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T칼럼] 패션브랜드 상표가 위협받고 있다
한국의 중소·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들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온라인 비즈니스만으로도 연간 거래액 10억원 이상을 달성할 만큼 탄탄한 팬덤을 구축한 브랜드들이 크게 늘고 있다. 일 예로, 무신사는 2023년 입점 브랜드의 연간 거래액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무신사에서만 연 10억 원 이상을 기록한 곳은 500여개나 된다고 발표하였다.
최근 무신사 글로벌 스토어를 통해 입점 브랜드들이 해외 13개국까지 판로를 확대하고 있고, 국내 ‘무진장 블프’의 해외 판인 ‘몬스터 세일’을 통해 해외 매출을 높이고 있다. 그리고, 에이블리가 운영하는 일본 패션 플랫폼 ‘아무드(amood)’를 통해 많은 한국 패션브랜드들이 일본 시장 진출을 하고 있다.
필자가 소속된 ‘특허법인 BLT’는 무신사 입점브랜드 전담 특허법인으로, 무신사에 입점하여 있는 다수 브랜드들의 상표권, 디자인권 보호를 지원하고 있다. 많은 패션브랜드들이 사업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뛰어난 디자인과 마케팅을 통해 널리 알린 브랜드명에 대한 상표 보호가 미흡한 경우가 아직도 많다.
먼저 사용하고 있으니 상표출원은 천천히 해도 된다는 오해
많은 브랜드들이 내가 먼저 사용하였으니 문제없을거라고 생각하여 브랜드명에 대한 상표출원을 전혀 진행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그러나 상표제도는 먼저 사용한 자가 아닌 ‘특허청에 먼저 출원을 제출한 자’에게 상표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주는 제도이다. 브랜드명에 대한 상표출원을 미루다보면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표를 타인이 선점하여, 상표권 침해 이슈로 브랜드명을 변경해야하는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진행해두지 않은 브랜드명을 상표로 선점하는 ‘상표브로커’에 의해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위의 사례와 같이, 브랜드가 이미 수요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면 이를 특허청에 입증하여 상표브로커의 먼저 출원한 상표를 거절시키고 브랜드사가 상표권을 획득할 수 있다. 그러나 특허청에서 먼저 출원한 상표를 거절시켜 줄 정도의 인지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어서 많은 초기 브랜드들은 상표브로커에게 상표를 빼앗긴 후 협상을 하거나 브랜드명 변경을 고려해야 할 수도 있다.
패션분야 비전문가에 의해 상품류가 잘못 지정되어 사업 보호가 제대로 되지 않는 상표권 보유
상표출원을 해야하는 것을 알고 진행했지만, 패션분야의 이해도가 낮은 비전문가를 통해 진행하다보니 브랜드명 보호가 제대로 되지 못하는 브랜드들도 다수 있다. 상표출원은 이름과 로고에 해당하는 표장과 카테고리별로 지정상품이 나누어진 상품류의 조합으로 진행이 된다. 즉, 제대로된 상품류를 선정해서 상표권을 받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무신사와 같은 플랫폼에 입점되어 직접 디자인 및 제작한 의류를 판매하는 브랜드는, 의류에 대한 상품류인 25류로 확보하여야 한다. 그리고 가방도 직접 디자인 및 제작하여 판매하는 것으로 확대하게 되면, 가방에 대한 상품류인 18류를 지정하여 브랜드명에 대한 추가적인 상표권을 확보하여야 한다.
‘플랫폼 입점 판매’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비전문가에 의해, 매장을 열어서 판매하는 소매업과 관련된 상품류만 등록을 받아둔 케이스를 다수 확인할 수 있다.
상표권은 타인이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품/서비스에 대해 동일하거나 유사한 표장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역할뿐만 아니라, 상표권자가 타인의 상표권에 영향없이 등록받은 형태와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플랫폼 입점브랜드가 ‘의류’가 아닌 ‘소매업’에 상표권 등록을 받아두고 온라인 플랫폼 입점 판매를 하면, 등록상표와 동일범위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여서 보유 상표권이 브랜드명 사용을 보호해주지 못한다.
해외진출 패션브랜드의 해외 상표권 미확보와 상표브로커의 선점 피해
상표권은 등록받은 국가에서만 효력을 가진다. 즉, 다른 국가에서 타사가 자사 브랜드명을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해당 국가에도 상표권을 확보하여야 한다. 무신사 글로벌 스토어를 통해 국내 중소 브랜드의 해외 노출과 판매가 되면서, 한국에만 상표권을 확보해둔 브랜드의 다른 국가 상표권을 선점하려는 상표브로커의 악의적 시도가 많다.
올해 몬스터세일에서 해외고객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던 무신사 입점브랜드 중 하나인 “마뗑킴(MATIN KIM)”도 중국에서 상표브로커가 2019년 10월에 한국 마뗑킴 본사보다 먼저 가방 관련 상표권 선점을 진행하였다. 이후에도 중국의 여러 상표브로커가 마뗑킴 브랜드명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표장으로 의류 등의 상품류에 대해 상표권을 등록받았다. 마뗑킴 본사는 2024년이 되어서야 주요 판매품목들에 대한 중국 상표출원을 진행하였고 상표브로커들의 무단 선점상표를 소멸시키기 위한 대응절차를 진행 중이다.
위 사례와 같이, 이미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명이지만 중국에서 인지도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이면 상표브로커가 먼저 브랜드명을 출원해서 등록을 받을 수 있고, 상표브로커는 글로벌 브랜드가 되고자 하는 기업이 중국에서만 브랜드명을 바꾸기 어려운 상황을 이용해서 상표권을 이전해주는 대가로 높은 보상금이나 합의금을 요구한다. 이러한 리스크를 겪지 않도록, 브랜드가 한국에서 인지도를 얻고 해외 판매를 준비하는 시점에 주요 타겟 국가의 상표권 확보를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 디자이너들의 뛰어난 디자인이 반영된 패션제품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정받고 있는 상황에서, 상표권 문제가 브랜드 성장에 걸림돌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소중한 브랜드명에 대한 상표권을 잃으면 브랜드명을 알리기 위한 마케팅 성과를 모두 잃게 된다는 것을 명심하고, 지금 시점에 브랜드 상표권 보호상황를 점검해보기를 바란다.
원문 : 패션브랜드들의 상표가 위협받고 있다
글 : 정태균 파트너변리사는 BLT 전략본부장으로 스타트업의 IP전략, BM전략, 시장진출(GTM) 전략 수립을 지원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전기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2011년 48기 변리사 시험에 합격했으며, 현재 여러 분야의 스타트업의 IP(특허, 상표, 디자인)업무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참여하여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