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기술 스타트업, 정책과 규제 흐름을 파악하면 자금 유치와 협업 기회가 더 많아질 것
소풍벤처스가 기후기술 스타트업을 위한 ‘월간클라이밋’ 세미나를 27일 개최했다. 월간클라이밋은 매월 기후분야 주제를 선정해 관련 산업 동향과 유망 스타트업 사례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번 행사는 총 2부로 진행됐다. 1부에서는 넷제로 에너지 전환을 위한 민간 싱크탱크 기관 사단법인 넥스트의 김승완 대표가 ‘변화된 국가 정책의 방향성과 활용 전략’을 주제로 발제하였으며, 이어 글로벌 기업리스크 관리 컨설팅 회사 한국 딜로이트 그룹의 이옥수 상무가 ‘글로벌 기후기술 투자 동향과 유망 기술분야”를 전망했다.
2부는 정책과 규제의 변화에서 새로운 기회를 발견한 기후기술 스타트업 사례를 다뤘다. 건설기계의 에너지 회수를 통한 탄소저감 및 연료비 향상 시스템을 만드는 ‘레디로버스트머신’, B2B SaaS 기반 탄소 회계 플랫폼 ‘탄소중립연구원’, 기업용 One-stop 탄소 중립 플랫폼을 운영하는 ‘카본사우루스’, SaaS기반 건물 에너지 관리 플랫폼 ‘케빈랩’이 발제자로 나서 각 기업이 발견한 시장의 기회와 기후기술을 소개했다.
사단법인 넥스트 김승완 대표는 지난 21일에 발표된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이하 기본계획)’을 중심으로 기후기술 스타트업이 활용할 수 있는 기본계획 방향성과 핵심 내용을 짚었다. 김승완 대표는 “기본계획에서 제시한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기존 기술과 시장이 아닌 새로운 영역, 즉 스타트업이 이끌 것이다. 실증, 프로토타입 기술까지 모두 활용해야 달성 가능한 수준”이라며 ‘민간이 이끌어가는 혁신적인 탄소중립·녹색성장’ 전략을 해설했다.
또한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고도화되기 시작했고, 이와 관련된 기후기술 비즈니스와 자금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과학·공학·R&D 기반의 딥테크 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초기 기업이 겪는 비즈니스화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이미 성장한 기업이라면 기존 인프라와 시스템을 전환할 수 있도록 대기업 등과 협업하는 구조로 엑싯(Exit) 플랜을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 딜로이트 그룹 이옥수 상무는 글로벌 기후기술 정책 및 투자 동향, 기후기술 분류체계 및 관련 중요 기술에 대해 조망했다. 이 상무는 “전세계적으로 기후기술 분야 투자 금액이 증가하는 이유는 기후변화 대응 뿐만 아니라 차세대 이슈를 선점하고 시장을 리드하기 위한 헤게모니적 특성 때문”이라며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유럽의 탄소배출권거래제(ETS) 등의 글로벌 정책 동향이 국내 산업에 미친 영향을 설명했다.
그리고 “기후기술은 온실가스 배출 감축 완화(Mitigation)뿐 아니라 농축산업, 물관리, 기후변화 모니터링 예측기술 등의 적응(Adaptation)도 중요한 부분”이라며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 기술집행위원회가 정의한 기후기술 개념을 설명했다. 이어 “유망 기후기술은 기후 기술 정보를 제공하거나 온실 가스를 비용효율적으로 줄이는 비즈니스”라며 “온실가스 감축 방식의 차이가 있고 현재는 온실가스 배출량, 환경 유해 물질 등과 관련된 데이터를 측정하는 단계이고, 데이터가 축적됨에 따라 공시의무화와 성과 측정 시장도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탄소중립 정책과 규제를 기회로 만든 스타트업 4개사 사례 소개도 진행됐다.
레디로버스트머신 정태랑 대표는 “건설기계에 필요한 연료를 전기나 수소 등 청정 에너지로 전환하고, 에너지 회수 시스템을 통해 탄소 배출량을 저감하는 기술을 개발했다”며 건설 산업의 탄소배출 비중과 연료 전환에 필요한 대응 전략을 설명했다. 레디로버스트머신은 작년 프리A (Pre-A) 투자 유치에 이어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 프로그램인 팁스(TIPS)에 선정되었다.
탄소중립연구원 이민 대표는 “앞으로 LCA(전과정평가)를 고려한 규제 움직임이 확대될 것”이라며, “탄소중립연구원은 탄소배출량과 감축량을 자동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기업이 자체적으로 탄소 감축 목표에 도달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소개했다. 탄소중립연구원은 작년 시드(Seed) 투자를 받았으며, 이민 대표는 포브스코리아 30세 미만 30인 2023 소셜임팩트 부문에 선정되기도 했다.
카본사우루스 최현준 대표는 “기존 경영 시스템과 비즈니스 프로세스에 적용할 수 있는 탄소감축을 돕는 제품이나 기술이 필요할 것”이라며, “카본사우루스는 기후 공시 의무화에 따라 각 기업이 탄소감축기술과 제품을 거래하고, 재무제표처럼 탄소배출량을 관리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소개했다. 카본사우루스는 민간주도형 예비창업 지원프로그램인 시드팁스(Seed TIPS)에 선정되고 올해 첫 투자를 받았다.
케빈랩 김경학 대표는 “SaaS 기반 건물 에너지의 비용효율을 개선하는 ‘퍼스트홈’을 개발했다”며, “케빈랩을 쓰면 주거 부문 에너지 소비량을 측정하고 건물 에너지 소비를 절감·관리할 수 있고, 이는 온실가스 중장기 감축 정책 중 건물 에너지 효율을 향상에 기여하는 기술”이라고 소개했다. 케빈랩은 올해 프리A 투자를 유치했으며, 동남아시아와 유럽의 9개 국가에서 사업을 운영 중이다.
소풍벤처스 관계자는 “기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투자사, 스타트업, 정책 결정자 등 생태계의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협력이 필요하다. 월간클라이밋을 통해 기후기술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논의와 협업 기회가 생기길 기대한다”며 “월간클라이밋 외에도 대학 특강이나 기후기자클럽, 소풍 클라이밋 테크 스타트업 서밋을 개최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