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검은 월요일’ 가능성 큰 이유
오늘 ‘검은 월요일’ 가능성 큰 이유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오늘(8월 29일) ‘검은 월요일’ 가능성 큰 이유
새로운 사실 : 지난주 금요일 미국 주식시장이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미국의 중앙은행장이 전에 없던 단호한 표정과 어투로 금리를 계속 올릴 것이고 그렇게 올린 금리는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시장은 금리 인상이 거의 마무리 단계고, 금리를 조금 더 올리더라도 조만간 다시 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었는데요. 기대와 180도 다른 발언이 나오자 시장이 그대로 얼어붙었습니다.
일단 상황을 좀 정리해드리겠습니다.
1. 검은 월요일 전망 : 주식시장이 얼마나 하락했는지는 이 뉴스에 담겨있습니다(관련 기사). 월요일 시장이 ‘검은 월요일(1987년 10월 19일 뉴욕 증시가 개장 초부터 팔자 주문이 쏟아지고, 하루 동안 22.6% 폭락했는데 당시가 월요일이었기 때문에 검은 월요일이란 이름이 붙음. 이후 월요일 증시가 대폭락할 경우 흔히 검은 월요일이라고 지칭함)’이 될지도 모른다는 예상도 뉴스에 함께 담겨있습니다. 미국에서 큰일이 벌어지고 나면 그 결과를 반영하는 미국 이외의 시장 가운데 시간상으로 가장 먼저 열리는 주식시장이 한국 시장이라는 건 참 불편합니다. (그만큼 충격이 크게 반영될 수 있으니까요.)
2. 뭐라고 말했길래? : 그렇게 주식시장을 끌어내린 원인이었던 파월의 발언 가운데 중요한 표현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오늘 제 발언은 짧고 주제는 좁고 메시지는 더 직접적일 것입니다.
·현재 상황은 (금리 인상을) 멈추거나 쉬어갈 지점이 아닙니다.
·물가 안정은 경제의 기반 역할을 합니다. 물가 상승률을 2%로 되돌리기 위해 충분히 제약적인 수준까지 의도적으로 정책을 가져갈 것입니다.
·높은 금리와 느려진 경제성장이 가계와 기업에도 일정 부분 고통을 가져올 것입니다. 그러나 물가 안정 복원의 실패는 훨씬 더 큰 고통을 의미합니다.
사실 파월 의장이 금리를 내리겠다고 언급하는 걸 기대했던 건 아니었습니다. 물가를 잡기 위해 기존 정책을 잘 유지하겠다는 정도의 원론적인 발언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었는데요(관련 기사). 그러나 실제 연설은 매우 강경했습니다. 파월의 발언을 좀 더 구체적으로 전하는 뉴스를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관련 기사).
3. 단호함 담겼다 : 이런 이야기를 하는 파월의 표정과 목소리는 이 영상에 담겨있습니다(관련 영상). 단호함을 강조하기 위해 이런저런 미사여구들을 쏙 뺀 짧은 연설이었습니다. (목소리는 참 좋습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 관계자들은 매우 단호하고 직설적이라는 반응입니다(관련 기사). 연준이 금리를 올리더라도 곧 마무리될 것이며 내년에는 금리를 내리게 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을 다 허물어버리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긴 연설이었습니다.
4. 연준 비판하던 서머스도 만족 : 그동안 “인플레이션을 빨리 잡아야 한다. 그렇게 약하게 잡아서는 안 된다. 그러다 큰일 난다”는 주장을 하던 이들은 파월의 연설이 매우 흡족했던 모양입니다.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이번에 나타난 인플레이션이 너무 과도하게 풀어댄 돈의 양 때문이며 그렇기 때문에 절대 일시적일 리 없다고 주장해온 대표적인 인사인데요. 그런 그마저 이번 연설은 매우 맘에 들었던 것 같습니다.
서머스 전 장관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몇 년 전에 약한 고용시장을 두려워하면서 지속가능하지 않은 정책을 펴왔던 파월과는 달리 인플레이션을 잡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을 확실히 했다는 점이 매우 마음에 든다”고 말했습니다(관련 영상).
다만 파월의 연설 이후에도 선물 시장에서는 내년 하반기에 약 0.25%포인트의 금리 인하를 예측합니다. 이런 강한 발언 역시 계산된 것이며 어찌 보면 금리를 더 이상 올리기 어려우니 강한 발언으로 금리 인상 효과를 노리고 싶어 하는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하는 투자자들도 여전히 있다는 의미입니다.
5. 왜 이렇게 강한 발언을 했을까 : 그렇다면 파월이 왜 이렇게 강경하게 발언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남습니다. 이 역시 그의 발언 속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요. 눈에 띄는 부분은 “높은 인플레이션이 임금과 물가에 고착화하면 이를 해결하는데 매우 긴 긴축이 필요하다는 점을 1980년대에 인플레이션으로 고생한 역사가 설명해준다”는 대목입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 확산 등 분명한 이유가 있는 이번 인플레는 시간이 해결해주겠지만, 그 ‘시간’이 길어지기 시작하면 인플레 원인과 무관하게 그 자체로 계속 불길이 번져갈 수 있다는 걸 다시 한번 강조한 대목입니다. 이 사실을 파월 의장이 몰랐을 리는 없겠지만 지난 2개월 동안 이런 ‘잔소리’를 참고 있었던 부작용으로 주식시장이 다시 오르기 시작하고 인플레 브레이크가 잘 잡히지 않고 있다는 걸 뼈아프게 느낀 것이 아닐까 하는 해석이 나옵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파월이 주식시장의 상승세와 낙관론을 꺾어야겠다고 판단했다는 결론에는 이견이 없을 것 같습니다. 잠시 꺾어두고 갈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었는지 물가가 잡힐 때까지는 시장의 불씨를 살려두지 말아야겠다고 아예 결론을 내려버린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일입니다.
6. 한국은 어떻게? :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그럼 어떻게 될까요. 이 질문에 대해 이창용 한은 총재가 마침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그 답을 내놨습니다. 결론은 <미국이 하는 걸 보고 따라가는 수밖에 없다>입니다. 적어도 미국이 금리인상을 계속한다면 우리나라도 계속 인상해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을 명확하게 했습니다(관련 기사). 그 폭이야 다를 수 있겠지만요.
오늘의 이슈
‘OECD 중 한·일만’…입국 전 검사, 폐지 검토
번거로운 입국 전 코로나 검사 제도 : 우리나라는 해외에서 국내로 입국할 때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검사하고 있습니다. 외국에서 들어오는 감염자를 막기 위한 조치이지만, 외국에서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관광객들에게는 번거로운 절차입니다. 또한 해외로 나가는 국민들도 공항에서 입국 거부나 격리를 당하게 될까 봐 걱정하고 있죠.
이렇게 되면 사람들은 가능하면 해외로 나가지 않거나 우리나라로 입국하지 않는 쪽을 선택합니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다른 곳으로 목적지를 바꾸고, 우리나라 국민들도 해외여행을 불편하게 생각하게 되는 겁니다.
OECD 중 딱 두 곳만 유지 : 문제는 이런 ‘입국 전 검사’를 시행하는 나라가 OECD 국가들 가운데 딱 두 나라(한국과 일본)뿐이라는 점입니다. 그마저도 일본은 지난주에 이 정책을 바꿔서 3차 백신 접종자들은 입국할 때 PCR 검사를 받지 않아도 되도록 규정을 완화했습니다(관련 기사).
국내도 규제 완화 가능성 : 언론 보도를 보면 국내에서도 조만간 이 규제가 완화될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관련 기사). 항의도 적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입국하고 나면 PCR 검사를 따로 받아야 하는데 굳이 왜 해외에서 검사받고 증명서를 받아오라고 하느냐는 거죠(관련 기사). 다만, 제도를 폐지하고 해외여행을 확대할 경우 생기는 방역 이외의 여러 가지 문제(국내 관광에 타격, 관광수지 악화로 환율 상승)도 있고 내국인 검사를 면제하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만 이 조치를 요구하게 되는 문제 등이 남아 있긴 합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3개월 이상 연체자, 대출금 최대 90% 감면 : 30조원 규모의 소상공인 채무조정 프로그램 새출발기금 실행 방안이 공개됐습니다. 코로나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로 정상적인 영업을 하지 못한 만큼, 재기할 기회를 주자는 취지인데요. 대출을 3개월 이상 연체한 이들은 원금의 최대 90%까지 감면받습니다. 3개월 이상 연체하지 않았더라도 향후 연체할 우려가 있는 사람들도 이자 감면 대상입니다(관련 기사). 다만 도덕적 해이 논란을 의식해 채무 조정 한도는 1인당 최대 15억원으로 당초보다 줄였습니다. 채무조정 횟수도 1회로 제한했습니다.
미국 인플레 감축법? EU도 ‘원자재법’ 추진 : 유럽이 자국 중심의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원자재법(Raw Materials Act, 이하 RMA) 도입을 추진하고 나섰습니다(관련 기사). 현재 배터리 원자재인 리튬, 코발트 등은 중국이 전 세계 공급망을 장악한 상황인데요. 중국 외 자체 공급망을 확보하지 못하면 수급 불안, 비용 상승으로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우려해 대안 마련에 나선 겁니다. 구체화되진 않았지만, 미국 인플레 감축법처럼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역내 자원 생산을 확대하는 내용이 들어갈 것이 유력합니다. 중국산 원자재 비중이 높은 한국 기업은 소재 공급망을 다변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될 전망입니다.
원문 : 오늘(29일) ‘검은 월요일’ 가능성 큰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