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는 기술의 보호 수단일 뿐만 아니라 상업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다. 특히, AI-바이오 융합기술의 발전으로, 기술의 빠른 선점이 필요할 수 있고, 내 공개 특허에 대한 제3자의 개량 기술의 개발 가능성이 높아져, 빠르면서도 다양한 파생 권리를 확보하는 특허 출원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점이라 생각된다.
바이오, 화학 기술의 특허 출원 시 실험 데이터 없이 출원을 의뢰하는 고객에게는 적어도 In Vitro 수준의 실험 데이터는 요청하여 진행한다. 그런데, 가끔은 실험 데이터가 없지만, 실현 가능성이 높고, 획기적인 아이디어 수준인 발명을 접하는 경우, 어떻게 IP 권리를 확보하는 것이 좋을 지 고민하게 된다.
- 실험데이터는 가급적 다양하게 구비될수록 특허의 무효화 위험 가능성을 낮추고, 특허 청구항의 권리 보호 범위를 명확히 하고, 경쟁자 대응에 유리하다.
CASE 1. Amgen Inc. v. Sanofi, ,598 U.S. 594, 143 S.Ct. 1243 (2023)
사실관계 : Amgen과 Sanofi는 각각 PCSK9 단백질을 저해하여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항체를 개발하였다. Amgen은 2011년에 해당 항체에 대한 특허를 취득하였고, 2014년에는 특정 아미노산 잔기에 결합하고 PCSK9와 LDL 수용체의 결합을 차단하는 항체의 전체 계열(genus)을 청구하는 추가 특허를 취득하였다.
판결요지: 실시 가능성(enablement) 요건 미충족: 미국 대법원은 Amgen의 특허 명세서가 청구된 항체 계열의 전체 범위를 당업자가 과도한 실험 없이 구현할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고 판단하였다.
에피토프만으로 항체 정의의 한계: 청구항이 특정 에피토프에 결합하는 모든 항체를 포괄하려면, 명세서에 해당 범위의 모든 항체를 구현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충분한 지침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CASE 2. Idenix Pharmaceuticals LLC v. Gilead Sciences Inc., 941 F.3d 1149 (Fed. Cir. 2019)
사실관계 : Idenix는 C형 간염 바이러스(HCV) 치료를 위한 특정 뉴클레오사이드 유도체에 대한 특허(US7,608,597)를 보유하고, Gilead의 HCV 치료제인 sofosbuvir(Sovaldi)가 자사의 특허를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제기하였다. 특허 청구항은 “purine or pyrimidine β-D-2′-methyl-ribofuranosyl nucleoside” 구조를 가진 화합물을 포함하고 있으며, 특허의 예시 화합물들은 2′ “down” 위치에 수산기(-OH)를 가지고 있었으나, Gilead의 화합물은 2′ “down” 위치에 플루오린(F) 원자를 가지고 있었다.
판결요지 : 실시 가능성(enablement) 요건 미충족: 연방순회항소법원은 Idenix의 청구된 화합물의 범위가 “수십억개”에 달하는 반면, 명세서에는 이들 중 효과적인 화합물을 식별하기 위한 충분한 지침이 제공되지 않았다고 보았다. 특허 명세서에 제시된 실험 데이터와 지침만으로는 당업자가 과도한 실험 없이 발명의 전체 범위를 실시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특허를 무효화하였다.
CASE 3. 의약 용도 발명에 관한 대법원 2001. 2. 9. 선고 2001후65 판결
판결요지 : 실험의 과학이라고 하는 화학발명의 경우에는 당해 발명의 내용과 기술수준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예측가능성 내지 실현가능성이 현저히 부족하여 실험데이터가 제시된 실험예가 기재되지 않으면 당업자가 그 발명의 효과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용이하게 재현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려워 완성된 발명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중략) 약리효과가 있다는 것을 약리데이터 등이 나타난 시험예로 기재하거나 또는 이에 대신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으로 기재하여야 비로소 발명이 완성되었다고 볼 수 있는 동시에 명세서의 기재요건을 충족하였다고 볼 수 있을 것
- 실험데이터를 모두 구비하여 출원하기에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경우, 갖춰진 실험을 기반으로 임시출원을 진행한 후 1년 이내에 보강하는 국내 우선권 주장 출원을 도모하는 방안을 선택할 수 있다.
단, 임시 명세서 출원일로 소급되는 발명은 임시 명세서 출원에 최초로 첨부된 명세서 또는 도면에 기재된 사항 또는 기술상식에 비추어 기재되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해될 수 있는 사항의 범위 안에 있는 것으로 한정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임시 명세서에 기재되지 않은, 추가 물질(혹은 추가 용법, 용량)에 대한 실험 결과가 반영된 우선권 주장 출원은 발명의 출원일이 임시 명세서 출원일로 소급되지 않을 수 있다. 출원일 소급이 부정되는 경우, 임시 명세서 출원일과 우선권 주장 출원일 사이 공개된 자기 문헌 공지에 의해 특허가 무효될 수 있으므로, 임시 출원일을 확보하였다고 하여 추가 실험 결과를 함부로 공개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CASE 4. 추가 용량에 대한 우선일 불인정 대법원 2021.2.25. 선고 2019후10265 판결
우선권 주장 정규 출원 청구항은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 치료를 위한 CD20항체의 500~1500mg/m2 투여에 관한 것이나, 선출원 실시예에는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 치료를 위한CD20항체의 1회차 375mg/m2, 이후 500~1500mg/m2 투여 결과가 개시되어 있을 뿐, 500~1500mg/m2 투여 결과는 개시되어 있지 않았다. 따라서, 선출원일로 출원일이 소급되지 않아, 선출원일과 우선권 주장 출원 사이의 선행문헌, 자기의 임상 시험 결과 발표문에 의해 특허 무효로 판단되었다.
- 한편, 획기적인 아이디어이지만 다양한 실험을 1년 이내 완성하기 어려운 경우, 특허 출원 시점을 늦춰 공개시기를 늦추는 방안을 선택할 수 있다.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실험 결과가 충분히 확보될 때까지 발명의 공개 시기를 연기(특허 출원 포함)하는 방안이다. 이는 발명자의 인내가 요구되는 선택이지만,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한 후 출원하면, 특허의 유효성을 높이고, 법적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장기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
단, 여러 상황이 고려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초기 투자자들은 발명자의 아이디어와 그 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해 특허 출원 여부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또한, 바이오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연구 결과와 기술을 공개함으로써 협력 파트너나 연구 기관과의 공동 연구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발명자는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접근하여 최적의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전략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른 생각으로는, 실시 가능성 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하게 요구되는 경우, 기술공개가 지연되고, 기술 개발 초기에 출원하여 권리를 받은 회사는 권리범위가 좁아지게 되며, 경쟁사는 좁은 범위의 선행 특허권을 회피하면서 적은 비용으로 유사 기술을 찾는 것에 안주하게 되는 문제가 있다.
Amgen 사례와 같이 PCSK9의 특정 결합 위치를 찾아낸 특허에서, 그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항체를 모두 가려 확인 후에 특허 출원을 요구하는 것이 적절한지, 기본 원리를 확인한 발명으로 부여된 특허권에 대해 무효 보다, 후속 개량 기술 개발자의 실시를 보장하되 보상이 어느 정도는 이뤄지는 것이 특허법 취지에 부합하는 적절한 결과이지 않았을 까라는 생각도 든다.
원문 : “바이오·화학 특허, 실험 데이터 없이 출원이 가능한가? 주요 사례와 전략”
저자소개 : 박연수 변리사는 현재 BLT의 파트너 변리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생명공학, 약학, 화학 분야의 특허 전문가로서, 국내외 기업의 특허 업무를 전담해 왔습니다. 특히 바이오 기업에서 IP 전략을 수립하고 국내외 IP 소송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화학·바이오 분야의 특허출원과 더불어 지식재산권 관련 분쟁 및 소송 대응, 그리고 전략적 IP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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