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Startup’s Story #499] 오후두시랩, 지구의 체온을 재는 사람들

설수경(왼쪽), 오광명(오른쪽) ‘오후두시랩’ 공동창업자 ⓒ플래텀

11월의 어느 오후, 독특한 이름의 스타트업을 찾아갔다. ‘오후두시랩’. 대학 동문이었으나 한 명은 IT 엔지니어, 다른 한 명은 자동차 연구원이었다. 전혀 다른 길을 걸어온 두 사람이 만나 특별한 시각을 만들어냈다. 흥미로운 건 그들이 문제를 바라보는 방식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는 동안, 그들은 ‘비용’이라는 렌즈를 들이대었다.

지구의 체온을 재는 일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오후두시랩의 일을 한 문장으로 설명하자면 그렇다. 그들은 복잡한 탄소 배출이라는 현상을 숫자로 바꾸고, 그 숫자를 다시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번역하는 일을 한다. 마치 의사가 청진기로 환자의 심장 소리를 듣듯이, 그들은 ‘그린플로(Greenflow)‘라는 AI 서비스로 기업이 내뱉는 탄소의 속삭임을 듣는다.

물건을 고르듯 30분이면 충분하다. 클릭 몇 번으로 한 기업이 배출하는 모든 탄소의 양이 계산된다. 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이렇게 단순한 일인가, 하고. 하지만 단순한 것과 쉬운 것은 다르다. 단순함 뒤에는 늘 치열한 고민이 숨어 있는 법이다.

그들의 서비스는 두 가지다. ‘그린플로 비즈니스’는 기업의 탄소 회계를 담당하고, ‘그린플로 임팩트’는 제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이름만 들으면 차가운 기술처럼 들리지만, 그 본질은 따뜻하다. 그들이 진정으로 꿈꾸는 것은 소상공인과 개인도 참여할 수 있는, 모두의 생태계를 만드는 일이다.

현재 600개 기업이 그들의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으며, 머지않아 1,000개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각 산업별로 충분한 데이터가 쌓여야만 유의미한 패턴을 발견할 수 있다고 했다. 마치 인류학자들이 문명의 흔적을 발굴하듯, 그들은 데이터 속에서 산업계의 DNA를 찾아내고 있었다.

가장 인상적인 건 그들이 꿈꾸는 미래다. 5년 후 ‘탄소 데이터의 신용평가사’가 되겠다는 것. 어떤 기업이 진정으로 환경을 생각하는지, 소비자가 판단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들의 말마따나 결국 소비자의 인식이 바뀌어야 기업이 바뀔 테니까.

마침 인터뷰는 오후 2시를 조금 지난 시간에 시작됐다. 창밖으로 늦가을의 햇살이 들어왔다. 두 사람이 그토록 소중히 여기는 그 시간, 지구의 온도는 또 얼마나 올라갔을까.

설수경 오후두시랩 대표 ⓒ플래텀

창문이 많아 햇살이 가득한 회의실에서 설수경 대표와 오광명 대표를 만났다. 인터뷰를 시작하며 가장 먼저 궁금했던 것은 그들이 지은 독특한 회사 이름의 의미였다.

“회사 이름이 독특한데요, ‘오후두시랩’이라는 이름에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둘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온 이름이에요.” 오 대표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루 중 가장 따뜻한 시간이 2시더라고요. 그래서 우리도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서비스를 만들자는 의미를 담았죠.”

설 대표의 눈빛이 깊어졌다. “거기에 더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변화를 민감하게 받아들이자는 뜻도 있어요. 오후 2시라는 시간이 참 특별하거든요. 늦잠을 자도 이때쯤이면 대부분 깨어있고, 거의 모든 생명체가 활동하는 시간이에요. 계절의 변화도 가장 선명하게 느낄 수 있는 순간이고요.”

“창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같은 학교, 같은 과 출신이지만 졸업 후엔 다른 길을 걸었어요.” 설수경 대표가 말했다. “저는 IT 업계에서 신기술과 사업 모델을 접목하는 일을 했고, 오 대표는 자동차 대기업에서 하드웨어를 연구했죠. 우연히 모 기업 AI 프로젝트 자문을 하면서 오 대표와 합을 맞추게 됐고, 그때 창업 기회를 발견했습니다.”

“저는 대학 교수로 있다가 스타트업에서 웹서비스 구축하는 일을 했어요.” 오광명 대표가 이어받았다. “그때 서비스 기획 쪽 조언이 필요해서 설 대표님께 연락드렸죠. 십수년 만의 재회였는데, 서로의 전문성이 시너지를 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공동창업이라는 선택에 우려는 없으셨나요?”

“공동창업의 가장 큰 장점은 서로 커버하는 영역이 다르다는 거예요.” 설 대표가 미소 지었다. “제일 좋은 건 저희가 굉장히 다르다는 거예요.” 설 대표가 생각에 잠긴 듯 말문을 열었다. “역할도 다르고 보는 관점도 굉장히 다른데, 딱 하나 같은 게 있어요.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랄까, 비전 같은 거요. 그건 정말 동일해요.” 그녀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묻어났다. “서로 잘하는 영역을 존중하면서,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 같다는 걸 늘 기억하죠. 그런 존중이 있으니까 계속 함께 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서로 의견 충돌도 자주 있죠.” 오 대표가 웃으며 말했다. “카카오의 기업문화를 ‘신충헌’이라고 표현하더라고요. 신뢰를 먼저 쌓고, 그 신뢰를 바탕으로 충돌하고, 그다음 헌신하는 거죠. 저희도 정확히 그런 방식으로 일하고 있어요.” 잠시 생각을 정리하는 듯하던 그는 말을 이었다. “일단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기에 서비스 개발할 때 굉장히 격렬하게 충돌하지만, 결정되고 나면 자기 분야에서 헌신을 이끌어낼 수 있어요. 그래서 그런 충돌들을 오히려 기꺼이 즐기게 됩니다.”

“‘지구테크’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데요. 선택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저희는 기술보다 삶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설 대표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가 가진 기술 역량을 모든 사람이 사는 이 세상에 전달하자는 의미에서 ‘지구의 내일을 내 일로 하자’는 캐치프레이즈가 생겼고, 여기서 자연스럽게 ‘지구테크’라는 표현이 탄생했습니다.”

“처음의 비즈니스 모델과 지금의 서비스가 많이 다른데, 그 과정에서 특별히 어려웠던 점이 있었나요?”

“처음에는 오프라인에서 데이터를 끌어와서 사업할 수 있는 모델을 찾는 데 집중했어요.” 설 대표의 목소리에는 당시를 회상하는 듯한 깊이가 묻어났다. “약 1년 동안 여러 사업 모델을 검토하다가 탄소 데이터 쪽으로 방향을 잡았죠. 우리가 잘하는 영역과 잘 맞았고, 아직 데이터화가 안 된 전통 산업이나 제조업체들이 탄소 규제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과 맞물렸거든요.”

오광명 오후두시랩 대표 ⓒ플래텀

“ESG 규제 강화 상황에서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가장 큰 문제는 비용이에요.” 오 대표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탄소 배출량 데이터를 관리하려면 전담 인력이 필요한데, 중소기업은 그런 여력이 부족하죠. 컨설팅 펌에 맡기려고 해도 최소 3천만 원에서 1~2억까지 비용이 천차만별이라 감당하기 어려워요. 또한 탄소 배출량 계산에 필요한 데이터들은 기업들이 지금까지 관리하지 않던 것들이라 수집과 관리가 쉽지 않습니다.”

회사의 주력 서비스인 ‘그린플로’는 그런 기업에게 도움이 되는 서비스입니다. 자세히 설명해 주시겠어요?”

“마치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처럼 빠르고 간편하게 기업의 탄소 배출을 측정할 수 있는 플랫폼이에요.” 설 대표가 흥미로운 비유로 대화를 열었다. “AI를 활용해서 기업이 배출하는 탄소를 계산하죠. 지금은 중소기업에 집중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소상공인이나 개인도 사용할 수 있는 올인원 솔루션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잠시 생각에 잠기던 그녀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2023년은 기업 탄소관리에 있어 정말 중요한 분기점이었어요. 지난 10월부터 유럽에서 CBAM(탄소국경조정제도)이라는 제도가 시행됐거든요. 철강, 시멘트 같은 주요 품목의 탄소배출량을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하는 거죠. 미국도 내년부터 기업들의 탄소배출량 공시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시행할 예정이고요.”

“이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는 뜻이에요.” 오 대표가 부연했다. “만약 이런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공급망에서 아예 배제될 수도 있어요. 특히 중소기업들에게는 큰 부담일 수밖에 없죠. 저희가 이 부분을 돕고 싶었어요. 복잡한 탄소배출량 측정을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거죠.”

그린플로의 특허 기술인 ‘비용 기반 탄소배출량 측정기술’에 대해 설명해 주시겠어요?”

“크게 두 가지 특허가 있습니다.” 오 대표가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설명을 시작했다. “첫째는 비용 기반 측정인데요, 기업의 탄소 배출량을 계산하려면 사용량 데이터가 필요해요.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이나 담당자들이 사용량 단위를 잘 모르고 관리도 안 하죠. 대신 비용으로는 기록을 해요. 그래서 비용 입력만으로 자동으로 사용량 단위로 변환되는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두 번째 특허는 어떤 건가요?”

“자동화 특허인데요, 기업이 사업장 단위 탄소 배출량을 계산하려면 20여 가지 이상의 배출원별 데이터를 입력해야 해요. 이걸 일일이 하기가 쉽지 않죠. 그래서 한전이나 도시가스 공급업체, 국세청 같은 곳에 이미 신고된 데이터를 자동으로 크롤링해서 입력해줍니다. 전체의 60~70% 정도를 자동화했어요.”

“600여 곳의 기업이 그린플로를 사용하고 있는데, 반응은 어떤가요?”

“IT 섹터 기업들의 반응이 특히 좋아요.” 설 대표의 얼굴에 자부심이 묻어났다. “한 번 써보면 안 쓸 이유가 없다고 하시죠. 효용 대비 비용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평가받고 있어요. 특히 해외 브랜드나 바이어가 있는 기업들은 저희가 제공하는 영문 보고서로 해외 바이어들의 요구사항에 잘 대응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린플로의 차별점이 궁금합니다. 기업들이 특별히 그린플로를 선택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우리가 문제의 본질을 조금 다르게 바라봤어요.” 설 대표가 천천히 말문을 열었다. “탄소 배출량을 계산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LCA 기법이고 다른 하나는 EEIO 기법이에요. 국내에서 두 가지 방식을 모두 활용하는 곳은 저희가 유일하죠”

잠시 생각을 정리하던 그녀는 흥미로운 예시를 들었다. “양 한 마리를 키운다고 생각해보세요. 양털도 쓰고, 양고기도 먹고, 우유도 얻죠. 만약 양털로 신발을 만드는 회사라면, 이 양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계산해야 할까요? 무게로 하면 가벼운 양모는 환경 부하가 적게 나오지만, 가격으로 하면 비싼 양모가 환경 부하가 크게 나와요. 이런 식으로 LCA 방식은 추적하는 데만 2-3년이 걸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다른 접근법을 택했어요.” 오 대표가 이어받았다. “EEIO기법이라고, 기업이 쓴 비용을 기준으로 환경 부하를 계산하는 방식이죠. 원래 260가지 항목을 분석해야 하는데, 저희는 여기서 가장 영향력 있는 26가지 항목만 추출했어요. 덕분에 30분 만에 탄소배출량을 계산할 수 있게 됐죠.”

“실용성도 중요했어요.” 설 대표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기업들이 ESG 컨설팅을 받으려면 보통 5천만 원을 들여 6개월을 기다려야 해요. 대기업은 괜찮을지 몰라도 중소기업에겐 너무 큰 부담이죠. 게다가 수출하는 국가마다 요구하는 리포트 양식이 달라서, 매번 새로 컨설팅을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고요.”

“멤버십 서비스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요?”

“스타트, 베이직, 프로 버전이 있는데요, 현재는 베이직 버전의 수요가 가장 많아요.” 오 대표가 답했다. “기업들이 프로 버전이 필요하다고 느끼면서도 결제 한도 때문에 베이직을 선택하시는 경우가 많죠.”

“최근에는 복수의 법인을 가진 대기업들의 니즈도 많이 들어와서 엔터프라이즈 모델도 기획 중입니다.” 설 대표가 덧붙였다.

“오후두시랩이 이룬 주요 성과들을 들려주시겠어요?”

“의미 있는 변화들이 하나둘씩 일어나고 있어요.” 설 대표의 눈빛이 반짝였다. “우선 경기RE100플랫폼 기업지원서비스를 수주한 거예요. 경기도에 전국 중소기업의 25%, 제조기업의 40%가 모여 있거든요. 이 기업들의 탄소배출량을 측정하고 관리하는 서비스를 내년부터 시작합니다.”

“업계의 변화도 체감하고 있어요.” 오 대표가 덧붙였다. “예전에는 대기업 위주였다면, 이제는 쎄믹스 같은 장비 기업들까지 공급망 탄소 대응이 필요해진 거죠.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저희 도움을 받아 해외 바이어들의 요구사항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연구 분야의 성과도 있어요.” 설 대표가 이어받았다. “한국발명진흥회와 함께 우수 IP 제품의 친환경성을 연구하고 있고,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협회와는 업사이클링 소재의 친환경성 등급을 연구하고 있죠. 카카오모빌리티와는 친환경 에너지맵 개발도 진행 중이에요.”

그녀는 말을 이었다. “최근에는 영역이 더 확장되고 있어요. KTNET과 함께 무역 기업들을 위한 탄소 대응 원클릭솔루션을 개발하고 있고, 다회용기의 친환경성 연구를 통해 탄소 크레딧 대응도 확대하고 있죠. Taga의 비건 화장품 탄소배출량 계산도 완료했고, 화장품 포장용기와 내용물에 대한 탄소발자국 계산기도 개발했어요.”

“경기RE100플랫폼이나 KTNET과의 협업 현황이 궁금합니다. 진행 상황과 성과는 어떠신가요?”

“경기도의 경우 정말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어요.” 설 대표의 얼굴에 자부심이 묻어났다. “경기도 기업들이 RE100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죠. 특히 제조업체들의 참여가 활발한데, 이는 해외 수출을 위해서는 필수적인 요소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에요.”

“KTNET과의 협업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오 대표가 이어받았다. “무역 기업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게 국가별로 다른 탄소 규제에 대응하는 거예요. 저희가 개발한 원클릭솔루션을 통해 기업들은 수출 대상국의 탄소 규제를 쉽게 파악하고, 필요한 대응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실제로 한 중소기업은 저희 서비스를 통해 유럽 수출에 필요한 탄소발자국 인증을 받는 데 성공했어요. 기존에 컨설팅을 받았다면 수천만 원의 비용이 들었을 텐데, 훨씬 적은 비용으로 해결할 수 있었죠.” 설 대표가 구체적인 사례를 들며 설명했다. “이런 성공 사례들이 쌓이면서 더 많은 기업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더 많은 지자체, 기관들과의 협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에요. 결국 이런 협업을 통해 더 많은 기업들이 탄소 중립으로 가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단기 마일스톤인 1000개 기업, 업종별 10개 이상의 탄소 데이터 확보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천 개라는 숫자가 저희 마일스톤에 중요한 의미가 있어요.” 설 대표의 목소리에 확신이 묻어났다. “특히 경기도 플랫폼 사업을 수주한 것이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경기도 기업 1% 점유만 해도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국내 산업군을 103개 정도로 구분하는데, 각 산업군마다 최소 10개에서 100개 정도의 기업 데이터가 모여야 그 산업군의 특징을 파악할 수 있어요.” 오 대표가 설명했다. “천 개를 모으고 나면 AI 서비스 진단 모델을 출시하고, 만 개 이상이 되면 AI 고도화된 전략 추천까지 가능해질 거예요.”

“글로벌 시장 진출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현재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동남아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어요.” 설 대표의 목소리에 설렘이 묻어났다. “이 지역은 제조업 기반이 탄탄하고, ESG나 탄소 중립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거든요. 특히 베트남의 경우, K-테크에 대한 신뢰도가 높고 한국 기업들의 진출도 활발해서 시장성이 매우 좋다고 판단했습니다.”

“동남아 시장이 매력적인 이유가 또 있어요.” 오 대표가 부연했다. “유럽이나 미국처럼 이미 제도화가 많이 진행된 시장보다, 우리의 솔루션이 더 필요한 곳이 신흥국들이에요. 현지 기업들이 글로벌 공급망에 편입되려면 탄소 배출 관리가 필수인데, 아직 이런 솔루션이 부족한 상황이거든요.”

“실제로 베트남의 여러 기업들과 미팅을 진행해봤는데, 현지 기업들의 니즈가 확실했어요. 특히 우리나라처럼 수출 중심 경제라 EU나 미국의 탄소국경세 같은 규제에 대한 대비가 시급한 상황입니다.”

“향후 5년 후 오후두시랩이 그리는 미래상은 무엇인가요?”

“탄소 관련 기업과 제품 데이터를 가장 많이 보유한 회사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설 대표의 목소리에 확신이 묻어났다. “궁극적으로는 소비자들이 친환경성이 좋은 제품들을 구매하게 하고, 기업들도 탄소 관리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데이터와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회사가 되고 싶습니다.”

“기업 신용평가처럼 탄소 경쟁력 데이터에 기반한 플랫폼을 만들 것입니다.” 오 대표가 이어받았다. “어떤 기업이 탄소 경쟁력이 있는지, 해외 바이어가 우리나라 기업들 중 어디와 거래하면 좋을지 추천하고 검색할 수 있는 서비스를 구축하는 게 목표입니다.”

“지금 바로 탄소를 줄이기 위해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가장 중요한 건 꼭 필요한 물건만 사는 현명한 소비예요.” 설 대표가 답했다. “그리고 유럽에서 시행하는 탄소 규제들을 보면, 제품의 탄소발자국과 친환경성을 표기하도록 하고 있어요. QR코드만 찍으면 의류의 경우 어떻게 세탁하고 수선해서 오래 입을 수 있는지 같은 정보를 확인할 수 있죠.”

“맞아요.” 오 대표가 고개를 끄덕였다. “구매한 제품은 최대한 오래 사용하고, 의류는 꼭 필요할 때만 세탁하는 것도 중요해요. 결국 소비자의 인식이 바뀌어야 기업도 변화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오광명 대표는 최근 회사가 주목하고 있는 탄소 배출량의 구분을 설명했다. “기업의 탄소 배출량은 스코프(Scope) 1, 2, 3으로 나뉩니다. 스코프 1은 기업이 직접 기름이나 가스를 사용하면서 배출하는 온실가스이고, 스코프 2는 전기 사용으로 인한 배출량, 스코프 3은 공급망 관련 배출량입니다.”

그는 각 스코프별 감축의 현실적 어려움을 짚었다. “스코프 1은 업종 자체를 바꾸지 않는 한 줄이기 어렵고, 스코프 2는 전기 효율을 최대한 높여도 10% 이상 감축이 힘듭니다. 특히 스코프 3가 스코프 1, 2를 합친 것보다 6배에서 12배나 많다는 점이 큰 과제입니다.”

이어 스코프 3 감축의 핵심이 기업 간 거래에 있다고 강조했다. “스코프 3의 80%가 기업 서비스나 제품, 원자재 구매에서 발생합니다. 결국 거래하는 기업들의 탄소 배출량이 낮아야만 전체 감축이 가능한 구조죠. 그래서 저희는 스코프 3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데이터 확보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설수경 대표는 지속 가능성에 대한 회사의 비전을 말했다. “지속 가능이라는 키워드를 가진 사업을 하는 만큼, 저희 회사 자체도 지속 가능해야 해요. 최근 미국 대선 결과 등으로 이 영역의 속도가 떨어질 것을 우려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실제 기업들에게는 결코 그렇지 않아요. 이미 규제는 시작됐고 공급망 배제의 위협은 코앞까지 왔기 때문에,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이 계속 이어졌으면 합니다.”

ⓒ플래텀

인터뷰를 마치고 창밖을 바라보니, 아직 오후의 따뜻한 기운이 남아있었다. 그들의 모니터에는 여전히 수많은 기업의 탄소 데이터가 흘러들어오고 있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을, 꼭 필요한 시간에, 필요한 방식으로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후 2시의 창업자들은 오늘도 지구의 체온을 재고 있다.

기자 / 혁신적인 스타트업들의 이야기를 발굴하고 전달하며, 다양한 세계와 소통하는 것을 추구합니다. / I want to get to know and connect with the diverse world of start-ups, as well as discover their stories and tell them.

기자 / 제 눈에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연예인입니다. 그들의 오늘을 기록합니다. 가끔 해외 취재도 가고 서비스 리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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