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Startup’s Story #120] “추억이 되고 위로가 되는 사진 같은 뮤지션이 되고 싶어요” 뮤지션 오혜주

지난해 9월, 남미 학교짓기 프로젝트의 국내 홍보 행사 일환으로 아름다운 가게에서 주최하는 나눔장터에 스텝으로 참가한 적이 있다. 그 행사에서 뮤지션 오혜주를 처음으로 만나게 되었다.

그 뒤로 관련 행사가 있을 때 마다 마주쳤던 그녀는 스물 둘이라는 나이에 맞지 않는 감성이 풍겼다. 오죽하면 만날 때 마다 ‘혜주씨, 몇 살이랬죠?’ 라는 질문을 했을까. 평소에는 천방지축, 마냥 밝은 친구 같다가도 노래만 하면 드러나는 그녀만의 묘한 분위기가 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지 궁금했다.

부드러움과 아픔이 뒤섞인 감성의 소유자, 뮤지션 오혜주를 소개한다.

오혜주는 어떤 사람인가요?

저는 음악을 좋아하고 그림도 좋아하고 사진도 좋아하는 꿈 많은 22살 오혜주입니다. 이것저것 다 하고 싶어 하는 욕심쟁이로 보일지 모르겠네요. (웃음)

꿈이 많다고 말할 수 있는 건 좋은 일이에요. 어떤 꿈인가요?

제 꿈은 그저 행복한 사람인데요. 그 행복 속에 하고 싶은 일이 많아 꿈이 많다고 표현한 거예요. 부나 명예, 성공이 행복이라 여길 수도 있지만, 전 언제든 과거를 돌아봤을 때 미소 지어지는 삶을 사는 게 행복이라고 생각해요.

‘뒤를 돌아봤을 때, 미소 지어지는 삶’이라는 표현이 좋네요. 하고 싶은 일이라면 어떤 건가요?

첫 번째는 꿈노트와 엽서를 제작해서 버스킹을 하고 싶어요. 꿈노트랑 엽서는 제 그림이나 사진으로 만든 무지노트에 메시지를 적어서 판매하려고해요. 이 노트에 쓴 고민과 걱정은 나중에 분명 행복한 추억으로 바뀔 거라는 내용으로요. 제 노트가 꿈을 향해 가는 디딤돌이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두 번째는 제가 시간이 날 때마다 찾아가는 가족사진사가 되고 싶어요. 행복한 추억을 남기고 싶어도 남길 수 없는 가정들을 찾아서 돕고 싶은 마음이거든요.

또, 세 번째 꿈은요. 곧 생겨날 건데 아직은 비밀이에요. (웃음)

제가 다 웃음이 지어지네요. 음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음악을 정말 사랑하고 제대로 시작하게 된 건 작년부터인 것 같아요. 17살까지는 미술을 했었고, 고등학교 입학 후에 교내 밴드를 하게 됐는데요. 공연을 하고 ‘잘한다’ 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그 관심이 너무 좋았던 것 같아요. 마치 누군가를 그냥 좋아하고 있었는데 그게 사랑의 감정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달까요.

그 후 칭찬에 힘입어 실용음악과 입시를 준비했어요. 그런데 좀 어정쩡하게 20살을 맞이한 것 같아요. 어정쩡하다는 게 무슨 말이냐면,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하나에 집중을 못했다는 뜻이에요. 저는 그림도 그리고 싶고 사진도 찍고 싶고 노래도 하고 싶었어요. 하나에만 마음을 주기엔 다른 꿈들이 각양각색으로 빛나고 사랑스럽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점점 더 “음악, 사진, 그림 셋 다 할 거야“ 라는 고집이 어마어마하게 커졌죠. 제 주변 사람들은 그런 저를 보고 하나도 벅찬데 어찌하겠냐고, ‘꿈 깨라’는 반응들이었지만 포기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데 그런 마음으로 대학을 오니까 즐겁지 못한 거예요. 다들 음악 한 가지에만 정말 몰두하고 있는데 저는 미안할 정도로 그러지 못했어요. 그게 차츰 부담감으로 다가왔고 자신감도 많이 떨어졌어요. 정말 다 한다는 건 욕심일까 하는 고민을 많이 했고, 입학 한 달 만에 자퇴를 하게 됐어요. 그리고 1년 동안 제 꿈에 대해 다시 생각했어요.

결국 저는 제가 하고 싶은 마음이 옳다고 결론 지었어요. 부나 명예와 같은 흔히들 말하는 성공은 제 마음과 다른 방향이었죠. 처음에도 말씀 드렸듯, 제 꿈은 행복인데요. 그걸 느끼려면 내 능력이 닿는 만큼 마음을 나누고 소통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자퇴 후에 어떻게 했나요?

그렇게 제대로 시작한 게 작년이었던 거죠. 2013년. 남들이 뭐라고 하던 내가 하고 싶은 거 해야겠다는 마음이었고요. 그때 처음으로 제 일상과 마음을 담아 작곡을 해보고,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어요. 사진은 언제나 뗄 수 없는 존재였고, 그림도 그랬어요. 제가 하고 싶은 모든 걸 하고 있는 그 시점부터 진짜 내 음악을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현실에 치여 사는 모습이 아닌 내가 원하는 꿈을 그리고, 그 꿈이 현실이 되고, 불안한 현실은 그저 제 꿈이 더 멀리 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디딤돌이 될 거라 믿으며 오혜주의 음악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부모님의 반대는 없었나요? 음악에 대한 거라던가 자퇴에 대한 거라던가요.

어우, 반대 심하셨죠. 그러다가 ‘너 알아서 해’라는 말을 하시길래, 진짜로 제가 알아서 했어요(웃음). 학원을 너무 다니고 싶어서 무작정 전주한옥마을에있는 여성용 고시원(원룸)을 계약을하고 방 열쇠를 받아와 버렸어요. 이미 계약 하고 와서 무조건 살아야 된다고 우긴 거죠(웃음). 그렇게 전주에 살게 됐고 거기서 학원도 다녔는데요. 거기서 영상을 하나 찍게 됐어요. 뮤지컬 ‘캣츠’에 나오는 ‘Memory’라는 곡을요. 그 전까지는 반대가 ‘어-엄청’ 심하셨는데 영상을 보신 뒤부터는 ‘어-엄청’에서 ‘엄청’으로 줄어든 것 같았어요(웃음). 진짜 제가 잘 하고 있는 걸 보여드리니까 인정해주시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탈선을 한 적은 없지만 항상 우울했어요. 소극적이었고 걱정도 많았고요. 제 스스로 약을 먹고 병원에 다닐 정도로 우울증이 있었어요. 그런데 제가 저를 믿고 남을 의식하지 않는 순간부터는 정말 긍정적으로 변했거든요. 오히려 타인을 응원해주는 사람이 됐고요. 그러니까 어느 순간부터는 부모님께서 짜증을 내시면서도 반대가 아닌 “그래 해봐”라고 하셨어요. 그 뒤로 사진도 찍고 그림도 그려왔고, 지금은 제가 무엇을 결정하든 한숨이 외엔 반대는 없으세요. 몸만 건강하고 행복하면 됐다고요(웃음).

지금까지 한 음악 활동들을 소개해 주세요.

작년 10월 말 쯤 한 회사와 인연이 됐어요. 팀이 만들어졌고 12월에 첫 공연을 했고요. 3월엔 팀 앨범을 발표했어요. 그 앨범 디자인을 직접 했고 작곡도 하고 연주도 하고 노래도 불렀죠. 공연도 했었어요. 저희 작업 외에 다른 가수분 앨범 디자인도 했어요. 네이버 뮤직스페셜과 같은 곳에 올라갈 사진 작업도 했고요. 말한 대로 음악, 사진, 그림을 다 했어요. 정말 멋진 경험이었어요.

하지만 제가 음악을 막 시작하자마자 너무 빠르게 일들이 진행된 것 같아요. 스스로 준비가 덜 됐다고 느껴졌고 제 것을 완벽하게 찾지 못한 상태였기에, 저와 방향이 맞지 않다고 느꼈어요. 지금은 다시 혼자 준비를 하고 있어요.

현재 생활은 어떻게 하고 있나요?

회사는 5월부터 안 나가게 됐는데, 회사를 다니는 동안에는 아르바이트를 할 수가 없어서 부모님께 신세를 졌어요. 그것도 이번 달이 마지막이네요. 사실 부모님께 신세를 지는 게 너무 죄송한데, 제가 자퇴를 하면서 부모님과 이야기 한 게 있어요. 다른 친구들이 대학 다니는 동안까지는, 학비를 안내는 대신에 제 생활이 힘들 때 신세를 좀 지겠다고요(웃음). 그래도 어떻게 계속 그래요. 6월 2일부터는 다시 아르바이트를 시작합니다. 결국 현재는 아주 잘 쉬고 있어요(웃음).

주로 작업은 어떻게 하세요? 뮤지션들마다 작업 스타일이 있다고 하던데요.

전부 심심해서 기타를 치다가 만들어졌어요. 왠지 그 소리가 마음에 들면 제가 끄적였던 낙서 중에 어울릴만한 걸 불러보다가 괜찮으면 계속 만들어요. 예전부터 무심코 끄적여 놨던 낙서들을 보면 당시의 생각이나 감정들이 솔직하게 담겨 있거든요. 주로 제 것을 참고해요.

자작곡은 총 몇 개 곡을 만들었나요?

지금 다섯 곡 정도 있는데 한 곡은 아직 미완성이에요.

자작곡 중에 소개하고 싶은 곡이 있나요?

‘할로윈’이라는 노래가 있는데요. 1년이 채 안 되게 키운 강아지가 있었는데, 2012년도에 교통사고가 나서 하반신마비가 온 거예요. 수술비는 집에서 감당하기 힘들 정도였고 병원에서는 수술을 해도 고통이 심할 거라며 안락사를 권했어요. 저는 제 욕심에 어떻게든 기르고 싶었는데 아버지는 강아지에게 못할 짓이라고 제 몰래 안락사를 동의하셨어요. 그런데 병원에 보호자로 제가 등록이 돼 있어서 안락사 당일 저에게 전화가 온 거예요. 강아지 곁에 있어주겠느냐는 말에 저는 덜컥 겁이 났고 결국 마지막까지 곁을 지켜주지 못했어요. 한동안 정말 많이 울었던 것 같아요. 어느 순간부턴 눈물도 안 나오더라고요.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해소하려고 계속 울음을 내뱉는 것 같았고 체념하게 됐어요.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마음을 담아 쓴 곡이 이 곡이에요. 그 친구를 위한 곡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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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뮤지션들이 그렇듯, 음악을 한다는 게 쉽지 않잖아요. 언제 가장 힘들었나요?

집안사정이나 남들 시선,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아마 음악 하시는 분들 대부분 사람들의 고민인 것 같고요. 저는 그보다 힘들었던 게 초반에 언급했던 것처럼 ‘하고 싶은 것 다 할 수 없는 게 세상’이라는 주변사람들의 말 때문에 느낀 불안감이었어요. 언젠가는 제 동생을 곁에 두고 책임지고 돌봐야 할 텐데 그러려면 안정적인 수입과 시간이 필요하잖아요.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제 꿈을 놓아야 할 것인지 하는 생각 때문에 힘들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마음먹기에 달린 거고 뭘 하든 안정적인 건 없는데 말이죠. 지금은 힘들지 않아요. 전보다 지금이 더 힘들 상황인데도 마음에 기준점이 있어서 그런지 너무 좋아요.

그럼 반대로 가장 즐거울 때는요?

음악이나 사진이나 그림이나 저를 통해 누군가가 추억하고 행복을 느끼고 진심으로 공감하시는 모습을 볼 때 가장 즐거워요. 또 제 음악을 듣고 다가와 주신 분들에게 제가 감사하다 진심을 전할 때도 즐겁고요. 반대로 고맙다는 말을 들을 때도 행복해요.

오혜주의 버스킹은 언제 볼 수 있나요?

조금은 긴 시간을 두고 준비를 차근히 할 생각이라 내년쯤이 되지 않을까 해요. 마음에 두고 있는 날짜는 2015년 제 생일인 1월 24일이고요.

앞으로 어떤 뮤지션이 되고 싶나요?

저는 사진 같은 뮤지션이 되고 싶어요. 제 노래가 추억이 되고 위로가 되고 누군가에게 전하는 마음이 되고요. 때론 웃기고 용기가 되고, 응원이 되는 그런 사진 같은 뮤지션이요. 음악으로 많은 사람을 만나 여러 형태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할 말이라면요?

모든 분들이 용기가 나지 않아 망설이고 있는 무언가가 한가지씩은 있으실 거라 생각해요. 남들 시선을 의식하느라 허물지 못한 벽에 가려져 있는 꿈이랄까요? 세상엔 수많은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 중 몇 명을 만났다고 해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꿈은 항상 같은 자리에 있으니 자신을 믿고 꿈을 향에 달려가셨으면 좋겠어요. 지금까지 했던 모든 고민들이 벽을 넘는 사다리가 되길 응원할게요. 벽에 있는 벽돌 한 장이라도 내려놓고 용기 가지시면 좋겠어요. 저도 그렇고요(웃음).

Halloween 노래의 주인공 (오른쪽)

플래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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