록을 확인할 수 있었다.
거절이유는 스노우 주식회사가 상표출원한 2018년 2월 시점에 이미 타인의 선등록상표가 존재하고, 선등록상표와 표장과 지정상품이 유사하다는 거절이유였다.
제페토(ZEPETO)와 유사한 타인의 선등록상표의 표장은 ZEPETTO였다. 그리고 선등록상표인 ZEPETTO 상표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이름도 제페토 주식회사였다.
제페토 주식회사의 ZEPETTO 상표출원은 펭수 상표 사례처럼 악의적인 제3자가 유명 상표를 선점하기 위해 제페토(ZEPETO)가 유명해진 후 진행된 것도 아니었다. ZEPETTO는 스노우 주식회사의 제페토(ZEPETO) 서비스가 출시되기 전인 2014년 11월경에 출원해서 2015년 5월에 등록되었다.
ZEPETTO 상표를 보유하고 있는 주식회사 제페토는 스노우가탄생하기 훨씬 전 시점인 2003년에 설립된 게임 개발사이고, 온라인 FPS 게임인 포인트 블랭크라는 게임을 통해 전국적인 인지도를 얻었다.
제페토(ZEPETO)와 ZEPETTO는 비슷해 보이지만 어쨌든 철자가 미세하게 다른 부분이 있다. 하지만, 상표의 유사판단 실무상으로 일부 철자가 변경되더라도 칭호(소리)가 유사하면 유사상표로 판단하게 된다. 대부분의 상표를 접하는 일반 사용자들은 상표를 외관 그대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그 상표의 발음을 통해 인지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불행하게도 ZEPETO와 ZEPETTO는 완전히 동일한 칭호로까지 판단될 수 있어서 피해나갈 여지가 없다. 국문 표기상 Z와 J의 발음을 구분하지 않는 국내 수요자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설사 앞선 ZEPETTO가 JEPETTO 였더라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 특허청 상표원부 상으로는 주식회사 제페토가 스노우 주식회사 또는 네이버제트로 ZEPETTO 상표에 대한 어떠한 라이선스나 상표 양도 협상 등의 기록이 제출되지 않았다. 주식회사 제페토도 아직은 제페토(ZEPETO) 플랫폼을 상대로 상표 침해에 대한 법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2억명이 넘게 사용 중인 글로벌 서비스인 제페토(ZEPETO)의 브랜드에 대한 권리확보가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은 분명 큰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네이버제트 내부에서도 적절한 대응방안에 대한 많은 고민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상표권은 동명의 회사로 인해 확보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2억이 넘는 사용자의 90%가 해외 사용자임을 고려할 때, 국내 상표 리스크 보다는 오히려 미국을 포함한 해외 상표 리스크가 더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 상표 침해 이슈가 발생하게 된다면 국내에서 예상되는 데미지는 해외 시장에서의 데미지에 비해 그야말로 조족지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피노키오 스토리에 친숙한 해외, 특히 영미권의 경우에는 제페토 원어인 GEPPETTO에 대한 다양한 변형 상표가 존재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국가별로 개별적인 상표 검토를 통해 기존 상표에 대한 불사용 취소 또는 무효 심판 또는 라이선스 획득 등 적극적인 조치를 통해 상표 리스크를 낮추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 출시 전에 글로벌 대상으로의 상표맵 검토가 선행되지 않고 브랜드를 결정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다시 한 번 깨닫는 나쁜 사례로 남지 않도록, 관계자의 적극적이고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 상표 리스크가 제페토(ZEPETO)의 발목을 잡지 않기를 그래서 국산 메타버스 플랫폼이 더욱 더 전세계로 뻗어가기를 염원한다.
원문 : 잘 나가는 제페토(ZEPETO)를 위협하는 상표 리스크
필자소개 : 유철현 BLT 변리사 : 유 변리사는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직접 투자하는 ‘엑셀러레이터형’ BLT 특허법률사무소를 시작으로, IT와 BM분야의 전문성을 살려 다양한 기술 기반 기업의 지식재산 및 사업 전략 컨설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심의위원과 한국엔젤투자협회 팁스(TIPs)프로그램 사업 심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