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인의 Daily up] 5.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
며칠 전 아주 친한 지인의 아들을 면접 본 일이 있었다.
상당히 짧은 시간에 거래처도 많이 늘렸고, 기획이나 디자인등 해야 할 일이 갑자기 늘어난 상황에서 어느 분야던지 한 사람 정도 인원을 늘려야 탄력을 받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 얼마 전 지인과 송년회 하던 과정에서 그 분의 아들 걱정하던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이왕이면 그 친구를 뽑아서 이것저것 가르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력서나 자기소개를 굳이 받지 않아도 되는 사이였지만, 일부러 가지고 오라고 했다. 만나기 전부터 상황에 따라 우리 사무실에서 같이 일을 하거나 더 적합한 곳이 있다면 연결해줄 수도 있는데, 최소한의 서류라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정해진 시간, 커피 한 잔을 놓고 마주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면접 보러 온 친구의 부모님과는 20년 이상 전부터 교류가 있었고, 그 친구에 대해 미리 이야기를 들었기에 편안하게 혹은 심층적인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유통 혹은 벤더 업무를 하는데 있어 대학 전공이 중요하지 않을 수 있고, 실제 다른 일을 하다가 유통 업무를 하는 분이 적지 않기에 과거(?)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그 친구는 몇 년 유학생활을 했던 경험을 살리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은데, 그러지 않고, 최근에 따로 몇개월씩 다녔던 특정 분야에 더 관심이 많은 것 같았고, 그 분야 면접을 몇번 봤다고 한다. 물론 자신이 원했던 분야나 회사의 면접에서 떨어졌기에 내 앞에 앉아 있겠고, 그 친구나 그 친구의 부모님이 원하는 것은 <취직>이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내가 그 친구를 뽑아서 이것저것 가르친다는 것은 뭔가 맞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세상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하고 싶은 일>이 있다.
흔히 3D 업종이나 블루 컬러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일 수도 있겠지만, 누가 뭐래도 <하고 싶은 일>을 하지 않고, 몇년 동안 하던 일을 때려치고, <이 산이 아닌가벼?> 하게 되면, 여러 사람들에게 손해가 더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편해 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 친구에게 상당히 깊이 있는 질문을 많이 하게 되었다. 오늘 면접 보라고 해서 왔겠지만, 이 일이 과연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인가? 실제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며,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이십대 초반, 군대가려고 휴학하고 있던 시절, 아버지가 자동차 정비공장에 다니라고 했다. 운전면허를 일주일만에 따서 내가 그쪽 분야에 적성이 있다고 생각한 것인지, 장기적으로 자동차가 늘어나니 자동차 정비 기술을 배워두면 좋겠다고 생각하신 것인데, 자동차 정비학원도 아닌, (모든 이론교육도 받지 않고) 자동차 정비공장에서 일을 배운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쪽 세계에서 쓰는 용어 자체도 전혀 몰랐고, 분위기 자체가 전혀 맞지 않았다. 하기 싫은 일을 하는 것만큼 싫은 것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매일 출근한다고 집에서 나왔지만, 실제 그 공장에 다니지 않았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지는 않지만,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면서 만족하고 행복해질 수는 없다.
말 나온 김에 하나 물어보겠다.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는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