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지역재생 새 모델, 스타트업이 이끈다… ‘함께 투자하고 수익 나누기’ 확산

공공재원 의존 탈피, 민간 주도 상생모델 확산… “직접 투자하고 함께 수익 나누는 구조가 핵심”
루센트블록 3호 대전 창업스페이스
지방소멸 위기, 새로운 해법 등장

한국 사회가 직면한 지방소멸과 지역 경제 침체라는 고질적 문제에 스타트업들이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기존의 공공재원 투입이나 일회성 개발 방식을 넘어, 민간이 주도하고 지역민이 직접 참여하는 지속 가능한 상생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소멸 위기에 놓인 지역들은 유휴 부동산 증가, 인구 감소, 산업 공백이라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스타트업들은 지역 자산에 직접 투자하고, 정주 환경을 개선하며, 지역 기반 커뮤니티를 구축해 사람 중심의 생태계를 복원하는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다. 실제로 사람이 유입되고 머무는 구조적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루센트블록, 지역민 참여형 부동산 투자로 선순환 구조 구축

대전 기반의 핀테크 스타트업 루센트블록은 소액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소유’를 통해 지역 상생을 위한 혁신적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시민들이 공동으로 해당 지역 부동산에 투자하고, 운영 수익과 매각 수익을 함께 나누는 방식으로 지역 기반 선순환 투자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 모델의 성공 사례로는 2022년 말 공모한 3호 자산 ‘대전 창업스페이스’가 대표적이다. 청년 창업자를 위한 공유 오피스로 운영되며 연 5%대 배당 수익을 꾸준히 제공해온 이 프로젝트는 최근 수익자총회 투표를 통해 약 15%의 최종 수익률로 매각이 확정됐다. 특히 전체 투자의 약 60%가 대전 시민으로 구성돼, 투자부터 운영, 매각까지 지역민이 직접 참여하고 수익을 얻은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루센트블록의 이런 성과는 올해 3월 하나은행과의 협력 프로젝트에서도 이어졌다. 유성구 궁동에 위치한 ‘대전 하나 스타트업파크’ 공모 프로젝트는 하나은행이 지역 창업 생태계 활성화를 목표로 대전시, 루센트블록과 함께 추진한 사업으로, 연 9% 수준의 배당 수익이 제공된다. 이는 기존 금융상품 대비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지역 투자의 매력도를 크게 높이고 있다.

루센트블록 관계자는 “지역민이 투자 단계부터 운영, 매각까지 전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지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이런 방식이야말로 진정한 지역 상생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블랭크 유휴하우스
블랭크, 유휴공간 재생으로 지방소멸 대응

공간 재생 전문 스타트업 블랭크는 유휴 공간을 지역민을 위한 거점으로 전환해 지역 재생과 인구 소멸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서울에서는 유휴 공간이나 상가를 활용해 코워킹 스페이스, 커뮤니티 공간, 위스키 바로 구성된 ‘공집합’을 운영하며 실험적인 공간 모델을 선보였다.

더 주목할 만한 것은 블랭크가 2021년부터 전개하고 있는 지방 도시 프로젝트다. 인구 감소가 심화되고 있는 영주, 안동, 남해, 속초, 단양, 여수, 제주 등 7개 도시를 중심으로 방치된 빈집을 직접 리모델링해 임대 및 운영하는 ‘유휴 하우스’ 프로젝트를 운영 중이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단순한 공간 제공을 넘어 지역 정주 환경 개선과 새로운 인구 유입을 위한 기반 마련에 있다. 블랭크는 빈집을 매입하거나 임차한 후 현대적인 주거 공간으로 탈바꿈시켜 도시민들의 지방 이주나 워케이션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역 건설업체, 인테리어 업체 등과의 협력을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블랭크 측은 “유휴 공간의 재생은 물리적 환경 개선을 넘어 지역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며 “한 곳씩 변화시켜 나가다 보면 지역 전체의 분위기와 인식이 바뀌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맹그로브 제주시티
맹그로브, 코리빙으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제안

엠지알브이의 뉴리빙 커뮤니티 ‘맹그로브’는 다양한 형태의 공동체 주거를 통해 지역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Live’, ‘Stay’, ‘Work&Stay’ 세 가지 유형의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변화하는 주거 트렌드와 지역 재생을 연결하는 독특한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Live’는 다양한 사람들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코리빙 하우스로, 1인 가구 증가와 공동체 회복에 대한 니즈를 동시에 충족시킨다. ‘Stay’는 내 집처럼 머물며 일상을 흥미롭게 탐험할 수 있는 단기 체류 공간으로 관광과 일상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여행 문화를 제안한다. ‘Work&Stay’는 일과 여행이 공존하는 리모트 워크 라이프스타일 공간으로, 코로나19 이후 확산된 재택근무 문화와 워케이션 트렌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제주에서 운영하는 맹그로브 제주 시티는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힌다. 1980년대 지어진 관광 호텔을 리노베이션한 7층 규모의 건물로, 일과 휴식을 위한 90실의 개인 공간과 탑동 해안 경치를 조망할 수 있는 공용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이 프로젝트는 지역 자산의 재활용과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수요를 효과적으로 접목시킨 사례로 평가받는다. 노후화된 관광 시설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탄생시키면서 워케이션 수요층의 유입을 통한 지역 원도심 활성화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맹그로브는 서울의 숭인, 신설동, 동대문, 신촌과 강원 고성, 제주 시티 등 6곳에서 공간을 운영 중이며,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성공 요인은 ‘지역민 참여’와 ‘지속가능성’

이들 스타트업의 공통점은 일방적인 개발이나 투자가 아닌 지역민의 적극적 참여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이다. 루센트블록은 지역민이 직접 투자자가 되어 수익을 공유하는 구조를 만들었고, 블랭크는 지역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상생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맹그로브 역시 지역의 기존 자산을 활용하면서 새로운 수요층을 유입시키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또한 이들 모델의 핵심은 지속가능성에 있다. 단발성 이벤트나 일회성 투자가 아닌, 지속적인 수익 창출과 재투자가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 장기적인 지역 발전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이 기존 지역 개발 방식과의 차별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의 지역 개발이 공공재원에 의존한 하향식(top-down)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민간의 창의적 아이디어와 지역민의 참여를 기반으로 한 상향식(bottom-up) 방식이 더 효과적임이 입증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부도 민간 주도 지역재생에 주목

정부도 이런 민간 주도의 지역재생 모델에 주목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도시재생 뉴딜사업’에서 민간 참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정했고, 중소벤처기업부도 ‘지역특화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기반 스타트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한 각 지방자치단체들도 유휴 부동산 정보 제공, 규제 완화, 세제 혜택 등을 통해 이런 민간 주도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대전시의 경우 루센트블록과의 협력을 통해 ‘시민 참여형 도시재생 모델’을 다른 지역으로 확산시키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런 모델들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다. 무엇보다 초기 투자 자본 확보의 어려움과 지역별 특성에 맞는 맞춤형 모델 개발의 필요성이 지적된다.

또한 법제도적 정비도 시급하다. 소액 부동산 투자와 관련된 규제, 유휴 부동산 활용에 따른 각종 인허가 절차, 코리빙 등 새로운 주거 형태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 등이 개선되어야 더 많은 스타트업들이 이 분야에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이런 민간 주도의 지역재생 모델이 향후 한국의 지방소멸 문제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MZ세대의 가치관 변화와 코로나19 이후 확산된 원격근무 문화 등이 이런 트렌드를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단순히 지역의 인프라 구축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직접적인 투자를 비롯해 사람이 돌아오고 머물 수 있는 이유를 만드는 것이 중요해졌다”며 “지역 내 부동산과 인구가 선순환하는 지속 가능한 모델에 대한 관심이 앞으로도 계속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역재생의 새로운 패러다임

결국 스타트업들이 제시하는 지역재생 모델의 핵심은 ‘사람’이다. 물리적 환경 개선을 넘어 사람들이 모이고, 머물고, 다시 투자하고 싶어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이는 기존의 관 주도 개발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었던 부분으로, 민간의 창의성과 시장의 효율성이 결합된 새로운 접근법이라 할 수 있다.

앞으로 더 많은 스타트업들이 이 분야에 진출하고, 성공 사례들이 축적되면서 한국형 지역재생 모델이 더욱 정교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지방소멸이라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스타트업들의 혁신이 과연 어떤 결실을 맺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기자 / 혁신적인 스타트업들의 이야기를 발굴하고 전달하며, 다양한 세계와 소통하는 것을 추구합니다. / I want to get to know and connect with the diverse world of start-ups, as well as discover their stories and tell th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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