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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인의 Daily up] 1. 제품을 팔면 팔수록 손해?

노처녀가 시집 가지 않겠다는 말, 노인이 일찍 죽고 싶다는 말, 상인이 손해 보고 판다는 말이 3대 거짓말이라고 한다. 

하지만, 실제 판매자 입장에서는 항상 이익을 남기고 제품을 판매할 수는 없다. 불가피하게 어느 순간 악성 재고가 되어 매입가보다 싸게 판매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더 큰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한 선택이다.

하지만, 현재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는 제품이고, 재고도 가지고 있지 않은데, 팔면 팔수록 적자를 볼 수 밖에 없었던 어떤 제품과 관련된 사례를 공유하고자 한다.

A 사이트는 딱 24시간만 국내에서 최저가로 판매하는 곳이다. A사이트에 특정 제품을 다른 곳보다 싸게 판매하자고 제안했고 어렵지 않게 승인받았다. 약간의 서류 작업을 거쳐 특정한 날 그 제품이 판매되기 시작했다.

나름 기대감이 있었다. 그 사이트의 충성 고객이 적지 않고, 마감에 임박할 수록 판매량이 더 많아지는 패턴이 있었기에 판매자 사이트를 보면서, 틈틈이 고객들의 질문에 대응하고 있었다. 그런데 판매가 시작된 지 몇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서 현재 판매하는 가격이 최저가가 아니라는 식의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엥? 그럴 리가 없는데?

혹시나 해서 여기저기 검색해 봐도 분명 내가 판매하는 가격은 국내 최저가였고, 특정 카페들의 공동 구매 가격이 더 싼 게 아닐지 확인해봤지만 특별한 조짐은 없었다. 그로부터 30여분 뒤쯤, 판매를 진행하는 A사이트의 팀장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특정 오픈 마켓에서 다른 소셜에서 판매하는 것보다 1만원 정도 싸게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총판이나 벤더를 거치지 않고, 직접 본사에서 제품을 공급받고 있었지만, 도저히 그 오픈 마켓에서 판매하는 금액에 맞춰 판매할 수가 없었다. 실제 공급받는 금액과 판매금액 사이의 내 기대이익이 1만원이 채 안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A사이트는 최소한 판매되는 날만큼은 국내에서 최저가가 되어야 하는데, 처음에 올려둔 판매금액을 그대로 두고 판매하면, 그러한 전통이 깨진다는 것이었다.

난감했다. 최악의 경우 판매 중단을 하면 어떻겠느냐고 했더니, 그 역시 전통이 깨진다는 것이었다. 그 사이트의 최저가 전통을 지켜주면서, 고객들의 불만을 잠재우려면 최저가가 되게 맞춰주는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구입한 고객들에게 서비스로 특정 제품을 추가로 드리기로 했다. 실제 그 제품을 구입한 사람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추가 구성품이었기에 쓸데없는 덤이 아니었고, 그 구성품을 끼워주면 최저가 이하로 판매되는 것이 되었다.

문제는, 그 제품을 끼워주는 순간, 우리는 팔면 팔수록 손해라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내 입장에서 고객에게 뭐라고 할 수도 없었고, A 사이트에 뭐라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좋습니다. 그 구성품을 사은품으로 제공한다고, 공지해 주세요’라고 A사이트 팀장에게 말하는  순간, 만감이 교차했다. 그 시간까지 판매된 제품만 보상해주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남은 시간 판매되는 수량 전체를 보상해줘야 하는데, 대체 얼마나 판매될 지 짐작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루 전, 다른 제품을 판매했을 때는 고객들의 질문에 성심성의껏 대답하고, 한 개라도 더 팔기 위해 노력했는데, 그 순간부터 더 팔려 노력한다는 것은 더 많은 손해를 보기 위한 노력이었다. 그렇다고 덜 판매하기 위해 이상한 댓글을 다는 것도 양심상 할 수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조용히 관리자 페이지에서 빠져나오는 것이었고, 때마침 찾아온 지인을 핑계로 소주 한잔 하면서, 이런 날도 있다고 하소연하는 것이 유일한 대처방법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그걸로 끝나지도 않았다. 그날 제품을 구입한 고객들의 주소를 받아서 배송을 완료한 다음 날, 고객들에게서 항의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그 제품을 구입하면 제품 테스트를 하기 위한 용지를 몇 장 제공하는데, 그 차이만큼 용지가 덜 왔다고 항의가 들어오는 것이다.

헉~! 

분명 딜을 하기 전, 두 번이나 확인했었는데, 본사 담당자도 알지 못했던 상품 기본 값의 변화였다. 고객에게 초기 출시되었던 숫자를 기준으로 보내주겠다고 했는데, 잘못 공지한 형태가 되어버렸다. 문제는, 그 차이만큼 구입한 고객에게 용지를 따로 보내주려면 용지값과 택배비는 물론이고 일처리가 무척 번거로워진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차라리 그 용지값만큼 고객들에게 현금으로 환불해주겠다고 했다. 콜센터에서 구입한 모든 고객들에게 일일이 연락해 환불계좌를 받았고, 나는 또 그 계좌로 일일이 다 입금하고 나서야 전반적으로 다 마무리 되었다.

악성 재고도 아닌, 현존하는, 그것도 소셜에서 아주 잘 판매되고 있는 제품. 그런 제품을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고 판매한 셈이다. 기분이 묘했다. 다만 특정 사이트 고객의 성향과 최저가 검색의 중요성, 판매 제품에 대한 정확한 파악 및 고객 불만에 대한 대응 방법 등 총체적으로 짚어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돈을 내고 제대로 배운 하루였다고나 할까?

전자책 사업을 했던 경험을 기반으로 디지털 컨텐츠 유통을 하고 있다. 현재는 복지몰/폐쇄몰 벤더이자, 카드사/김기사몰 등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회사 블로그(http://dailyup.tistory.com)에 그동안 취급했던 제품과 제품을 취급하면서 경험했던 진솔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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