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이 4일 2024년 한 해를 돌아보는 연말결산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올 한 해 동안 인스타그램에서 주목받은 Z세대, 비즈니스, 크리에이터 및 릴스 트렌드를 발표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날것’이었다. 정다정 인스타그램 홍보 총괄은 “완벽하게 정제된 삶의 모습은 이제 과거의 유물이 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였다. 올해 인스타그램에서는 ‘포토 덤프’라 불리는 새로운 현상이 두드러졌다. 마치 일기장을 찢어 디지털 공간에 붙여놓은 듯한 이 게시물들은, 사진관에서 찍은 완벽한 포즈의 사진이 아닌, 일상의 어수선한 순간들을 담아냈다.
젊은 세대들은 왜 이토록 ‘날것’에 매료된 것일까? 어쩌면 그들은 너무 오랫동안 완벽해 보이는 것들에 지쳐있었는지도 모른다. 인위적으로 꾸며진 삶의 순간들이 주는 피로감, 그리고 그 이면에 숨겨진 공허함을 직시하기 시작한 것이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우정’의 진화였다. Z세대에게 인스타그램의 다이렉트 메시지(DM)는 단순한 메신저가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디지털 시대의 비밀편지와도 같았다. 설문조사 결과는 이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Z세대 이용자의 64%가 ‘친구나 지인의 소식 파악’을 위해 인스타그램을 사용한다고 답했고, 60.2%는 ‘DM을 통한 소통’을 주요 목적으로 꼽았다. 특히 10대의 경우, 72.5%가 DM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능으로 선택했다.
이는 마치 19세기 말, 전보가 등장했을 때의 혁명적 변화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사람들이 전보를 통해 새로운 형태의 소통 방식을 발견했듯, Z세대는 DM을 통해 그들만의 소통 문법을 만들어가고 있다. 짧은 단어들, 이모티콘, 밈으로 이루어진 그들의 대화는 마치 새로운 언어와도 같다.
‘안티 번아웃’이라는 키워드 역시 주목할 만하다. 러닝, 클라이밍, 심지어 ‘콜드 플런지’라 불리는 냉수욕까지. 젊은이들은 지친 영혼을 달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다. 한편으로는 ‘텍스트힙’이라는 새로운 문화 현상도 등장했다. 글을 읽고 쓰는 행위 자체에서 위안을 찾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다. #필사, #책스타그램 같은 해시태그의 증가는 이런 현상을 반영한다.
비즈니스 영역에서도 변화는 뚜렷했다. 박기영 메타 크리에이티브숍 총괄은 “Z세대와의 소통은 더 이상 일방향적인 메시지 전달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CJ제일제당의 비비고는 크리에이터들에게 최대한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캠페인을 진행했고, 이는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음악의 힘도 강력했다. 릴스 이용자의 75%가 소리를 켜고 콘텐츠를 시청한다는 점에 착안해, 아모레퍼시픽 헬로버블은 40여 개의 특화된 음원을 개발했다. 이는 600만 회 이상의 조회 수와 120% 이상의 매출 신장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크리에이터들의 활약도 눈부셨다. ‘아파트 챌린지’로 24시간 만에 500만 조회 수를 기록한 펀치바니(@punch_bunny)부터, 국적이 다른 세 명의 고등학생으로 구성된 코리너즈(@korean_foreigners)까지. 그들은 국경과 문화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를 만들어냈다.
이제 인스타그램은 단순한 사진 공유 플랫폼을 넘어섰다. 그것은 현대인의 욕망과 불안, 즐거움과 고민이 교차하는 거대한 디지털 광장이 되었다. 정다정 총괄의 말처럼, 이곳은 “복합적인 문화 소비의 장”으로 진화했다. 마치 도시의 거리처럼, 수많은 이야기가 교차하고, 새로운 문화가 탄생하는 공간. 2024년의 인스타그램은 그렇게 우리 시대의 초상을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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