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길을 시작했을 때는 아무것도 몰랐다. 무모하다고 할 만큼 순수했고, 위험하다고 할 만큼 대담했다. 지금 돌아보면 그때의 무지는 우리에게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너무 많이 알면 시작조차 하지 못했을 일들을, 우리는 모르기에 시도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시도는 12년이라는 시간 동안 우리를 여기까지 이끌어왔다.
2012년 11월의 늦가을, 자본금을 납입하고 서울 대로변 카페에 앉아있던 날을 선명히 기억한다. 그때의 우리는 마치 항해도 없이 바다로 나선 배와 같았다. 목적지는 알지만 그곳으로 가는 길은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 미숙함이 오히려 새로운 항로를 발견하게 해주었다.
초기에는 고정된 사무실도, 체계도 없었다. 남의 사무실 한구석을 빌리거나 카페를 전전하며 일했다. 아침마다 “오늘은 어디서 일할까?”를 고민해야 했고, 미팅이 있는 날이면 더 일찍 나와 자리를 잡아야 했다. 불편했지만, 이런 불안정함이 오히려 우리를 적응력 있게 만들었다.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일하는 방법을 배웠고, 최소한의 자원으로 최대한의 효율을 내는 법을 터득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경험이 우리의 DNA가 되었다.
전문성의 부재는 오히려 장점이 되었다. 우리는 스스로를 전문가라 생각하지 않았기에, 창업자들을 만날 때마다 솔직하게 배우는 자세로 임할 수 있었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했고, 틀린 것은 틀렸다고 인정했다. 거창한 분석이나 평가 대신,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를 들으려 노력했다. 이런 태도가 오히려 창업자들의 마음을 열게 했다. 그들은 우리의 부족함을 이해해주었고,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시간이 흘러 12년이 지났다. 스타트업 생태계는 끊임없이 변화했고, 성장했다. 초기의 생존 중심 고민은 이제 성장과 책임의 문제로 진화했다. 시작이 전부였던 시절에서, 이제는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과 사회적 영향력을 고민하는 단계로 발전했다. 하지만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창업가들의 혁신 의지와, 그들의 이야기를 정확하게 전달하려는 우리의 원칙이다.
우리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생태계의 포용성 덕분이었다. 독자들은 우리의 서툰 글을 끝까지 읽어주었고, 때로는 날카로운 피드백으로 우리를 성장시켰다. 창업가들은 인내심을 가지고 우리와 소통했으며, 실수해도 다시 기회를 주었다. 투자자들은 조언을 아끼지 않았고, 더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게 도와주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겸손과 책임감을 배웠다.
현재의 관점에서 보면, 그때의 시작은 상당히 위험한 선택이었다. 매체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였고, 스타트업 생태계는 초기 단계였다. 수익 모델도 불확실했다. 하지만 그때의 무지가 오히려 도전을 가능하게 했다. 너무 많이 알면 시도조차 하지 못했을지 모른다.
무지가 때로는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열쇠가 된다는 것, 이것이 우리가 얻은 가장 중요한 교훈이다. 많은 창업가들도 비슷한 경험을 이야기한다. “이렇게 어려운 줄 알았다면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그들의 무지도 우리처럼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다. 물론 이제는 그 무지를 지식과 경험으로 채워가고 있지만, 시작할 때의 그 순수한 열정은 여전히 그들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우리는 여전히 학습 중이다. 부족한 점을 인정하고 개선하며, 실수를 통해 성장한다. 초기의 무지는 이제 겸손한 배움의 자세로 진화했다. 매일 새로운 것을 배우고, 그것을 다시 생태계와 나누며 함께 성장하는 것이 우리의 방식이 되었다.
앞으로도 스타트업을 바라보는 시각은 객관적으로 유지하되, 생태계에 대한 책임감은 더욱 강화할 것이다. 더 이상 무지하지는 않지만, 그때의 순수함과 도전 정신은 잃지 않으려 한다. 우리는 여전히 배우는 자세로 창업가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며,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한다.
이제 우리는 또 다른 12년을 준비한다. 초심을 잃지 않되 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더 깊은 통찰을 제공하고자 한다. 끊임없이 배우고 발전하는 것, 이는 우리가 선택한 길이자 사명이다. 마치 우리가 매일 만나는 스타트업들처럼, 우리도 계속해서 성장해 나갈 것이다.
여전히 모르는 것이 많고, 앞으로도 많은 실수를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를 두렵게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불완전함이 우리를 더 나은 내일로 이끌어주리라 믿는다. 우리는 계속해서 질문하고, 배우고, 성장할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만나는 모든 이들과 함께, 더 나은 스타트업 생태계를 만들어갈 것이다.
-플래텀 대표 조상래, 편집장 손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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