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를 위한 지식재산권 체크업
투자란 무엇일까? 사전에는 ‘특정한 이득을 위하여 시간, 자본을 투입하는 것’이라고 한다. 투자에는 1)부동산 투자와 2)동산 투자가 있는데, 동산 투자의 대표적인것은 바로 ‘기업에 대한 투자’인 ‘주식투자’라고 할 수 있다. 부동산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 빚을 내서라도 집과 땅에 투자하려는 마음이 강해지며, 부동산 가격이 내리거나 변동이 적으면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려는 마음이 강해진다. 우리나라는 수도권 집중현상으로 인해서 부동산 가격이 상당히 많이 상승했고, 하우스푸어, 출산율 저하, 양극화, 교육 불평등 등 여러가지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차원에서 부동산으로 쏠리는 투자심리를 기업투자 쪽으로 돌리기 위한 여러가지 정책을 펼치고 있다.
2007년부터 시작된 모바일 인터넷 시대는 우리의 생활방식을 바꾸어 놓았고, 2013년부터 시작된 다양한 창업지원정책과 투자정책에 힘입어 많은 스타트업들이 큰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화려해보이는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스타트업)의 근저에는 언제나 ‘초기투자’가 있었으며, 그들의 초기를 함께한 엔젤투자자, 초기투자자들의 참여가 그들의 성공스토리를 있게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변리사인 필자도 2013년 특허사무소를 개업하면서 수 많은 창업가들을 만나왔으며, 2014년부터 BLT 변리사들과 함께 스타트업 엔젤투자를 해왔다. 그 과정에서 다른 엔젤투자자, 엑셀러레이터, 벤처캐피탈 심사역 들과 많은 교류를 하고 있으며, 그들로부터 ‘투자시 지식재산권 실사방법’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어렵다면 어려울 수 있고, 쉽다면 쉬울 수 있는 ‘지식재산권 실사’ 중에서 ‘쉽지만 중요한’ 체크업 항목 다섯가지에 대해서 간단히 살펴보도록 하자.
지식재산권 리스트 요청
스타트업은 부동산 같은 유형자산을 확보한 상태로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스타트업의 자산 은 무형자산에 중심이 맞춰져있다. 무형자산 중에는 1)기술창업 기업의 경우에는 ‘특허권’, 2)문화창업 기업의 경우에는 ‘저작권’과 ‘디자인권’, 3)서비스창업 기업의 경우에는 ‘상표권’과 BM특허가 담긴 ‘특허권’이 있다. 투자자로서는 스타트업의 경영진에게 이러한 지식재산권 리스트를 받는것이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할 일이다. 리스트에는 출원번호와 등록번호가 포함되어야 하며, 더 자세한 사항은 특허청에서 제공하는 지식재산권 검색 데이터베이스인 ‘키프리스(kipris.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키프리스에서는 해당 기업이 보유한 특허권, 상표권, 디자인권을 확인할 수 있으며, 해외특허, 해외상표 등도 무료로 확인할 수 있다. 아래 화면과 같인 출원인에 기업명을 입력하여 보유 지식재산권을 확인할 수 있으며, 기업에서 제공한 지식재산권 리스트의 출원번호 등을 입력하여 개별 권리의 상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도 있다.
간과하기 쉬운점은 저작권이다. 문화창업 기업들의 경우 저작권이 상당히 중요한데, 등록이 저작권의 발생요건은 아니지만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저작권 분쟁에서 ‘저작권 등록’이 되어 있으면 법적으로 상당히 유리하다. 또한, 문화창업 기업이 아닌 기술창업 기업들의 경우에도 프로그램의 소스코드를 저작권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 소프트웨어는 특허권으로 보호받을 수도 있지만, 저작권법상 ‘프로그램등록’을 통해서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소스코드)로 보호받을 수 있고, 해당 소스코드를 언제, 누가 만들었는지를 등록할 수 있기 때문에, 일종의 ‘원본증명’의 역할을 한다. 투자하려는 기업의 등록된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이 무엇이 있는지는 한국저작권위원회(cros.or.kr)의 ‘등록검색’ 화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식재산권 상태확인
리스트를 받았으면, 각각의 지식재산권의 상태를 확인하는것이 중요하다. 출원만 하고 등록을 받기 전인지, 특허청으로부터 거절을 받은 상태인지, 포기 또는 취하된 상태인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지식재산권 명의가 누구 앞으로 되어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다른 회사 또는 대학과 공동으로 출원했거나, 지분을 이전한 공유 상태인지 등도 체크해봐야 한다. 지식재산권이 공유인 경우, 다른 공유권자의 동의가 없으면 지분을 매각할 수도 없고, 제3자에게 실시권을 설정할 수도 없기 때문에 제한이 생기게 된다. 특허권에 전용실시권이 설정되어 있는지, 상표권에 전용사용권이 설정되어 있는지도 확인해봐야 한다. 전용실시권이나 전용사용권은 설정된 기간동안 독점적으로 해당 지식재산권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이기 때문에, 원래의 권리자도 허락이 없다면, 해당 기간과 범위내에서 자신의 지식재산권을 사용할 수 없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투자에 앞서 지식재산권의 소유권만 봐서는 안되고, 전용실시권 또는 전용사용권이 설정되어있는지 여부도 확인해봐야 한다.
한편, 최근에는 보유한 지식재산권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는데, 이에 대한 확인도 필요하다. 지식재산권은 ‘무형’이지만 물권에 해당하기 때문에 담보로 제공할 수 있고, 이때 ‘질권’이 설정될 수 있다. 금융계약에 따라서 변제일까지 변제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채권자가 질권을 실행할 수 있는데, 경매 등으로 해당 지식재산권이 타인에게 넘어갈 수 있으므로 투자자로서는 투자전에 미리 확인을 해야 하는것이다.
핵심기술이 특허로 보호되고 있는지
축구에서 슈팅수보다 유효슈팅수가 중요하듯, 지식재산권이 많다고 무조건 좋은것은 아니다. 지금 하고있는 사업 또는 향후 전개할 사업을 제대로 보호할 수 있는 지식재산권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따라서 투자자로서는 대표이사나 CTO에게 자신들이 보유특허를 설명해줄 수 있는지 요청하는것이 좋은 방법이다. 물론, 대표나 연구소장이 전문적인 특허법적인 지식을 다 가질 수는 없기 때문에, 약간의 비용이 들겠지만 해당 특허권을 등록시켜준 특허법인의 변리사에게 설명을 요청해줄 것을 경영진들에게 부탁하는것 또한 바람직하다. 내 주변의 현명한 투자자들은 중요한 투자를 앞두고 해당 기업의 보유특허 검토를 반드시 하는편이며, 투자자나 피투자자가 해당 특허들의 내용해석이 잘 되지 않는 경우에는 지식재산권 전문가인 변리사에게 자문을 구하곤한다. 정부에서도 조달청 우수제품지정심사를 할때 5인 내지 7인의 심사위원 중 상당수가 변리사로 초빙되는데, 우수제품으로 신청된 해당 제품이 해당 특허권에 포함된 등록 청구항과 얼마나 매칭되는지를 주로 심사한다. 마찬가지로, 투자자들은 기업 경영진 또는 담당 변리사에게 중요특허들의 청구항을 설명해달라고 요구할 필요가 있으며, 약간의 비용이 들더라도 외부의 전문가를 통해 해당 기업의 보유특허를 전반적으로 검토(실사)하는것이 바람직하다.
해외지식재산권 보유여부
국내만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는 경우라면 모르겠으나, 해외진출을 생각하는 기업이라면 당연히 해외 지식재산권을 미리 확보해 두어야 한다. 특히 국내총생산(GDP)이 한국의 13배에 달하는 미국은 세계 1위의 시장으로서 반드시 지식재산권을 확보해야하는 국가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 시작한 기술창업 기업의 경우, 미국 선도기업에 M&A가 된 경우가 많은데, 이는 이들이 미국 특허권을 다수 확보해 두었기 때문에 그렇다고 할 수 있다. 2019년 미국 코그넥스에게 2300억원에 인수된 한국의 AI스타트업 수아랩은 인수 이전에 이미 10개에 달하는 미국특허를 미리 확보하고 있었고, 2012년 인텔에 350억원에 인수된 올라웍스 역시도 10개 이상의 미국특허를 출원했었다. 상표의 경우에도 미리 신경을 써야하는 것이 바로 ‘진출 대상국’ 현지에서의 상표권 확보 여부다. 국내 기술특례상장 1호 기업으로 유명한 ‘바이로메드’는 미국에 동일한 상표를 먼저 등록받은 회사 때문에 2019년에 회사이름을 ‘헬릭스미스’로 변경하였는데, 2005년 코스닥 상장 당시에 미국 상표를 미리 등록을 받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특허권의 경우에는 PCT국제특허출원제도, 상표권의 경우에는 마드리드국제상표제도, 디자인권의 경우 헤이그 국제디자인출원제도가 존재하며, 이러한 제도를 활용하면 해외 지식재산권 획득이 간편해진다. 또한, 해외 지식재산권 확보를 위한 각종 지원사업이 많이 있으니, 투자를 검토중인 기업이 있다면 미리미리 해외 지식재산권을 확보하도록 투자자로서 조언을 주는것이 좋다.
경쟁사 지식재산권 현황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지식재산권에 대한 파악도 어려운 초기 스타트업들에게 경쟁사의 지식재산권 현황을 파악하여 보고해 달라는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투자한 스타트업이 지식재산권 분쟁에 휘말려 사업을 갑자기 중단하게 되면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해를 보게되는 것도 사실이다. 무형자산이 자산의 대부분인 스타트업이 해당 무형자산(지식재산)을 사업에 활용할 수 없게 되는것 만큼 난감한 일은 없다고 봐야한다. 따라서, 사업이 본격화 되기 전에 경쟁사들이 국내외에 보유한 특허권, 상표권, 디자인권, 저작권에 관한 리스트가 확보되어 있어야 하며, 이러한 지식재산권들이 우리의 사업을 전개함에 있어서 어떠한 영향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분석이 사전에 되어있어야 한다. 사업하기에 바쁜 스타트업에서 지식재산권 전략을 수립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우므로, 특허청의 지원사업을 이용하는것이 좋다.
특허청 산하의 한국특허전략개발원에서 제공하는 IP-R&D사업은 3개월 내지 6개월간 변리사가 기업을 직접 방문하여 핵심기술을 분석하고, 사업에 방해가 될 수 있는 경쟁사의 IP들을 분석하며,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기술획득전략의 수립을 지원하는 전략수립 지원사업이다. 한국지식재산보호원에서는 특허분쟁 대응전략과 K-브랜드분쟁 대응전략 등 해외진출을 준비중인 기업들의 IP전략 수립을 지원한다. 또한, 한국발명진흥회에서는 지역지식재산센터와 함께 IP나래, IP바로지원, 스타트업 지식재산바우처 등의 지원사업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IP컨설팅 사업들은 기업들이 직접 수행하기 어려운 IP전략 수립을 변리사들을 통해서 수행하도록 하는 사업들이며, 결과적으로 경쟁사의 지식재산권 분석을 획득할 수 있는 중요한 사업이다.
마치며
기업에 대한 투자는 결국 기업의 사업아이템을 보호하는 지식재산권에 대한 투자라고도 볼 수 있다. 부동산투자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면, 기업투자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팀원들과 뭉쳐서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특허권에 담는다. 팀원들과 논의하여 만든 브랜드를 상표권에 담고 그 브랜드를 널리 알리기 위해서 마케팅을 한다. 기업의 디자이너들이 만든 멋진 디자인을 디자인권에 담고 경쟁사들과 차별화 된 기업의 정체성을 만들어간다. 아티스트들의 공연, 문학작품, 음악 등을 저작권에 담고 이를 세계의 수 많은 팬들에게 나누면서 수익을 만든다. 기업의 지식재산권은 그 기업을 그대로 투영한다. 따라서, 투자를 결정하기에 앞서, 그 기업의 지식재산권을 체크업하는 스마트한 투자자가 되어보자.
원문 : 투자자를 위한 지식재산권 체크업
필자소개 : BLT 엄정한 파트너 변리사는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직접 투자하는 ‘액설러레이터형’ 특허사무소 ‘특허법인 BLT’의 창업자입니다. 기업진단, 비즈니스모델, 투자유치, 사업전략, 아이디어 전략 등의 다양한 업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