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투자

“사업 실패의 무게는 창업자만 져야 할까?” 투자금 반환 소송 당한 어반베이스 창업자

메타버스와 프롭테크 분야 스타트업 어반베이스의 창업자 하진우 씨가 신한캐피탈로부터 12억 원의 투자금 반환 소송을 당했다. 신한캐피탈은 2017년 어반베이스에 5억 원을 투자한 이후, 2023년 스타트업 투자 시장 악화로 인해 회사가 회생 신청을 하게 되자 창업자 개인에게 원금과 연 15%의 이자를 포함한 반환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하 씨의 자택은 부동산 가압류가 걸린 상태다.

하진우 씨는 어반베이스의 창업자이자 10여 년간 대표이사로 재직한 인물로, 회사를 회생으로 이끌며 모든 책임을 짊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년 동안 회사의 위기를 막아보려 최선을 다했으며, 투자자와 거래처, 고객들에게 양해를 구하며 회사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신한캐피탈은 회사의 회생 신청을 이유로 투자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고, 현재 소송 절차는 신한캐피탈의 추심팀에서 진행 중이다.

어반베이스는 누적 25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기술특례상장을 준비하던 기업이었다. 하지만 스타트업 투자 시장의 악화와 레고랜드 사태 등의 여파로 인해 상장 계획이 연기되었고, 회생 절차를 진행하게 되었지만 재기에 실패했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7월 어반베이스의 회생 절차를 폐지하고 파산을 선고했다.

신한캐피탈은 어반베이스와의 투자 계약서에 명시된 ‘회사가 정상적인 사업 추진이 불가능할 경우’라는 조항을 근거로 상환권을 행사하고 있다. 2017년 11월 체결된 투자계약은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국책기관들이 창업자 연대보증을 폐지하기 이전의 계약이다. 이에 신한캐피탈 측은 “적법한 계약에 근거한 정당한 권리 행사”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하진우 씨는 신한캐피탈이 투자 당시 연대보증이 무의미해질 것이라는 구두 설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근거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창업 이후 단 한 번도 자신의 주식을 팔거나 사익 편취를 한 적이 없으며, 투자자들과의 신뢰를 유지해왔음을 강조했다.

현재 하 씨와 그의 가족은 신한캐피탈이 걸어놓은 부동산 가압류로 인해 자택을 잃을 위기에 처해 있다. 그는 “창업자로서 실패를 인정하고 모든 책임을 감당하고자 했지만, 가족의 집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은 과도한 조치”라며 신한캐피탈의 행위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이러한 연대책임이 창업 문화를 저해하며, 창업가들이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제한하는 요소라고 지적했다.

신한캐피탈의 상환권 주장에 대해 하진우 씨는 “상환권은 회사에 배당 가능한 이익이 있을 때만 행사될 수 있는 권리”라며 현재 회사의 상황에서는 성립할 수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또한 스타트업 생태계의 연대보증 폐지 흐름에 맞지 않는 이번 소송이 창업자들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스타트업 어반베이스의 파산과 투자사의 창업자 개인 상대 소송이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투자사가 사업 실패에 대한 책임을 개인에게 묻는 것이 벤처 투자의 본질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다수의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벤처캐피탈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을 전제로 한 투자”라며 “대출과 스타트업 투자는 접근 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보통 2~3번의 실패를 통해 성공적인 기업이 탄생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투자자와 창업자는 위험을 함께 감내하는 동반자적 관계여야 한다는 의견이다. 중소벤처기업부가 2018년부터 정책적으로 창업자 연대보증을 폐지해온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표면에 드러나진 않았지만 투자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스타트업과 투자자 간의 법적 분쟁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팬데믹 시기 급증했던 투자의 부작용이 드러나면서, 양측 간 갈등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해외 사례에서도 유사한 소송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소프트뱅크와 소셜 미디어 스타트업 IRL 간의 소송, 블록체인 기업 런더월드와 전 CTO 간의 분쟁 등은 투자자와 창업자 간의 갈등이 증가하는 현상을 보여준다. 이는 벤처 투자 시장의 전반적인 침체와 팬데믹 시기 급증했던 투자의 부작용이 드러나면서, 투자자들의 자금 회수 압박이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소송 증가 추세는 벤처 투자 생태계 전반에 걸쳐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투자 계약 단계에서부터 신중한 접근이 요구되며, 스타트업과 투자자 간의 소통과 투명성 강화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기자 / 제 눈에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연예인입니다. 그들의 오늘을 기록합니다. 가끔 해외 취재도 가고 서비스 리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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