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가의 가족으로 산다는 것 #1] B형 창업자와 결혼한 A형 블로거
올 연초부터 기획하던 것이 있었다. 스타트업 창업가들의 가족을 만나는 것이었다. 남편 혹은 아내가 창업 전후 변모한 부분, 가족 중 창업가가 있다는 것의 의미, 그리고 창업자 ‘뒷담화’ 등을 듣고 싶어서다. 계획된 릴리즈 시점은 5월로 ‘가정의 달 특집’으로 계획된 것이지만, 이래저래 미루다 보니 6월이 되어서야 결과물을 내놓게 되었다. 각설하고.
스타트업 창업가들이 창업을 결심하고 나서 가장 먼저 부딪치게 되는 난관이자 고객은 가족이다. 창업을 독려하거나 응원하는 부모와 배우자를 만날 확률은 생각보다 높지 않기 때문이다. 부모세대에게 리스크가 크다는 인식이 깊고,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뒤로한 채 창업을 하겠다는 배우자 역시 환영받기 어렵다. 게다가 슬하에 자식까지 있다면 이러한 부담은 배가 된다. 그래서 창업자는 필수불가결하게 소비자를 만나기 전 가족을 납득시켜야 한다.
그런의미에서 매우 어려운 결단을 한 스타트업 창업가의 가족들을 오늘부터 만나려 한다.
첫번째 인터뷰이로 소셜마케팅 회사인 다솔인 이종범 대표의 부인인 송정은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우선 본인소개 부탁드립니다.
송정은입니다. 아이 둘과 남편을 키우며(?) 일상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누리며 살고 있는 대한민국 평범한 아줌마에요. 최근에는 여행이 주는 형언할 수 없는 기쁨을 알게 돼, 호시탐탐 기회만 있으면 가족들과 함께 떠날 생각을 하고 있답니다. 또한 여전히 어려보이고 싶고, 돋보이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 스키니진과 화려한 원피스를 선호하고, 키가 작은 것을 원통해 하며 몰래몰래 킬힐을 수집하고 있는 사람이기도 해요.
이대표님과는 어떤 인연으로 만나고, 결혼까지 이어지게 되셨나요? ‘이 남자다’라고 생각하신 계기가 따로 있었나요?
남편과는 제가 대학원에 다니던 시절 교회 청년부에서 만났어요. 저는 그 시절 완벽하게 소심했던 트리플 A형이었는데요. 제 눈에 남편은 세상에 두려울 것이 하나도 없어 보였던, 저와는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다른 B형남자 였어요. 첫 인상은 무척 생소했죠. 하지만 서로 다르다는 것이 오히려 매력으로 다가오게 됐고, 교제를 결심하면서부터 결혼을 예감했었어요. 그런데 결혼하고 나니 두 사람이 A도 B도 아닌 서로 융화되어 C형 인간이 되더라고요. (웃음)
슬하에 두 아이를 두고 있는 어머니세요. 자제분들 자랑을 해주신다면요?
6살 다솔이와 4살 다인이, 아이들로 인해 인생이 훨씬 더 풍부해졌어요. 다솔이는 몇 달 전부터 태권도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남자 아이어서 그런가 체력이 무척 좋고 태권도 품새 동작 하나하나를 진지하게 취하는 모습이 무척 의젓해요. 그리고 오빠를 좋아하고 잘 따르는 다인이는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간식을 오빠에게 양보할 정도로 순둥이예요. 아들 아이는 용감하고 씩씩하게, 딸 아이는 다소곳하면서도 사랑스럽게 잘 커 주고 있어서 정말 뿌듯하답니다.
활발하게 활동하는 블로거(인터넷 이름 ‘일레드’ / 미녀들의 수다)시고 또한 책의 저자이신데요. 어떤 분야을 주로 다루는 지 설명 부탁드려요.
블로그에는 육아에 대한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여자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질 만한 뷰티패션이야기, 제가 최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여행이야기도 함께 올리고 있답니다.
책의 저자라고 말씀드리긴 조금 부끄러워요. 제가 첫 아이를 임신하면서 부터 출산에 대해 궁금한 것이 너무 많더라고요. 인터넷에는 너무 전문적이거나,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들 뿐이어서 객관적인 정보가 생각보다 적다고 생각했어요. 아마 저 뿐만이 아니라 예비 엄마 & 초보 엄마들은 똑같이 어려움을 겪겠다 싶었죠. 그래서 제가 임신의 초-중-말기를 경험하면서 겪었던 불안감이나 궁금증과 전문서적을 통해 알게 된 지식을 접목해서 에세이 형식으로 블로그에 풀어 쓰기 시작했어요. 그 이야기들을 모아서 에세이 형식의 <육아이야기>라는 책을 내게 된 것이에요.
남편인 이종범 대표님 이야기를 시작해 보죠. 결혼 전까지 이대표님도 ‘평범한’ 직장이셨는데요. 결혼 후 언제 창업을 한다고 말씀 하시던가요?
남편이 평범한 사람은 아니라고 봐요. (웃음) 남편과 저는 동갑인데요. 결혼을 29살에 했지만 그 당시에 남편은 대학생이었어요. 결혼 후 졸업을 했고 직장생활을 시작하기는 했는데요. 아침 일찍 출근하고 저녁 늦게 퇴근해야 되는 우리나라의 실정상, 직장 생활이라는 것이 ‘바람직한’ 결혼생활과는 좀 거리가 있더라고요.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이랑 함께 있기 위해서 하는 것인데 실제로 직장 생활을 하면서는 퇴근 후 짧은 몇 시간, 출근 전 더 짧은 몇 시간 밖에는 가족과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없으니까요.
그러다 첫 아이가 태어나면서 남편이 창업을 하겠다고 결단을 내리더라고요. ‘하나뿐인 인생을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라는 이유였어요. 특이하죠?
여타 창업가들의 창업동기와는 다른 부분이네요. 그렇다면 이대표님이 창업을 한다고 했을 때 순순히 동의하셨나요? 아니면 우여곡절이 있었나요?
사실 남편이 평범하게 직장생활을 할 사람이 아니라는 건 이미 오래전부터 인지하고는 있었어요. (웃음) 그래서 창업을(한다기 보다는 회사를 그만둔다고) 했을 때, 올게 왔구나 싶었어요. 저희 가족의 가훈인 ‘같이 있고, 가치 있게’를 지키려면 그래야 한다고 생각을 했지요.
이대표님이 운영중인 다솔인은 어떤 분야의 기업인가요? 다솔인에 대해 이해하고 계신 범위 내에서 설명 부탁드립니다.
‘다솔인’은 아이들의 이름(다솔, 다인)을 한 글자씩 따서 지었어요. 더불어 남편이 평소 가지고 있던 철학이 반영된 회사명이기도 해요. 블로그나 페이스북같은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마케팅을 하는 회사죠. 저도 남편을 도와 같이 일을 하고 있고요. 블로그를 한 것이 회사에 도움이 되더라고요. 남편 역시 알려진 블로거에요. 더불어 몇 권의 블로그 관련 서적을 낸 저자이기도 하고요.
이대표님이 직장인 시절과 창업을 한 이후 분명 달라진 점이 있을거라고 봅니다. 창업이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어떤것이 있을까요?
보편적인 달라짐이라고 봐요. 직장에 다닐 때는 비교적 소극적으로 일을 해도 꼬박꼬박 월급이 나왔겠지만, 창업을 한 이후에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가 대표의 몫이 되잖아요? 무엇보다 책임감이 강해진게 보여요. 회사 수익성에 대한 부담감과 스트레스도 분명 있을 거고요. 직장 생활을 할 때보다 훨씬 더 고민하는 시간이 많아졌고, 독서를 하는 시간도 많아졌어요. 남편이 하는 일의 특성상 새로운 트렌드를 남들 보다 한발 앞서 파악하고 있어야 되니까요.
조심스런 질문입니다만, 창업 전후 가정 경제의 변화가 있었나요? 창업 초기부터 수익이 많이 발생하는 게 아니라서 에로사항이 있었을 수도 있는데요.
단순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수입이 적어지면 그만큼 덜 쓰면 되거든요. (웃음) 외식을 줄이고, 우선순위에 따라 지출을 하는거죠. 창업 초기에는 아이들도 어렸고 특별히 과다하게 지출할 일이 없어서 다행스럽기도 했어요. 한때 몇날 며칠을 김치찌개, 김치볶음밥만 먹었던 적도 있는데요. 꿈이 있었기에 크게 불편하지는 않았어요.
남편이자 두 아이의 아빠이며 한 회사의 대표인 인간 이종범은 어떤 사람인가요? 가족으로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보기에 어떤 장점과 단점이 있는지요?
남편 이종범 보다는 ‘대표’ 이종범, ‘선배’ 이종범이 훨씬 더 좋은 사람인 것 같아요. 대표 이종범은 자기가 정해 놓은 신념과 어긋난 일은 아무리 큰 돈을 준대도 하지 않고, 선배 이종범은 후배들이 수시로 면담 요청을 하고, 언제든 밥 사달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선배니까요. 때로는 너무 올곧은 면 때문에 융통성이 좀 떨어지는 듯 느껴지기도 하지만, 지나고 나면 신념을 고수했던 것이 결과적으론 좋아서 저도 남편의 뜻을 존중해 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아빠로서의 이종범은 아이들의 어린이집, 유치원 등하원을 담당하는 등 더할나위 없는 사람이죠.
뒷담화를 들으려 했는데, 칭찬만 해주시네요. 부창부수라고 해야할까요? 끝으로, 창업자의 가족으로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끝까지 믿어주는 것, 어떠한 경우에서도 남편의 자존심을 존중해주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한 일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