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도 스타트업 투자 경색기…VC 빈자리 국가 자금이 메울까
유수의 벤처캐피털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확장일로를 보이던 베이커리 스타트업 ‘후토우쥐(虎头局渣打饼行, Tiger Attitude Chartered Pastry Bank)’의 상하이 매장 대부분이 문을 닫았다. 후토우쥐 매장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긴 줄을 서야만 했던 곳이다.
2019년에 설립된 이 회사는 ‘중국식 페이스트리’를 표방하며 입소문을 탔다. 성장성을 인정받아 세쿼이아 캐피털 차이나, IDG 캐피털, 타이거 글로벌 매니지먼트 등으로부터 5천만 달러(573억 원) 규모 시리즈 A 투자도 유치했다. 2021년 당시 기업 가치는 약 15억 위안(한화 3천억 원)에 달했다.
후토우쥐는 중국 본토 곳곳에 지점을 열며 확장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광고 대비 제품의 차별성이 떨어진다는 소비자 평가와 글로벌 투자 경색으로 후속 투자가 불발되면서 순식간에 하락세를 걷게 됐다.
벤처 캐피탈의 자금은 바닥을 드러냈고, 거의 모든 지점의 운영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현지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상하이 본사도 임대료가 4개월 간 밀린 상황이다. 직원 임금도 같은 기간 체불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후토우쥐는 현재 대륙 내 투자 환경을 상징적으로 보여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지난 10년 간 호황을 보이던 중국 스타트업 생태계가 전례 없는 투자 경색기를 맞고 있다. 중국 리서치 회사인 Wind에 따르면, 벤처 캐피탈을 비롯한 투자자들이 작년에 투자한 금액은 2018년 대비 86%나 감소했다.
디디추싱 사건 이후 중국의 벤처 캐피털 환경은 크게 변화했다. 중국 최고의 모빌리티 플랫폼 회사인 디디추싱은 2021년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직후 중국 규제 당국 조사를 받게 된다. 당국이 만류하던 미국 증시 상장을 강행한 디디추싱이 ‘괘씸죄’ 걸린 것. 당국은 디디추싱이 법규를 위반해 개인정보를 수집, 사용한 것이 확인된다며 앱마켓에서 디디추싱 앱을 삭제하는 행정 처분을 내렸다. 이어 카풀, 대리운전, 배송, 버스, 금융 등을 포한한 디디추싱의 25개 앱의 추가 다운로드도 금지됐다. 실질적으로 대륙에서 디디추싱의 추가 확장을 막아버린 것이다. 디디추싱은 1년여 만에 신규 사용자 등록을 허락받게 됐다.
디디추싱 사례처럼 멀티플 투자 회수에 유리한 미국 상장이 까다로워지면서 투자자들이 엑시트 전략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게다가 금리 상승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IPO가 감소하거나 철회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중국 스타트업 투자는 벤처캐피탈이 물러난 빈자리를 국가 투자자가 채우고 있다. 집중하는 영역은 반도체, 자율주행 등 미국과 경쟁하는 첨단 과학쪽이다.
시장 조사 기업 IT Juzi에 따르면, 스타트업 자금 조달에서 정부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에 사상 최고치인 15%에 달했다. 선전시 정부 산하 벤처 캐피털인 선전 캐피털 그룹은 2022년에 119건의 투자를 집행하며 정부 투자자 중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올해 초에는 산업용 애플리케이션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우한 이만 테크놀로지에 약 1억 위안 투자를 진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