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를 잡으려면 경제를 침체시키라고?!
인플레를 잡으려면 경제를 침체시키라고?!
경기 침체가 1년 안에 현실이 될 거란 유력한 전망이 나왔습니다. 지난 일요일, 월스트리트저널(WSJ) 조사에 따르면, 미국 유력 경제학자 66인 중 63%가 “앞으로 1년 안에 미국에 경기 침체가 닥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관련 기사).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이후 이 같은 응답이 과반을 넘긴 건 처음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말조차 38%였습니다. 그만큼 이번 결과는 올해와 내년 전망이 매우 어둡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경기 침체, 정말 현실이 될까요?
고용 악화해야 인플레 잡힙니다
미국 경제가 침체돼야 인플레가 잡힙니다. 헌데 낮은 실업률, 강달러 등 수요를 떠받치는 요인들 (즉, 경제를 부양하는 요소들) 때문에 인플레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일단, 아무리 긴축을 해도 미국 실업률은 1960년대 이후 가장 낮습니다. 강달러는 언뜻 수입가를 낮춰 인플레를 완화하는 듯 보이지만, 수입 수요를 높여 인플레를 악화시키기도 합니다.
이렇게 수요가 꺾이지 않아 최근 원자재 가격이 하락해도 식료품 등 생활과 밀접한 경제 전반으로 인플레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원래 인플레는 공급 충격, 기대 인플레, 실업률 등 3가지 요인에 의해 좌우되는데, 현재 공급 충격이 완화돼도 기대 인플레가 높아지고 실업률이 계속 낮으니 인플레가 쉽게 가라앉지 않는 겁니다. 해법은 연준이 고용 악화 때까지 통화 긴축을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고용 상황이 악화돼야 근로자 소득이 줄고 수요가 감소하면서 인플레 압력이 약화되기 때문입니다.
짧고 강하게 물가 먼저 잡아야
현재 미국은 2분기 연속 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라 ‘기술적 경기 침체’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물가 상승률이 매우 높죠. 공급이 확 개선된 상황이 아니라면, 매출과 소득이 줄어야 수요가 줄고 인플레를 낮출 수 있습니다. 때문에 인플레를 잡으려면 더 낮은 성장률을 감수해야죠. 바꿔 말하면 경기 침체가 불가피하다는 의미입니다.
결국 지금 상황에서 가장 바람직한 해법은 통화 긴축입니다. 금리를 어중간하게 두면 경기 침체야 피할 수 있겠지만 높은 물가로 저성장이 오랜 기간 지속될 겁니다. 그보단 짧은 침체 후 정상 성장 궤도로 신속히 복귀하는 게 장기적으로 더 좋습니다.
물론 금리 인상엔 경제 내 구조적 충격이 따릅니다. 지나치게 금리를 올리면 장기 성장 경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겠죠. 가령 부도율이 크게 상승해 신용이 경색되고 다수 금융 기관의 부실화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금융 시장 상황을 정밀하게 모니터링하면서 인상의 정도와 속도를 조절해야 합니다.
스태그플레이션 올 수도
장단기 금리차는 경기 변동의 선행 지표입니다. 과거 통계를 보면 경기 침체 전 5~17개월 시차를 두고 장단기 금리차가 역전되는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지난 9월 세인트루이스연방준비은행 경제통계(FRED)에 따르면 미 국채 2년물과 10년물의 금리 차는 0.51%p까지 벌어졌습니다. 이는 IT버블이 붕괴된 2000년 이후 가장 큰 차이입니다. 미국 경제가 불황에 빠진 1980년대 초반과도 비슷한 수준이고요. 고강도 긴축 정책이 경기 침체로 이어지는 건 예견된 일입니다만, 인플레마저 안 잡힌다면 결국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귀착될 우려가 큽니다.
현실화 된 카카오 그룹주 ‘검은 월요일’
지난 주말, 최대 이슈는 바로 카카오톡 마비였습니다. 데이터 센터 화재로 토요일 오후부터 무려 10시간 이상 카카오톡 서비스가 중단된 건데요. 이제 주요 서비스 대부분은 정상화됐지만, 일부 서비스는 여전히 복구 중입니다. 이번 사태는 예고된 ‘인재’라는 평가가 나오는데요. 그간 카카오가 서버 관리에 소홀한 탓에 대응이 늦어졌기 때문입니다(🔗관련 기사). 실제 같은 건물에 서버를 둔 네이버는 주요 서비스를 이중화하고 백업해둔 덕에 큰 서비스 장애를 일으키지 않아 카카오와 대조를 이루기도 했습니다(🔗관련 기사).
한편 카카오 그룹 계열사들의 주가도 카톡 먹통 여파를 피해 가지 못했습니다. 주말 이후 처음 열린 어제 주식 시장에서 카카오그룹주가 폭락한 겁니다. 개장 10분 만에 전체 시총이 3조5000억원 가까이 증발했습니다(🔗관련 기사). 종가 기준으론 카카오가 5.93% 하락하며 가장 큰 낙폭을 보였습니다.
‘부정적 외부효과’ 막으려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적절한 기업 감시와 규제가 필요하다는 점이 증명됐습니다. 이를 설명하려면 외부효과 개념이 필요합니다. 개인이나 기업 등 경제 주체의 행위가 다른 경제주체에 의도치 않은 혜택이나 손해를 발생시키는 것을 외부효과라고 하는데요. 혜택을 주면 긍정적 외부효과, 손해를 입히면 부정적 외부효과라고 합니다.
기업 규제에도 외부효과 개념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신산업 성장 시기에는 경제 전체에 긍정적 외부효과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때문에 성장 기반을 조성해주는 차원에서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죠. 반면, 카카오처럼 시장 독점력이 큰 기업은 불의의 사고가 생겼을 때 경제 전반에 부정적 외부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시스템 안정성 측면에서 기업 감시와 규제를 강화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만약 기업에 안전성 강화 조치를 요구하지 않고, 자율적으로 맡기면 어떻게 될까요? 시장 논리에 따라 기업은 과소 투자할 가능성이 큽니다. 일반적으로 기업은 사고 발생 시 사회 전체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로 인한 손실을 감안하지 않고, 기업 자체의 손실만 고려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사고 방지를 위한 투자도 필요 수준 이하로 낮게 집행할 수 있습니다. 이때 정부가 적극 개입해 기업이 안전성 확보를 위해 투자하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시장의 기능과 논리도 중요하지만, 기업 활동엔 외부효과가 수반되기 때문에 정부가 손을 놓고 있을 수 없단 의미입니다.
마치 공기와 같은 존재가 된 카카오톡
디지털 네트워크 산업을 국가 안보 차원에서 관리하고 지원할 필요성이 생겼습니다. 현재 카톡과 네이버 등 디지털 네트워크는 국민 생활과 경제 활동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기반 시설입니다. 대부분의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하고 있지만, 그 효용 가치 역시 천문학적으로 높고 앞으로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죠. 있을 때는 잘 모르지만, 없으면 숨을 쉴 수 없는 마치 공기와 같은 존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다만 공기와 차이가 있다면 디지털 네트워크는 언제든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단 점입니다. 정부가 중요도 높은 디지털 네트워크의 백업 센터를 구축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또한 해당 기업들이 시설을 설치하고 유지하는 데 필요한 비용 역시 지원해야 할 겁니다.
구축보다 신축 아파트 가격이 더 크게 하락하는 이유
전통적으로 부동산 가격을 결정 짓는 요소가 몇 가지 있습니다. 좋은 입지와 학군, 생활 인프라 등이 대표적인데요. 지난 몇 년간 이어진 집값 상승기에는 신축이라는 프리미엄 역시 부동산 가격 결정 요소 중 하나였습니다. 이른바 ‘신축 프리미엄’이 붙으면 수요가 몰리면서 매매와 전세 가격이 급격히 올랐었죠. 하지만 최근 부동산 경기가 식으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입주 5년 이하인 신축 아파트가 구축보다 더 많이 하락했단 조사 결과가 나온 겁니다(🔗관련 기사). 구축보다 신축 가격이 더 크게 내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동윤
신한금융그룹 해외부동산투자 수석매니저
상대적으로 가치 지탱할 기초체력 약한 신축
최근 약 5년 동안은 저금리에서 파생된 풍부한 유동성에 기반해 주택 가격 상승 폭이 매우 높았습니다. 특히 신축은 분양가부터 주변 시세와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됐고, 동시에 집값 상승 기대 심리가 겹쳐 구축보다 높은 수준의 상승률과 가격을 보였습니다. 심지어 흔히 말하는 역세권, 숲세권 등 위치적 장점에서 오는 가치를 뛰어넘는 경우도 종종 있었죠. 신축이라는 요소 자체가 가격 상승을 이끄는 주원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신축 단지의 상승을 이끈 건 30~40대의 매수 수요였습니다. 가격 상승 심리에 동조된 이들의 매수 수요가 집중됐고, 새롭게 인프라가 구축될 거란 기대 심리도 커지면서 가격이 크게 올랐습니다. 반대로 얘기하면 아무래도 주거 인프라가 확고히 갖춰지지 않은 지역이었다고 할 수도 있는데요. 현재 금리 상승 같은 외부 변수에 부동산 가치를 지탱할 기초 체력이 약하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가격 방어 자체가 어렵게 된 겁니다.
이 시기를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전반적인 가격 조정 장세 속에서 개별 단지의 가격 변동 추세를 보면 확고한 내재 가치를 지닌 자산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모든 자산의 가치가 당분간 하락을 면치 못하겠지만, 여전히 그 가치를 방어하는 자산을 선별할 수 있습니다. 추후 주택 시장이 활기를 되찾으면 이런 자산의 가격이 반등할 겁니다.
가격은 수급이 결정!
전국의 신축과 구축 가격 변동을 짚은 기사인데요. 지역별로 보면 양상이 달라질 것 같기도 합니다. 우선 5년 미만 아파트 가격 하락은 지역별로 입주 물량이 많았던 광역시와 지방 도시에서 먼저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지방 도시들은 수도권 규제의 여파로 수요가 증가했고 가격 역시 급등했는데요. 분양 물량까지 많아 이제부터 거품이 꺼지기 시작하는 겁니다.
추가 금리 인상이 이어지면 신축 가격 하락세가 점차 수도권으로 확대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내년까지 신축 입주 물량이 감소하는 서울에서는 신축 하락세가 주류가 되진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 및 수도권 교통 요충지는 현재도 매수세가 없을 뿐, 매도 물량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를 보면 역시 부동산 가격은 수급이 결정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공급이 많았던 지역은 신축 완공 시점에 금리까지 오르면서 가격이 하락하고, 공급이 부족했던 지역은 거래 동결로 인한 호가 변동만 있는 셈이죠. 가을이 사라진 대한민국의 계절, 부동산 시장에도 예상보다 빠르게 겨울이 오고 있는 것 같네요.
호황기 부쩍 커진 거품이 빠지는 듯
우리나라는 통상 신축 아파트가 구축에 비해 가격 방어력이 높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공급되는 물량에 비해 노후화되는 주택 비중이 높아 신축 아파트에 대한 실수요층이 두텁게 형성돼 있어 가격 하락을 방어해주는 것이죠. 그런데 이번엔 이 공식이 안 통했습니다.
작년만 해도 신축은 집값 상승을 주도하며 구축 대비 상승폭이 현저히 높았습니다. 그 배경에는 두 가지 요인이 있었습니다: 1️⃣ 지난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아파트 공급량이 감소하면서 신축 희소성이 더욱 높아진 점 2️⃣ GTX 호재가 있는 경기도 권역의 신축들이 서울 집값 대비 저렴하다는 인식
하지만, 올해 들어 서울 주요 지역마저 집값이 하락세로 전환됐고 상승폭이 제일 높았던 신축 아파트 밸류에 의문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호황기에 많이 오른 만큼 거품이 먼저 꺼지고 있는 건데요. 문제는 최근 거래 절벽으로 급하게 아파트를 파는 입장에선 더욱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계속된다는 겁니다. 안타깝게도 신축의 하락세는 당분간 거세질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