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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인의 Daily up] 11. 네이버 샵N 서비스 종료는 공성지계(空城之計)?

네이버 샵N

지난 5월 4일 네이버가 샵N을 중단하고, 스토어팜 서비스로 전환된다고 밝혔다.

그동안 네이버 샵N이 차지했던 비중은 전체 시장의 5%, 매출액 기준 8,500억을 차지했다.(2013년 기준) 8500억의 10%인 850억을 영업이익이라고 봤을 때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그런 사업을 종료한다는 것은 더더욱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이버는 샵N 서비스를 중단하고 검색서비스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옥션, 지마켓, 11번가 등 오픈마켓들은 경쟁자가 사라진다는 면에서 안심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는 네이버의 전략이 더 영리하다는 소견이다.

우선 예상되는 것으로 그동안 네이버 샵N에 등록하지 않았던 판매자들이 네이버 샵N(6월부터는 스토어팜)에 (초기에는) 일부 제품을 등록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이유는 수수료다. 여타 오픈마켓의 판매수수료가 12% 이상인데 반해 네이버 샵N에서는 6월부터 판매수수료를 받지 않고 평균 3.75%의 결제 수수료만 받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판매자 입장에서 판매수수료 8% 차이라는 것은 대단히 큰 숫자이다.

즉 동일한 제품을 다른 오픈마켓에서 1,000만원 매출했을 때 880만원을 받는 데 비해 네이버 샵N에서 1,000만원 매출이 발생했을 때 960만원을 받게 되는 셈이다. 1000만원 매출 기준, 80만원 차이라는 것은, 아르바이트 한 명을 더 쓸 수 있는 구조이고, 이익율로 따져도 차이가 크다. 오픈마켓 판매자들 입장에서 훨씬 더 많은 제품을 네이버 샵N에 적극적으로 등록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이 자명하다.

또한 많은 판매자들은 8% 차이가 나는 금액을 가격 할인에 쓸 수 있다. 특정 제품의 독점 판매자라면 모르겠지만, 복수의 판매자가 같은 제품을 가지고 경쟁하는 상황에서는 최저가 경쟁을 할 수 밖에 없다. 옥션, 지마켓, 11번가 등에는 적정 마진을 가지기 위해 10만원에 판매하고, 네이버 샵N에서는 9만2천원에 판매한다고 했을 때, 가격비교를 해서 구매하는 고객들은 어디에서 구매하게 될까? (물론 검색을 통해 가격비교를 하지 않고 구매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심지어 너무 싸게 판매하는 제품에 대한 불신을 갖는 경우도 있다.)

네이버에서 검색되는, 최저가의 제품은 일반 오픈 마켓의 제품일까? 아니면 샵N에서 싸게 판매되는 제품일까?의 대답은 스스로 내려보라. 더욱이 앞으로 샵N에 등록된 제품 DB는 다른 검색엔진에도 오픈할 예정이라고 하니 그 파급력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제품에 대한 DB는 급속도로 늘어날 것이고, 샵N에서 판매자들은 가격경쟁력을 가지고 일반 오픈마켓과 경쟁할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오픈마켓 판매자는 양쪽에 모두 제품을 올려놓을 것이기에 겉으로 보면 그 사람이 그 사람이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양분될 수도 있다. 그동안 옥션과 지마켓을 함께 인수한 이베이코리아는 판매 수수료율을 지속적으로 올려왔지만, 4퍼센트 대의 샵N이 있는 한 앞으로는 인상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제로 마진 혹은 판매수수료가 낮은 카테고리를 만들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네이버 샵N이 오픈마켓에서 철수한다는 것은 오픈마켓들이 그토록 원했던 것이었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픈마켓의 발목잡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샵N의 오픈마켓 철수는 전쟁 중 적에게 밀려 후퇴하면서 성을 비우고 떠나는 공성지계(空城之計) 전략이다. 식량을 불태우면서(수수료 4%로 감면) 시민들과 함께 철수하는(샵N 판매자들을 그대로 유지) 계책인 것이다.

빈성을 점령한 오픈마켓들은 승리의 환호를 올릴까? 아니면 또다른 귀계를 들고 나올까? 6월 이후에 눈여겨 봐야 할 관전 포인트다.

전자책 사업을 했던 경험을 기반으로 디지털 컨텐츠 유통을 하고 있다. 현재는 복지몰/폐쇄몰 벤더이자, 카드사/김기사몰 등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회사 블로그(http://dailyup.tistory.com)에 그동안 취급했던 제품과 제품을 취급하면서 경험했던 진솔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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