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T칼럼] 특허법인이 고객경험에 집중하는 이유
경험에 영향을 주는 소소한 것들
오늘은 특정 주제보다는 평소 생각하고 있던 고객경험과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한다. 전문직역인 특허법인이 무슨 고객경험이냐 싶은 분들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특허법인도 본질은 서비스업이고 고객에게 가치와 만족을 제공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제공되는 서비스가 다소 일반적이지 않다보니 “전문” 이라는 단어를 더 붙여서 전문서비스업 이라고 불리고 있다. BLT도 전문직이라는 위장막 아래에 있는 서비스업으로서의 본질을 더 잘 제공하기 위해 여러가지 고민을 해왔다.
업무에 대한 품질을 잘 유지하면 서비스업으로서 훌륭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고객들이 자사의 아이디어나 혁신을 보호받기 위해 지식재산 분야의 전문가를 찾을 때, 단순히 지식만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조언이나 명확한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그들의 비즈니스 목표를 이해하는 파트너를 원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BLT는 고객경험을 최우선으로 두고, 단순히 법적 자문을 넘어 고객이 상담을 시작하는 과정에서부터 권리화를 넘어 활용방안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여정을 이어갈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고 여러가지 개별업무를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그간 경험해오면서 의외였던 것은, 고객사와 고객은 생각보다 작은 것에 불편감을 느끼고 반대로 작은 것에 만족감을 느낀다는 점이었다. BLT는 고객사와 단위업무가 완료된 후 익명으로 업무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있는데, 긍정적인 평가와 부정적인 평가를 가르는 것이 업무의 퀄리티나 기일 준수 같은 부분이 아니라 행정적인 프로세스의 불편함 아니면 분업화된 시스템으로 인한 컨택포인트 변경 같은 것들이었다. 생각해보면 우리네들도 서비스업 분야에서 작은 배려에 감동하기도 하고 작은 무심함에 기분이 상해보기도 했던 경험이 한번 쯤은 있을 것 같다.
고객으로부터 불편사항이 접수되면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데, 아직 체감하지 못해서 개선하지 못하는 항목도 있겠지만 개선하기 쉽지 않아서 개선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고객경험에 대해 BLT가 고민했던 항목들 중에서 비용증빙 관련된 업무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세금계산서 만으로 증빙이 안되는 이유
금융 영역에 도관(Conduit)이라는 개념이 있다. 금융이나 회계 쪽 전문가는 아니지만, 자료를 찾아보니 도관이란 한 위치에서 다른 위치 또는 사람 사이에 뭔가를 전달하는 수단에 대한 일반적인 용어이고, 우리가 아는 그 파이프 개념과 일치한다. 결국 뭔가를 그대로 다른 곳에 흘려보내는 역할을 도관이라고 하고, 법인의 성격에 따른 분류 중에 페이퍼컴퍼니와는 구분되는 도관회사라는 개념도 있는 것 같다. 전문적인 세무 이론은 잘 모르기도 하고 이번에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도관비용(Conduit Expenses)인데, 일반적으로 조직이나 개인이 다른 사람이나 조직을 대신해서 지출하는 비용을 의미한다. 즉,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직접적으로 부담하는 당사자가 아니라, 이를 단순히 전달하거나 중개하는 역할을 하는 주체가 지출하게 되는 비용이다.
이쯤되면 특허법인과 업무를 해 본 분들은 특허청 관납료를 이야기하는구나 하고 바로 이해하실 수도 있을 것같다. 해외출원을 해 본 분들이라면 해외송금 비용까지도 떠올릴 수 있겠다. 보통 대한민국 특허청에 특허나 상표 출원을 하게 되면 대리인 비용과 관납료 비용을 납부하게 되는데, 대리인 비용에는 보통 부가세가 붙어서 증액이 되는 반면에 관납료 비용에는 부가세가 붙지 않는다. 도관비용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가 아닌, 최종적으로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주체에게 청구되는 것이 일반적이고 서비스 제공자는 이를 중간에서 전달 즉 대납하는 역할만을 하기 때문에, 이러한 비용은 부가세 없이 보통 실비로 고객사에게 청구되어 왔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고객사들은 대리인 비용에 대해서만 세금계산서를 받게 되고, 관납료 비용에 대해서는 관납료 납부 영수증을 전달받아서 비용을 증빙하게 된다. 고객사들은 처음엔 관납료에 대해서는 왜 세금계산서를 안 끊느냐 라고 문의하는 경우도 있지만, 한 두 번 겪다보면 그런가보다 하고 상황을 이해하는 편이다. 문제는 고객사가 아니라 고객사의 회계와 세무를 담당하는 기장 담당 측에서 발생하게 되는데, 고객사가 특허법인에 입금했던 전체 비용과 세금계산서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고객사가 대리인 비용 100만원과 부가세 10만원, 그리고 관납료 10만원을 이체했다고 하면, 고객사가 특허법인에 보낸 비용은 전체 120만원인데, 세금계산서는 부가세 포함 110만원이기 때문에 입금내역과 세금계산서가 맞지 않게 된다. 그렇게 되면 어느 정도 경험이 있는 세무사님이나 회계사님들은 고객사에게 구체적으로 관납료 영수증 받아오세요 하고 지침을 주곤 하지만 특허분야의 업무처리 경험이 없는 분들은 고객사에게 왜 안 맞는지 문의하게 되고, 고객사 특히 지식재산권 업무가 처음인 초기창업자나 스타트업은 혼란에 빠져 다급하게 특허법인 쪽에 문의하곤 한다.
매번 새로운 고객이 유입되고 처음 특허업무를 경험하는 고객사가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은 상황은 늘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특히 법인세 마감 업무가 몰리는 3월말까지 이런 문의가 끊임없이 들어온다. 우리 비용팀은 왜 연초마다 정신없이 바쁜지 처음엔 상황을 잘 몰랐다가, 나중에서야 많은 고객사들이 작년 우리(고객사)가 입금했던 전체 내역과 출원을 입증할 수 있는 출원번호통지서, 특허청 관납료 영수증을 다 모아서 달라는 요구가 연초에 몰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해외사건은 비용업무가 더 어렵다
국내출원은 그래도 정리가 쉬운 편인데, 해외출원이 엮이게 되면 상황이 자주 안드로메다로 가곤 한다. 해외출원은 해외대리인비용, 해외특허청관납료, 해외송금수수료 등 더 많은 비용항목이 있고 환율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비용 구조가 더 복잡하다. 해외로 송금하는 비용도 성격상 고객사 대신 우리가 대납하는 도관비용이기 때문에, 부가세를 보통은 붙이지 않고 해외송금영수증과 인보이스로 증빙자료를 제공하곤 한다. 일단 해외사건들은 환율에 따른 송금 과정이 있어서, 최종적으로 해외출원비용은 원단위까지 계산되는 경우가 많은데 마찬가지로 대리인 비용에 대한 세금계산서만 발행되기 때문에 계좌입금내역이 원단위로 나와있으면 고객사의 외부 회계 담당자는 혼란스러워하기 시작하고, 더욱이 환율 변동 때문에 송금 후 차액 정산하여 추가입금을 하거나 반환을 받은 내역까지 원단위로 계좌에 찍혀있으면 멘붕이 오기도 하는 것 같다. 필자의 간접적인 경험이긴 하지만, 제3자가 봐도 몇 개월에 걸쳐서 비용이 입금됐다가 반환받기로 하고 세금계산서는 안 맞고 하다보니 숫자를 맞추기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국내에서는 대부분 12월 결산법인이고, 3월말까지 결산을 마감해서 재무제표를 확정해야 하기 때문에, 해외 출원이 많은 고객사들은 3월말에 가까울수록 작년 1년치 증빙자료에 대한 여러가지 사항을 요청한다. 특허법인이지만 회계법인처럼 덩달아 3월말 결산까지 바쁜 시기를 보낸다. 누가 어떤 연유로 시작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와 같은 방식이 업계에서 굳어져서 대부분의 특허법인은 이와 같이 똑 같은 방식으로 업무를 하고 있다.
효율 v. 비효율
사실 이와 같은 업무방식은 듣기만해도 비효율적이라는 느낌이 들 수 밖에 없는데, 워낙 오랫동안 해왔던 업무방식이다보니 바꾸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가끔 불가피하게 전체 비용을 대상으로 세금계산서를 끊고 해당 건의 관납료 영수증 등은 우리 비용증빙 자료로 제출하곤 하는데 아직까지는 별 문제는 없었지만, 국세청 입장에서도 아직 쟁점화를 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 같다. 다른 고객사 명의의 출원사건에 대한 관납료 영수증을 특허법인의 비용지출 내역으로 인정할 것인가 하는 부분이 이중 비용증빙 이슈도 있고 아직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가 아닐까 싶다.
특허법인도 고객사도 모두가 불편한 방식이지만 이와 같은 방식이 외부에도 알려지고 보편화되어서 예를 들어 창업지원 프로그램 운영기관 같은 곳에서도 사업비로 특허출원을 할 때, 비용 증빙 항목으로 관납료 영수증을 반드시 첨부하도록 지침을 안내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전체 비용을 세금계산서로 발행하고 모든 영수증을 특허법인이 흡수하여 비용처리하는 방식을 도입해본 적이 있는데, 여지없이 관납료영수증을 요구하길래 세금계산서 하나로 모든 비용이 포함되어 있어서 다른 비용증빙은 불필요하다고 설명하면서 출원한 사실확인이 필요한 것 같아서 출원번호통지서를 첨부해드렸는데 그래도 관납료 영수증 상의 비용도 지출내역으로 포함시켜야 한다고 해서 담당자와 이야기했던 기억이 있다. 어떤 식으로든 사회적인 합의가 이루어지고 굳어진 방식에 대해서 작은 개인이 이를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걸 다시금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객경험을 위해
그렇다면 비용증빙 영역에 있어서는 사용자 경험 개선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가? 사실 엄밀히 이야기하면 고객사가 번거롭다기 보다는 고객사의 회계담당자가 번거롭다는 것이 맞겠다. 도관비용에 대해서는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방식은 여러모로 고려해야 할 것이 많기 때문에 차근차근히 고객사와 유관기관을 설득해나갈 예정이다.
원문 : 특허법인의 고객경험 향상을 위한 여러가지 고민들 – 세금계산서 이슈와 해외송금 이슈
글 : 유철현 BLT 변리사 / 유 변리사는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직접 투자하는 ‘엑셀러레이터형’ BLT 특허법률사무소를 시작으로, IT와 BM분야의 전문성을 살려 다양한 기술 기반 기업의 지식재산 및 사업 전략 컨설팅을 수행하고 있다. 현재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심의위원과 한국엔젤투자협회 팁스(TIPs)프로그램 사업 심사를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