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s Story #495] 소통 장벽 허문 AI 기반 실시간 자막 서비스
인공지능(AI) 기술이 일상생활에 깊이 침투하면서 인간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혁신의 물결 속에서 ‘소리를 보는 통로‘(이하 소보로)라는 스타트업이 개발한 서비스가 청각장애인의 소통 문제 해결에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최근 5년간 국내 청각장애인 수가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최신 통계에 따르면, 청각장애인 수는 2019년 37만여 명에서 2023년 43만여 명으로 16% 증가했다.
이러한 추세는 난청 진료인원 증가와도 맥을 같이한다. 난청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2018년 58만여 명에서 2022년 73만여 명으로 24% 늘어났다. 이는 인구 고령화와 소음 노출 증가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신규 등록 장애인 중 청각장애인의 비중이 가장 높다는 사실이다. 복지부의 ‘2023년도 등록장애인 현황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새로 등록한 장애인 8만여 명 중 31.2%가 청각장애인이었다. 이는 다른 유형의 장애보다 높은 비율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각적 정보 전달 시스템의 확대와 수화 통역 서비스의 개선 등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하고 있다. 또한 AI 기술을 활용한 실시간 음성-텍스트 변환 서비스 등 새로운 기술 도입의 필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소보로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AI 기반 실시간 음성인식 자막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이 회사의 솔루션은 강의나 회의 등에서 발생하는 음성을 즉각적으로 인식해 PC와 태블릿 화면에 자막으로 변환해 표시한다.
소보로의 서비스는 청각장애인뿐만 아니라 비장애인 사용자들에게도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비장애인은 이를 통해 회의록 작성, 영상 자막 제작, 녹취록 생성을 할 수 있다. 또한, 한국어 외에도 영어, 중국어, 일본어, 스페인어, 독일어 등 다국어 자막을 지원해 글로벌 환경에서의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2023년 현재, 소보로의 서비스는 800개 이상의 기관과 단체에 도입되어 청각장애인들의 일상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이는 AI 기술이 사회적 격차를 해소하고 포용적 성장을 이끄는 데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주목할 만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소보로의 시작은 대학교 IT 설계 과목 프로젝트였다. 포항공대에 재학 중이던 윤지현 대표는 AI 기술의 발전을 목격하며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접근성 서비스를 떠올렸다. “학교에서 청각장애 학우를 돕는 도우미를 보면서, 졸업 후에는 이런 지원이 어렵다는 것을 생각했다. 그렇다면 AI를 활용해 음성을 실시간으로 자막으로 변환해 준다면 의미가 있다고 봤다.”라고 그는 회상했다.
초기에는 단순히 서비스 출시가 목표였으나, 투자사(소풍벤처스)와의 만남이 계기가 되어 2017년 법인설립과 함께 기업 형태가 되었다. 2018년에는 초기 투자유치를 하며 기반을 마련했다.
소보로가 처음부터 승승장구한 것은 아니었다. 창업 초기 자금난과 시간 관리의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기술에 대한 확신과 사회적 가치에 대한 믿음이 난관을 극복하는 데 동인이 되었다. “한 달 벌어 한 달 사는 상황이었지만, 기술에 대한 확신과 사회적 가치에 대한 믿음으로 포기하지 않았다”라고 윤 대표는 말했다.
소보로의 주요 서비스는 음성 인식 기술을 기반으로 대화를 실시간으로 자막으로 변환하는 것이다. 이 AI 기술은 97.78%의 높은 정확도를 자랑하며, 다양한 발음을 인식해 청각장애인들의 소통을 돕고 있다. 이를 통해 청각장애인들은 일상적인 대화뿐만 아니라 회의, 수업 등에서도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코로나19 시기에 소보로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비대면으로 전환된 상황에서 소보로의 자막 서비스는 청각장애인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지원했다. 현재 소보로는 국내 800개 이상의 기관과 단체에 도입되어 있으며, 비장애인을 위한 서비스(typeX)도 제공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소보로의 역할은 더욱 부각되었다. 윤 대표는 “비대면으로 전환된 상황에서 우리의 자막 서비스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라고 설명했다. 이 서비스는 청각장애인들이 온라인 강의나 화상 회의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도왔다.
글로벌 시장 진출에 대해 윤 대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미국, 일본, 베트남 등 청각장애인 인구가 많은 국가들을 주요 타깃으로 보고 있지만, 우선 국내에서 확고한 기반을 다진 후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소보로는 AI 기술을 통해 청각장애인들의 삶을 개선하고자 하는 명확한 비전을 가지고 있다. 윤 대표는 “우리 기술이 단순히 정보 전달을 넘어, 청각장애인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팀원들 모두 같은 비전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가치관을 공유하면서 함께 성장해 나가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궁극적으로 소보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소통에 어려움을 겪지 않고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기술 발전에 따라 더 많은 언어와 국가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윤 대표는 “앞으로도 청각장애인을 위한 더 나은 서비스 개발에 매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보 접근성 향상을 넘어 삶의 질적 향상을 목표로 하는 소보로의 노력은 기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앞으로 소보로가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