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작은시장에서 승리자가 되라! 실리콘밸리 VC가 전하는 조언
‘작지만 강한 스타트업의 저력(Bigger than it seems)’이라는 주제로 전 세계 유수 스타트업 투자자와 기업가들을 연사로 초청해 진행된 비론치 2014 둘째날 오후세션에 SV엔젤 대표 데이비드 리와 한국 스타트업 미디어 비석세스의 글로벌 디렉터 네이슨 밀라드의 대담이 진행되었다.
이 두사람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데이비드 리는 대표는 트위터, 포스퀘어, 핀터레스트, 플립보드, 드랍박스, 에어비엔비와 같은 기업에 엔젤 투자를 진행했던 SV 엔젤(SV Angel)의 창업자이자 매니징 파트너다. 네이슨 밀라드 비석세스 글로벌 디렉터는 한국과 아시아의 스타트업의 성공적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하는 인물이다.
이들이 진행한 노변정담(Fireside Chat)을 정리해 소개한다.
네이슨 밀라드 비석세스 글로벌 디렉터(이하 밀라드) : 1년만에 다시 비론치 무대에서 만나게 됐다. 변화가 있다고 보는가?
데이비드 리 SV엔젤 대표(이하 리) : 그간 한국 스타트업의 발전 소식과 투자 소식 등을 접했다. 게중에 미미박스는 와이컴비네이터에게 투자도 받았다. 이런 소식을 자주 접하다 보니 한국 스타트업의 미래가 밝다고 본다.
밀라드 : 미미박스의 성공 비결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리 : 미미박스를 보면서 느끼는 것은 그들의 기술이 글로벌 하다는 것이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기술은 일본 사람들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전세계가 연결되어 있고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미미박스는 인터넷에 있는 많은 정보와 자원을 제대로 활용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밀라드 : 한국과 아시아 스타트업은 실리콘밸리에 관심이 많다. 실리콘밸리에 등장한 최신 트랜드나 주목할만한 스타트업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리 : 새로운 트랜드라고 할 수는 없지만, 벤 실버만이 이끄는 ‘핀터레스트’가 앞으로 5년은 해당 분야를 주도할 기업이라고 생각한다. ‘눔’도 한 예다. 눔을 이끄는 정세주 대표는 카리스마도 있고, 리더로 불리기에 충분한 인물이다. 두 사람 다 자신이 만드는 서비스 분야에 대한 지식이 출중하다.
사람들은 잭 도시(트위터 공동 창업자, CEO)나 주커버그 등 창업가의 성공을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한다. 내가 본 성공한 창업가들 상당수는 자신이 만든 서비스 혹은 회사가 그들 삶의 일부라는 것이다. 그들은 언제나 해커였고, 자신이 만든 서비스와 함께 성장해 왔다. 실제로 실버만에게 핀터레스트를 어떻게 만들었냐고 물어보니 ‘그저 어렸을 때 상상했던 것을 구현하고싶었다’라는 답변을 하더라.
밀라드 : 리 대표는 많은 투자를 성공시킨 경험이 있다. 당신이 보기에 좋은 기업을 만드는 요소는 어떤것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리고 당신은 어떤기업에 투자를 하는가?
리 : VC들이 말하는 뻔한 대답일 수 있겠다.
첫째로 나는 창업가를 본다. 물론 창업가가 성공을 보증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던 대표들처럼 자신의 분야에 전문가들은 성공한 기업가의 공통분모다. 이들은 운동선수 같다. 꾸준히 연습하고, 구현해 낸다.
두번째로 성공한 기업의 창업가들은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다르다. 99%가 한 가지 관점으로만 사물을 볼 때 0.1%라고 할 수 있는 그들은 남들과 다른 독특한 관점을 가지고 바라본다. 그 관점이 성공을 낳는다고 본다.
세번째로 성공하는 창업가에게는 수치로 측정할 수 없는 강렬함이 있다.
밀라드 : 스타트업이 아무리 준비를 열심히 한다고 해도 완벽할 수 없다. 스타트업이 흔히 겪는 실수는 무엇이 있다고 보는가? 그리고 어떻게 피해야 할까?
리 : 실수라기 보다는 주의해야 할 부분이 있기는 하다. 너무 이르게 돈을 많이 버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으면, 돈은 모여있지 않고 쓰여지게 된다. 예를들어, 적은 인원으로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일을 직원을 더 고용해 진행하려고 하는거다. 초기 단계에서 투자를 받는 것은 그래서 잘 생각해야 한다. 물론 회사 유지가 힘들정도로 어려운데도 거부하라는 것은 아니다. 일부러 어렵게 할 필요는 없겠지만, 적당히 제한적인 사항을 통해 일을 하는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본다.
밀라드 : 쿠팡이나 카카오등 한국에도 성공한 스타트업이 다수 있다. 솔직히 이야기 해 달라. 실리콘밸리가 한국 스타트업들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가?
리 : 투자자 유형에 따라 다르다고 본다. 실리콘밸리 투자자들 중에는 창업가가 가까이 있는걸 바라는 유형이 있다. 그런 투자자라면 한국이 멀게 느껴질거다. 반면에 지리적인 거리를 아랑곳 하지 않는 투자자라면 당연히 관심을 가질거라고 본다. 다만 이런 유형의 투자자는 성숙 단계의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는 성향이다.
밀라드 : 리 대표는 코빗 등 한국 기업에도 투자했다. 왜 투자를 했는지 물어봐도 되겠는가? 그리고 투자한 기업 두 군데가 모두 비트코인과 관련되어 있다. 비트코인의 미래는 어떻게 보는가?
리 : 앞서 말했듯이, 창업가를 보고 투자했다. 창업가를 보면 함께 일할만한 사람인지 아닌지 오래지 않아 분간할 수 있다. 전문분야가 확실하고 리더십이 있는 창업가를 주로 선택한다.
비트코인은 두가지 측면이 있다. 화폐적인 측면과 기술적인 측면이다. 나는 기술적인 측면을 주목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인터넷 이후에 가장 혁신적인 분야라고 생각한다. 돈을 매개로 한 네트워크 기술이다.
비트코인이 위기라는 시선이 있다. 하지만 그래프 지표를 보면 꺽이는 추세는 아니다. 비트코인을 버블이라 평하는 이들도 있지만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밀라드 : 조금 다른 주제로 가보자. 한국 스타트업들은 글로벌 기업이 되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다소 편향된 부분이 없잖아 있다. 리 대표가 보기에 어디로 진출하는 것이 좋다고 보는가? 미국으로 가야할까? 아니면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시장으로 가야 할까?
리 : 해당 국가에 걸맞는 서비스인지가 우선시 되어야 되지 않을까? 그리고 어디를 타켓으로 하는지에 따라 다르다고 본다. 사진공유 앱이라면 미국에 집중하는게 낫다고 본다. 중국의 경우에는 또 그들에 통하는 서비스가 있을것이고.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큰 시장을 바라본다. 하지만 나는 작은 시장을 먼저 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작은시장의 승리자가 되면 보다 큰 시장으로 나갈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거다. 처음부터 많은 경쟁자와 싸울 필요는 없다.
밀라드 : 그렇다면 한국 스타트업은 우선 한국시장에서 먼저 인정 받아야 할까?
리 : 이 역시 경우에 따라 다르다. 한국에서도 통하고 미국에서도 통하는 서비스가 있다. 그 반대의 경우도 있겠고. 하지만 중요한 것은 서비스 배경에 얼마나 강력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느냐가 아닐까 싶다.
밀라드 : 최근들어 아시아지역에 급격히 투자가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네트워크는 제대로 형성이 되어 있지 않다. 아시아에서의 엔젤투자자의 네트워크는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리 : 오늘과 같은 콘퍼런스도 좋은 기회다. 모여서 네트워킹할 수있고 발전적인 방향을 도출할 수 있다. 엔젤리스트 등의 플랫폼도 좋은 시도겠다. 네트워킹 기회를 많이 만드는게 중요하다고 본다.
밀라드 : 우리 스타트업과 아시아 스타트업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리 : 실리콘밸리의 강점은 기업이나 투자자들이 서로서로 도우려고 한다는 거다. 경쟁자나 타인이라도 서로 자신이 할 수 있다면 도우려는 자세가 보편화 되어 있다. 다른 산업군과의 차별점이다. 테크 외 산업은 제로섬 게임이지만, 기술 산업은 둘다 이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술이 발전하면 서로의 기회가 더 커진다. 더불어 서로가 얼마나 어려운 상황에서 일을 하는지를 공감한다. 마치 골프와 같다. 골프를 보면 70%는 코스를 분석하는 것이고 나머지 30% 정도가 상대방과의 경쟁이다. 이렇듯 좋은 기술 기업을 키우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서로 잘 알기에 서로 돕는 거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것이 실리콘밸리의 특징이다. 이러한 부분을 아시아 스타트업들도 참고해 줬으면 좋겠다.
밀라드 : 좋은 말씀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