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활발히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A(39)대표는 불과 1년 전 만해도 눕기도 불편한 단칸방 생활을 했었다. 자동차세 미납으로 번호판이 영치된 상황이었으며, 신용문제로 본인의 이름으로 된 휴대폰, 인터넷 조차 개통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원체 밝은 성격이라 좌절하고는 거리가 멀었지만, 경제적 상황은 말이 아니었다. 대인관계가 좋아 주변에서 도움을 주기는 했지만, 미미한 수준이었고 한계가 있었다. 근본적으로는 3억 5천 만원에 달하는 빚이 줄어들지 않는 상황이었기에 일견 암담한 상황이었다.
조금 과거 이야기를 하자면, A는 대학교 동기들 중 그 누구보다 먼저 경제활동을 시작한 사람이었다. 동기들이 도서관에서 취업 스펙을 쌓고 있을 무렵 그는 이미 사회에서 인정받는 직업인이었다. 업계에서 인정받아 제법 높은 연봉과 미래를 보장 받고 있었다. 자신감이 넘치는 인물이었고, 주변을 돌볼 줄 알았기에 지인들 역시 그를 신뢰했다.
전도양양해 보이던 그에게 사단이 발생한 것의 자신의 사업을 시작하면서 부터다. 문제는 사업의 방향성이었다. 쉽고, 빠르게 돈을 벌려 했다. 주변의 권유로 그가 눈여겨 본 것은 특정지역에 새로 지어지는 상가에 대한 투자업이었다. A는 나름 명망있다고 알려진 대기업 출신 B회장이 운영하고 있는 회사에 그간 번 돈과 자산 등 수 억여 원을 투자했다. 그 과정에서 A는 대표이사라는 직함을 처음으로 달게 된다.
하지만 거기 까지였다. 투자했던 상가는 제대로 완공, 분양되지도 않았고, A에게 투자를 권유했던 B회장은 투자금을 돌려줄 능력이 되지 않는 사람이었다. A는 그 과정에서 자신의 전재산을 허공에 날린것은 물론이고, 별도로 수억여원의 빚을 진 사람이 되었다. 사회 최일선을 누비다 가장 바닥으로 추락한 것이다.
A는 5년 가까이 암담한 시절을 겪게 된다. 물론 이것은 주변의 시선이다. 간간히 만나본 A는 여전히 과거의 재기넘치는 모습이었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었다. 언제고 기회가 올거라 여겼고, 다양한 타개책을 고민했다. 하지만 신용적인 면에서 걸림돌이 많다보니 다른일을 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던 차에 A에게 작지만 소중한 기회가 찾아왔다. 몇해 전 정부가 주도하는 창업지원사업에 응모한 아이디어가 선정되어 사업 지원금을 받게 된 것이다. 정부지원금 특성상 자신의 인건비로 쓸 수도 없었고, 빚을 갚는데에는 더더군다나 유용할 수 없었지만 A는 기뻤다고 한다. A는 지난 2년 간 돈이 아닌 성취감을 얻었던 시간이었다고 회상한다.
열심히 노력한 덕분인지 A대표는 대기업이 주최하는 창업경진대회에서 수상을 하게 되고, 사업지원금을 통해 지금의 사무실과 그 한 켠에 제대로 누워 잘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게 된다. 여전히 자신의 임금은 책정할 수 없고 빚이 줄어든 것도 아니지만, 동료와 직원들에게 어느정도 월급을 줄 수 있는 수준의 회사를 꾸리게 된 것이다.
그렇게 만 2년이 흘렀고, 얼마전 A대표에게서 연락이 왔다. 빚이 모두 변제되었다는 소식이었다.
A대표가 보여준 변제관련 서류
3억 5천 만원 빚이 있었다. 어떻게 짊어지게 된 것인가?
30대 초 중반 어느정도 재산이 있었다. 어떻게 알았는지 이런저런 유혹이 들어왔다. 그러다 상가 투자 제안에 넘어가게 됐다. 2억 5천 만원으로 시작해 나중에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투자했다.
상가라 하면 조금 막연하다. 구체적으로 어디였고, 어떤 부분에 대한 투자였나?
어딘지는 밝히기 곤란하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곳이다. 투자부분은 에둘러 이야기 하자면, 이런저런 편의서비스를 제공하는 복합공간에 관한 것이었다. 디지털사이니지 부분도 있었고.
그 사업을 제안한 대기업 임원 출신 ‘회장’이라는 사람이 사기죄로 교도소에 들어갔다 출소한 것으로 알고있다.
솔직히 그 ‘회장’도 피해자다. 밑에 직원들에게 뒷통수를 맞았으니. 돌이켜보면 그 사람은 사업가적 마인드가 부족했고, 나는 멋도 모르고 뛰어든 불나방이었다. 처음에는 잘되는 줄 알았다. 시범부스도 차렸고, 내가 투자한 지역 탐방도 하고 말이다. 하기만 하면 되는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날 투자를 주도했던 그 회사 임원들과 연락이 안되기 시작하더니, 사업이 흐지부지 됬다. 그 과정에서 재무상태는 최악이 되어갔고.
법에 호소도 했을텐데?
초반에 상황파악을 제대로 못했고, 대응 역시 미숙했다. 어떡해서든 원금 회수를 하고 싶었다. 있는돈 없는돈 다 긁어모아서 그 사업을 계속 진행시키려 추가투자를 감행했다. 이게 악수였다. 완전히 빈털털이가 됐다. 책임자로 지목된 회장만 재판을 받게 되었고 사기죄로 교도소에 갔다. 누구를 법정에 세우는건 중요하지 않았다. 투자금액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제1 금융이 안돼서 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렸다. 이자가 장난 아니더라. 당시 다니던 직장 월급으로는 감당이 안됐다. 연체가 되면서 복리로 이자가 붙기 시작했고. 그러다 집을 날렸다. 그야말로 절망스러운 상황이었다. 그때가 2008년이었다.
다시 사업을 시작한게 2012년부터다. 4 ~ 5년 간 어떻게 보낸건가?
밥벌이는 해야했다. 건설 쪽에 있던 지인이 도와 달라고 해서 그곳에서 3년 정도 일했다. 하지만 그곳에서 정당한 대가를 받으면서 한 것은 아니다. 나중에 잘되면 섭섭치 않게 해주겠다는 말만 믿었다. 아니 믿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쪽 일도 흐지부지 되어버렸다. 그 과정에서 또 한번 좌절이 왔다.
좋은건 하나 있었다. 시행이나 부동산 쪽 일을 알게된 계기가 됬고, 그 기간 동안 제안서를 열심히 썼더니 그거(제안서) 쓰는 요령은 생기더라.
사기를 당한 이전과 이후에 하는 일이 극명하게 갈린다. 이전에 하던 일은 건설쪽과는 거리가 있었다.
어떡하다보니 그렇게 됬다. 한 번 그런 사람들을 만나니 계속 그런 부류의 사람들만 만나게 됐다. 열심히 뭔가를 하며 돌아다녔지만, 될듯하다 안되더라. 롤러코스터 타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4~5년 동안 음지에서 살았다.
전환기는 언젠가?
2년 전 지인의 권유로 정부에서 하는 창업지원 사업을 알게됬다. 솔직히 그 지인이 이야기를 안해줬으면 알지도 못했을 분야다. 그게 한 줄기 빛이 되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지원을 했고 그게 나름 잘되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정부지원 사업 특성상 인건비 책정이 어렵다. 본인의 빚을 갚을 수도 없는거고. 경제 사정이 나아진건 아니었을듯 싶다.
그렇다. 경제사정은 별반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성취감이 있었다. 그게 정신적 자양분이 되었다. 점진적으로 사업을 만들어가는 재미도 있었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자. 3억 5천 만원으로 인한 신용불량이었나?
아니다.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서 원금은 갚아진 상태였고, 담보대출로 인한 이자가 남은 상태였다. 은행에서 이자만 남은 상태에서는 신용불량으로 걸지는 않는다. 대신 연체자로 걸려있는 상황이었다. 물론 대우는 신불자와 별반 다르지 않다. 휴대폰도 개통할 수 없고, 인터넷도 연결할 수 없었다. 지인 이름으로 개통해서 썼다.
이자금액은 얼마였나? 그리고 파산신청은 생각 안해봤나?
5천 800만원이었다. 파산신청을 고려는 했지만, 사업에 대한 꿈이 있어 하지 않았다.
이번에 드디어 모든 빚이 청산되었다. 변제가 된 근거가 뭔가?
그간 느리지만 이자는 갚고 있었다. 은행입장에서는 회수를 목적으로 하고. 그래서 제안을 했다. 현재 최대한 모아서 1,000만 원을 갚을 수 있으니 변제하자고. 3억 5천만 원으로 연체를 걸어놓은 상태라서 일할 수 있는 통로가 막혀 더 갚을 수 없다고. 더불어 이번에 회사 계약건이 있어 계약이행보증보험 증권을 제출해야 하는데 신용정보로 인해 어렵다고 하소연 반 설득 반을 했다. 즉답은 못들었다. 하지만 은행에서 내부회의를 이틀 하더니, 그렇게 하자고 하더라. 대신에 약속만 지키라고 하더라.
돈은 어떻게 마련한건가?
생활형편이 과거에 비해 나아진건 있지만, 아직까지 회사 매출이 큰 건 아니다. 그래서 남은 잔고와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처리했다.
그것도 빚이다.
맞다. 하지만 현재는 빠르게 갚을 자신이 있다. (서류를 보여주며) 이거 한 장을 받기위해 그간 노력한 셈이다. 이자 원금 5천 800만 원, 상환 1000만 원,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는 지불한 것으로 처리가 되었다는 서류다. 기억에 남는 것은 은행에서 관련 서류를 작성할 때 ‘이렇게 처리할 수 밖에 없는 사유’를 써야한다. 은행직원이 선처를 호소하는 내용으로 쓰라고 하더라. 그야말로 반성문을 제대로 썼다.
이제 신용을 올려야 할듯 싶다. 현재 신용등급이 몇 등급인가?
현재 9등급이다. 말한대로 신용올리는 작업을 해야한다. 관공서나 기업과 계약을 하려면 대표의 신용이 중요하다. 이행보증보험도 발급 받아야 하고. 3억 5천만 원을 갚게 되어 빠르게 올라갈 것으로 기대한다. 회사 매출도 올라가고 있고, 지인이름으로 개통한 휴대폰도 내 이름으로 인수 받았고, 은행 외 다른 곳에서 연체된 것들도 갚았다. 사업자금도 저리로 빌릴 수 있을듯 싶고.
기껏 신용등급 올려서 다시 돈을 빌린다고?
섯부른 자신감이라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돈을 운영할 줄 알게 됬다고 생각한다. 멋모를때 처럼 실수는 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 더불어 예정된 계약 건을 성사시키려면 자금이 필요하기도 하다. 큰규모는 아니지만 사업 확장도 고려하고 있고.
직장에서 인정받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사업을 시도하고 있다. 이유가 있나?
대장질이 천성인것 같다. 오너쉽을 가지고 내 일을 하고 싶어서다. 내가 잘되서 주변을 돌보고 싶은 마음도 강하고.
젊은날에 실수이기도 하지만, 사기를 당한 부분도 있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사기꾼은 어떤 유형의 사람인것 같은가?
내 경험에 비추어 보면, 사업할 때 좋은 말을 먼저하고 접근하는 사람들 중 사기꾼이 많았다. 특히 노회한 사기꾼들이 이런 접근이 많다. 사업에서 긍정적인 부분만 부각시키는 유형이다. 더불어 나이와 경험을 앞세워 젊은 사람을 윽박지르는 유형도 경계해야 한다. 예의바른 청년들은 나이든 사람이 미숙한 경험을 비집고 들어오면 한 수 접어주는 경향이 있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사업은 나이로 하는게 아니다. 동등한 관계에서 진행해야 한다고 본다. 끌려가면 안된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접근하나?
‘좋은 사업이 있다. 거의 다 되간다. 조금만 더 투자하면 대박이다. 계약 얼마 안남았다. 너 돈 좀 있냐?’ 뭐 이런 수순이다. 아는 사람들은 서류를 꼼꼼히 살펴보고 검토하지만, 해당 분야를 잘 모르는 이들은 말만 믿고 넘어간다. 내가 아는 사기꾼들은 해당 분야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만 접근하더라.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사업에 실패하면 신용불량자가 되기 쉽상이다. 어렵게 다시 본궤도로 가고 있다.
재창업 관련 제도도 있다. 하지만 신용불량이면 이마저도 쉽지 않다. 나는 신용불량은 아니었지만, 별반 다르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사업을 진행함에 있어 조언해 줄 부분이 있다면?
끌려가면 안된다. 자신이 주도해야 한다. 망하더라도 그래야 후회가 없다. 더불어 자신이 모르는 부분에 대한 사업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 모르는 분야에서 남의 말만 듣고 한 방을 노리면 안된다. 잘될 확률보다 안될 확률이 비약적으로 높다. 그 사례가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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