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Startup’s Story #136] ‘창업자들이여, 우리 등골을 다 빼 먹어라!’ 디캠프 이나리 센터장

2013년 3월 27일 개관한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는 복합 창업 생태계 허브로써 예비 창업자와 스타트업, 투자자, 각종 지원 기관 등이 협업하고 교류하도록 만들어진 공간이다. 특히 실리콘밸리 대표적인 엑셀러레이션 프로그램인 ‘Y콤비네이터’와 ’500스타트업’, 그리고 영국 런던의 ‘시드캠프’, 싱가포르의 ‘JFDI’ 등 엑셀러레이션 프로그램의 장점을 모델 삼아 ‘협업(co-working)’, ‘보육(incubating)’, ‘네트워킹(Networking)’이라는 창업 지원의 핵심 요건들을 한 자리에서 충족시키기 위해 탄생한 곳이기도 하다. 각설하고.

재단의 투자와 더불어 ‘오픈, 쉐어링, 코워킹’이라는 운영가치에 따라 디캠프를 이끌고 있는 이나리 센터장을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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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캠프는 어떻게 만들어진 곳인가요?

디캠프는 한국에서 본격적인 코워킹스페이스로 가장 처음 만들어진 곳이에요. 처음 재단(은행권청년창업재단)이 만들어진 게 2012년 여름인데, 재단이 만들어지기 전에 은행 쪽에서 저한테 연락을 주셨더라고요. 당시 저는 기자 생활을 하고 있었고요. 청년 창업을 지원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씀 하시기에 제가 드린 의견은 ‘무언가를 하나 만들면 좋겠다’는 거였어요. 아무래도 은행이다 보니 처음엔 자금 지원 쪽으로만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무언가를 만들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신 이유가 있다면요?

저는 IT나 산업계 취재를 오래해 왔고 실리콘밸리에서 연수를 하기도 했는데요. 해외에 가보면 혁신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고, 그들을 위한 공간이 잘 구축 돼 있었어요. 큰 부담 없이 관계된 사람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할 수도 있고 네트워크도 잘 돼 있고요. 그런데 한국에는 그런 공간이 없다고 여겼어요. 당시에 지인이 비슷한 걸 해보려고 하고 있는데, 개인 차원에서 하다 보니 어려움이 많다고 들었고요. 그래서 제가 ‘큰 규모의 재단이라면 ‘제대로 된 코워킹스페이스’를 하나 만들자’고 이야기 한 거예요. 다만 처음엔 그 개념 자체를 이해시키는데 좀 걸렸어요. (웃음)

어떤 반응이던가요?

처음엔 ‘서울 시내 노숙자들 다 몰려오면 어떡할 거냐, 대학생들이 몰려와서 과제하는 도서관이 되면 어떡할 거냐’ 이런 걱정을 하셨어요. 돈 받고 하는 것도 아니니 걱정할 만도 하죠. 선행된 케이스가 없으니 무작정 진행하는 것도 어려움이 있었던 것 같고요. 그래서 결론이 저에게 ‘직접 만들어봐라’한거고, 그렇게 해서 여기까지 온 거예요. 다니던 신문사엔 사표를 냈고요.

혼자서 진행하긴 어려웠을 텐데요.

그렇죠. 우선적으로 두 사람을 떠올렸어요. 저희가 가장 먼저 채용한 류한석 씨는 ‘TEDx서울’을 시작한 사람 중 한 명이거든요. ‘코워킹, 오픈, 쉐어링’ 이라는 키워드를 실제로 오프라인에서 구현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었어요. 당시 개인 차원에서 코워킹스페이스를 하고 있었던 양석원 팀장도 이후 합류했죠. 제 비전에 대해 설명했고 하던 것 접고 함께 해달라고 제안했죠. 몇 개월을 공을 들여서 모셔왔어요. (웃음) 양팀장 역시 코워킹스페이스에 대한 개념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고, 또 그런 사람에게 진정한 의미의 코워킹스페이스를 운영할 기회를 주고 싶기도 했어요. 이런 분들이 합류하면서 디캠프가 모양새를 잡아가기 시작했어요.

디캠프의 장점 중 하나가 접근성인데요. 입지 선정할 때 설문조사를 하셨다고요?

저와 류한석 매니저가 여기 저기 많이 묻고 다녔죠. 창업 계 주요 인사 100명을 대상으로 ‘우리가 한국을 대표하는 창업 생태계 플랫폼이자 코워킹스페이스를 만들고자 하는데 어디에 위치했으면 좋겠나?’라는 질문을 했어요. ‘테헤란로’라는 답변이 압도적으로 많았고요. 그 다음으로 홍대입구, 종로, 광화문, 양재동 순이더군요. 수적으로는 100명밖에 안 되는 표본이었지만 주요한 창업자, 투자자 분들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많이 참고해서 디캠프를 세팅할 수 있었어요.

공간 운영 시스템을 만들 때도 참고사례가 없어서 고민이 많았을 것 같아요.

무료로 서비스 제공을 하게 되면 우리의 의도와 상관없는 장소가 될 지도 모른다는 고민은 있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료는 안 된다고 결론을 내렸어요.

어떤 이유에서였나요?

일단 저희가 비영리재단이에요. 그리고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이 심리적 거부감 없이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으로 만들자는 것이 본래 취지였어요. 그렇다고 코워킹스페이스와 상관없는 이들이 온다면 퀄리티가 보장이 안 되기에 그렇게 할 수도 없었고요. 더불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같은 문제인데요. 코워킹스페이스에 좋은 창업자가 많아야 좋은 멘토가 오는 건지, 좋은 투자자나 멘토가 많아야 좋은 창업자가 오는 건지를 고민하기도 했죠.

그래서 어떻게 결정하셨나요?

‘많은 사람들에게 개방하되 아예 이용자 선별을 안 할 수는 없다’는 게 결론이었어요. ‘인증제’를 운영하는 것으로 해결했고요.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인증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인력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판단할 사람이 없다면 서류를 받아야만 하는데, 저희한테는 서류보다 사람의 진실성을 판단하는 게 중요했거든요. 디캠프에서 일을 하고 있는 분들 모두 창업의 경험이 있거나, 창업 네트웍을 보유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창업에 대해 인증을 하는 게 부담스럽지 않았고요.

실제로 인증 결과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거의 없었어요. 저희가 인증을 까다롭게 하는 편은 아니지만, 어쩌다 인증이 거절된 분들이 있긴 해요. 그런 분들은 전화를 다시 주세요. 그럼 다시 이야기를 해보고, 인증할 지 말지를 결정 하죠. 그렇게 인증된 분들이 2천 명이 넘어가고 있어요.

이런 방식으로 균형을 꾀하고 있어요. 서류를 뗄 필요도 돈을 지불할 필요도 없지만 그렇다고 검증이 안된 것도 아닌 그런 균형이요.

또 다른 고민은 어떤 게 있었나요?

출결 같은 관리에 대한 이슈가 있었어요. 어떤 사람이 인증만 해놓고 오지 않는다면 다른 이들을 위해 이용에 제한을 둔다든가, 이곳에서 창업 준비를 하고 있는 게 맞는지 검증을 한다든가 하는 부분에 대한 고민이었죠. 결국 생각만 했어요. 안하기로 했고요. 사실 한국에서는 무엇을 지원해주면 다 수치로 결과를 말해주어야 하는 부분이 있어요. 스타트업이 몇 개가 만들어졌고, 투자를 얼마나 받았고 등의 수치를 보고 성과를 ‘냈다, 못 냈다’ 를 판단하니까요. 저희도 4층에서 창업한 회사 숫자가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저희는 그런 부분을 일단 체크하지 않기로 결정을 한 거죠.

어떤 이유에서였나요?

일단 우리 실적을 외부에 알리기 위해 이용자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이 부담스러웠어요. 여기 올 때 꼭 어떤 것을 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기도 싫었고요. 그보다는 더 깊숙이 이용자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과정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는 부분은 유도하고, 거를 수 있는 부분은 거르겠다고 생각이었어요. 이용자들이 디캠프를 부담 없이 드나들면서 이곳에 오면 재미있고, 나와 같은 고민을 나눈 사람들이 있고, 마음이 편하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빡빡한 감시, 감독을 포기한 거죠. 재단 이사장님께도 수치보다는 이 코워킹스페이스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열성적으로 방문하는지, 또 다른 층과는 어떤 시너지 효과를 주는지를 평가해달라고 말씀 드렸어요.

그런 분위기로 만드는 게 더 어려운 일일 듯 싶습니다.

사실 그렇죠. 이게 더 본질적인 부분이니까요. 그래서 저희가 모두 품을 팔았어요. 제가 기여한 바는 별로 없지만 매니저, 팀장들이 이용자들과 정말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어요. 일단 인포메이션 데스크에 있는 직원부터 굉장히 친절해요. 1차적으로 이용자들이 어떤 사람들이라는 것을 파악하고요. 그리고 사무실에 있는 매니저와 팀장들이 자신의 업무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더라도 이곳을 오가는 사람들과 계속해서 눈을 마주치고 대화를 나눠요.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고 홍보나 마케팅 등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은 도와주면서 상호작용을 계속해서 하고 있어요. 디캠프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많이 독려하고 있고요. 이런 노력들이 숫자로 측정하기는 힘든 거지만, 더 본질적으로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하고 있어요.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거니까요. 그것의 부가가치가 굉장히 크다고 봅니다.

디캠프 운영진들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정의하시나요?

저희가 제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서비스라면 네트워크를 만들어 주는 일일 거예요. 이용자들이 도움이 필요할 때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적극적으로 도와요. 우리가 직접 해주지 못하는 일이라면 그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이나 기관, 프로그램을 소개시켜주는 거죠. 그게 저희 일이라 생각하고요.

디캠프 코워킹스페이스를 이용하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디캠프의 등골을 다 빼 먹으라 말씀드리고 싶어요. (웃음) 디갬프에는 4층뿐 아니라 다른 층에도 좋은 창업자들이 입주해 있고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진행 중이에요. 외부에 오픈이 되지 않은 행사여도, 디캠프 회원들은 참가가 가능한 경우가 많기도 해요. 이런 알맹이들을 적극 활용해 달라 말씀드리고 싶어요.

또 디캠프 코워킹스페이스에는 투자자들도 굉장히 많이 드나 들고 있어요. 더불어 옆에 있는 사람이 언제 미래의 코워커, 코파운더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고요. 그러니까 여기서는 주변 사람들과 많이 교류하고 자신이 어떤 일을 잘 할 수 있는지 어필을 했으면 좋겠어요. 네트워크라는 게 결국 그렇게 시작되는 거니까요.

더불어 어려움이 있으면 언제든지 저희에게 문의해 주세요. 저희가 모든 걸 해결해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어느정도 경험은 있기에 해당 고민이 정말 심각한 건지 아닌지 정도는 판단해 드릴 수 있다고 봐요. 저희가 답변드릴 수 없다면, 유사한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이나 적은 비용으로 문제 해결할 수 있는 곳을 소개시켜드릴 수도 있고요. 적극적으로 디캠프를 활용할수록 디캠프가 주는 효용이 커질 거라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창업 생태계 허브의 운영자로서 예비 창업자에게 조언해 주고 싶은 부분이 있으시다면요? 디캠프가 향후 할 일에 대한 내용도 좋습니다. 

우선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코워킹스페이스가 일을 하기에 아주 편한 공간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지 못했다고 봐요. 코워킹스페이스는 코워킹스페이스고 사무실은 사무실이라 생각하는듯 싶고요. 조언드리자면,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사무실부터 얻는 것은 그리 현명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특히 요즘 같이 온라인으로 많은 것이 이루어지는 상황에서는요. 창업 시작하시는 분들이 ‘이제 투자 받았으니 사무실 내야지’ 이렇게 생각 많이 하시더라고요. 사무실이 있어야 명함에 그럴듯한 주소라도 적어 넣는다는 심리적인 부담감도 있는듯 싶고요. 그런데 스타트업이 가장 돈을 많이 아낄 수 있는 방법이 사무실 비용을 안 쓰는 거에요. ‘우리만의 사무실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일종의 기분 좋은 목표일뿐이지, 반드시 사무실이 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다만, 우리나라는 법인을 등록 하려면 사무실이 있어야만 하는 문제점이 있긴 해요. 물론 주소 등록을 할 수 있는 서비스들이 있지만, 그 역시 매달 돈이 들어요. 그래서 저희가 그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있어요. 2층과 5층 입주사들 뿐만 아니라 4층 코워킹스페이스에서 창업하는 분들도 법인 등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고요. 실리콘밸리는 사서함 주소만 있으면 법인을 만들 수가 있어요. 이게 악용되면 유령회사를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긴 하지만, 나라 전체가 창업을 지원하는 분위기고 코워킹스페이스가 활성화되려면 국가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봐요.

 

인터뷰 녹취 정리 : 김보경 인턴 기자

플래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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