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 “기술과 시장 사이, 이노스페이스가 그리는 우주산업의 미래”
l “스페이스X 너머의 영역을 찾아서: 한국 민간 우주기업의 새로운 항로”
12일 코엑스에서 열린 컴업 2024 둘째날 퓨처토크 첫 연사는 이노스페이스의 김수종 대표였다. 우주 항공 분야에서 국내 최초로 기업공개(IPO)에 성공한 기업의 수장답게, ‘우주를 향한 도전 – 미래를 향한 발사’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민간 우주 산업이라고 하면 대개는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를 떠올린다. 대형 발사체를 상업화하는 데 성공한 유일한 기업이자, 이 분야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뒤를 중국 기업들이 맹렬히 쫓고 있다. 이 치열한 경쟁의 한복판에 한국의 이노스페이스가 서 있다.
김수종 대표는 소형 발사체 분야부터 차근차근 밟아가는 중이라고 했다. 내년 상업 발사를 앞두고 있는데, 발사에 성공한다면 현재 논의 중인 다수의 고객사와 계약이 완료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그의 말에는 장밋빛 전망 대신 냉철한 현실 인식이 묻어났다.
“저희가 올해 상장을 했지만 이 상장이라는 것이 새로운 시작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의 말에는 묵직한 책임감이 실려 있었다. “아직 상업 발사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내년에 계획하고 있는 이런 상업 발사 역시 매우 벅찬 계획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희 역시 첫 발사 때 실패를 할 가능성도 상당히 많습니다.”
이노스페이스의 도전은 단순한 기업의 성장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AI 시대의 도래와 함께 급증하는 위성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적 과제이기도 하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현재 지구 궤도 위에 활동 중인 위성은 7,700여 개 이상으로 추산되는데, 2030년에는 지구 궤도상에 약 6만 개의 인공위성이 배치될 전망이다. 특히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저궤도 소형 위성들이 주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2017년 이노스페이스를 설립한 김 대표는 초기 3년간 자체 연소시험장을 갖추고 엔진 개발을 진행하면서 회사를 대외에 공개하지 않았다. 먼저 내실을 다져야 한다고 본 것이다. 그 이후 빠르게 스케일업에 성공해 6번에 걸쳐 약 700억원의 투자유치를 이끌어냈다.
발사체 사업의 특수성에 대한 그의 설명은 흥미로웠다. “발사체라는 제품은 일반 고객에게 판매하는 B2C 방식이 아닙니다. 기업대기업(B2B), 기업대정부(B2G) 비즈니스 영역이기 때문에 기업 간 협력과 정부 기관과의 협력, 국가기관과의 협력이 필수적으로 뒷받침돼야 가능한 분야입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이노스페이스만의 차별화 전략이다. 기존 스페이스X, 로켓랩이 채택한 액체연료 기반 엔진과 달리 하이브리드 방식을 개발했다. 하이브리드 엔진은 액체 산화제와 고체 연료를 결합한 형태로, 발사체의 안정성을 높이고 연료 효율을 개선하는 기술이다. 여기에 더해 메탄 엔진까지 포트폴리오에 추가하며 고객 맞춤형 우주 수송 사업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발사장 확보 전략도 주목할 만하다. 이노스페이스는 브라질과 호주 발사장을 계약으로 확보했고, UAE, 노르웨이,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국내 발사장까지 준비하고 있다. 이는 로켓랩의 사례를 교훈 삼은 것이다. “로켓랩의 경우 2018년 처음 상업 발사에 성공했지만 최근까지 매출이나 수익을 빠르게 확대할 수 없었습니다. 주된 이유는 뉴질랜드에 있는 발사장 하나만을 이용했기 때문입니다.”
현재 전 세계 위성 고객들이 겪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사용할 수 있는 발사체가 생각보다 없다는 점이다. 대형 발사체는 스페이스X가 유일하고, 소형 발사체에서도 미중 간 정치적 문제로 인해 미국의 부품을 사용한 위성이나 미국의 위성들은 중국의 발사체를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노스페이스가 작년에 중궤도급 비행 시험에 성공하면서 많은 위성 고객들로부터 주목받게 된 것도 이러한 시장 상황 때문이다.
회사는 내년부터 하이브리드 엔진과 메탄 엔진 두 가지를 발사체에 모두 적용할 계획이다. 각 발사 슬롯의 코드명은 엔진의 종류와 특성에 따라 서로 다른 슬롯 코드명을 갖게 되며, 이를 통해 다양한 발사 환경에 맞는 유연한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강연을 들으며 든 생각은, 우주 산업이 단순히 기술의 영역을 넘어 전략과 비즈니스의 복합체라는 점이었다.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시장에서 실현할 것인가의 문제가 결정적이다. 김 대표의 강연은 한국의 우주 산업이 새로운 전환점에 서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것은 정부 주도의 우주 개발에서 민간 주도의 우주 산업으로의 전환이다. 이 전환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지는 이노스페이스와 같은 기업들의 도전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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