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도’, 지구가 견딜 수 있는 평균 기온 상승의 한계 범위를 과학자들이 계산한 것입니다. 여기서 0.5도만 더 오르게 되면 이상 기후 발생의 확률과 생태계 멸종의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고 합니다. 홍수, 가뭄, 허리케인 등의 재해가 빈번한 지금보다 상황이 더 심각해진 지구의 모습은 상상조차 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업종을 불문하고 ESG(environmental, social and corporate governance)와 탄소 저감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었으며, 없어서는 안 될 하나의 경쟁력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퍼즐이 하나 남아있는데, 바로 시멘트 건설 산업입니다.
유럽 연합 환경 계획(UNEP)의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40%가 건설업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공업이나 운송업보다 더 높은 수치입니다. 그리고 그 중 9%는 건설 원자재인 시멘트에서 발생합니다. 시멘트 제조 공정 중에 원료를 얻기 위해 진행되는 화학 반응이나 완제품의 고온 연소 단계 등에서 대량의 이산화탄소가 필수적으로 생성되기 때문입니다.
시멘트 산업계는 ‘탄소 배출의 주범’이자 ‘더러운’ 산업이라는 오명을 씻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해법을 찾고 있습니다. 현재 주목받고 있는 해답은 시멘트 제조 공정에서 발생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재사용하거나 저장해 놓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산화탄소 포집에도 대량의 에너지가 소비되기 때문에, 그저 ‘데미지 줄이기’ 정도로 평가될 뿐입니다.
체루빅 벤처스가 투자한 ‘Partanna’는 이 산업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는 스타트업입니다.
바하마 출신 전 NBA 스타인 Rick Fox와 건축가 Sam Marshall에 의하여 공동 설립된 Partanna는 해수 담수화의 부산물인 소금물과 철강 폐기물이 결합하면 완전히 새로운 건축 자재로 탈바꿈한다는 사실을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이 특수 자재는 허리케인과 해수 침식을 더 잘 견딜 수 있는 자재입니다.
소금물은 염분 함량이 극도로 높기 때문에 생물의 생존이 어렵고, 해양 생태계에 심각한 피해를 주기 때문에 ‘죽음의 물’이라고도 불리웁니다. 과거 담수화에만 의존해 식수를 마련하던 섬나라 사람들에게 ‘소금물 처리’는 골칫거리 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지금 Partanna의 기술을 통하여, 소금물은 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건축물 자재가 되어 새로운 용도를 획득하게 됐습니다.
Partanna는 고온 연소가 필요 없는 건축 자재를 개발했으며, 이 건축 자재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탄소 크레딧까지 생산할 수 있습니다. 탄소 저감을 넘어서 ‘탄소 네거티브’까지도 달성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Partanna의 건축 자재로 지은 35평짜리 주택은 일반 콘크리트로 지은 주택에 비해 22.5t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습니다. 그에 반해 같은 면적의 일반 시멘트 주택은 70.2t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합니다.
Partanna의 건축 자재는 글로벌 탄소 크레딧 인증기관인 Verra의 인증을 받아, 이미 거래가 가능한 탄소 크레딧을 만들어냈습니다. 이 탄소 크레딧을 통해 창출된 수익은 다양한 사회 공헌 프로젝트에 사용될 뿐만 아니라, 저소득층 가정의 주택 문제 해결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 전망됩니다.
최근 이집트에서 개최된 COP27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바하마의 Philip Davis 총리는 Partanna와 협력하여 세계 최초의 탄소 네거티브 주택 개발계획을 세웠고, Partanna의 건축 자재를 이용해 1,000채의 주택을 짓겠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Partanna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와 손을 잡고 ‘홍해’ 관광 개발계획에 동참합니다. 섬의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으면서 리조트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과거 산림과 해조류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어 ‘블루 카본’ 혹은 ‘그린 카본’으로 불렸습니다. 현재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한 건축 자재를 통한 ‘회색 카본’이 많아지는 추세입니다. 이 새로운 기술의 탄생으로 ‘건설’과 ‘친환경적 지속 가능성’은 더 이상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지구가 마침내 깊은숨을 내쉬며 뜨거웠던 체온을 식힐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매트 첸(Matt Cheng) 체루빅 벤처스 매니징 파트너, 아워송 코파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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