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벌레인 나, 문제 있나요?
‘번아웃’ ‘워라밸’ 유행어라 하기에도 한참이 지났을 만큼 직장인들이 입에 자주 달고 다니는 말들이죠. 과거처럼 자신의 영혼과 몸을 모두 갈아넣는 근무 방식은 지양하고, 삶의 균형을 적당히 맞추는 지속가능한 업무 방식을 많이들 추구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현실에선 의외로 반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기성세대인 사장님, 부장님 사례를 거론하려는 게 아닙니다. 연차의 고하를 떠나서 자신을 조직에 갈아넣으며 일하는 동료들을 종종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저 사람은 이 일이 천직이야’ 싶을 만큼 업무가 적성에 맞고 성과의 보람도 커 자발적으로 야근을 불사하는 사람들이 조직마다 더러 있습니다.
얼마 전 리멤버 커뮤니티에는 이 같이 너무 열심히 일해서 주변과 마찰이 생긴다는 사연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사연 속 회원님의 막대한 업무량과 밥 먹듯한 야근을 못 마땅히 여긴 동료들이 회원님을 뒷담화하거나, 후임이 그 업무 방식을 못 견뎌 퇴사하는 일도 벌어졌다는데요. 업무 열정은 지키되 동료들과의 관계도 지키고 싶은 ‘나’ 어떻게 해야 할까요?
리멤버 커뮤니티 원본 글 보기 > 너무 열심히 일하는 동료
동료들이 어떤 그림을 그려나가는지 보세요
회원님들이 주신 조언 중 하나는 조직 업무 전체의 관점에서 큰 그림을 보라는 것이었습니다. 한 사람이 아무리 많은 일을 한다 해도 실무자 선에선 한 조직의 모든 일을 헤아리고 숙지할 수는 없습니다. 다시 말해 동료들이 어떤 일을 어떤 태도로 하고 있는지 속속들이 꿰지는 못한다는 뜻입니다.
사람이 쓸 수 있는 에너지는 한정돼 있어 모든 분야에서 전력 질주를 하지는 못합니다. 어떤 직무에는 소홀했던 동료가 자신이 아끼는 분야에선 훨씬 더 많은 에너지로 열정을 쏟고 있을 수 있습니다. 내 직무 중심으로만 조직을 이해하는 버릇을 고쳐보세요. 한심스럽게만 보이던 동료가 실은 다른 영역에선 누구보다 프로답게 일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팀원들을 끌고 가는 것도 키워야 할 능력입니다
조직에서 일하는 한 ‘나 홀로’ 업무는 많지 않습니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 대부분의 일을 잘해낼 수 있더라도 몸은 하나입니다. 누군가의 조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때 자신이 제시하는 방식을 동료들이 따라갈 수 있도록 공감시키고 설득하는 것도 직장에서 대단히 필요한 능력입니다.
단순히 ‘나는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왜 따라오지 않지?’라며 원망을 품기보단 자신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점검해보는 게 좋습니다. 자신의 열정을 타인에게 전파해 함께 하도록 이끄는 사람은 리더라고 부르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독선자라고 합니다.
때문에 비단 당장의 협업뿐 아니라 앞으로의 커리어를 위해서도 필요한 능력이 됩니다. 동료들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이들을 조율시켜 최적의 효율을 끌어가는 게 리더의 역할입니다. 자기가 맡은 실무에만 능한 사람은 시간이 지나 관리자급 연차가 됐을 때 빛을 발하지 못합니다.
책임감이 아니라 욕심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
일벌레인 ‘나’, 너무 책망만 할 필요는 없습니다. 자기 직무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은 틀림 없이 좋은 직장인입니다. 그 열정이 예상을 뛰어넘는 큰 성과를 가져오고 조직 전체의 발전도 가져다 줍니다. 열정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를 책임감이 강한 것으로 포장해서는 안 됩니다. 회사의 기대 수준을 훌쩍 넘어서는 만큼의 일을 하려는 건 사실 책임감이 강해서라기보다, 큰 성과를 이루고 싶은 자기 나름의 욕심 때문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욕심을 도외시하고 책임감이란 말로 포장하고 있지 않은지 돌아보세요.
자신이 직무를 대하는 태도에 솔직해지면 타인을 이해하는 것도 빨라집니다. 그들은 책임감이 부족한 게 아니라 회사가 자신에게 바라는 책임에 딱 맞게 일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해결책도 간단하죠. 동료들이 더 열심히 일하길 바란다면 동료들의 욕망을 자극하고 그에 맞춰줘야 하는 겁니다.
실무자 간 커뮤니케이션으로 해결될 범주를 벗어난다면 훗날 창업을 고려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책임감이 진화해 사업을 일으켜보고 싶은 건강하고도 강한 욕심이 생겼을 때 탄생하는 게 기업이니까요. 물론 사장님이 됐을 때도 직원들에게 “왜 그것밖에 일을 안 하냐. 책임감이 부족하다”고 섣불리 책망해서는 안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