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이번엔 금리가 얼만큼 오를까?
과연 이번엔 금리가 얼만큼 오를까?
세계 금융 시장의 이목이 이번주 FOMC 회의에 쏠리고 있습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이 오는 1~2일(현지 시각) 이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이미 시장은 4연속 자이언트 스텝(0.75%p 인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인플레 압력은 세고, 실업률은 낮기 때문이죠. 연준은 아직 금리를 더 강하게 더 올릴 여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단 얘기입니다(🔗관련 기사).
다만 시장의 관심은 이번 금리 인상에만 머물고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연준의 그 다음 금리 행보에 기대를 걸고 있는데요. 최근 미국 빅테크 실적이 줄줄이 나빠졌고 소비 역시 부진해지고 있기 때문에, ‘이번만 지나면 연준의 강한 금리 인상 기조가 다소 꺾일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자라고 있는 겁니다(🔗관련 기사). 실제로 미국 주요 언론 사설들에서도 “자칫 물가 안정에만 치중하다가 스태그플레이션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습니다(🔗관련 기사).
다음주 미국 중간 선거도 연준에 정치적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바이든 정부는 지금처럼 강력한 기준금리 인상이 지지율을 깎아먹는 요인이라 보고 있습니다. 때문에 민주당 의원들은 계속해서 연준에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을 주문하며 압박을 넣고 있는데요. 이 같은 압박 속에 연준은 과연 어떤 판단을 내릴까요?
“물가·경기보다 중요한 연준의 새 변수?!”
연준한테 드디어 새로운 변수가 나타났습니다. <물가 안정> <경기 둔화>에 이은 <금융 안정>이 바로 그것입니다. 앞의 두 변수만 있을 때 연준이 택했던 건 <물가 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급격한 금리 상승으로 안전 자산인 미국 국채 가격이 크게 떨어졌고, 여기 투자한 금융 기관들의 손실이 불어나면서 자본의 건전성이 취약해졌습니다.
금융 시장을 안정시키는 건 각국 중앙은행의 아주 근본적인 목적입니다. 금융 위기는 충격과 비용 면에서 경기 침체나 물가 상승을 압도합니다. 우선순위로 표현해 본다면 3위가 경기 부양, 2위가 물가 잡기, 1위가 금융 안정인 겁니다.
따라서 연준이 아무리 이전부터 자신을 ‘인플레 파이터’라고 강하게 밝혀왔더라도 이젠 입장이 달라질 수 있는 겁니다. 때문에 향후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춘다고 해도 그건 정치적 입김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경제적 논리가 뚜렷이 있기 때문이죠. 다만, 아직 금융 위기가 가시화되거나 한 건 아니라서 연준의 태세가 급변할 가능성은 없다고 봅니다.
정진균
리암그룹 CIO/CEO·서울시립대학교 경영학과 겸임교수
“내년 대비해 숨 고를 가능성 있어”
기사에서 연준의 금리 인상을 두고 <경제 vs 정치> 구도에 주목했는데요. 연준은 독립적 기관입니다. 이 전제에 근거해 순수한 경제 논리를 바탕으로 향후 연준의 통화 정책 방향을 예상해 봤습니다.
만약 연준이 근시일 내로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한다면, 물가가 내년에 추가적으로 오를 것에 대한 대비책을 남겨두려는 의도일 겁니다. 지금처럼 강도 높게 금리를 올렸댔는데도 내년에 인플레가 안 잡히면, 금리를 20%까지 올렸던 1970년대 후반처럼 과격한 금리 인상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니까요. 때문에 이번엔 시장 예상처럼 자이언트 스텝을 밟고 다음달엔 0.5%p, 그 다음부턴 1~2번 정도 0.25%p만 올리면서 숨 고르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면 경기 침체도 예방할 수 있고, 금리를 추가로 올릴 여력도 확보할 수 있는 것이죠. 이 시나리오의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연말의 산타 랠리*가 재현될 가능성도 높아질 겁니다.
산타 랠리 : 크리스마스를 사이에 두고 연말과 연초에 증시가 강세를 보이는 현상. 연말 보너스로 소비가 늘면서 기업 이윤도 늘어나는 게 산타 랠리의 주된 이유로 꼽힘
강종구
한국은행 국장
“정치적으로도 긴축 기조 강화가 바람직”
경제 상황만 놓고 보면 긴축 기조를 강화해 나가는 게 바람직해 보입니다. 물가는 여전히 잡히지 않는 반면, 금융 시장 불안정은 아직 기미가 없거든요. 정치적으로도 긴축 기조 유지가 바람직 할 겁니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최근 미국 유권자들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는 생활비와 인플레입니다. 이런 유권자 반응까지 있는데 연준이 굳이 인플레 대응을 소홀히 할 이유가 있을까요. 물론 일부 정치인들이 금리를 내리란 요구까지 하고 있지만, 그건 일반 유권자보단 특수한 이해관계를 반영했을 듯합니다.
부활한 중남미 핑크 타이드, 그 중심 룰라는 누구?
브라질 룰라 전 대통령이 다시 대통령직에 당선됐습니다(🔗관련 기사). 득표율차 2%p 안 쪽의 접전 끝에 현직 보우소나루를 꺾고 브라질 사상 최초의 3선 대통령이 되는 건데요. (브라질에선 중임이 가능하나 3연임은 금지돼 있습니다.) 재선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 지 만 12년인 내년 1월 1일 취임합니다. 재임 시절 룰라는 부자 증세, 사회 복지 강화, 엘리트주의 타파 등을 추진하며 중남미 ‘핑크 타이드’를 이끄는 주역이었습니다. (핑크 타이드란 남미에서 진보 정부가 집권하는 정치적 흐름을 뜻하는 용어입니다.)
앞서 멕시코, 아르헨티나, 페루, 칠레, 콜롬비아에서 잇따라 진보 정부가 들어섰는데요. 룰라의 귀환으로 중남미의 두번째 핑크 타이드가 완성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그러나 예전과 달라진 국내외 경제·정치적 지형이 룰라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코로나 방역 실패와 막말로 인기가 상대적으로 낮았던 보우소나루와 의외의 접전을 벌인 데다, 의회와 지방 권력은 여전히 보우소나루의 자유당이 장악 중입니다. 계속되는 미국의 금리 인상과 보호무역주의도 중남미 경제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입니다.
“진보 아이콘? 성장 중요성도 아는 사람”
룰라는 그렇게 진보적이기만 한 사람은 아닙니다. 물론 이미지는 굉장히 진보적이죠. “부자를 돕는 건 투자이고 가난한 자를 돕는 건 비용인가?” 등 그가 남긴 유명한 어록 때문에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집권 당시엔 민간 기업을 지원하고 글로벌 자본도 적극 도입하는 방식으로 높은 성장을 이끌어냈습니다. 룰라는 경제의 중요성을 아는 사람이에요. 이번 임기에서도 복지와 불평등 해소에만 치중하지 않는, 중도 좌파 성향을 보일 것 같습니다.
한편 룰라는 친환경주의자입니다. 이번 대선에서도 그는 아마존 열대 우림 보존을 강조하면서, ‘브라질을 영원한 원자재 수출국으로 만들어버리는 무역 협정은 더는 추구하지 않을 것’이란 취지를 강조했습니다. 이는 기후 변화 대응에 희소식으로 보입니다. 국제 정치면에선 중남미 내 미국과 중국의 다툼이 치열해질 것 같아요. 중남미는 기존엔 ‘미국의 뒷마당’으로 불렸지만, 브라질은 룰라 시절 중국과 급속도로 가까워졌거든요. 두 나라 모두 5개 신흥경제국 모임인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에 속하기도 했고요.
“룰라의 마법이 다시 통할까?”
룰라의 과거 경제 성과가 화려하긴 했습니다. 이전 재임 기간인 2004~2010년 브라질 GDP는 무려 329% 성장했습니다. 6693억달러에서 2.2조 달러를 벌어들이는 나라가 됐어요. 2012년엔 영국을 넘어 세계 6위 경제 대국이 됐고요. 하지만 룰라가 떠난 후 브라질 경제는 침체를 거듭했습니다. 작년엔 GDP도 1.6조달러로 줄었어요.
그러나 룰라가 퇴장한 이후, 브라질 경제를 망가뜨린 주범으로 꼽히는 게 바로 부패 스캔들로 인한 여야 정쟁이었습니다. 룰라 본인이 이 스캔들에 관여돼 감옥에도 갔다왔죠. 대내외 환경이 과거보다 열악한데 룰라가 브라질 경제를 마법처럼 다시 바꿔놓을 수 있을지, 저도 몹시 궁금합니다.
강종구
한국은행 국장
“이제 브라질-중국 관계 유심히 살펴야”
이번 브라질 정권이 바뀐 건 보우소나루가 이끌던 우파 정부의 코로나 대응 실패와 인플레 때문입니다. 물가가 오르면 저소득층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가중됩니다. 빈부 격차가 심한 브라질은 서민층의 인플레 부담이 훨씬 컸을 텐데요. 포퓰리즘으로 서민 지지를 꾀했던 보우소나루로서는 민심을 지키는 데 타격이 컸을 겁니다.
한국으로선 브라질과 중국 간의 관계를 더 유심히 살펴야 합니다. 현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중국의 영향력을 폄하하고 트럼프와 가깝게 지냈어요. 반면 룰라는 좌파라는 공통 지향을 가진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럼 중국을 압박하는 미국의 외교 전략도 더 강해질 겁니다. 미·중 갈등이 심해지면 이는 거의 무조건 한국 경제에 마이너스가 되는데… 걱정입니다.
월세 거래 최다인데 대책은 無
2019년 8월부터 3년째 월세가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월세 수요는 지속적으로 몰리고 있는데요.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연간 월세 거래 건수가 최근 100만건을 넘었으며, 전월세 전환율도 4개월 연속 상승세입니다. 주요 전세 대출 최고 금리가 7%대까지 오르자 이자 부담 때문에 차라리 월세를 택하자는 사람들이 늘어난 탓인데요.
그럼에도 최근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대책에는 세입자 보호책이 빠져 있어 월세 임차인들 사이에서 불만이 커지고 있습니다. 현재 12~15%에 머무는 월세 세액 공제율을 더 높여주거나, 세액 공제 대상을 연봉 1억원 이하로까지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관련 기사).
“세액 공제 대상 확대가 가장 현실적 대안”
제가 지난주 목요일(10월 27일),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세입자 대책이 빠진 점을 지적했었는데요(🔗관련 내용). 임대차 3법이 통과되고 집값도 하락기에 접어들었지만 세입자들의 주거 문제는 쉽사리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전세 대출 이자 부담이 급등하면서 세입자의 월세 전환 요구가 많아졌으니까요.
하지만 월세로의 전환은 급한 불을 끄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일 뿐, 고금리 시대 주거비 부담을 근본적으로 해결해주진 못합니다. 기사에 나온 것처럼, 월세 세액 공제 대상과 공제율을 확대하는 게 가장 현실적이고 즉각적인 대책이겠습니다. 다음 대책회의에선 이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면 좋겠습니다.
“세액 공제 확대는 근본적 해법 아닙니다”
저는 좀 생각이 다른데요. 월세 부담이 급격히 늘어난 이유는 이자 부담 때문입니다. 전세 대출 이자율이 2%대로 낮았던 때에 전세 대출로 전세에 살던 세입자들은 이제 5%가 넘는 금리를 부담해야 합니다. 그게 어려워 월세를 찾습니다.
금리 변동성이 높은 상황에서 세액 공제 수혜 대상을 보편적으로 늘리는 건 주거비 부담 완화 효과는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임대차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는 한 문제는 어디서든 계속 터져 나올 겁니다. 금리가 더 오르면 세액 공제율을 계속 더 올릴 건가요? 이젠 임대차 제도의 장기적 대책을 고민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부동산 경기 위축, 상업용 부동산 희비는 엇갈린다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면서 상업용 부동산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습니다(🔗관련 기사). 바로 상가와 오피스의 처지가 나뉘고 있는 건데요. 경기가 악화하니 주요 상권의 상가 매물이 쏟아져 나오고 임대료도 줄고 있는데, 오피스는 IT 기업을 중심으로 수요가 몰려 임대료가 오르고 공실률이 하락하고 있는 겁니다. 실제로 부동산 시장이 급속히 얼어 붙었던 3분기에도 전국 오피스 공실률은 전 분기 대비 0.4%p 낮아졌고, 임대료는 0.2%p 올랐습니다. 반면 지방의 노후화된 상권을 중심으로 상가는 급속히 공실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포항을 예로 들자면, 현재 4곳 중 1곳의 상가가 비어있는 실정입니다.
“노인층 노리는 상가 분양사들의 얄팍한 상술”
오피스와 상가의 트렌드 변화가 이 같은 희비를 낳고 있네요. 요즘 오피스는 대기업을 제외하곤 공유형으로의 전환이 대거 진행되고 있습니다. 사옥도 재임대하는 방식으로 경기 변동에 비교적 덜 민감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가는 변화가 거의 없습니다. 여전히 개인 분양형이 많고, 경기가 침체되면 바로 공실로 이어져 경기 변동에 민감하고 취약합니다. 3년간 코로나가 키운 온라인 소비 문화도 오프라인 매장 축소에 한 몫 하고 있고요.
헌데 한 가지 지적하고 넘어갈 게 있습니다. 바로 얼마 전까지의 부동산 경기 호황에 힘 입어, 아파트 개발과 함께 단지형 상가 공급이 급증했던 점인데요. 상가야말로 냄비 근성을 나타내는 대표적 부동산 상품입니다만, 아무리 그래도 이걸 끊임 없이 사주는 소비자가 있네요. 주 수요층은 은퇴후 안정적 임대 소득을 원하는 노인층들인데요. 이런 계층을 노리는 상가 분양사들의 얄팍한 상술이 여전히 먹힌다는 점도 안타깝습니다.
포항까지 갈 것도 없이 경기권 주요 도시들만 보더라도 상가 공실률이 늘고 공실이 장기화되는 현상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대책 없이 상가개발을 허가한다면 상가 공실은 두고두고 사회 문제로 남을 겁니다.
“소비 문화가 바뀐 결과”
출근지의 중요성이 과거보다 높아졌기 때문에 오피스 임대료는 여전히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재택근무가 활성화됐다고는 해도, 한국은 미국보다 재택근무 영향이 제한적이기도 하고요.
반면, 이커머스의 지속적인 성장과 배달 문화의 보편화로 점점 상가 1층의 수요는 줄고 있습니다. 모바일 뱅킹이 보편화되는 등 은행도 점포 운영 전략을 바꾸면서 어느 순간 은행 점포들마저 2층으로 올라가기도 했죠.
물론 소매 유통 시장의 전반적 침체가 모든 상권의 침체를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창업이나 투자에 있어서는 보다 엄격한 기준이 필요해진 건 사실입니다.
원문 : 과연 이번엔 금리가 얼만큼 오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