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여도 괜찮아”라는 말이, 때로는 가장 위험한 자기기만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숫자들이 있다. 스타트업 지놈의 조사에 따르면, 공동창업 스타트업의 3년 생존율은 80%인 반면, 홀로 시작한 기업은 48%에 그쳤다. 1.67배. 그저 ‘누군가와 함께’라는 이유만으로 생존 확률이 이만큼 달라진다.
투자 시장은 더욱 냉정하다. 퍼스트 라운드 캐피탈(First Round Capital)의 10년 포트폴리오를 보면, 공동창업팀은 63%가 투자 유치에 성공했지만, 혼자 시작한 창업자들은 38%만이 그 관문을 통과했다. 심지어 공동창업자가 있는 팀만 투자하는 방침을 가진 벤처캐피탈도 다수다. 돈이라는 것은, 아무래도 둘 이상의 사람이 모였을 때 더 쉽게 열리는 문인 모양이다.
성장의 속도도 다르다. CB인사이트에 따르면 공동창업 기업의 연간 매출 성장률은 163%, 홀로 선 기업은 121%였다. 34%의 차이. 작은 숫자 같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격차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더 흥미로운 점을 짚어냈다. 창업 초기 3년간 공동창업팀의 의사결정 정확도가 76%로, 단독창업자의 62%를 크게 앞섰다는 것이다.
맥킨지는 이런 차이가 어디서 오는지 분석했다. 다양한 배경의 공동창업팀은 단독창업자보다 2.5배 높은 혁신성을 보였고, 문제 해결 속도는 1.8배, 제품 출시 속도는 1.6배 빨랐다. LinkedIn의 분석은 또 다른 시사점을 준다. 공동창업팀의 비즈니스 네트워크가 2.3배 컸고, 잠재 고객이나 파트너와의 접점도 89% 많았다.
딜로이트의 연구는 이 모든 것을 하나로 엮어준다. 공동창업을 통해 업무를 나누면 생산성은 58% 높아지고, 의사결정은 43% 빨라졌다. 운영비용도 35% 절감됐다. 결국 스타트업이란, 혼자 가도 되지만 함께 가면 더 멀리 갈 수 있는 길인 셈이다.
키햐의 공동창업자들을 만난 건, 이런 숫자들 너머에 있는 이야기가 궁금해서였다.
오후의 햇살이 창가에 기댄 테이블을 비추는 사무실에서, 세 명의 창업자를 만났다. 이들은 주류 스마트오더 플랫폼 ‘키햐’의 공동창업자들이다. 각자 다른 이력과 전문성을 가진 세 사람이 한 곳에 모여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지 2년.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세 분은 공동창업자이신데요, 먼저 자기소개와 함께 어떻게 만나게 되셨는지 말씀해주시겠습니까?
박영욱 대표(이하 박)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열었다. “2006년에 블로그 메타 사이트인 ‘올블로그’를 운영하는 블로그칵테일이라는 회사를 창업했어요. 지금은 그 회사가 ‘레뷰’라는 이름으로 상장했죠. 그 후에는 벤처캐피털 더벤처스에서 심사역으로 일했는데, 주로 O2O 기업들을 투자하고 지원하는 업무였습니다. 그러다 오프라인 비즈니스에 매력을 느껴 카모아의 초기 멤버로 합류했고, 지금은 여러 동료들과 함께 키햐를 창업하게 됐습니다.”
정지우 부대표(이하 정)는 차분한 목소리로 이어받았다. “저는 디자인을 전공했어요. 키햐 이전에는 ‘비밀의화원’이라는 꽃 배달 서비스를 운영했었죠. 박 대표님과는 카모아에서 처음 만나 서비스를 함께 만들었고, 그 인연이 키햐까지 이어지게 됐습니다.”
임수연 COO(이하 임)는 밝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는 회계와 인사 관련 전공을 했고, 처음에는 상장사에서 관련 업무를 했어요. 스타트업 붐이 한창이던 시기에 카모아 초기 멤버로 합류했죠. 카모아에서는 경영지원팀에서 회사의 전반적인 경영 실적과 인사 관리를 담당했어요. 5년 정도 근무하다가 마음이 맞아서 키햐 창업팀에 합류하게 됐습니다.”
-세 분 모두 카모아에서 만나셨네요. ‘카모아 마피아’인 셈이군요. 하지만 친분이 있다는 것과 함께 일하는 것은 다른 문제일 텐데, 함께 창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박 대표의 눈이 반짝였다. “우리 셋 다 술을 좋아해요. 같은 회사에 다닐 때도 자주 어울려 마셨죠. 처음에는 그저 농담처럼 ‘나중에 언젠가 같이 창업해볼까?’하는 이야기를 했어요.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당시를 회상하는 듯했다. “그러다 2020년에 관련 법령이 바뀌면서 길이 열렸어요. 우리 셋이 잘하는 것들을 찾아보니 이 사업이 너무 잘 맞을 것 같았거든요. 우리는 술도 좋아하고 영업도 해봤고, 오프라인을 온라인으로 옮기는 일도 잘할 수 있는 팀이 될 거라 확신했습니다.”
정 부대표가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더 늦었다간 진입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봤어요. 사업은 결국 타이밍 아니겠어요?”
-임 COO님은 세 분 중 유일하게 창업 경험이 없으셨는데, 언제부터 창업을 염두에 두셨나요?
임 COO는 잠시 생각하더니 진중한 목소리로 답했다. “두 분과 일하면서 자연스럽게 신뢰가 쌓였어요. 함께라면 뭐든 해낼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죠. 팀 구성도 완벽했고요. 사실 두 분만 믿고 뛰어든 셈이에요.”
-정지우 부대표님은 키햐 전에 꽃 배달 플랫폼으로 창업하신 경험이 있으신데, 그때와 지금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정 부대표는 과거를 돌이켜보는 듯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첫 창업은 정말 아무것도 모른 채 시작했어요. 하지만 그 과정에서 큰 깨달음을 얻었죠. 내 서비스를 만드는 일이 얼마나 재미있는지를.” 그의 목소리에서 열정이 느껴졌다. “고객이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고 피드백을 주는 과정 자체가 배움이었고, 성장의 밑거름이 됐어요. 그때 깨달았죠. 창업이 제 체질에 맞는다는 걸요.”
-박영욱 대표님은 학생 시절부터 창업자의 길을 걸어오셨습니다. 회사를 설립하고, 투자를 받고, 엑시트까지 경험하셨죠. VC에서 심사역으로 일하신 경험도 있고요. 처음 창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박 대표는 잠시 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사실 특별히 창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시작한 건 아니에요. 2004년에 블로그를 모아주는 메타사이트를 만들었는데, 예상 외로 트래픽이 엄청나게 몰렸어요. 처음엔 혼자서 사이트를 만들었는데, 서버비를 감당하기 위해 사업 형태로 전환한 거죠.” 그는 잠시 당시를 회상하는 듯했다. “운 좋게도 정통부에서 장관상도 받았고, 그렇게 2006년에 정식으로 창업을 하게 됐습니다.”
-각자의 이전 경력이나 전문성이 현재 키햐에 어떤 도움이 되고 있나요?
박 대표는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저는 개발자 출신이에요. 첫 창업 때는 아무래도 소프트웨어와 개발 쪽에 치중했죠. 소셜커머스가 등장하면서 레뷰가 본격적으로 성장세를 보였는데, 온라인 마케팅에 관심이 없던 기업들이 중요성을 깨닫기 시작한 시기와 맞물렸어요.”
그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때부터 개발자라는 타이틀을 벗어나 영업 일선에 뛰어들었어요. 음식점 사장님들을 만나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설득하는 일을 했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재미를 발견했어요. 컴퓨터 앞에만 앉아있을 때와는 전혀 다른.”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을 이었다. “프로그램은 한번 개발해 놓으면 항상 같은 방식으로 돌아가지만, 현실은 달라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늘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고, 그것들을 하나씩 해결해서 겉으로 보기에 매끄럽게 돌아가도록 만드는 과정… 거기서 특별한 희열을 느꼈죠. 그때의 경험이 지금 키햐를 키우는 데 큰 밑거름이 됐어요.”
정 부대표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는 직장 생활이나 창업 모두 O2O 서비스 분야였어요. 서비스 기획과 운영을 맡아왔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키햐를 키워가고 있죠.” 그녀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묻어났다. “O2O 서비스에서 가장 중요한 건 현장과 온라인의 조화예요. 현실에서의 고객 경험과 온라인을 잘 결합해 최상의 경험을 제공하는 거죠. 그래서 O2O 서비스의 난이도가 높은 편인데, 다행히 이전 경험 덕분에 차별화된 방향을 찾아갈 수 있었어요.”
임 COO는 실무자다운 명확한 어조로 말했다. “제가 스타트업에 뛰어들기 전에 있던 회사는 프로세스가 정해진 회사였어요. 뭔가를 하려면 결재 문서를 올리고, 수많은 단계를 거쳐야 했죠.” 그녀는 미소지으며 계속했다. “반면 스타트업은 그런 체계를 처음부터 갖추고 시작하는 경우가 드물어요. 결국 제가 만들어야 했는데, 상장사에서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됐죠. 다만 스타트업답게 불필요한 절차는 최소화하면서, 효율적인 운영 체계를 구축하는 데 집중했어요.”
-공동창업을 결정하실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신 요소는 무엇이었나요?
박 대표는 솔직한 어조로 답했다. “사실 그렇게 깊이 고민하지는 않았어요. 정말 농담처럼 이야기하다가 의기투합이 된 거죠.” 그는 임 COO를 바라보며 웃었다. “임 이사가 말한 것처럼, 이 두 사람과 함께라면 못할 게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박 대표님 이력을 보면 혼자보다는 팀으로 일하는 것을 선호하시는 것 같은데요, 의도하신 건가요?
“저는 그렇게 만능인이 아니에요.” 박 대표가 멋적게 웃으며 답했다. “모든 걸 잘할 수 있을 만큼의 능력이 있지도 않고, 항상 부족한 점이 많은 사람이라…” 그는 잠시 말을 고르더니 이어갔다. “그런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했을 때 더 좋은 결과가 나왔던 것 같아요.”
-창업이라는 도전 앞에서 두려움이나 불안감은 없으셨나요? 서로에 대한 믿음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요?
임 COO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두려움보다는 설렘이 컸어요. 너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앞섰죠. 제3자 입장에서 보면 두려워할 만한 상황이었을 텐데, 함께하는 사람들이 좋다 보니 그런 생각은 들지 않았어요.”
정 부대표도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두려움보다는 설렘이 컸어요. 물론 직장인 생활보다는 힘들다는 걸 알았지만, 우리가 만든 회사가 성장해서 세상을 바꾸는 모습을 상상하면 가슴이 뛰었죠.” 그녀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힘들더라도 어차피 거쳐야 할 과정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회사를 처음부터 키워가는 재미도 있잖아요. 좋은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고, 시너지가 생기고, 성취감을 느끼는 경험… 그건 정말 특별한 거죠.”
박 대표가 이어받았다. “아이템과 시장을 정하고 나니까 우리가 충분히 해낼 수 있겠다는 그림이 그려졌어요. 서비스는 어떻게 개발하고, 어떻게 영업하고, 파트너사는 어떻게 늘려갈지.” 그의 눈빛이 반짝였다. “물론 실제로 해나가면서 여러 난관에 부딪혔지만, 우리 셋이라면 다 극복할 수 있겠다는 청사진이 있었죠. 그래서 두려움보다는 하루빨리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앞섰던 것 같아요.”
-공동창업자들 간의 역할 분담은 어떻게 이루어졌나요? 특별히 고려하신 점이 있다면요?
박 대표는 명확하게 답했다. “우리는 각자 잘하는 영역이 확실히 구분돼요. 임 이사는 회사 운영과 펀드레이징을 비롯한 경영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고 있고, 정 부대표는 서비스 기획과 개발에서 독보적이죠. 저는 오프라인 영업과 매장 확장, 그리고 개발 쪽을 맡고 있어요.”
-하지만 스타트업에서는 역할이 명확하게 구분되기 어렵지 않나요? 눈앞의 일은 먼저 본 사람이 처리해야 하고, 새로운 역할도 생기고요.
박 대표는 고개를 끄덕이며 회상하듯 말했다. “창업 초기에는 역할 구분이 무의미했어요. 서비스를 만들기 시작한 뒤로는, 아침이면 셋이 모여 영업할 곳을 정하고 상품 정보를 작성하다가, 점심 먹고 각자 영업을 나가고, 저녁에 다시 모여 기획하고 디자인하고 개발하고… 이런 일상이 몇 달간 계속됐죠. 초기에는 무조건 만드는 것에 집중했어요. 지금은 각자 전문 분야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지만요.”
임 COO가 부연했다. “어느 정도 성장한 뒤부터는 각자의 전문성을 살린 업무에 집중하고 있어요. 물론 새로운 업무는 계속 생기지만, 가장 관련성 높은 사람이 자연스럽게 맡게 되죠. 이슈가 생기면 미루지 않고 먼저 발견한 사람이 해결합니다.”
-스타트업에게 워라밸을 이야기하는 건 사치일까요?
박 대표가 쓴웃음을 지었다. “다른 분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개인적인 삶이 거의 없어요. 평일 새벽 3시가 가장 이른 도매사 발주 시간이에요. 회사 출근 시간은 10시지만, 단톡방은 새벽 3시부터 움직이죠. 이슈가 있으면 즉각 대응해야 해요. 그러지 못하면 새벽 배송 시간을 놓치게 되니까요.”
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계속했다. “몸은 집에 있어도 새벽부터 계속 일의 연장선에 있는 거죠. 스타트업하면서 워라밸을 꿈꾸기는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일하는 것 자체가 너무 재미있는 분들이 창업을 해야 무리가 없을 거예요. 일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너무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그런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정 부대표가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창업 초기에는 개인 시간과 회사 시간의 경계가 모호해져요. 특히 우리는 주류 업계다 보니 더욱 그래요.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미팅도 잦고, 주말에도 행사나 박람회에 참석해야 할 때가 많죠.”
-최근 시리즈 A 라운드 투자 유치(주류 스마트 오더 스타트업 ‘키햐’, 15억 원 규모 시리즈A 투자 유치)를 받았어요. 시장에 많은 주류 플랫폼이 있는 가운데 투자자들이 키햐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박 대표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답했다. “공동창업자들의 팀워크와 회사의 문화, 조직의 강점을 높이 평가해주셨다고 봅니다. 실제로 투자자분들도 그 점을 많이 언급하셨고요.”
임 COO가 덧붙였다. “우리가 카모아 시절부터 함께 해온 게 8년 정도 되는데, 그 점을 긍정적으로 봐주신 것 같아요.”
박 대표가 다시 말을 이었다. “주류 시장 자체가 큰 성장기를 맞이했어요. 예전에는 술이라고 하면 소주, 맥주 정도였지만, 이제는 각자의 취향에 맞는 술을 찾는 시대가 됐죠.” 그의 눈빛이 반짝였다. “과거에는 ‘술 마시러 가자’고 하면 뭘 마실지 고민할 일이 많지 않았어요. 소주 아니면 맥주였으니까요. 하지만 요즘은 와인을 마시더라도 어떤 종류로 할지 세세하게 정하죠. 사람들의 술에 대한 취향이 다양해질수록 키햐 같은 플랫폼의 기회는 더욱 늘어날 거예요.”
임 COO는 본인의 관찰을 공유했다. “요즘 소셜링 앱에서 위스키, 와인 모임이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어요. 소셜링 플랫폼의 상위권을 보면 위스키 모임이나 와인 모임이 항상 1, 2위를 다투고 있어요. 특히 20대 초반의 젊은층에서도 와인과 위스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게 눈에 띄죠.”
박 대표가 이어받았다. “실제로 술에 대한 지식수준이 많이 높아졌어요. 저만 해도 ‘신의 물방울’이라는 만화를 보고 나서야 와인을 제대로 이해하기 시작했는데, 요즘 20대 초반만 돼도 놀라울 정도로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있더라고요.”
임 COO가 흥미로운 관찰을 덧붙였다. “주류 박람회에 정기적으로 가보면 여성 방문객 비율이 크게 늘어난 게 체감돼요. 업계 관계자들 말로는 예전에는 남성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는데, 코로나 이후로 여성들의 참여가 급증했다고 하더라고요.”
-저도주, 혼술/홈술 트렌드가 키햐의 비즈니스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요?
박 대표의 얼굴에 자부심이 어렸다. “국내 주류 플랫폼 중에서 키햐는 여성 고객 비율이 가장 높아요. 현재 트렌드를 보면 고도수 술보다는 저도수 술에 대한 수요가 크죠. 유자사케나 리큐어 같은 제품들의 인기가 특히 높은데, 이런 흐름이 우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봅니다.”
정 부대표가 보충 설명했다. “이런 트렌드가 시작되면서 저도수를 선호하는 고객층을 잘 확보했어요. 초기 성장의 원동력이 여성 고객이었죠. 그래서 그분들이 원하는 다양한 주류를 판매하고 있고, 더 많은 제품을 준비 중이에요. 자체적으로 레몬 타르트, 자두, 복숭아 맛 술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향후 3-5년간 주류 시장에서 예상되는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일까요?
박 대표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신중하게 말을 이었다. “주류 유통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어요. 지금까지는 제품을 직접 들여와서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하기까지의 전체 밸류체인을 가진 회사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어요. 하지만 스마트오더 시장이 열리면서, 앞으로는 수입부터 최종 소비자까지 모든 유통 과정을 아우르는 회사들이 계속 등장할 거예요. 유통의 대전환기가 시작된 거죠.”
“그런 시장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 준비 중인 새로운 서비스가 있다면요?”
박 대표의 목소리에 즐거움이 묻어났다. “우선 직접 제품을 수입해서 유통하는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독특한 술을 들여와도 소비자에게 알리고 판매할 수 있는 채널이 부족했죠. 우리는 기존 미디어 커머스처럼 술을 홍보하고 유통하는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려고 해요.” 그는 잠시 말을 고르더니 이어갔다. “수요가 생기면 즉시 대응해서 전국 어디서든 픽업할 수 있게 할 계획이에요. 이 모델이 성공적으로 증명되면, 기존 수입사나 유통회사들도 우리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거라고 기대합니다.”
-시장의 흐름을 항상 관찰하실 텐데, 소비자들의 변화하는 니즈는 어떻게 서비스에 반영하고 계신가요?
임 COO는 진지한 표정으로 설명했다. “소비자들 중에는 자신의 취향을 정확히 아는 분들이 있어요. 어떤 유형의 와인을 좋아하는지 기준이 명확한 거죠. 하지만 관건은 처음 접하는 분들이에요.” 그의 목소리에 열정이 실렸다. “이분들도 자신만의 주류 취향을 찾고 싶어 하시거든요. 그래서 이런 분들을 위한 맞춤형 큐레이션을 심도 있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시장에 경쟁사가 많은데, 키햐만의 독특한 가치 제안이 있다면요?
정 부대표가 자신감 있게 답했다. “올해 초만 해도 픽업 가능한 매장이 200여 곳이었는데, 최근에는 천 개 정도로 늘었어요. 이런 접근성 확대를 통해 유통 경로를 확보하고 있죠.”
박 대표가 이어받았다. “픽업 매장이 많다는 건 곧 고객 편의성이 높아진다는 의미예요. 내년에는 압도적인 수의 픽업 매장을 확보해서 더욱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목표입니다.”
임 COO가 보충했다. “제공 상품 수로 봐도 키햐가 가장 많아요. 다른 플랫폼에서 찾지 못한 제품을 키햐에서 발견하시는 분들도 계시죠. 픽업 매장 수와 상품 구색 면에서 우리가 조금 더 앞서 있다고 자부합니다.”
-키햐의 스마트오더 시스템이 가진 핵심 경쟁력은 무엇일까요?
임 COO는 즉각적으로 답했다. “배송이에요. 아직 베타 서비스지만, 아침에 주문하면 그날 오후에 받아볼 수 있어요. 거의 당일 배송 수준으로 운영되는 지역도 있고, 늦어도 다음날이면 받으실 수 있죠. 다른 플랫폼과 비교하면 확실히 빠른 편이에요.”
박 대표가 덧붙였다. “앱에서 정확한 수령 가능 날짜와 요일까지 보여드리는데, 고객분들이 굉장히 좋아하세요. 현재 울산과 포항 등 일부 지역에서는 오전 주문 건에 대해 당일 수령 서비스를 테스트하고 있어요. 내년에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면 우리만의 강점이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픽업파트너들과의 관계도 중요할 것 같은데요.
박 대표의 얼굴에 자부심이 어렸다. “픽업파트너들과 가장 긴밀하게 소통하는 플랫폼이 우리라고 자부해요. 세금 상담부터 네이버 지도 스마트플레이스 세팅까지, 세세한 부분까지 도와드리고 있죠.”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계속했다. “소상공인분들이 아직도 디지털화에 어려움을 겪으시는 경우가 많아요. 내년에는 그 부분을 돕는 프로그램을 만들 예정이에요. 키햐 플랫폼 내에서 더 많이 노출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고요.”
박 대표는 현재 제휴 현황도 공개했다. “현재 우리와 손잡은 도매사가 17곳이에요. 공격적으로 영업했다면 50개, 많게는 100개도 계약할 수 있었겠죠. 하지만 우리만의 제휴 기준이 있어요.” 그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최소 보유 제품 수, 배송 가능 루트, 회사 규모를 꼼꼼히 살펴봅니다. 실제로 계약 전에는 창고와 물류센터까지 직접 방문해서 확인하고 있어요. 전국에 400~500개의 도매사가 있다고 하지만, 검증된 규모 있는 도매사를 찾는 것이 결국 소상공인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믿습니다.”
-투자 경색기라는 요즘 투자를 받으셨는데, 초기 스타트업이 투자 유치를 준비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임 COO는 실무자다운 시선으로 조언을 시작했다. “서비스 없이 투자 유치를 받기는 정말 어려워요. 투자자들에게 우리가 어떤 서비스를 할 건지 보여주는 게 무척 중요하죠.” 그녀는 잠시 생각하더니 단호하게 말을 이었다. “계획만으로는 부족해요. 실제로 서비스가 돌아가는 상태에서 만나야 해요. 팀의 결속력도 중요한 평가 요소고요. 우리도 투자자들에게 공동창업자들의 오랜 인연을 높이 평가받았어요.”
정 부대표가 고개를 끄덕이며 이어받았다. “아무리 초기라도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서비스가 고객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하다는 걸 작게나마 증명해야 해요. 그래야 투자자들도 이 서비스가 성장했을 때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죠.”
박 대표는 더 근본적인 조언을 했다. “사업을 시작하기로 했다면, 해결하려는 문제가 진정한 사업성이 있는지 끊임없이 고민해봐야 해요. 물론 서비스는 잘 만들어야 하죠. 하지만 아무리 잘 만들어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없다면, 그건 소중한 자원을 잘못된 곳에 쓴 거예요. 본인의 에너지와 리소스를 효율적으로 쓸 수 있어야 투자도 원활하게 이뤄진다고 봅니다.”
-이번 투자금은 주로 어떤 영역에 투자될 예정인가요?
임 COO가 차분하게 답했다. “자체 PB 상품 개발과 시스템 개발에 상당한 리소스가 투입될 예정이에요.”
박 대표의 눈이 반짝였다. “해외 직구를 시작하고 나니 오히려 역수출의 기회가 보이더라고요. 아직 한국 주류를 역직구로 제공하는 기업이 없거든요.”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이어갔다. “K-pop, K-drama의 인기로 한국의 막걸리나 소주에 대한 수요가 높은데도, 라쿠텐이나 큐텐 같은 플랫폼에서 취급하는 제품이 많지 않아요. 정식 수입은 규모나 유통기한 같은 민감한 이슈 때문에 쉽지 않죠. 그래서 우리가 역직구로 한국에서 직접 보내주는 방식을 시도해보려고 해요.”
-우선적으로 고려하시는 시장은 어디인가요?
“중국과 일본을 첫 타겟으로 삼았어요.” 박 대표가 자신감 있게 답했다. “충분한 시장 조사를 거친 후에 내린 결정이에요. 중국 현지 업체에서 직접 제안이 들어오기도 했고, 일본의 경우는 현재 해외 직구를 하고 있는 일본 업체들 덕분에 조사와 진출이 수월해졌죠. 이 두 나라에서 안정화되면 다른 시장으로의 확장도 자연스러워질 거예요.”
-스타트업이 성공하기 위한 핵심 요소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박 대표의 눈빛이 깊어졌다. “첫 창업 때 정말 힘들 때마다 되뇌었던 말이 있어요.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거다’라는 말이요.” 그는 현재 스타트업 생태계를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코로나 이후로 스타트업계에 겨울이 왔다고들 하죠. 많은 회사들이 힘들어하고 실제로 폐업하는 곳도 늘고 있어요. 하지만 버티는 것, 그게 성공의 가장 큰 열쇠가 아닐까 싶어요.”
정 부대표가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운이 찾아왔을 때 준비가 되어 있어야 잡을 수 있어요. 운인지도 모르고 지나칠 수 있거든요. 해외 직구나 크로스보더처럼요. 어떻게 보면 운에 가깝게 발생한 기회였지만, 우리가 준비되어 있었기에 알아보고 잡을 수 있었다고 봅니다.”
-후배 창업자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임 COO의 목소리에 진중함이 실렸다. “창업은 정말 강한 의지가 필요해요. 단순히 재미있어 보여서는 사업체나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운영하기 힘든 순간들이 너무 많거든요.”
박 대표는 경험자의 목소리로 조언했다. “창업은 정말 힘든 하루하루의 연속이에요. 화려함만 보고 시작하면 견디기 힘들죠. 어떤 희생이 따르더라도 해내겠다는 마음가짐과 결심이 없으면 버티기 어려워요.”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덧붙였다. “꼭 대표가 되지 않아도 돼요. 진정으로 창업을 하고 싶고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싶다면, 굳이 회사를 직접 만들 필요는 없어요. 좋은 공동창업자를 찾거나 아니면 극초기 스타트업에 합류해서 꿈을 이루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죠.”
임 COO가 현실적인 조언을 더했다. “스타트업 경험 없이 바로 창업에 뛰어드는 건 추천하지 않아요. 시장 조사 등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거든요. 먼저 다른 스타트업에서 경험을 쌓아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하고 싶은 사업이 있다면, 비슷한 일을 하는 회사에서 먼저 경험을 쌓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요.”
-직원을 영입할 때 판단 기준은 무엇인가요?
박 대표의 대답은 명확했다. “팀플레이가 가능한 인재예요. 아무리 일을 잘해도 자기중심적인 사람은 우리와 맞지 않아요. 우리는 개인 종목이 아닌 팀 경기를 하는 조직이니까요.”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협업에 능한 축구팀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각자 자리에서 자기 역할을 잘하면서도 함께 플레이할 수 있는 사람들을 모으려고 노력하고 있죠. 지금까지는 꽤 성공적이라고 자평합니다.”
임 COO가 구체적인 예시를 들며 설명했다. “그래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특히 중요하게 봐요. 채용 과정에서 먼저 전화 인터뷰를 하고, 그다음에 대면 인터뷰를 진행하는데요. 전화 인터뷰에서는 회사에 대한 관심도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전화 예절도 살펴봅니다. 얼마나 고민하고 지원했는지,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지도 물어보고요.” 그녀의 목소리에 경험에서 우러나온 통찰이 묻어났다. “지원서를 보자마자 전화를 드리는 편인데, 준비할 시간이 없다 보니 그분의 진짜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더라고요.”
박 대표가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인터뷰 일정을 잡는 과정에서도 그 사람의 태도가 드러나요. 약속을 잡고 이메일이나 문자를 주고받을 때 그 사람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죠.”
-박 대표님은 스타트업이라는 단어가 없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창업자로 살고 계신데요. 현재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을 짚어주신다면요?
박 대표의 표정이 감회어린 듯했다. “제가 처음 법인을 설립한 게 2006년 1월이었어요. 그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닷컴버블 꺼졌는데 왜 인터넷 기업을 창업하냐’였죠.” 그의 목소리에 회상의 감정이 묻어났다. “지원 사업이나 VC 투자 자체가 거의 없던 시절이었어요. 당시 창업했던 지인들과 만나면 ‘그때 우리는 뭘 믿고 그렇게 창업했을까, 저 힘든 척박한 땅에서…’라고 회고하곤 해요.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창업하기에 정말 좋은 환경이 됐습니다. 국가 지원 프로그램도 많아졌고, 예전에는 IR 자료 만드는 법이나 투자 유치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조차 없었는데, 지금은 많은 선배 창업자들이 조언해주고 있죠. 온라인에서도 배울 수 있고요. 덕분에 한국에 훌륭한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많이 탄생했어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말을 이었다. “정보가 풍부하고 시행착오도 줄일 수 있는 좋은 환경이 됐어요. 2~3년 전만 해도 스타트업 업계에 역대급 투자가 이뤄졌고 정말 많은 유니콘이 탄생했죠. 밸류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자금이 많이 투입되어 스타트업 생태계가 활성화되는 건 긍정적인 측면이 더 크다고 봐요. 지금은 투자가 다소 식었지만, 그저 아쉬울 뿐이에요. 이전처럼 과열되는 건 바라지 않습니다. 더 탄탄한 생태계로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임 COO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 셋의 인연도 깊지만, 현재 함께하고 있는 마케팅 총괄 이사님, 개발 이사님도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온 소중한 인연이에요. 공동창업자와 팀원이 신뢰로 연결되어 있기에 키햐가 성장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그게 우리 조직의 가장 큰 장점이죠.”
박 대표가 자부심 가득한 목소리로 마지막 말을 전했다. “키햐는 든든한 인재가 많은 회사예요. 우리 마케팅 이사님, 개발 이사님은 스타트업 경력도 길고, 다른 곳에 가면 모두 대표 역할을 하실 만한 분들이에요. 이분들이 우리와 파트너로 함께 일하고 계신다는 게 우리 조직의 가장 큰 자랑입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길, 세 명의 창업자가 나란히 서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이 마치 오래된 친구 사이 같았다. 때때로 들려오는 웃음소리에는 긴장이 풀린 안도감이 묻어났다. 아마도 방금 전까지 진지하게 임했을 인터뷰와는 다른, 그들만의 이야기가 오가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 웃음소리를 들으며 그들이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의 설렘도 이런 느낌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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