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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 벤처기업이 말한다, 겨울 체감도 85.0”

숫자는 말이 없다. 그러나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벤처기업협회가 2024년 4분기 경기실사지수를 발표했다. BSI 100은 보합이다. 100을 넘으면 좋고, 100을 못 넘으면 나쁘다. 천 개의 기업이 답했다. 그들의 답은 85.0이었다. 전분기보다 3.4포인트 낮은 숫자였다.

제조업은 83.5를 기록했다. 전분기의 89.3보다 5.8포인트 떨어졌다. 철은 무거웠고 원자재 값은 올랐다. 공장의 기계는 돌아갔으나 그 소리가 점점 낮아졌다. 서비스업은 87.3이었다. 0.1포인트 올랐다고는 하나, 그것은 숨 쉬는 소리에 불과했다. 살아있다는 표시일 뿐이었다.

첨단 서비스업은 92.5였다. 전분기보다 2.9포인트 올랐다. 기술은 춥지 않았다. 그러나 일반 제조업은 80.0으로 떨어졌다. 10.9포인트가 무너졌다. 같은 하늘 아래 다른 계절이 존재했다. 기술은 따뜻했지만 쇠는 차가웠다.

내수가 무너졌다. 85.2%의 기업이 그렇다고 했다. 장터는 한산했다. 43.4%는 자금이 마르고 있다고 했다. 돈은 물과 같아서 흘러야 하는데, 동토가 된 땅에서는 물길이 막혔다. 14.2%는 인건비가 무겁다고 했다. 사람을 써야 하지만 사람을 쓸 수 없는 형국이었다.

작은 기업들이 더 추웠다. 매출 20억 미만의 제조업체들은 6.4포인트 떨어졌다. 작은 배는 큰 파도에 더 심하게 흔들린다. 서비스업도 다르지 않았다. 10억에서 50억 사이의 기업들이 5.0포인트 내려앉았다.

강원과 제주는 달랐다. 113.8을 기록했다. 유일하게 100을 넘었다. 섬과 산은 중심부의 한기를 피해갔다. 전분기보다 28.0포인트 올랐다. 변방이 중심보다 강했다. 서울과 경기는 83.0으로 떨어졌다. 수도는 추웠다. 광주와 전라, 대구와 경북도 마찬가지였다. 지방의 공장들은 연기를 낮게 뿜었다.

연구개발 기업들은 8.0포인트 올랐다. 그들은 실험실에서 불을 지폈다. 그러나 벤처투자는 13.9포인트 떨어졌다. 돈은 겁쟁이처럼 숨어들었다. 투자자들은 안전한 곳을 찾아 떠났다. 혁신성장도 5.5포인트 내려앉았다. 혁신이라는 말은 허울뿐이었다.

2025년 1분기를 바라보는 눈빛은 더욱 흐렸다. 일반 제조업은 24.9포인트, 일반 서비스업은 21.2포인트 떨어질 것이라 했다. 첨단 제조업도 19.8포인트, 첨단 서비스업도 20.1포인트 떨어질 것이라 했다. 모든 업종이 하락을 예고했다.

그럼에도 71.9%는 내수가 나아질 것이라 했고, 23.5%는 수출이 늘어날 것이라 했다. 희망은 숫자보다 가볍고 따뜻했다. 겨울은 깊었지만 봄은 온다. 그것이 계절의 이치다.

정부는 정책을 말했다. 그러나 정책은 종이 위의 글자일 뿐이었다. 진짜 정책은 현장에서 만들어진다. 기업은 살아남아야 했다. 살아남는 것이 곧 정책이었다. 살아남는 것이 곧 이기는 것이었다.

경기실사지수는 체감이다. 숫자는 기업인들의 가슴 속 온도를 재는 온도계다. 85.0이라는 숫자는 차가웠다. 그러나 모든 겨울이 그렇듯, 이 겨울도 지나갈 것이다. 우리는 다만 버텨야 한다. 버티면서 봄을 기다려야 한다.

살아남은 자만이 다음 겨울을 이야기할 수 있다. 그것이 기업의 숙명이다. 그것이 생존의 이치다. 숫자는 말이 없다. 그러나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85.0이라는 숫자가 말해주는 것은 한겨울의 풍경이다. 견디는 자만이 봄을 맞이할 수 있다.

한국과 중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현장 중심으로 취재하며, 최신 창업 트렌드와 기술 혁신의 흐름을 분석해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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