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한 회사가 GPU 5만 장으로 서비스를 돌리는데, 우리나라 전체 GPU를 다 모아도 2만 장이 채 안 된다”
5월 29일, 경남 창원에서 열린 GSAT2025 세션 발표에서 플래텀 조상래 대표가 던진 이 한 마디는 묵직했다. 딥시크라는 중국 AI 스타트업 하나가 보유한 컴퓨팅 파워가 대한민국 전체보다 2.5배 많다는 뜻이었다.
올해 설 연휴, 딥시크가 등장했을 때 우리 사회의 반응은 예측 가능했다. “중국이 이 정도가 되나”라는 놀라움 뒤에 곧바로 “개인정보 유출 위험” 운운하며 사용 금지 조치들이 쏟아졌다.
조 대표는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그러면 ChatGPT에는 정보가 넘어가도 되고, 중국에는 안 되느냐?” 우리가 중국에 대해 끼고 있는 색안경이 얼마나 두꺼운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로 딥시크는 ChatGPT 개발비의 6%에 불과한 비용으로 유사한 성능을 구현해냈다. 알리바바의 Q1 모델은 아예 기존 모델들보다 더 좋은 성능을 보이고 있다고 발표됐다. 무료로 말이다.
조 대표에 따르면 중국은 “AI에 존망을 걸었다고 할 정도”로 국가적 차원에서 밀어붙이고 있다. 중국제조 2025에 이어 제조 2035를 준비하고, ‘AI+’ 행동계획으로 모든 산업에 AI를 접목하려 한다.
알리바바는 향후 3년간 데이터센터와 AI 인프라에 76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텐센트, 바이두, 샤오미 등 중국 빅테크들의 AI 투자는 가히 전방위적이다.
특히 중국의 접근법이 흥미롭다. 우리가 “완벽해야 한다”며 수많은 테스트와 검증을 거쳐 신중하게 출시하는 동안, 중국은 “일단 해봐” 정신으로 시장에 내놓고 실시간으로 개선해나간다. 오픈소스로 풀어서 수만 명의 개발자들이 버그를 찾고 보완책을 제시하게 만드는 전략이다.
4월 19일 베이징에서는 특별한 마라톤이 열렸다. 한쪽 주로에는 사람이, 다른 쪽에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뛰었다. 로봇이 완주한 기록은 2시간 40분. 인간 우승자의 1시간 2분에는 못 미치지만, 로봇이 마라톤을 완주했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다.
중국은 아예 ‘휴머노이드 올림픽’까지 만들어 로봇들이 권투를 하고 각종 경기를 펼치게 하고 있다. 2천만원대 휴머노이드 로봇이 온라인에서 판매되고, 제조업과 가정에서 실제로 활용되고 있다.
중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지형도 바뀌고 있다. 전통적으로 베이징(바이두, 샤오미), 선전(텐센트, 화웨이), 상하이(반도체 허브)가 중심이었다면, 이제 항저우가 새로운 핫스팟으로 떠올랐다.
알리바바의 본거지 항저우에는 딥시크는 물론, ‘항저우의 여섯 용’이라 불리는 스타트업들이 모여 있다. 딥시크(생성형 AI), 유니트리(휴머노이드), 딥로보틱스(로봇), 게임사이언스(게임), 브레인코(바이오), 매니코어(3D 프린팅) 등이다.
미중갈등과 경기침체로 중국의 스타트업 투자는 위축됐다. 2024년 투자 건수는 10% 감소, 펀드 결성은 40% 이상 줄었다. 하지만 투자 방향은 더욱 선명해졌다. 반도체, 인공지능, 전기차, 첨단제조, 바이오헬스 등 하드테크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자립적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중국의 의지가 엿보인다. 엔비디아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기술로 승부하겠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건 중국의 전기차 보급 정책이다. 내연기관 번호판을 받으려면 몇천만원을 웃돈으로 줘야 하지만, 전기차는 바로 나온다. 이런 정책 덕분에 중국 도시의 대기오염이 눈에 띄게 줄었고, 전기차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BYD의 신차는 평행주차까지 가능하다. 3개의 모터로 자동차가 옆으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니오(NIO)는 아예 배터리를 교체식으로 만들어 충전 대신 배터리를 갈아끼우는 서비스를 운영한다.
메이투안(중국판 배달의민족)은 드론 배송을 상용화했다. 최대 2.5kg까지, 10km 거리를 시속 83km로 배송한다. 피자를 주문하면 드론이 날아와 스마트폰 인증번호로 수령하는 시스템이다.
조 대표는 발표를 마무리하며 이렇게 말했다. “중국을 볼 때 단순히 색안경보다는 이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고 있다면, 우리는 어떤 것들을 할 수 있을까를 함께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그는 또한 실용적인 조언도 잊지 않았다. AI를 활용할 때 특정 서비스 하나만 연간 구독하지 말고, 여러 AI를 한번에 쓸 수 있는 에이전트 서비스를 월간 구독하라는 것이다. 기술 변화가 워낙 빠르니까.
조 대표는 솔직하게 고백했다. 이번 발표를 위해 기존에 만들어둔 중국 관련 자료를 하나도 쓸 수 없었다고. 2023년 자료와 2024년 자료 사이에 공통분모가 단 하나도 없을 정도로 중국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질문은 명확해진다. 우리는 이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색안경을 끼고 “중국은 안 된다”며 외면할 것인가, 아니면 냉정하게 현실을 파악하고 우리만의 전략을 세울 것인가?
딥시크 쇼크는 단순한 기술적 충격이 아니다. 우리가 세상을 보는 방식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다. 답은 우리가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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