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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의 시간’ 기술 속도에 관한 단상

시계를 본다. 유리 표면 아래로 푸른빛이 번쩍인다. 손목 위의 작은 기계가 내 심장을 듣는다. 내 잠을 지켜본다. 내 걸음을 세고, 내 맥박을 읽는다. 차가운 기계의 온기가 살갗을 스친다. 기계의 체온이 사람의 체온과 다르지 않다.

지난밤 나는 세 시간 이십 분을 잤다. 기계가 그렇게 말했다. 기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새벽녘의 뒤척임도, 깊은 밤 숨소리도 기계는 정확히 기록했다.

예전의 시계는 단순했다. 쇠바늘이 돌았다. 초침이 흘렀다. 그것이 전부였다. 시계는 시간을 알려주는 기계였다. 시간을 재는 기계였다. 그뿐이었다. 긴 세월 시계는 그렇게 살아왔다. 시계에게도 삶이 있었다. 단순하고 명료한 삶이었다.

시계의 역사는 오래되었다. 해시계가 있었다. 모래시계가 있었다. 물시계가 있었다. 시간을 읽는 방식은 달랐지만, 시간을 읽는다는 본질은 같았다. 시간은 흘렀다. 시계는 그것을 보여주었다. 그뿐이었다.

이제 시계는 다른 생명이 되었다. 차가운 금속 속에 지능이 깃들었다. 기계가 사람의 몸을 읽는다. 기계가 사람의 잠을 읽는다. 기계가 사람을 걱정한다. 시계는 더 이상 시계가 아니다. 시계는 작은 의사가 되었다. 작은 스승이 되었다. 작은 친구가 되었다.

컨퍼런스장에 갔었다. 전문가들이 ‘샤크핀’을 말했다. 상어 지느러미처럼 치솟는 기술의 속도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날카로운 지느러미가 푸른 바다를 가른다. 그 물살 속에 우리가 있다. 상어는 빠르다. 우리는 느리다. 시간의 간격이 벌어진다.

지난해의 말들이 낡았다. 새로운 말들이 밀려온다. 노코드니, 로우코드니 하는 말들은 이미 멀어졌다. AI가 코드를 쓴다. 기계가 기계를 만든다. 사람의 손이 멀어진다. 코로나 시절의 메타버스는 이미 잊혔다. 기술은 유행처럼 온다. 파도처럼 밀려왔다가 잦아든다. 그 자리에 새로운 파도가 운다.

시간의 속도가 달라졌다. 농부의 시간은 느렸다. 계절을 기다렸다. 씨앗이 자라기를 기다렸다. 기계의 시간은 빠르다. 기다림이 없다. 변화가 쉼 없이 온다. 사람의 시간이 기계의 시간을 따라가지 못한다.

2026년이면 기업의 절반이 AI를 쓸 것이다. 2028년이면 AI가 IT를 넘어설 것이다. 차가운 숫자들이 미래를 말한다. 그 숫자들 속에 우리의 삶이 있다. 우리의 일터가 있다. 우리의 미래가 있다. 숫자는 차갑다. 미래도 차가울까.

뇌와 기계가 연결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양자 정보니, 지능형 표면이니 하는 말들이 들려온다. 영화 속 이야기가 현실이 된다. 두렵다. 궁금하다. 피할 수 없다. 강물은 거슬러 오르지 못한다. 시간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법을 만든다. 기업은 기술을 쫓는다. 거센 파도 앞에서 서핑을 배우는 사람들처럼 모두가 분주하다. 넘어지고 일어선다. 물을 먹고 다시 파도를 탄다. 그것이 시대의 몸짓이다. 우리는 모두 서퍼가 되어야 한다. 파도를 두려워하면 안 된다.

옛 어른들은 시계를 차지 않았다. 해가 뜨면 일어났다. 해가 지면 잠들었다. 자연의 시간이 사람의 시간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기계의 시간이 우리를 재촉한다. 알람이 울리고, 알림이 온다. 시간이 쪼개진다. 분이 쪼개지고, 초가 쪼개진다.

10년 후의 내가 있다. 그때의 나는 어떤 기계를 마주하고 있을까. AI와 일하고 있을까. AI의 말을 듣고 있을까. AI를 동무처럼 여기고 있을까. 지금의 고민이 우습게 보일까. 하나만은 분명하다. 우리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흐름 속에 있다. 강물이 바다로 흐르듯, 우리는 미래로 흐른다.

노트북을 덮는다. 시계가 잠자리를 재촉한다. 내일도 새로운 소식이 올 것이다. 새로운 기술이 올 것이다. 새로운 변화가 올 것이다. 잠시 물러서본다.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느린 시간이 필요하다.

시계의 전원을 끈다. 더는 관찰도, 기록도 필요 없다. 어둠 속에서 작은 불빛이 깜박인다. 먼 미래에서 온 신호처럼. 침묵 속에서 시간이 흐른다. 예전의 시계처럼, 그저 시간만이 흐른다. 시간은 변하지 않는다. 변하는 것은 시계뿐이다.

달이 떴다. 구름이 흐른다. 창밖으로 별이 보인다. 자연의 시계들이다. 가장 오래된 시계들이다. 그것들은 변하지 않는다. 영원히 그 자리에서 시간을 가리킨다. 사람의 시간을 지켜본다. 기계의 시간을 지켜본다. 모든 것을 지켜본다.

기자 / 제 눈에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연예인입니다. 그들의 오늘을 기록합니다. 가끔 해외 취재도 가고 서비스 리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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