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인의 Daily up] 15. 전공 분야, 비전공 분야
다양한 제품을 취급하다보면, 만고불변의 진리라고 할 수 있는 유통의 법칙을 깨닫게 된다.
제조자나 수입자와 직거래하는 것과 한두 단계 거쳐서 받을 경우 금액 차이가 크다는 것은 진리다. 하지만 유통을 하는 입장에서, 모든 거래를 제조사나 수입업체와 할 수는 없다. 취급 품목이 제한적이거나 제조사가 요구하는 최소 수량을 항상 맞출 수는 없기에 실제 상당한 부분을 여러 유통업체에서 제안받게 된다. 특히, 카드사나 복지몰처럼 개별 배송이 필수적인 곳과 거래하면서도 띄엄띄엄 특판에 주력하다보니 어느 한쪽을 포기할 수는 없다.
얼마 전, 지인이 특정 제품을 취급하는지 전화로 물어보는데, 마침 내가 취급하고 있던 제품이라 나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할 수 있었다. 그로부터 며칠 뒤, 또 다른 제품을 찾아달라고 했는데,역시 취급하고 있던 제품이어서 구매가 성사됐다. 이후 다시 그 지인에게 어떤 물건에 대해 공급 문의가 왔다. 그 물건은 우리가 취급하는 품목은 아니었지만, 나름 열심히 인맥을 동원해서 제품들을 찾았고, 정해진 시간 안에 제안서를 보낼 수 있었다.
그런데 제안서를 보내고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 전화가 걸려왔다. 내가 보내준 견적서가 평소에 거래하던 곳보다 비싸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최저 마진을 붙이려고 했지만, 이미 한 단계 거쳐서 온 제안서에 우리 마진을 더 붙였기에 비쌌던 것 갔다. 혹은 지인이 평소에 거래하던 그 업체가 특정 제품군을 다량 취급하던 업체였다면 나처럼 띄엄띄엄 견적을 받아서 제안하는 업체에 비해 구매력이 훨씬 클 것이기에 처음부터 경쟁이 되지 않았을 수 있다. 제안서를 준비하기 위해 여기저기 연락하고, 받은 제안서를 꾸미려고 평소에 해야 할 일을 많이 미뤘던 것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이번 일을 진행하면서 배운 것이 하나 있다면, 전공 분야와 비전공 분야를 정확히 알아야한다는 것이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자료를 만들어 상대방에게 보내더라도, 막상 경쟁업체보다 상당한 차이로 비싸다면 결과는 뻔하다. 차라리 그 분야는 내 전공 분야가 아니라고 하는 것이 시간 낭비도 없고, 전공 분야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통을 하는 입장에서는 복수 전공도 많이 하고 싶고, 부전공도 많이 하고 싶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