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s Story #479] “선두업체와의 격차 ‘콘텐츠’로 따라잡는다” 후발주자 ‘키햐’의 전략
지난 2020년 4월 스마트폰 앱 등 온라인으로 와인 등의 주류를 주문한 뒤 음식점이나 편의점에서 찾아가는 것이 가능해졌다. 스타벅스 등 대형 커피전문점에서 커피를 살 때 사용하는 ‘사이렌오더’ 방식이 술을 구매할 때도 허용된 것이다. 흔히 주류 스마트오더라 불리는 이 시장에는 이마트24, GS25, 데일리샷, 달리와 같은 업체들이 주류의 통신판매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 개정과 함께 발빠르게 시장에 진출했다.
온라인 주류 주문 플랫폼 ‘키햐‘도 지난 달부터 정식 서비스를 출시하며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키햐는 앱 설치 없이 모바일, PC에서 주류 주문이 가능하며, 회원 가입 시 본인 및 성인 인증을 거친 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위스키, 와인, 보드카 등 다양한 종류는 물론 프라브다 보드카 같이 구하기 어려운 단독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키햐 플랫폼을 통해 서울, 경기 지역 25개 매장에서 주류 픽업이 가능하다.
키햐는 이 시장에 다소 늦게 뛰어든 스타트업이다. 하지만 팀 구성은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영욱 대표는 2006년 ‘위드블로그’, ‘올블로그’ 등의 서비스를 제작하고 운영했던 블로그칵테일을 창립했던 벤처 1.5세대로, 블로그칵테일을 비씨엔엑스로 합병하고, 비씨엔엑스를 다시 옐로모바일의 자회사인 옐로스토리로 분사시킨 과정을 지켜봤다. 이후 벤처캐피털 더벤처스에서 심사역, 팀오투(카모아 운영사) 서비스팀 총괄이사를 역임한 뒤 올해 키햐 대표로 다시 창업자로 돌아왔다. 정지우 부대표는 꽃배달 O2O 서비스 비밀의화원(운영사 코스믹라떼)의 공동창업자로 박대표와는 투자자와 창업자로 인연을 시작했고, 팀오투에서 손발을 맞추기도 했다. 이후 주류 스마트오더 서비스 키햐로 공동창업을 하게 됐다.
투자자는 ‘팀을 보고 투자한다’는 말이 있듯이 키햐는 창업 후 얼마되지 않아 TBT파트너스, 서울대기술지주 등으로부터 프리 A 라운드 투자유치를 했다. 후발주자인 키햐는 어떤 전략으로 이 시장에 뛰어들었을까. 박영욱 대표와 정지우 부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두 사람의 인연은 언제 시작된 건가.
박영욱 대표(이하 박) : 투자자와 스타트업 창업자로 만났다. 정 부대표가 공동창업한 비밀의 화원에 엔젤투자를 하고 조언자의 역할을 했다. 이후 내가 팀오투(카모아 운영사)에 있을 때 기획과 디자인 쪽 인재가 필요해서 정 부대를 영입해 함께 일했다.
정 부대표는 디자인 전공인가.
정지우 부대표(이하 정) : 맞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정해진 일만 하지 않잖나. 디자인을 비롯해 기획도 했고 나중에는 개발까지 했다.
박 대표는 지난 10년 간 창업자와 투자자로 커리어를 쌓았지만, 시작은 개발자였다.
박 : 한동안 손을 놓고 있었는데 요즘 다시 하니까 되더라. (웃음) 메인 서비스 개발은 외주로 하고 있지만 나도 참여하고 있다.
지난달(10월) 말 프리 A 투자계약 사인을 했다.
박 : TBT파트너스, 서울대기술지주 등에서 빠르게 투자 결정을 해줬다. 내년에는 팁스 선정도 기대하고 있다.
키햐는 온라인 주류 주문 플랫폼이다. 주류 스마트오더가 등장한지 2년 정도 됐으니 다소 늦게 시장에 뛰어든 셈이다. 일찌감치 진출해 수백억 원 투자를 받은 선도 업체도 있다.
박 : 주세법상 온라인으로 술 판매가 금지되어 있다가 2020년 4월부터 법이 바뀌면서 가능해졌다. 앱에서 원하는 주종을 골라 주문하고 픽업 매장에서 수령하는 형태이다. 키햐도 같은 형태의 서비스를 하고 있다.
대기업과 스타트업 등 먼저 시작한 업체와 2년 정도 갭차이가 있다. 하지만 매출 규모나 거래 대금을 보면 완전히 만개한 시장은 아니다. 이제 열리고 있는 시장이고 키햐에게도 기회가 있다고 본다. 함께 노력하면 시장의 파이를 더 크게 키울 수 있을 거다.
이 아이템을 먼저 생각한 건 정 부대표였다. 계기가 뭐였나.
정 : 지난해 동생이 술 한 병을 들고 왔는데, 스마트 오더로 픽업한 거라고 하더라. 참신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관련 내용을 찾아보기 시작했고 비즈니스 기회가 남아있다고 판단했다. 첫 사업(꽃배달 서비스)을 접은 이유가 생각한 것 만큼 시장이 커지지 않아서였다.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우리 노력만으론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스마트오더 시장은 소매 단위로 환산하면 무려 26조 원 규모다. 시장이 있다는 것은 기회가 많다는 의미고 조금 늦게 시작해도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첫 창업에 비해 박 대표 등 주변에 도와줄 사람들도 많이 생겼다는 것이 용기를 줬다.
서비스명을 키햐라고 지은 이유는 뭔가.
정 : 술 마신뒤 내뱉는 감탄사를 생각했다. SEO 측면에서 관련 키워드로 콘텐츠가 없는 것도 감안했다. 마케팅만 제대로 하면 거의 유일한 키워드라고 봤다.
박 : 요즘 알파벳 다섯 글자 닷컴 도메인이 흔치 않은데 ‘키햐(kihya)’는 그게 가능했다. 서비스명은 누구나 알다시피 중요하다. 서비스 성격과 다른 서비스명을 고객에게 인지시키는 것은 정말 힘들다. 그래서 처음부터 술이 연상되는 명칭을 생각하고 있었다.
박 대표가 앞서 몸담았던 카모아도 후발주자였다가 급성장한 케이스다.
박 : 후발주자였고 매출도 없는 상황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1천억 원 규모 거래가 이루어지는 규모있는 플랫폼이 되었다. 우리가 2년 차이를 단숨에 따라잡을 수도 없을 거다. 하지만 못 잡을 기간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주류 스마트오더는 규제의 작은 부분을 열어준건데, 앞으로 조금 더 넓게 개방될 거라 예상하고 있다. 국회에서도 많은 논의가 있는 것으로 안다. 온라인 쥬류 판매가 금지되고 있는 나라는 거의 거의 없고 전통주는 이미 풀려있다.
박 대표는 후발주자로 나서 사업을 키운 경험이 다수 있다.
박 : 운이 좋았던 거고 선도 업체들이 잘 했기에 가능했다. 내심 경험이 있어서 익숙할 거라 생각했는데, 이 영역은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주류 스마트오더 사업을 하려면 도매사와 손을 잡는게 필수다. 그래서 우리나라 도매사를 모두 찾아가서 만났는데 처음에는 진짜 안 받아줬다. 재고가 발생하면 그걸 다 도매사가 떠 안아야 되는 구조이기 때문일 거다. 다행스럽게도 수입 주류로 확장을 고려하는 도매사를 만나 활로가 열렸다.
선도 업체가 잘 하고 있어서 이미 마켓 검증은 어느정도 된 상황이다. 그 다음은 프로덕트와 마케팅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 부분은 우리가 가장 잘 하는 영역이다. 여담이지만 키햐에 투자한 VC들도 그 부분을 믿어줬다. 실제 고객의 성향과 상황을 관찰할 수 있는 매장 수를 확보한 뒤 오픈 베타를 진행했고 매장 수를 늘려가고 있다.
후발주자가 좋은 것도 있을 거다.
박 : 수입사를 대상으로 영업할 때 우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이었는데, 선발주자들이 잘 하고 있어서 설득이 생각보다 쉬웠다. 서비스 유용성 등 설득 과정이 생략되다 보니 단가와 프로모션 등 다음 이야기로 바로 넘어가곤 했다. 수입사들도 판매 채널이 많아지면 매출에 도움이 되기에 우호적인 편이다.
주류 스마트오더라고 불리우지만 결국 본질은 이커머스다.매출을 높이려면 PB 상품, 자체 브랜드 상품이 중요하다.
박 : 맞다. 결국 고객에게 줄 수 있는 가치가 중요한 영역이다. 가격을 비롯해 다양한 메리트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PB상품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전통주 시장에 기회가 있을 거다.
이 사업을 하면서 의외라고 생각한 것이 있다면.
박 : 코로나19 이후 홈술 문화가 확산됐다. 특히 주택가, 대학가에서 소비량이 생각 이상으로 높았다. 2030 소비자가 많고 위스키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이 이채로운 부분이었다.
두 사람은 O2O 서비스에서 잔뼈가 굵었지만 영업은 만나는 사람이 달라지면 새로운 어려움이 생긴다.
정 : 앞선 사업의 설득 대상은 플로리스트들이었고 감성적인 접근이 통했다. 그래서 플로리스트들이 작품을 올리고 싶어하는 이쁜 서비스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주류 픽업 매장 설득은 그것과 결이 조금 달랐다. 전화를 하면 광고라 생각해서인지 바로 끊거나 안 받는 경우가 많았다. 설명을 듣기 전에 안 한다는 답변을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아무래도 광고 전화를 많이 받기에 그랬을 거다.
박 : 전화로 낯선 여성 목소리가 들리면 바로 스팸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내가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는데 설명을 들어주는 단계까지는 갔다. 그렇게 연결되어 대면 미팅으로 이어졌다.
매장에서 대면할 때는 이야기를 잘 들어주던가.
박 : 매장이 바쁘면 가게 한켠에 몇십분씩 기다리는 건 일상이다. 매장이 바쁘지 않은 시간, 브레이크 타임을 피해서 가야한다. 왠간하면 사전에 시간 약속을 확실히 잡고 간다. 오전 내내 미팅하고 싶은 매장에 전화 돌리고 오후 2시에서 5시에 찾아간다. 그게 끝나면 다시 사무실에 와서 개발을 하고 있다. (웃음)
플랫폼 비즈니스는 설득의 연속이다. 박 대표는 첫 창업 때 IT업계, 카모아 때는 렌트카 회사, 이번에는 주류 매장을 상대로 영업을 하고 있다.
박 : 플랫폼 비즈니스는 투 사이드를 연결하는 사업인데, 개인적으로 재미있고 보람도 느낀다. 우린 전체 판매 수익의 일정 부분을 더 제공하는데, 큰 매장에는 미미하겠지만 작은 매장에서는 의미가 있는 매출이 되고 있다. 고맙다는 피드백이 사업을 하는 힘이 되곤 한다.
기술적으로 키햐는 어떻게 만들어진 서비스인가.
정 : 처음에는 개발 없이 노코드로 해보려고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많이 부족해서 로우 코드로 개발했다. 사실 고객 페이지는 그렇게 복잡하지 않고 우리가 신경 쓴 부분은 업장 페이지다. 주문이 들어왔을 때 앱이나 PC를 켜는 것이 아니라 카카오톡에서 관리 정산이 다 해결되게 시스템을 만들었다. 다른 걸 실행할 필요없이 직관적으로 처리가 가능하기에 매장의 호응이 높다.
얼마전 카카오톡 불통 사건 때 별다른 이슈는 없었나.
박 : 회원 가입이 없어서 의아해 하던 차에 카카오톡으로 로그인이 안 되는 이슈가 발생해서 급히 대응해야만 했다. 사방에서 전화와 문자가 와서 정신없었다. 그래서 그날은 카카오톡과 연계된 건 모두 껐다.
배달앱이 그렇듯 매장에서 한 서비스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박 : 맞다. 매장 사장님들 상당수가 새로운 서비스에 열린 마인드다. 먼저 시작한 업체 서비스나 우리 서비스나 기본적인 콘셉트는 똑같기에 서비스 설명이 길 필요가 없다. 그래서 매장에서 여러 서비스를 동시에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말 하기 전에 필요한 서류를 준비해 주는 매장도 있었다.
어떤 매장 사장님은 자신이 있는 지역에 본인만 넣어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그 지역에서 키햐의 유일한 스마트오더 픽업 매장이 되고 싶은 거다. 마케팅적인 센스가 있는 접근이라고 생각했다.
시중에 비해 가격 부분은 확실히 매리트가 있다. 그렇게 해도 마진이 남는건가. 역마진은 없나.
박 : 크진 않지만 남기는 한다. 앞으로 더 남겨야 한다. (웃음) 역마진은 없다고 단언한다. 사실 싸게 팔고 싶어도 주세법상 못 한다. 납품 받은 가격 이하로 판매가 안 된다. 스마트오더 서비스 간 가격 차이는 크지 않고 정책만 조금씩 다르다고 보면 된다. 수입사들이 가장 껄끄러워 하는 곳은 하이퍼마켓이다. 유통 대기업 라인은 모니터링을 많이 한다. 다른 곳이 더 싸게 팔면 바로 수입사로 항의가 들어 온다.
다만 수입사마다 전략적인 프로모션을 할 때가 있다. 그런 상품이 있을 때 우리에게 제안이 들어오곤 한다. 관련 프로젝트가 하나 진행 중인데, 크리스마스 때 괜찮은 에디션 상품을 선보일 수 있을 것 같다. 신기했던 건 우리가 시작한지 얼마 안 됐는데 와인회사 등에서 프로모션 제안을 해줬다는 거다. 인지도가 올라가고 있다는 것을 체감한다.
지금 회사에서 가장 필요한 건 뭔가.
박 : 사람이 필요하다. 지금 내부에 나와 정 대표 포함 세 명이 역할 구분없이 모든 일을 같이 하고 있다. 내가 10년 만에 개발을 하고 있고, 정 부대표는 디자인, 기획, 영업, 마케팅 뿐만 아니라 콘텐츠도 만들고 있다. 그래서 투자금은 인재를 영입하는데 쓰게 될 거다. 연말에 연봉협상이 원하는 대로 안 됐다면 연락달라. (웃음)
어떤 직군이 필요한 건가. 키햐에 합류하는 팀원은 어떤 매리트가 있나.
박 : 콘텐츠를 생산하고 마케팅 하는 인재를 우선적으로 찾고 있다. 그리고 영업쪽 인력도 필요하다. 공들여 설득하고 있는 CTO가 있는데, 그 분이 합류하면 개발팀은 잘 갖춰질 거라 본다. 십수년 간의 스타트업 경험상 초기 팀에 합류할 때 성장에 제일 빠르고 커리어에도 도움이 됐다. 나도 그렇게 커왔다.
영업 인력이 필요할듯 싶은데 콘텐츠 인력을 먼저 찾는 이유는 뭔가.
박 : 전통주 시장은 아직 메이저 시장은 아니다. 시장을 키우려면 MZ세대에 맞는 브랜딩이 필요한데 이전에는 시도 자체가 별로 없었다. 그러던 차에 원소주가 시장에 큰 울림을 줬다고 본다. 콘텐츠와 마케팅의 힘이라고 본다. 이후 다양한 콜라보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고 성과도 드러나고 있다. 기존 방식을 고수하던 양조장에서도 브랜딩과 마케팅 필요성을 느끼는 추세이다.
보통 주류 구매는 브랜드를 보고 하는 경우가 많다. 새로운 브랜드 발굴도 의미있을 듯 싶다.
박 : 이 사업을 하면서 매력을 느낀 부분이 그거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는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익숙하고 널리 알려진 제품을 사게 된다.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증류소나 좋은 브랜드를 소개하는 것에서 보람을 느낀다. 우리가 콘텐츠로 잘 풀어서 설명하면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우리가 콘텐츠에 집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중은 잘 모르는 브랜드 중 정말 알리고 싶은 것이 있다면.
박 : 클리블랜드라는 브랜드가 있는데 개인적으로 위스키계의 테슬라라고 생각한다. 대중에게는 생소하겠지만 바텐더들에게는 잘 알려진 브랜드이다. 이 회사 CEO 마인드가 ‘왜 술을 겉만 오크나무인 통에 수십년간 숙성시키냐’는 거다. 이 사람은 같은 맛을 압착 기술로 빠르게 재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평가는 극단적이다. 진정한 위스키가 아니라는 의견도 있고 혁신이라 말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후자 입장이고 이런 브랜드들이 더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
투자 경색기에 빠르게 투자유치를 했다. 다음 계획은 뭔가.
박 : 프리A 투자를 발판으로 팀 셋팅과 마케팅을 부지런히 할 거다. 그래야 선두업체와 격차를 줄일 수 있다. 내년에 시장 검증을 본격화 한 다음에 추가 투자유치도 계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