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Startup’s Story #130] 한국을 넘어 아시아 최대 패션 플랫폼이 되겠다! 스타일쉐어 윤자영 대표

지난달 20일 모바일 패션 플랫폼 ‘스타일쉐어’가 25억 규모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비교적 중대형 기업에 투자하는 LB인베스트먼트가 스타트업에 투자한 것은 그리 흔한 사례는 아니다. 스타일쉐어에 투자를 진행한 LB인베스트먼트는 “강력한 고객 충성도를 이끌어낸 스타일쉐어의 플랫폼 운영 노하우를 높이 평가하며, 이를 기반으로한 글로벌 패션 플랫폼으로써의 성장 가능성이 이번 투자의 배경”라고 밝힌바 있다.

스타일쉐어는 2011년 서비스 론칭 이후 2014년 6월 현재 90만 가입자를 확보하는 등 국내 대표 패션 플랫폼으로 자리잡은 서비스다. 특히 액티브 유저수가 2013년 초 월간 6만 명에서 2014년 초 월간 30만 명으로 5배 이상 늘어나는 등 빠르게 성장중이다.

스타일쉐어의 시작과 현재를 기록하기 위해 윤자영 대표(26)를 만났다.

스타일쉐어 윤자영 대표

먼저 대표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윤자영입니다. 스타일쉐어(Styleshare)의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창업을 결심한 때가 언제인가요? 

2010년 대학교 4학년 때에요. 서비스는 2011년에 나왔고요. 프라이머 권도균 대표님과 인연이 되어 투자를 받은 것이 계기가 됐는데요. 권대표님이 학교에 강연을 오셨을 때 찾아가 만나뵙게 됬고, 그러면서 스타트업과 프라이머라는 회사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됐죠.

사실 투자를 받기 전날까지도 사업을 하겠다는 생각을 하지는 없었어요. (웃음) 제가 경찰, 피아니스트, 의사 등 다양한 직종을 꿈꿔봤지만, 사업가는 제 인생 리스트에 있던 직업은 아니었거든요. 그저 제가 원하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는 열망으로 시작했어요.

원하는 서비스 구현이라 말씀하셨는데요. 그것에 대한 열망은 언제부터 가지게 된건가요? 그리고 창업까지 이어지게 된 동기를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신다면요? 

대학교에 입학해 1학년 1학기를 때부터  ‘지금 내가 공부하는 이것이 인간의 생활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라는 의문이 계속 있었어요. 회의감과 자괴감 같은 거였죠. 커리어에 대한 고민이기도 했고요. 그러면서 뭔가 생산을 하면서 사는 쓸모있는 인간이 되어야 겠다, 뭔가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가지게 되었고요. 그러던 차에 저희끼리는 ‘학회’라 부르는 ‘디마스튜디오(the Dema Studio, 연대 디자인경영학회)에 들어가서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했어요. 대학교 때 저의 즐거움이었죠. 그리고 당시 제가 관심있었던 것이 스타일쉐어와 같은 패션 서비스였어요.

저는 패션에 대해 디자이너 소양을 가진 이들과는 다른 관점에서 바라봤어요. 소비자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사용자들에게 편한 서비스를 만들것인가, 또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했어요. 다분히 엔지니어적 관점이죠. 당시 전공서적보다 패션잡지들을 많이 봤어요. 심지어 수업시간에도요. (웃음) 더불어 휴대폰으로 패션관련 블로그를 열심히 찾아다니기도 했고요.

그러던 어느날 패션 정보는 양산되고 있지만 정작 우리 대학생들에게 필요한 정보, 사실상 얻을 수 있는 가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에디터 파워가 기존 매체에서 블로거 등 일반 대중에게 넘어가고 있다는 것과, 소비자들이 원하는 콘텐츠는 따로 있구나 라는 것을 느끼게 됐죠. 하지만 메인스트림은 이러한 현실을 못 읽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고요. 그러면서 나와 비슷한 사람이 만들어 내는 콘텐츠, 즉 소비자에게 현실적 가치를 줄 수 있는 정보를 다량으로 볼 수 있는 방법이나 서비스가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창업으로 이어지게 된 건가요? 

창업으로 이어진건 한참 뒤 이야기에요. (웃음) 여러 의문점이 있던 차에 어느 영국 블로그를 알게됐어요. 거리에 지나가는 사람의 사진을 찍고,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패선 아이템의 판매처(제조사)를 인터넷 링크로 연결시켜 주는 블로그였어요. 시스템적으로는 특별한 것이 없었지만, 당시 제 눈에는 혁신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그 사람을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만나셨나요? 

네. 런던에 직접가서 만났어요. (웃음) 때마침 학교에서 영국에 보내주는 교육 프로그램이 있기도 했고요. 런던에서 그 블로거를 만나서 이런 저런 궁금증을 풀었죠. 하지만 희망보다는 좌절감을 얻은 만남이기도 했어요. 그 사람의 서비스 설명을 들어보니 영국에서는 가능할지 몰라도 한국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다르다, 어렵다 라는 결론만 내리고 왔죠. 그때가 대학교 2학년 때입니다.

하지만 그 사람을 만나고 나니 여운이 남더라고요. 그래서 주변 지인들에게 그 사람 만난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했던것 같아요. 그러던 어느날 제 친구가 ‘또 그이야기니? 그렇게 좋은거면 네가 해. 그러면 돼잖아?’라고 하더라고요. 친구들한테 몇 번 들었던 이야기지만, 그날따라 그말에 자존심이 상하더라고요.

친구분이 반복적으로 들어서 귀찮으셨나 보군요? (웃음)

제가 그 영국 블로거 만난 이야기를 1년에 걸쳐 하긴 했어요. (웃음) 그말을 듣고 자존심도 상했지만, 내가 뭔가 하지 않으면 이 이야기를 평생 반복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2~3년에 걸쳐 고민하던 것을 해소해줄 서비스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일단은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죠.

여러 방법을 모색하던 차에 프라이머 권도균 대표님이 학교에 강연을 오신다는 포스터를 봤어요. 권대표님 프로필을 보니 ‘이니시스 창업자’라는 부분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이니시스면 전자상거래 회사잖아요? 그래서 단순히 우리 서비스에 전자상거래를 접목시키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조언을 들으러 강연에 갔어요. 그리고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제가 만드려는 서비스를 말씀 드렸죠. 그랬더니 그날 저녁에 학생벤처 학생들과의 저녁식사 모임에 초대해 주셨어요. 그래서 저녁에 찾아뵙고 그자리에서 다시 제가 생각하는 서비스를 설명했죠. 그랬더니 프라이머에 지원해 보라고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그래서 프라이머에 지원하셨나요?

한 달 동안 망설였어요. 처음에는 스타트업이 뭔지도 몰랐고, 프라이머는 창업을 가르치는 학원인줄 알았고요. (웃음) 제대로 이해가 안됀거죠. 그런데 한 달 뒤에 권대표님이 메일을 주신거에요. 프라이머에 지원했냐고요. 그래서 이런저런 사정으로 못했다 답변드리니, 사석에서 프라이머 파트너에게 다시한번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어요. 그때 나오신 분이 프라이머 이택경 공동대표님이세요. 3분가량 제가 만드려는 서비스 설명을 드렸더니 곧장 ‘프라이머에서 투자하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저는 그게 매우 흔치않은 기회라는 것을 몰랐어요. 심지어 저희 아버님께 말씀드리니, ‘너 무슨 사기꾼 만난거 아냐?’라고 하시더라고요. (웃음)

하지만 두 분이 믿을만한 분이라는 것을 여러 경로로 알게 되었고, 매우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프라이머에 지원을 했죠. 당시 저는 대학원 진학이 예정되어 있었는데요. 프라이머 지원과 투자가 결정되면서 포기했습니다.

다른 질문입니다만, 전공(전자공학)과 관심분야가 조금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대학에서의 전공은 사고방식의 훈련 이상의 큰 의미는 없다고 생각해요. 학생들이 진로를 결정함에 있어 발목을 잡는 요소라는 생각도 없잖아 있고요. 저는 대학에서 전공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옷은 의식주 중에 하나잖아요? 패션은 젊은세대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높기는 하지만, 모든 사람이 매일매일 경험해야 하는 일이고요. 게다가 저는 여대생이고 하니 전공과는 무관하게 늘 관심을 가지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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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쉐어 팀빌딩은 어떻게 하셨나요?

처음에는 프라이머에서 도와준 부분이 커요. 저희 서비스를 만드는데 있어 개발자가 필요했기에 훌룡한 개발자들과의 만남을 주선해 줬어요. 그렇게 소개받은 분들이 현재 CTO가 되어 있고 개발팀장님이에요. 처음에는 다들 가벼운 마음으로 도와주는 포지션이었어요. 직장이 있는 분도 계셨고요. 하지만 이후에 정식으로 팀에 합류해 주셨어요. 그리고 그 분들의 친구, 선배, 후배들을 소개받아 팀이 더 커졌죠. 게중에는 지인을 소개해 주고 자신은 창업을 한 분도 계세요. 저희 마케팅 팀장님도 우연한 기회에 합류해 3년 동안 함께하고 있고요.

현재 팀원은 총 몇 분인가요? 그리고 스타일쉐어에서 공채는 없었나요? (웃음)

현재 12명이 함께하고 있어요. 공채는 어느정도 연차가 쌓인 다음부터는 있어요. (웃음)

프라이머에서 2천만 원 투자를 받으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사업하기에 넉넉한 비용은 아닐텐데요. 초기 사업비용은 어떻게 마련하셨나요?

중소기업청에서 예비기술창업자금 7천만 원을 받았어요. 덕분에 미국에서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참여해 4개월 간 있었고요. 그 자금이 다 떨어질 시점에 머니투데이에서 했던 기업가정신대회에서 대상을 받으면서 5천만 원의 상금을 받았어요. 이후로도 추가투자가 들어왔고요.

스타일쉐어 서비스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 방향성이 있다면요?

처음에는 직관적으로 운영했어요. 저희가 보기에 좋은 것, 저희가 쓰고 싶은 서비스를 만드려 했죠. 하지만 일정기간이 지난다음에는 사용자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중이에요. 저희는 하루에도 수 십통씩 유저들의 메일을 받고 있어요. 불만사항에서 부터 개선사항에 까지 다양해요. 저희 유저는 적극적이기도 하거니와 매니아들이 많은데요. 그분들의 의견을 참고해서 서비스를 만들고 있어요. 그리고 소비자들의 메일은 전 직원이 다같이 공유해요.

기존 기사나 보도자료를 보면 유저수 100만에 엑티브 유저수가 30만이라고 되어 있는데요. 정확한 수치인가요? 

100만은 안됐어요. 90만이 넘어선 시점입니다. 하지만 다음달(2014년 7월)이면 100만이 될듯 싶습니다.

스타일쉐어의 수익모델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월매출은 얼마정도인가요?

2013년 말부터 매출이 나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아직까지 공개할만큼 많지는 않아요. 다만 스타일쉐어가 국내 패션매체로는 넘버원 자리를 공고히 해가는 중이고, 대형 브랜드들과 마케팅 캠페인을 펼치고 있어요. 실례로 제일모직 에잇세컨즈, 포에버21, 리바이스 등 브랜드 들이 저희들을 통해 유저들에게 마케팅 활동을 했죠. 더불어 새로 론칭되는 브랜드들이 빠르게 자리잡기 위한 목적이거나 다소 오래된 브랜드들이 젊은층을 대상으로 리브랜딩을 하는 과정에서 스타일쉐어는 최적의 매체로 포지셔닝 되어 있어요. 이러한 다양한 형태의 광고가 우선 저희의 수익모델입니다.

아직까지 패션이라는 키워드를 떠올리면 관습적으로 올드 미디어를 생각하고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요. 하지만 성과가 측정 불가능하고 그들의 발행부수도 많지 않아요. 가장 많이 발행하는 매체가 2~30만 부 미만이에요. 스타일쉐어가 그러한 부분에서 실질적 대안이 되어 국내에서 대표적인 매션매체로 자리잡는 것이 저희의 단기 마일스톤이에요.

또한 유통채널로서의 스타일쉐어로서 나가기 위해 개발이 진행되고 있어요. 이쁜옷이나 재미있는 아이템을 보고 구매욕구가 일 때 바로 사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일이잖아요? 그것을 스타일쉐어에서 할 수 있게 하는거죠. 그래서 커머스를 연결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스타일쉐어가 자타공인 동종분야 선도기업이기는 한데요. 만만찮은 패션 서비스들이 치고 올라오는 중입니다. 그 서비스들과 비교해 가장 우위에 있다고 여기는 부분이 있다면요?

기능적으로 큰 차이는 없다고 봐요. 여타 동종서비스와 스타일쉐어의 차이라면 유저들과 콘텐츠겠죠. 패션분야 서비스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매우 많은데요. 회원수와 적극적 활동지수를 놓고 보면 스타일쉐어가 전세계 3위 안에 들어가요. 또한 전체매체를 통틀어 스타일쉐어만큼 유저들의 반응을 볼 수 있는 곳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정리하자면, 유저들 사이에 이미 형성되어 있는 끈끈한 유대감, 이 안에서 형성된 문화, 젊은층에게 패션에 대한 특화된 공간이 되었다는 점이 스타일쉐어만의 차별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플랫폼이 되었다는 말씀으로 들리네요. 스타일쉐어의 차이점이자 강점으로 유저를 이야기 하셨는데요. 스타일쉐어 유저들만의 문화는 없나요?  

일단 론칭 이후 3개월 만에 스타일쉐어는 ‘스쉐’라는 줄임말로 불리우고 있어요. 저희가 유도한 것이 아니라 사용자들이 부르는 애칭이죠. 또한 빈번히 쓰이는 관용어가 있어요. 예를들어 ‘정보좀요’와 같은 거에요. 목적성이 뚜렷한 표현이죠. 스타일쉐어는 엄밀히 말하면 SNS가 아니에요. 패션을 소비하기 위해 사용자가 들어오는 매체죠. 사용자들은 스타일쉐어에 접속해서 누가 올린 옷이나 패션 아이템을 보면 그밑에 ‘정보좀요’라는 댓글을 달아요. 수 백, 수 천 개씩이요. 어느 브랜드꺼냐, 어디서 샀냐를 물어보는 거죠. 그 게시물을 올린 사용자는 또 열심히 댓글로 알려주는 패턴이죠.

또한 사용자들의 문화와 소비패턴을 오프라인으로 가져온 것이 스타일쉐어 플리마켓이에요. 이런것들을 스타일쉐어 사용자들의 문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직 정식으로 커머스는 연결이 되어있지 않지만, 사용자 간 거래가 발생할듯 싶은데요?

물론이죠. 개인 사용자간 거래 뿐만 아니라 여러 메이커들이 실제 판매를 유도하고 있어요. 사실 스타일쉐어에서 콘텐츠를 만드는 많은 계정이 쇼핑몰이나 디자이너 등 옷이나 패션아이템을 판매하는 이들이에요. 저희는 그것을 보다 편하고 안전하게 하기 위해 커머스를 하려는 것이고요.

플랫폼 비즈니스에는 노이즈가 있게 마련입니다. 물건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사건사고 사례는 없었나요? 

있었죠. 일반적으로 지나친 상업적 활동은 유저들의 자체정화로 상당부분 해소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암리에 거래되는 중에 사건사고가 있기는 합니다. 더불어 스타일쉐어에서 인기순위에 올라가면 판매량이 늘기 때문에 어느 쇼핑몰의 경우 ID를 수십게 만들어서 활동을 하는 사례도 있었어요.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사례이고요. 내부적으로는 동일한 IP주소에서 생성된 ID는 알고리즘에 반영이 안돼게끔 하고는 있어요. 어뷰징에 대한 고민이 저희의 중요 이슈입니다.

스타일쉐어 서비스 개발 과정에서 하고 싶었는데 구현을 못(안)한 부분은 없으셨나요? 

많이 있어요. (웃음) 그간 이런저런 기능들을 많이 만들었는데요. 론칭을 못한 것들이 꽤 돼요. 게중에 향후 론칭 예정인 것으로는 유저들 간에 쪽지를 보내고 받을 수 있는 메시지 서비스가 있습니다.

투자 이야기 좀 하겠습니다. 스타일쉐어는 여러번의 투자를 받았습니다. 특히 지난달에는 25억 원 투자유치를 하셨고요. 투자유치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배경이 있으시다면요? 투자를 받는 것에 있어 긍정적인 시선이 있는 반면에 부정적인 시선도 만만찮게 있거든요. 

투자를 왜 받아야 하는 지는 심플하게 생각해요. ‘더 빨리 잘 만들수 있기 때문’이에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제 경우 처음부터 프라이머의 투자를 받고 사업을 시작했어요. 사업을 시작한 다음에 다음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투자를 받는 여느 스타트업들과는 시작점이 조금 달랐죠. 그리고 사업초기에는 투자라는 것의 개념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도 않았어요. 당시에는 서비스를 잘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이 강했지,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자체가 깊지 않은것도 있었고요. 내 지분이 어떻고, 회사에 외부의 간섭이 있고 없고에 대한 것은 큰 이슈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프라이머라는 좋은 투자사 덕분에 투자라는 것 자체에 처음부터 인상이 좋았고요. 당시에 투자자는 사업을 시작할 때 도와주는 사람이구나라는 막연한 생각을 했을 정도니까요. 사업초기 저에게 투자는 인큐베이팅과 같은 개념이었어요.

사업초기에는 경영 전략을 세울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하다보니 자금이 부족한 시점을 파악하는 것도 어두웠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저희가 자금이 부족해질만한 시점에 투자가 들어왔어요. 저희 자금 사정에 맞춰 미리미리 자금을 넣어주는 것 처럼요. 돌이켜보면 저희에게 자금이 필요하다는 것을 투자자들이 깨우쳐준 과정이었다고 생각해요. 또한 그동안 저희는 존경할 수 있는 분들의 투자를 받았어요.

다른이야기긴 합니다만, 머니투데이 기업가정신대회에서 상금으로 5천만 원이 입금된 뒤 통장을 보니 5천 만 8원이 있더라고요. 몇 일만 늦었어도 뭔가 덜 나가거나 못 나가는 상황이 있을뻔 했죠. (웃음)

엔젤투자 단계에서는 별다른 IR은 안하신듯 싶은데요. LB인베스트먼트에서 투자를 받을 때는 IR을 하신거죠? 

1년 6개월 전에 시리즈A 투자를 받고 나서 서비스를 열심히 키웠어요. 그러다 지난해 말에 슬슬 IR의 필요성을 느꼈어요. 왜냐하면 그 이후부터는 1~2억 수준의 투자로는 부족했거든요. 그래서 회사에 대한 보다 친절한 설명의 필요성을 느꼈죠. LB인베스트먼트에서의 투자유치가 횟수로는 4번째 투자지만, IR은 그때가 처음이었죠.

여러 대표님들께 IR 과정을 들어보면 정말 쉬운 과정이 아닌듯 싶어요. 내상도 많이 입으시고요. 대표님은 어떠셨어요? 

분명히 개인적으로는 힘든 시간이었어요. 다른 일을 다 멈추고 우리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규정하고 그것을 근거로 사업 계획서를 써야 했는데요. 그 과정이 무척 좋았던 반면에 힘든 과정이었어요. 스스로를 정리하고 뒤돌아보는 작업이 저는 쉽지 않더라고요. 그것을 정리된 말로 옮기면서 시간도 많이 갔고요. 그 과정에서 뼈져리게 반성하고 배우는 과정이기도 했고요.

하지만 IR은 힘들면서도 재미있었어요. 특히 제가 생각조차 못하던 것을 일깨워주는 VC를 만날 때가 기억에 남아요. 엔젤투자나 시리즈A 단계에서는 저희의 열정, 팀구성, 아이디어를 어필하면 됐지만, 시리즈B단계의 투자에서는 그런것은 의미가 없어요. 저희가 시장을 리드하고 있는 회사고,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중요했죠. 그러다보니 심사위원들의 질문 심도가 달랐어요. 우리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데이터를 요구하거나 혹은 그 데이터에 대한 의미를 물어볼 때는 과외받는 느낌이었고요. ‘아, 이렇게도 데이터를 활용할 수 가 있구나’,  ‘제대로 성장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은 회사들은 이런 고민을 했구나’ 생각하는 계기가 됐죠. VC미팅을 마치고 돌아와서는 그들이 한 질문들을 복기하면서, 그때부터 VC가 요구한 데이터를 뽑아보고, 쌓는 작업을 한 계기가 됐어요.

IR을 준비하는 과정은 분명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기간이었지만, 한편으로 참 감사한 과정이기도 했어요. 이렇게 비싼과외가 어디있을까 싶었던 거죠. 이런 질문을 어디가서 듣겠냐 싶고요. 정말 재미있다 생각했어요. 레벨업을 해야하는 게임을 하고 있다는 느낌도 있었고요. 의미있는 질문을 해주는 투자자를 만나는 시간이 가장 스릴있던 시간이었어요. 좋은 투자자란 것이 이런것이구나 싶기도 했죠.

VC가 끝판왕이었던 모양이네요. (웃음) LB인베스트먼트는 그간 중형규모의 기업위주로 투자를 해왔는데요. 스타일쉐어라는 스타트업에는 왜 투자를 했다고 보세요?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시는 부분이더라고요. 그런데 딱히 깊게 생각해 보지는 않았어요. ‘왜 그전에는 스타트업에 투자를 안하시다가 우리한테는 투자를 하세요’ 라고 물어볼 수도 없고요. (웃음) 그전에 어디에 투자를 했던지 VC는 유망한 기업에 투자를 하는 것이 당연한 거라 생각해요. 이전 투자기업 레퍼런스와 스타일쉐어 투자와는 무관한게 아닐까 싶어요.

그저 사견을 말씀드리자면, LB인베스트먼트가 과거에는 건설업 등에 주로 투자를 했다면, 최근에 모바일과 게임 등 분야를 보고 있는듯 싶어요. 모바일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콘텐츠와 커머스 부분이 중요지고 있으니까요. 그런 맥락에서 스타일쉐어 이전에 옐로모바일이나 네시삼십삼분 등에 투자를 했다고 보고요.

스타일쉐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저희는 콘텐츠와 커머스라는 두 키워드에 해당되는 기업이니까요. 더불어 저희 서비스 유저의 활동지수와 충성도 역시 고려 대상이 아니었나 싶어요. 실제 그 부분을 LB인베스트먼트에서 흥미롭게 봤고요. 또 저희가 눈에 띄는 매출을 기록하고 있지는 않지만, 초기단계 기업이가 아니라 이미 자리를 잡았다고도 평가해 주신것 같습니다. 그런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투자를 하신게 아닐까 추정해 봅니다. (웃음)

앞서 단기 마일스톤을 말씀해 주셨는데요. 장기적인 마일스톤은 어떤 것을 세우고 계신가요? 글로벌 진출일까요? 

2~3년 내에 스타일쉐어가 되려는 것은 아시아 유저들이 패션과 쇼핑을 소비하는 매체이자 플랫폼이 되는 거에요. 가능성이 많이 열려있다고 봐요. 한국이 패션과 뷰티쪽 프로덕트는 위상이 높기도 하고요. 저희도 그 흐름을 타면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참고로 저희가 레퍼런스 삼는 회사가 한 군데 있어요. 영국에서 출발한 아소스(asos) 라는 회사에요.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시가총액 10조에 달하는 PC기반 온라인 쇼핑몰이고, 누적회원수는 1,000만 명,  1년에 거래를 경험하는 회원만 700만 명이에요. 연간 1.2조 원 매출이 발생하고요. 영국에서 시작해서 미주까지 확산된 서비스죠. 쇼핑몰이라고 말씀드렸지만 사실 잘 보면 플랫폼에 더 가까워요. 아소스에는 주 메뉴가 3개에요. 유저들이 사진을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 회원들 끼리 옷을 올리고 판매도 하는 마켓 플레이스, 크고작은 브랜드가 입점이 되어 상품을 파는 스토어 메뉴 등이죠. 이들의 모토는 딱 하나에요. ‘ Fashion destination for 20 somethings’ 입니다. 젊은세대를 위해 트랜드하고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자는 거죠.

아소스와 같이 PC기반 매체에는 그런 공간이 있지만, 모바일에서는그런 공간이 아직은 없어요. 그래서 스타일쉐어가 젊은세대가 놀 수 있는 패션의 종착역이 되어주자라는 생각이 있어요. 모든 미디어건 커머스건 간에 방향은 하나라고 봐요. 콘텐츠와 커머스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가운데 지점이죠. 그게 가장 자연스럽기도 하고요. 시작점은 다르지만 결국 역할은 같은거에요. 좋은 스토어는 좋은 미디어 역할을 하게 되고, 좋은 미디어는 좋은 스토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거죠. 스타일쉐어도 그런 역할을 하게 될거라고 봐요. 그런 모습을 그리고 있어요.

더불어 내년에는 스타일쉐어에서 상품의 판매까지 가능해 질텐데요. 새로 론칭하는 브랜드나 큰 자금이 없는 브랜드들이 스타일쉐어를 통해 빠르게 인지도를 확보하고, 판매까지 이어지는 패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라고 있습니다. 스타일쉐어는 매체역할과 유통채널 역할을 할 수 있기에 가능하다고 보고요. 유저들이 가깝게 생각할 수 있는 미디어이자 소비를 즐길 수 있는 자연스런 유통채널이 될거라 자신합니다.

바쁘신 와중에 좋은말씀 감사합니다. 대표님이 계획한대로 스타일쉐어가 성장하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기자 / 제 눈에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연예인입니다. 그들의 오늘을 기록합니다. 가끔 해외 취재도 가고 서비스 리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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