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Platum’s Story] 플래텀이 스타트업을 인터뷰 하는 이유

글을 통해 내 이야기를 직접 할 수 있다는 건 참 두근거리는 일인 것 같아요. 사욕(?)도 좀 채울 수 있고 말입니다. 오해는 마세요. 하고 싶은 이야기를 글에 담아 내는 게 제 사욕이니까요. 

플래텀 인터뷰의 평균 길이는 쉽게 말해 마우스 스크롤 ‘열두 번’입니다. 저희끼리는 ‘스압주의(스크롤 압박 주의)’라고도 하지요. 지면에 제약이 없다보니 스타트업의 이야기를 최대한 많이 담고 싶고, 그러다보니 플래텀 인터뷰의 길이는 꽤 깁니다. 그에 대한 나름의 자부심도 있고요. 

5월이면 플래텀에 합류한 지 6개월 차가 됩니다. 주로 인터뷰를 담당했고 지금까지 서른 개가 넘는 스타트업의 이야기를 많은 분들께 전할 수 있었어요. 그 과정에서 인터뷰에 대한 제 나름의 기준도 만들 수 있었고요. 제가 기준 세우는 것 참 좋아하거든요. 

오늘은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플래텀에게 스타트업 인터뷰는 어떤 의미이고, 인터뷰어인 저에게 그 시간과 글은 어떤 의미이며, 스타트업에게 플래텀의 인터뷰가 어떤 의미이길 바라는 지 말입니다. 또 어줍잖은 고백이 될지 몰라요. 그래도 이야기해야 하겠습니다.

자, 일단 한 번 웃고 시작하지요. 제 어릴 적 사진을 몇 장 공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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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때 마다 킥킥대며 중얼거리게 돼요. ‘저 팔찌는 웬 말이며 선글라스는 또 무엇인가’, ‘아, 진짜 꼭 저럴 때 찍어야 했나’,  ‘쌍커플이 생겨서 참 다행이다’, ‘아… 내가 이렇게 컸구나’ 하면서요. 한 친구는  ‘니 어릴 때 이대호 닮았네’라는 말도 하더군요. 재미있는 건, 그렇게 투덜대면서도 계속 보게 되고 항상 웃게 된다는 거예요. 그 시절,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보며 추억에 잠기기도 하고, 지금의 내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돌이켜보게 되기 때문이겠지요. 사진은 찰나의 기록이라고도 하니까요.

플래텀이 스타트업 인터뷰를 진행하는 건 스타트업의 찰나의 모습을 기록해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창업은 결과가 아닌 과정‘이라는 게 플래텀의 신념이거든요. 이제 막 세상에 걸음마를 뗀 아기들은 내 눈 앞에 있는 것 보기 바쁘고, 어떻게 서야할지 어디로 걸어가야 할지 생각하기 바쁘잖아요. 용기 내어 일어나 한 발씩 내딛다가 넘어지기도 하고, 그러면서 성장해 나가는 멋진 순간들을 옆에서 한 장 한 장 찍어주고 싶은 마음이에요. 스스로가 담아내기엔 당신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으니까요.

이를 바탕으로 인터뷰를 진행할 때 저희만의 몇 가지 기준이 있습니다. <최대한 현장감을 살려 음성 지원이 되는 것처럼 하자, 스타트업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드러내주자, 특별한 이슈가 없다면 최대한 스타트업의 스토리가 전제 되게끔 하자> 라는 게 그것인데요. ‘현장감’과 ‘있는 모습 그대로’라는 건 ‘기록’의 관점이기 때문이고, ‘사람의 스토리’라는 건 스타트업을 하는 것도 결국 ‘그 사람의 삶에 대한 가치 판단’으로 선택한 거잖아요? 그 관점 때문이에요. 그래서 ‘사람에 대한 아이덴티티’와 ‘팀에 대한 아이덴티티’, ‘브랜드에 대한 아이덴티티’, ‘제품 및 서비스 등 비즈니스’로 큰 흐름을 잡고 진행합니다. 

누군가는 ‘스타트업 대표가 인터뷰를 하는 건, 결국 자기 회사 홍보인데 그냥 서비스 이야기나 하면 되지’ 라고 말할 수 있어요. 틀렸다고 말할 수도 없고요. 그런데 그렇게 되면 눈에 보이는 성과에만 초점을 맞추게 되는 것 같아요. 그 성과만으로 그 서비스와 사람을 평가하게 되고요. 알랭 드 보통이  TED 강연에서 언급한 ‘속물근성’이 발현될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지요. 그가 말하는 속물근성이란, 누군가의 작은 일부분을 보고 당신의 사람됨 전체를 정의해 버리는 거예요. 예를 들어, 첫 만남에서 ‘무슨 일 하세요?’라는 질문에 당신이 답하는 내용에 따라 상대의 행동이 달라지는 그런 상황이요. 상대는 당신을 만난 것에 대해 무척 기뻐할 수도 있고, 말을 돌리며 사라질 수도 있어요. 이게 속물적 태도라는 겁니다. 주변에서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는 이 속물적 태도 때문에 우리는 힘든 거고요.

스스로 이것에 대한 경계심이 있습니다. 무엇이든 하다보면 잘 될 수도 있고 흔들릴 수도 있는 건데, 서비스에만 초점을 맞추면 성과 위주로 반짝하고 사라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거든요. 반대로 그 사람이 가진 아이덴티티가 전제된 것에서 서비스에 대한 이야기가 얹어지면, 혹여 실패가 있었다고 해도 시행착오라 받아들이기 쉬울 것 같아요.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용기를 줄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저는 세상이 당신에 대해 전적으로 따뜻한 시선을 보내주길 바라거든요. 왜냐고요? 플래텀은 스타트업을 위해 존재하니까요. 

Platum’s Story

그렇다고 인터뷰를 진행하고 글을 내보내기까지의 과정이 무척 아름답기만 한 건 아니에요. 생각보다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작업입니다. 속칭 ‘노가다’라고 하지요. 인터뷰 할 때는 신이 나서 이야기 하다가 녹취본 ‘받아쓰기’를 시작하면 일단 단 것을 찾기 시작합니다. 한숨을 쉬기도 하고요. 두통이 오기도 하지요. 오죽하면 대표와 편집장께서 저에게 초콜릿을 큰 봉지 통째로 선물하시겠어요.

처음에 인터뷰 정리를 했을 땐 녹취본 10분에 한 시간 씩 걸렸으니, 두 시간짜리 인터뷰라면 받아쓰기만 해도 얼마나 걸렸을까요? 또 받아쓰기로 끝이 아니에요. 그때부터는 스토리 기획이 시작됩니다. 새로 가공을 하진 않지만 독자 분들이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흐름을 잡고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하거든요. 다행히 산발적으로 흩어져있는 이야기들의 큰 흐름을 잡아내고 완성해내는 과정에서 희열을 느끼는 저이기에 이건 재밌어요. 제가 좀 어려움을 느낀다 해도 손요한 편집장이 다듬어 주시고요. 숭배하라!   

그렇게 제 자식(?) 같은 [Startup’s Story]가 태어납니다. 제가 뿌듯할 때는 당연히 제 자식(?)이 칭찬받을 때지요. 그 칭찬이 독자들의 피드백일 수도 트래픽일 수도 있는데요. 저에게 가장 의미 있는 칭찬은 당신이 해주는 말입니다. ‘인터뷰를 하고 나니 스트레스가 풀린 것 같다, 지금껏 인터뷰 중 우리 색깔이 가장 잘 드러난 거 같다, 가공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써줘서 고맙다’ 등의 말을 들으면, 정말 저는 날아갈 것만 같아요. 더불어 플래텀 인터뷰가 나간 뒤로 다른 매체에서 인터뷰 요청이 쇄도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도요. 플래텀의 신념 아래 인터뷰어로서 세운 기준이 당신과 통했고, 그게 서로에게 의미 있는 일이 된 거니까요. 그게 제가 느끼는 가장 큰 가치입니다.

플래텀이 스타트업을 인터뷰하는 것, 그리고 제가 당신을 인터뷰 하는 건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아무리 시간이 오래 걸리고, 에너지가 많이 들고, 스크롤 압박이 있는 일이라고 해도 그 이상의 가치가 있으니까요. 플래텀에게는 당신이 성장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볼 수 있는 일이고, 저에게는 스타트업의 스토리를 직접 듣고 표현해줄 수 있는 일이고, 당신에게는 당신의 스토리와 색깔이 있는 그대로 드러날 수 있는 일인 거잖아요. 그리고 아주 나중에, 성장한 당신이 플래텀 인터뷰를 돌아 보면 ‘그땐 그랬지, 우리 잘 컸구나’ 하며 웃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어릴 적 사진을 찾아 보며 우리가 느꼈던 그 감정 그대로 말이죠. 

황경신 한뼘노트 <생각이 나서>

황경신 작가의 <생각이 나서>라는 책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흔들림도 사진의 일부’라는 말이요. 이는 곧 흔들리고 있는 나도 나의 일부라는 말이고요. 죽음도 삶의 일부, 삶도 죽음의 일부니 삶을 나눠가진 우리도 서로의 일부라는 메시지로 귀결됩니다. 

흔들리고 있는 당신의 모습마저도 저의 일부고, 플래텀의 일부예요. 플래텀 역시 당신의 일부이고 싶고요.

제 일부인, 그리고 플래텀의 일부인 당신의 목소리에 언제나 귀 기울이고 있겠습니다. 스타트업을 위한 이야기가 가득한 곳, 플래텀이니까요. 예전에도 말했죠? 같이 걸어가요, 우리. 

플래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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