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VC 투자만 있는 게 아닙니다”… 스타트업 맞춤 찾아가는 ‘금융-공공조달 상담소’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조사한 ‘2023 스타트업 투자 유치 결산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스타트업 총 투자 건수는 1284건, 총 투자금은 5조 3388억원이었다. 2022년 투자 실적과 비교하면 투자 건수는 1765건에서 1284건(-27.25%)으로 감소했다. 총 투자 금액은 2022년 약 11조 1404억원에서 5조 3388억원(-52.08%)으로 절반가량 감소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 투자 혹한기가 이어지고 있는 것.
스타트업의 자금 조달 문제가 심각함을 드러내는 가운데, 투자 시장의 둔화로 인해 이들 기업이 직면한 재정적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권 및 정책 자금 전문 기관들은 대출 이자 및 수수료 인하, 납입 및 상환 유예 등 다양한 자금 융통 기회를 마련하여 시장 회복기를 스타트업이 원활히 극복할 수 있도록 협력하고 있다. 스타트업레시피가 공개한 ‘스타트업레시피 투자리포트 2023’에 따르면 KB인베스트먼트, 한국투자파트너스 등이 활발했고 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은 시리즈B 후기 단계 투자에 다수 참여해 성장 스타트업에 힘을 실었다.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은 초기 성장을 견인하고 금융권에선 한국투자금융, 하나금융그룹, 신한금융그룹 등이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금융과 중소기업 분야의 주요 기관이 최근 경제 혹한기에 직면한 스타트업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
4월 11일과 12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위치한 프론트원에서 스타트업 22개사와 금융 및 공공조달 분야의 전문 기관 관계자들이 일대일 매칭을 통해 심도 있는 컨설팅을 진행하는 ‘금융-공공조달 정기 상담 서비스’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디캠프(은행권청년창업재단)가 패밀리사와 디데이 출전팀을 대상으로 마련한 이번 프로그램은 참여 스타트업들에게 맞춤형 금융 지원 방안과 공공조달 시장 진입 전략 등에 대한 전문적인 조언을 제공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해당 상담 서비스를 통해 참가 기업들은 자신의 비즈니스 모델을 검토받고, 개선점 및 발전 가능성에 대한 구체적인 피드백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스타트업 자금난 해소를 위한 다양한 금융 및 공공 조달 지원 방안이 존재하나, 이를 일일이 확인하는 과정은 결코 수월하지 않다. 이날 행사는 각종 지원 사업을 일일이 파악하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해, 유관 기관을 한데 모아 소개하는 자리라는데 의의가 있다.
이번 행사에는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하나은행, IBK기업은행 및 조달청 등 총 6개 기관이 참여했다. 이들 기관은 보증, 대출, 조달 분야에서 스타트업이 직면한 문제와 궁금증을 해소해주기 위해 함께했다고 입을 모았다.
기술보증기금 종로지점의 김은선 차장은 “보증정책 기관으로서 항상 창업기업의 수요를 고려하고 있다. 스타트업을 직접 만나 그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고 필요사항을 파악하기 위해 현장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IBK기업은행 선릉역 지점의 K 지점장은 “정보 부족으로 인해 적절한 금융 지원을 받지 못하는 초기 기업들이 많다”고 언급하며, 기업은행이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임을 밝혔다. 그는 “스타트업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한편, 자금 운영 방식에 대해 안내했다”고 전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스타트업 대표들은 정부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는 정책 금융 자금과 관련하여 질문을 쏟아냈다. 이들은 또한 자금 운영 방법 및 공공 조달 시장에의 진입 전략에 대해 상세히 문의하는 등, 기업 운영 및 확장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탐색했다.
금융권 및 공공조달 분야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은 이러한 일대일 상담을 통해 스타트업의 현재 상황을 분석하고, 각 기업이 당면한 도전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조달청 산하 혁신제품지원센터의 윤채영 연구원은 최근 스타트업부터 대기업에 이르는 다양한 기업들이 공공조달 시장 접근 방법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디지털 서비스 분야의 스타트업들 사이에서는 해당 시장 내 자사 제품의 진입 가능성에 대한 문의가 잦았음을 전했다.
윤 연구원에 따르면, 많은 기업들이 조달 시장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물리적 제품만이 요구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으나, 실제로 디지털 서비스 역시 용역(서비스) 범주에 포함되어 공공조달 시장 진입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혁신제품지원센터는 정부 부문에서 혁신 제품을 초기 구매자로서 지정하여 기술 혁신 및 초기 시장을 적극 지원하는 한편, 공공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려는 정책을 운영 중임을 언급하며, 이러한 제도가 국내 기업들의 신기술 개발과 상용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동현 전문위원은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 자금 관련 조언에서 염두에 둬야할 지침을 제시했다. 이 위원은 스타트업에게 정책 자금 활용 시 신중함을 강조하며, 무분별한 초기 자금 수용이 반드시 최선의 방법은 아니라고 언급했다.
그는 “실제 필요한 시점에 자금을 유치해야 한다”며, 많은 스타트업이 다양한 시도를 통해 결국 자신만의 독특한 아이템을 찾아내는 과정을 거치는데, 섣부른 자금 유치가 오히려 비전과 성장 가능성을 저해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이 전문위원은 아이템의 중요성보다는 그것을 추구하는 창업자의 역량이 더 큰 가치를 창출한다고 강조하면서, “아이템은 후속 조건일 뿐”이라고 못 박았다. 이와 같은 견해는 스타트업 생태계 내에서 잘못된 소문과 고정관념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동시에, 창업자들에게 근본적인 성공 요인에 좀 더 집중할 것을 촉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러한 배경 아래 진행된 상담회는 참가한 스타트업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참여한 스타트업들은 국내외 금융 시장 및 공공 조달 시장 접근 방안에 대한 실실적인 지식을 얻을 수 있으며, 앞으로도 이와 같은 정기적인 상담 서비스가 계속되길 기대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인벤트의 김종철 대표는 “장기간의 연구개발로 인해 일반적인 투자나 펀드 조건과 부합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 행사를 계기로 정책 자금을 포함해 리스크가 낮은 예비금 조성 방안에 대해 알아볼 수 있었다.”라며, 이와 같은 정보 제공 행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펠빅바이오의 이상철 대표는 “신생 창업팀으로서 공공 자금 조달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고 밝혔다. 그는 “국가 지원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는 경험이 부족한 초기 기업에겐 접근하기 어렵다. 오늘 은행권과 공공기관 관계자들의 상세한 설명을 통해 많은 것을 알게됐다. 우리 같은 스타트업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십사점오의 김지연 COO(최고운영책임자)는 스타트업이 재무적 측면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도전과 기회에 대해 언급했다. “보증, 융자 등 다양한 금융 상품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정보를 찾기란 쉽지 않다.” 김 COO는 이번 행사를 통해 은행, 기금, 중소벤처진흥공단 등 다양한 금융 기관들과의 만남이 가능했던 점을 높게 평가했다.
이번 행사의 주최자인 디캠프 사업팀의 홍은진 팀장은 최근 투자 시장의 둔화와 함께 스타트업들이 겪고 있는 재정적 어려움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정책 금융 기관과 디캠프 출연 은행들과의 협력을 통해 스타트업에게 우대 금리 등의 유인 요소를 제공하는 새로운 자금 조달 지원 구조를 성공적으로 마련하였다고 밝혔다. 이러한 협력을 통해 스타트업들이 경험할 수 있는 편의성을 극대화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홍 팀장은 또한, 공공 조달 시장에 대한 진입 가능성도 이번 상담의 주요 주제 중 하나로 포함시켜 실질적인 사업 검증과 안정적인 매출 확보에 있어 스타트업들이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편 디캠프는 이번 프로그램을 정례화한다. 디캠프측은 창업자들에게 지속적인 네트워킹 기회와 더불어 다양한 리소스를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