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출원, 상반기에 하면 가능성이 더 높다?
기술 기반 기업의 지식재산
요즘 연말이 다가오면서, 기업마다 내년 예산을 편성하고 마무리하는데 분주한 것 같다. 기업들은 내년도의 사업 계획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예산을 편성한다. 예산은 기업의 운영방향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기업들은 예산 편성에 많은 고민을 한다. 예산 편성 과정에서는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지식재산은 기술기업에게 있어서 기술력을 입증하고 확보된 기술력을 보호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으로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렇기 때문에 기술기업은 내년 지식재산권 관련 예산을 얼마나 배정하고 편성할 것인가 하는 점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지식재산 예산 집행시기는?
특허권이나 상표권 등 지식재산권을 확보하는데 필요한 예산을 편성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언제 집행할 것인가 하는 것도 중요하다. 국가 정부 R&D 지원을 받은 국가과제로부터 출원된 특허의 숫자를 월별로 집계한 데이터를 볼 때, 어렵지 않게 흥미로운 패턴을 확인할 수 있다. 상반기에 비해 하반기에 특허출원이 집중되고 있고, 특히 10월부터 12월까지 연도 마감 전에 몰려있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비단 국가 R&D에 파생된 특허출원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전체적으로 특허출원 통계를 볼 때 월별 집계 데이터를 보면, 평균적으로 상반기 대비 하반기가 1.5배에서 2배 이상 많은 출원량을 나타낸다. BLT 내부적으로도 동일한 경향을 나타낸다.
지식재산의 우선순위는?
위와 같은 현상은 과거에도 지속적으로 발생해왔기 때문에, 늘 그래왔던 일로 넘어갈 수도 있지만, 이와 같은 예산 집행 패턴이 IP의 경쟁력을 크게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 대해 기업이 간과하고 있다는 명확한 근거다.
정교한 예산 범위에 맞게 운영되는 대기업 IP 팀 외에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거나 IP 인프라가 확고하지 않은 일반적인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의 경우에는 기술 기반 기업임에도 IP 예산이 제대로 편성되지 않거나 편성되더라도 예비비(?) 형태의 성격을 띄는 경우가 있다. 즉, IP의 중요성은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IP 확보에 필요한 예산을 배정하지만, 인건비와 같은 더 급한 항목에 대한 예산이 부족해지면 급한 쪽 예산으로 변경해서 집행하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 IP 예산은 상대적인 긴급성이 낮다고 인식하기 때문에, 작년 4분기에 계획했던 IP의 예산이 다음 해에 온전하게 집행되지 않거나 집행되더라도 상반기 추이를 보고 하반기나 연말에 임박해서 IP 예산을 집행하는 경우가 많고, 이와 같은 의사결정 방식이 통계에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와 같은 IP 예산의 불안정성은 기술 기반 기업의 경쟁력을 크게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 IP 예산이 줄어든다면 절대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IP의 숫자나 품질이 낮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IP 예산이 줄어들지는 않더라도 집행시기를 늦추는 것은 후술하는 것처럼 여러가지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문제점 1. 아이디어 선점 불가
저작권을 제외한 대부분의 IP 권리에 있어서 출원일자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특허의 경우 출원된 내용을 심사할 때 출원일자를 기준으로, 출원일 이전에 공개된 문헌을 대상으로 특허성이 갖춰졌는지 심사하게 된다. 유사한 특허출원이 비슷한 시기에 출원되었다면 특허출원일자가 하루라도 앞선 사건이 우선하게 된다. 이로 인해 현재 과기부 장관과 인텔社 사의 라이선스 사례처럼 드물게 발생하긴 하지만 드라마보다 더 극적인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아이디어가 없어서 상반기에 특허출원을 못하는 경우에는 어쩔 수 없겠지만, 특허로 보호받을만한 아이디어가 있음에도 예산 집행 시기를 늦춰서 하반기에 특허출원 하는 경우에는 예상치 못하게 경쟁사나 다른 업체에게 아이디어를 뺏기게 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1년에 한국에서만 특허출원이 24만건 정도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상반기 10만건 정도 출원된다고 본다면 10만건 중에서 내 아이디어와 유사한 것이 먼저 출원될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문제점 2. 등록 가능성 저하
출원시기가 지연되었음에도 다행히 비슷한 아이디어가 자사의 특허 출원일 전에 선점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더 큰 문제는 출원시기 지연이 발생할 경우 그 사이에 전세계에서 공개된 수 많은 참조문헌이 있다는 점이다. 특허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출원일 기준으로 권리의 선후관계를 결정하게 되기도 하지만, 출원일 기준으로 특허 가능성을 판단받게 되는데 공개문헌의 범위를 국내 문헌에 한정하지 않고 전 세계의 문헌을 대상으로 판단하게 된다. 즉, 출원일 전에 공개된 문헌이 많을수록 확률적으로 특허 가능성을 인정받을 확률이 낮아지기 마련이다.
특허 가능성을 판단할 때 활용하는 참조문헌은 공개된 특허문헌 뿐만 아니라 논문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공개된 내용을 포함한다. 가장 활용빈도가 높은 특허문헌의 경우, 한국에서는 1년에 24만건 정도 출원되고 미국의 경우 1년에 약 60만건, 중국의 경우 1년에 약 160만건 등 매년 약 300만건의 특허문헌이 출원된다. 이러한 특허출원은 원칙적으로 1년 6개월 뒤에 공개되어 후속특허의 참조문헌이 된다. 산술적으로 계산해보면 2024년 6월에 출원할 특허내용을 6개월 보류했다가 2024년 12월에 출원한다면, 그 사이에 자사 특허의 등록 가능성을 낮추는 150여만건의 참조문헌이 새롭게 등장하는 셈이다. 최근의 참조문헌일수록 새롭게 개선된 아이디어와 자사가 발견한 문제인식을 동일하게 포함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특히 더 위험도가 높다. 따라서, 불가피한 이유 없이 IP의 예산 집행을 늦춰서 특허출원이 지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문제점 3. IP의 지배력 및 경쟁력 약화
실무적으로 IP 확보가 어려워진다는 문제점보다 더 근본적인 리스크는 R&D 과정에서 IP의 역할이 주도적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IP는 출원일이 빠를수록 유리하기 때문에, 기술 정체성이 확실한 기업일수록 IP에 대한 전략을 선제적으로 수립하고, R&D 방향을 추진해나간다. 본격적인 R&D에 앞서서 IP가 선행되는 모델이 이상적이라는 의미다.
연초에 수립되는 R&D 계획에 따라 IP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R&D의 수행 과정에서 또는 R&D 수행 결과를 사후적으로 반영한 IP가 될 가능성이 높다. 즉, IP가 R&D의 로드맵을 제시하고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반드시 IP에 맞춰서 R&D가 추진될 필요는 없지만, IP가 R&D의 여러 가지 구현 가능성을 포괄하는 형태로 추진하는 것이 기술경쟁력을 유지하는데 유리한 측면이 있다.
As Soon As Possible
IP와 관련된 출원시기가 늦춰질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살펴봤다. 특허권이나 상표권 등 지식재산권을 확보하는데 있어서, 예산을 편성했다고 하더라도 집행해서 실제 실행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많은 고객사들이 여러 가지 현실적인 이유로 IP 관련 예산을 후순위로 고려하거나 4분기나 연말까지 최대한 늦춰서 출원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그래서 연말에 IP출원이 집중되는 경우가 많고, 실제 BLT의 업무도 하반기나 연말에 집중되는 경우가 많다. 한정된 리소스로 IP 업무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사건이 상반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행이 더딘 경우도 있고 여러 가지 애로사항이 발생한다. 우리 BLT의 문제보다는 고객사에게 잠재되는 문제가 더 우려될 수 밖에 없다. 특허출원의 기본원칙인 선출원주의에 따라 보다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IP출원을 고려해보길 추천하는 바다.
원문 : 상반기 특허출원의 등록 가능성이 더 높다? – 2024년 IP예산을 편성할 때 알아두어야 할 것들
필자소개 : 유철현 BLT 변리사 : 유 변리사는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직접 투자하는 ‘엑셀러레이터형’ BLT 특허법률사무소를 시작으로, IT와 BM분야의 전문성을 살려 다양한 기술 기반 기업의 지식재산 및 사업 전략 컨설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심의위원과 한국엔젤투자협회 팁스(TIPs)프로그램 사업 심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