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크랩 최윤이 차장을 만나다.
‘가은아 떠나지 마(이하 가떠)’의 5번 째 인터뷰이는 우연한 기회에 약속을 잡았다. 어느 식사자리에서 ‘열심히 노력해서 가떠 시리즈의 인터뷰이가 되겠다’라고 반쯤은 농담삼아 말한 사람이 있어서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곧바로 인터뷰 일정을 잡았다. 그렇게 섭외 아닌 섭외가 된 사람이 스파크랩의 최윤이 차장이다.
먼저 그녀가 근무 중인 회사 스파크랩(SparkLabs)에 대해 설명하고 넘어가자. 스파크랩은 초기 기업 투자와 창업, 인큐베이팅 지원을 수행하는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이자 글로벌 엑셀러레이터 네트워크 (GAN)의 정식 멤버로 국내 스타트업의 세계 진출에 앞장서고 있는 곳이다. 각설하고.
스파크랩에서 스타트업 발굴과 투자,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는 최윤이 차장을 만나보자.
먼저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스파크랩의 최윤이입니다. 스파크랩에서는 1년 정도 근무했어요. 회사에서의 업무는 스타트업 발굴과 투자, 프로그램 운영이지만, 딱히 그 부분에 한정되어 있지 않아요. 저희도 인원이 많지 않은 스타트업이다 보니 회사에서 여러 업무를 병행하고 있어요. 주로 여기저기 뛰어 다니면서 스타트업들을 만나고 글로벌 진출에 관심이 있는 스타트업을 발굴해서 저희 프로그램에 모셔오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또한 모셔온 스타트업들과 함께 3~4개월 동안 함께하며 단계별 엑셀러레이션 프로그램 및 데모데이까지 진행하는 프로세스 책임지고 있습니다.
차장님이 발굴한 스타트업이 있다면요?
제가 발굴 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제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스타트업으로 스파크랩 3기인 원데이원송(1Day1Song)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원데이원송의 경우는 저희가 발굴했다기보다는 직접 온라인으로 지원을 해주신 케이스에요. 더불어 스파크랩 2기였던 조이(Zoyi)의 김재홍 대표님의 추천도 있었고요.
그래서 제가 직접 판교 네오플라이센터로 찾아가 주현규 대표님을 만나뵙고 서비스 이야기를 들었어요. 서비스도 인상적이었지만, 주대표님에 대한 인상이 좋았어요. 저는 스타트업을 볼 때 서비스도 중요하게 보지만, 대표와 팀의 비전과 사업 방향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런 부분에 있어 원데이원송은 무척 신뢰가 가는 기업이었어요. 음악에 대한 열정 하나로 창업을 해 현재까지 이어온 것도 인상적이었고요.
개인사 좀 여쭤볼께요. 차장님의 성장 과정에 대해 간략히 말씀해 주신다면요?
저는 호주에서 유년시절을 보냈고 대학도 호주에서 다녔어요. 전공은 정치외교와 경영학이었고요. 학창시절 꿈은 UN사무총장이었어요. 반기문 사무총장님이 제 롤모델이었죠. 그런데 그 벽이 높더라고요. (웃음) 그래서 코트라와 외교통상부 등 정부기관들에서 인턴생활을 많이 했어요.
스파크랩이 첫 직장은 아니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제 첫 직장은 중국기업인 텐센트에요. 여러 정부기관 인턴생활을 하면서 글로벌, 특히 중국시장에 대한 관심이 컸어요.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방학 때 텐센트코리아에서 인턴을 하게 되었는데요. 그게 인연이 되어 정규직으로 입사하게 됐어요.
인턴제도의 바람직한 사례네요. 당시 텐센트에서는 어떤 업무를 담당하셨나요?
제 입사 첫 업무는 홍보마케팅이었어요. 1년 뒤에는 제가 해외쪽 경험이 있다보니 글로벌팀에서 해외사업을 담당했고요. 텐센트가 인수하거나 투자한 해외 파트너사들이 많은데요. 그런 해외 파트너들이 한국게임을 소싱하는 데 도움 드리는 일을 했어요. 그렇게 2년 6개월 정도 텐센트에서 근무했어요.
그런데 결국은 퇴사하셨잖아요? (웃음)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듯 싶어요.
말리는 사람이 많기는 했어요. (웃음) 무모한 도전이 아니냐는 거였죠. 중국에서 가장 큰 인터넷 기업을 다니다가 이름도 생소한 기업으로 가는거니까요. 게다가 자리를 잡아가는 시점이기도 했고요.
텐센트가 싫어졌다거나 부족함이 있어서 퇴사한 것은 아니었어요. 그때나 지금이나 저는 텐센트에 대한 애착이 있어요. 현재도 당시 함께 일했던 분들과 교류를 이어가고 있고요. 다만 텐센트에서 2년 6개월 가량 근무하던 시점에 스타트업 열풍을 알게 된 것이 시작이었어요. 미미박스나 노리 등 스타트업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스파크랩 1기 스타트업들이네요?
처음부터 스파크랩을 알고 있던 것은 아니었어요. 퇴사를 생각한 것도 아니었고요. 그저 여러 채널을 통해 멋진 아이템으로 창업을 하는 분들이 많고, 이들의 최종 목표는 글로벌 진출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뿐이에요. 그들을 보면서 이쪽 분야가 참 재미있구나 싶었죠. 처음에는 개인적인 관심이었어요. 테크크런치나 벤처비트 등 매체 글도 읽어보면서 조금씩 배워나가는 단계였죠.
그러다 스파크랩에서 채용한다는 소식을 듣고 고민이 시작됐어요. 직장인들에게 위기가 오는 시점이 있다고 하잖아요? 1달, 3개월, 6개월, 1년, 3년 식으로요. 제가 당시 3년 차 였거든요. (웃음) 내 커리어에서 게임 외 다른 분야에 대한 도전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었죠. 결국 제 시야를 넓힐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 이직을 했고요.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스파크랩을 선택한 결정적 이유가 있으셨다면요?
제가 존경할만한 분들이 많아서에요. 스파크랩에 있는 파트너들과 멘토들을 보면서 ‘내가 언제 이런 사람들과 일을 함께 할 수 있겠는가’라는 생각이 드는거에요. 예를들어 페이스북을 경영했던 네트 제이콥슨이나 글로벌 스타트업 전문가인 프랭크 미한 및 한국 파트너들, 당장 스파크랩 대표님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기회가 흔한 게 아니잖아요? 또 ‘이 회사가 커서 나중에 자리를 잡았을 때 내가 뭔가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있었고요. 그래서 그 기회를 놓치면 나중에 크게 후회를 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결정을 내렸죠.
차장님만의 직업, 직장 선택 기준이 있을까요?
제가 선배들에게 조언을 들은 내용이 하나 있어요. 이직은 ‘이 회사가 싫어서 떠나는 게 아니라 저 회사가 더 좋아졌을 때 가야 한다’ 라는 거였어요. 여기에 제 기준을 하나 덧붙인다면 ‘사람’이에요. 존경하고 배울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곳이어야 된다고 봐요. 더불어 리더들이 어떤 모습으로 회사를 리딩하느냐도 봐야 한다고 보고요.
저희 회사라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스파크랩 공동대표님들은 직원들보다 더 많이 이 일에 매진하고 계세요. 거짓말 조금 보태면 24시간 내내 몰입해 계세요. 새벽 3~4시에 메일 오는 건 예사 일이죠. (웃음) 열정적이고, 본 받을 점이 많아요. 또한 우리회사에는 100여명이 넘는 유명 멘토가 있어요. 한 분 한 분이 다 대단한 분들이죠. 정말 존경스러운 분들이고 배울 게 많아요. 그게 이직을 한 배경 중에 하나 이기도 해요.
스파크랩에는 김호민, 버나드문, 이한주 공동대표 세 분이 계세요. 한국에서의 실무는 김유진 상무이사님이 주도적으로 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고요. 각 대표님들을 설명해 주신다면요?
버나드문 대표님은 감성적이세요. 직원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시는 분이고요. 직원이 예민해지면 빨리 알아 채시고 다독여 주세요. 더불어 자타공인 워커홀릭이시고요. 아이를 보는 시간 외에는 스파크랩과 관련된 일을 하세요. 그것도 한국과 미국을 오고 가면서 말이죠. 그야말로 하루 일과 대부분을 회사일만을 하고 계신다고 봐도 무방해요. 그 와중에 여러 매체에 기고도 하시고요.
김호민 대표님은 기본적으로 장난기가 많으세요. 하지만 저희와 관련된 스타트업들 앞에서는 단호해 지시는 분이시기도 해요. 한 마디로 악역을 맡고 계세요. 완벽을 추구하시는 분이죠. 더불어 저희 직원들 복지를 가장 신경 써 주시는 분이기도 해요. (웃음)
이한주 대표님은 저희들끼리 ‘회장님’이라 불러요. 냉정하면서도 자상한 카리스마가 있으세요. 놀때는 놀고 일할 때는 일하자는 주의세요. 맛집 투어도 자주 시켜주시고요. (웃음)
김유진 상무이사님과는 텐센트 때부터 알던 사이에요. 회사에서 가장 가깝게 지내는 분이고요. 정말 편안하게 대해주세요.
스파크랩을 수식하는 표현 중에 ‘글로벌 엑셀러레이터 네트워크 ‘겐(GAN)’의 정식 멤버’라는 것이 있는데요. 겐에 대해 설명해 주신다면요?
겐은 저희의 큰 힘이자 자부심이에요. 겐은 글로벌 엑셀러레이터 네트워크(Global Accelerator Network)의 준말이에요. 전세계 50여 개의 최고 엑셀러레이터 네트워크를 말해요. 선발기준은 일정기간 동안 기수를 운영한 경험이 있어야 하고, 투자가 병행되는 엑셀러레이터임과 동시에 국가에서 인증한 성과 등이 있어야 멤버가 될 수 있어요. 멤버쉽은 1년 마다 갱신이 돼고요. 자격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멤버에서 탈락돼요. 그래서 꾸준하게 기준을 충족시키는 활동을 해야하죠.
겐은 네트워크 멤버 간 온라인으로 주간회의를 해요. 우리가 진행 중인 사업에 대해 이야기 하고 조언을 듣고 또는 저희가 조언을 주기도 하죠. 더불어 새로운 엑셀러레이팅 비전을 서로 공유하기도 하고요. 아무래도 우리나라는 엑셀러레이터라는 개념이 정립되는 중이기에 어려운 점이 다소 있는데요. 다른나라 리딩 엑셀러레이터와 교류하면서 배우는 것이 많아요.
더불어 겐의 리소스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커요. 예를들어 스파크랩의 스타트업들은 아마존웹호스팅 등 사업에 필요한 부가적인 서비스를 다 사용할 수 있어요. 또 파운더스 투어라고 해서 저희가 추천한 스타트업에 한해 미국의 엑셀러레이터를 투어하는 프로그램도 있고요. 켄 컨퍼런스라고 해서 미국 여러 도시에서 열리는 네트워킹 행사도 있고요. 이렇게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어요.
업무상 많은 스타트업을 만나실 텐데요. 인상적인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뭐라 딱히 사례라고 말씀드릴 것은 없어요. 간단히 말해 울고, 웃죠. (웃음) 특히 데모데이가 다가오면 준비하는 스타트업이나 저희나 예민해져요. 한국 투자자 뿐만 아니라 해외 투자자들도 오기에 준비도 많이 해야 하고요. 그때 되면 서로서로 조심하게 되는 것 같아요. 캐주얼한 분위기의 소규모 파티도 열고요. 잔잔한 문제가 발생할 때도 있지만 대화를 통해 못 풀었던 적은 없었어요.
가떠 시리즈에서 꼭 하는 질문입니다. 스파크랩을 떠나실 생각이 있나요?
언젠가 헤어질 날은 있겠죠? (웃음) 하지만 아직은 같이 할 날이 많이 남았다고 생각해요. 스타트업은 계속 생겨나고 있고,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은 이제 시작단계 잖아요? 스파크랩은 그런 스타트업과 함께하는 엑셀러레이터기 때문에 지금까지 한 일보다 해야 할 일이 훨씬 더 많이 남았다고 생각해요. 그 과정을 같이 하고 싶고요.
개인적으로 한국 스타트업이 얼마나 넓은 시장으로 진출할 지에 대한 기대가 커요. 그것을 보고 싶다는 소망이 있고요. 못 보고 떠나는 것은 너무 억울할 듯 싶어요. 그것을 함께 경험해 보고 싶고요. 그리고 그 소망을 이루려면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았다고 봅니다.
오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스파크랩에서 차장님이 원하는 바 이루시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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