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들어도 쓰고 싶은 욕구를 창조하는 것, UX
최근 UX (User Experience : 사용자 경험) 이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쓰이고 있으며, 그만큼 UX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UX는 사용자가 제품 혹은 서비스와 상호작용 하는 순간 뿐만 아니라, 제품을 사용하기 전의 기대, 그리고 제품을 사용한 후의 만족감 같은 다양한 경험의 집합을 말한다. 보기 좋은 화면이나 디자인의 제품, 서비스라도 사용자에 대한 배려와 고민이 없다면 충성도 높은 사용자가 생기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사실 이런 설명을 들어도 ‘UX’라는 단어만 들어 본 나같은 이에게는 어렵다. 키워드들이 다 추상적인 단어라 ‘좋은 말이네, 그래서 뭐라고?’ 라는 말이 나온달까. 이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NTS 우상훈 실장(NHN Technology Services, UIT 개발실 실장)과 다음커뮤니케이션 현창용 디자이너(다음커뮤니케이션 UX Unit, Search Lab UX디자이너), 다음커뮤니케이션 송주연 디자이너(Daum ux researcher, interaction designer)를 만났다.
우상훈(NHN Technology Services, UIT 개발실 실장, 이하 우) : NHN 의 자회사인 NTS에서 UI 기술을 담당하는 UIT(User Interface Technology)개발실 실장을 맡고 있는 우상훈입니다.
저는 나모 웹에디터 개발사인 나모인터랙티브가 첫 직장이었는데요. 나모의 초기 멤버로 소프트웨어 개발에 대한 경험을 했고, 그 이후 LG 전자의 MC 연구소 등을 거쳐 2007년 NHN Ajax UI랩의 개발자로 합류해 Ajax 개발에 UX 요소를 결합한 활동을 주도했습니다. 이후에 NHN 지도지역서비스랩에서 지도FE팀 팀장을 맡아 네이버 모바일/PC 웹 지도와 개발을 주도했고요. 인터랙션 디자이너 출신의 개발자라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현창용(다음커뮤니케이션 UX Unit, Search Lab UX디자이너, 이하 현) : 다음커뮤니케이션에서 UX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어요. 주로 검색 사용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들을 연구하고 제안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모바일(iOS/Android/WM/Tizen), 웹, TV, 윈도우 등 클라이언트의 화면 설계와 인터랙션 디자인 연구를 하고 있어요.
저는 메가스터디에서 컨설팅 및 강의 커리큘럼 기획자로 일을 시작했는데요. 스타트업으로 이직 후 UX 디자인의 필요성에 대해 느끼게 된 경우예요.
송주연(Daum ux researcher, interaction designer, 이하 송) : 다음커뮤니케이션에서 주로 신규 프로젝트 컨셉 도출에 참여하거나 특정 사용자그룹 선행 연구 기반으로 전략 수립에 기여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검색, 스포츠, 웹툰, 카페 등의 서비스 UX를 담당하고 있기도 하고요.
저는 (주)씽크유저에서 UX 리서처로 시작했는데, 당시에는 글로벌 리서치 파트를 주도했어요. 글로벌 사용자 리서치 방법을 다룬 『handbook of global user research』을 공동집필하기도 했고요.
세 분 모두 UX 분야에서 전문 경력을 갖고 계신데요. 조금 진부한 질문부터 드리겠습니다. 세 분이 정의하는 UX란 무엇인가요?
송 : 처음 UX를 접했을 땐 무척 추상적이었는데요. 디자인이라는 요소는 모든 기업이 생존하기 위한 필수 전략 중 하나잖아요? 작은 프로젝트이든 사업이든, 궁극적인 지향점이 있을 거예요. 그런데 사업적 관점만으로 시장을 바라보게 되면 사람들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 지에 대해서는 놓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지금 당장 수익이 나는 것과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가치를 줄 수 있느냐 아니냐의 문제는 다른 거거든요. 이런 걸 재차 확인해내는 작업이 UX 디자인이라고 생각해요. 그를 위해 계속 리서치를 하고 가치를 검증해내는 게 제가 하는 업무이고요.
우 : UX 디자인의 목표는 다시 사고 싶은 욕구를 느끼게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애플에서 아이 홈이 나왔다면 저는 세금을 얼마를 내야 한다고 해도 살 것 같아요. 외관이 어떨지 모른다고 해도요. (웃음) 이처럼 어떤 회사 이름이나 디자이너 이름, 제품 이름을 들었을 때 가슴 뛰고 그런 거요. 쓰고 싶어지는 마음, 그런 경험을 창조해내는 게 UX 디자인이라고 생각해요.
현 : 일단 전제를 두고 싶은 건 UX 디자이너는 따로 볼 수 없다는 거예요. 회사에 소속된 사람으로서 이걸 하면 잘 팔릴 거야라는 관점이 아니라 사용자의 불편함에 대한 개선점 또는 사용자 의견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춰 제품을 풀어내는 거죠. 상용화 전에 마케팅 전략과 연결시킬 수도 있고 후에는 서비스 보완과도 엮일 수 있고, 어디에도 들어갈 수 있다고 봐요. 그로 인해 더 잘 팔리게 할 수 있도록 하고요.
이번에 서울시에서 우버 앱 카피한다고 하잖아요? 그건 일반적 기업 관점이에요. 이걸 UX 관점으로 본다면, 우버 서비스는 기존 택시의 위험함과 불친절한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함이었다는 것에서 시작할 것 같아요.
흔히 UI와 UX에 대한 개념을 헷갈려하는데요. 이 자리에서 명쾌하게 구분해 주신다면요?
송 : 예를 들어 볼게요. 주말에 아이튠즈 라디오를 계속 들었어요. 세 시간 정도를 들었는데 갑자기 안 나와서 봤더니 ‘아직 너 듣고 있니?’라는 팝업창이 떠 있는 거예요. 라디오는 주로 잘 때 많이 들으니까 일정 시간동안 아무 조작이 없으면 자동으로 인식해서 일시 중지가 된 거죠.
제가 생각하는 UX는 사용자가 잠이 들었을 땐 라디오를 꺼주는 가치를 전달하는 거예요. 그걸 표현하는 방법이 팝업이고 이게 UI인 거고요. 화면이라고 표현하고 싶네요. IT에서 전달하는 대부분 경험의 형태는 화면이니까요. 정리하자면 화면 안의 무언가는 다 UI이고, 사용자가 원하는 어떤 환경이나 느낌, 가치 등을 제공해주는 게 UX라고 구분해요.
우 : 저는 UI를 매개체라고 정의해요. 사람과 시스템 사이 매개체인 거죠. 여기서 전제는 객관적 사실이라는 점이에요. 이렇게 쓸 때는 언제 어떻게 무슨 답이 나온다는 객관적인 사실이요.
자판기로 예를 들어보죠. 자판기에서 커피 버튼을 눌렀다면 커피가 나와야 하잖아요? 이 버튼이 UI의 개념이에요. 다른 게 나오거나 나오지 않으면 잘못된 것이죠. 이게 UI의 대전제입니다. 일단 동작을 해야 해요.
커피가 나온 다음은요? 같은 자판기 커피여도 맛이 다 다를 거잖아요. 그걸 마셨을 때 누구는 맛있다고 하지만 누구는 맛이 없다고 할 수 있잖아요. 주관적인 거죠. 시스템이 아무리 객관적으로 동작해도 사람들은 다 주관적으로 받아들여요.
객관성을 따져가면서 고쳤더니 빠르고 기능은 좋은데 잘 안 팔리는 상황이 온 거예요. 성능 말고 다른 게 있나봐 해서 나오게 된 개념이 UX인 거죠. 그래서 중요하다고 하는 거고요. 그런데 최근에 아쉬운 경우가 한 번씩 있어요. UX 전에 일단 UI가 먼저거든요. 자판기에서도 커피가 일단 나와야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걸 생각 하지 않고 무조건 예쁘고 세련된 걸 찾아요. 애플이나 드롭박스, 우버스러운 것을 찾는 거죠. 그게 아니라 시스템부터 이해하고 가야해요.
그렇다면 객관성이나 절대성은 UX에 적용할 수 없는 요소인가요?
우 : 주관적이지만 객관적으로 측정하려고 노력을 하는 거죠. 사용자 패턴을 찾아내는 게 어려운 일이잖아요. 데이터가 많이 쌓이면 정량화할 순 있겠지만 사용자는 늘 주관적이라는 입장에서 바라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조금 더 설명해 볼게요. UI의 개념은 몇 초 만에 결과물이 나오는가, 즉 결과 자체를 말해요. 나온 다음 그 시간에 대해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 그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해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게 UX이고요. 윈도우의 모래시계를 예로 들 수 있겠네요. 실제로 기다리는 시간은 별 차이가 안 나지만 모래시계가 있냐 없냐의 차이는 무척 커요. 모래시계가 돌고 있으면 왠지 덜 걸리는 느낌을 받거든요. 이런 게 UX예요.
현 : 두 개념은 긴밀하게 연결되는 개념이에요. 조금 더 부연하자면 UI는 보이거나 만지는 등 오감을 이용해 느낄 수 있는 거고요. UX는 UI를 통해 행위를 하고 그 뒤에 느끼는 감정적인 부분이에요. 조금 더 총체적인 거죠.
흔히 스타트업이나 교육생들이 UX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것이라면 어떤 게 있나요?
송 : 저는 UX가 특별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웃음) 물론 중요한 분야이긴 하지만 특히 스타트업에서 UX 디자이너가 존재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말한다면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에요. UX는 전공 필수 같은 거예요. 그걸 위한 전문가가 따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우리나라의 경우 특수 환경을 가진 기업의 요구사항이 있어 UX를 정의했고 전문가가 생긴 것 같은데요. 해외에는 UX 전문가라고 따로 지칭하지 않아요. 인터랙션 디자이너, 프로토타이핑 강사, 유저 리서처 이런 식으로 다 분화가 돼 있죠. 총체적 UX 전문가는 없어요. 때문에 UX 전문가만 있으면 다 해결될 거라는 생각은 위험하다고 봐요. UX 디자이너가 따로 없어도 사용자 경험에 대해 무엇을 전달하고 싶은지만 명확하면 그 자체로 좋은 UX가 될 수 있거든요.
우 : 앞에서 시스템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는 말에 연결이 될 것 같은데요. 정말 스타트업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기술이 먼저라는 거예요. 개발자는 한 명인데 마케터가 세 명, 이러면 안되요. 멋진 스타트업들을 보면 대부분 파운더가 개발자예요. 다 기술이 기반이 됐던 거죠. 제가 처음 몸 담았던 나모도 그랬어요. 나모는 기술에 관한 한 최고였다고 자부하고 있고요. UX 경험, 물론 중요하지만 기술이 가장 먼저예요.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가 있고 해결할 기술이 있고 자본이 뒷받침 돼야 UX를 따질 수 있는 거거든요.
현 : 두 분 말씀에 다 동감해요. 하나 더 덧붙이자면, 요즘 UX에 대한 이론도 많고 교육도 많은데요. 이에 대한 걸 알면 더 효과적으로 설계하고 알아볼 수 있는 기회는 많지만 필수 요소는 아니라고 봐요. 저도 UX에 대해 강의를 하기도 하고 듣기도 하는데, 실무에서 적용하려고 하면 한계에 부딪히는 부분이 분명히 있거든요.
이론에 대해 조금 부족하더라도 일단 내가 손으로 그림 그릴 줄 알고 내가 원하는 걸 표현할 줄 알면 되는 거 같아요. 여기에 이론이 뒷받침 되면 좋은 거고요. UX 디자이너라 해도 많이 좋은 제품을 많이 개발해 본 개발자보다 더 사용자를 잘 안다고 말할 수 없어요. 공부하는 것에서 나아가 얼마만큼 사용자의 관점에서 풀어낼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UX 강의를 하시는 분들 말씀이 ‘UX, 별로 안 중요하다’고 말씀하시는 것 같네요. (웃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 분이 UX에 대해 깊이 관심을 가지는 이유가 있을 텐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UX 디자인을 꼭 생각해야 하는 이유라면요?
송 : UX 디자인이 그래도 필요한 이유는요. (웃음) UX는 훌륭한 사고방식이에요. 특별하지 않다고 했던 건 대단한 이론적 지식이 아니라는 말이에요. 사업적 가치와 사용자 가치의 균형을 잡을 수 있는 중심이 되는 사고, 그게 UX 디자인적 사고라고 생각해요. 사용자 리서치가 필요한 단계라면 제품이 누구에게 필요한지는 발견해야 하는 시점인 거잖아요? 이 부분은 기획이나 개발에서 채워지기 어려운 부분인 것 같아요. 어렵지만 아주 중요한 부분이고요. 그런 점에서 UX 디자인은 여전히 필요한 거죠.
우 : 제품을 만든다는 관점을 잊으면 안 돼요. 예술이 아닌 거죠. 지금에야 제가 강의도 하고 UX도 하고 개발도 한 입장이지만, 나모에 입사했을 당시만 해도 아무 포지션이 없었어요. 그저 나모를 좋아하는 대학생이었을 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저만큼 나모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있을까 자부해요. 제품을 만들어낸다는 건 머릿속에 반쯤은 그것에 이입돼 있어야 해요. 평상시에도 전투상태여야 한다는 거죠.
그런 관점에서 UX에 대해 말하자면, 내 제품이 해결할 어떤 문제가 있다면 더 쉽게 해결해 줘야 많이 팔릴 거잖아요? 더 쉬울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려면 결국 UX적 사고를 해야 하는 거죠.
현 : 웹 서비스가 됐든 뭐가 됐든, 기능적인 부분은 다 상향평준화가 됐어요. 즉 내용이나 기능에서의 차별화는 크게 의미가 없는 거죠. 다 좋으니까요. 우버를 대체하겠다는 서울시앱도 기능적인 부분은 크게 다르지 않을 거예요. 그러면 같은 서비스라도 사용자의 고민을 생각해 봤는지 아니면 그냥 가장 잘 나가는 것 따라했는지, 이런 고민의 차이에서 차별화가 될 거예요. 결국 사용자 경험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거죠.
이번에 세 분이 ‘패스트캠퍼스 UX디자인 캠프’의 강의를 하게 되셨는데. 그에 대해 하고 싶으신 말로 마무리 부탁드립니다.
우 : 저보다 이론을 많이 알고 있는 분들은 많을 거예요. 그런 분들께 저는 비할 바가 아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의를 할 수 있는 건 많은 프로세스를 묶을 때 필요한 게 있거든요. 사소하게는 개발자랑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 지 같은 거요. 저는 나모에 있을 때 개발 프로세스의 처음부터 끝까지 다 다뤄봤거든요. 정말 많이 깨졌지만 얻은 게 무척 많아요. 그 경험을 시작으로 다른 것들을 할 수 있었고요. 제품화에 대한 전체 프로세스를 주고 싶어요. 그래서 강의 뒷부분을 맡고 있기도 하고요. 다만 이건 꼭 집고 싶어요. 어떤 것이든 강의는 시드머니와 같은 거예요. 그걸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밸류가 달라지는 거죠. 이론으로 습득했으면 혼자서 하든 같이 하든 꼭 실행해 보시면 좋겠어요.
송 : 저는 현실적인 부분을 많이 쥐어드리고 싶어요. 그게 최대한 잘 전달되려면 강의를 듣는 분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에 대해 명확해야 하는데요. 처음부터 끝까지 다 흡수하긴 어려울 거예요. 때문에 지금 직면한 문제가 무엇인지, 해소해야 하는 게 어떤 것인지에 대해 누구라도 붙잡고 끈질기게 물으면 얻어갈 수 있는 게 분명 많을 거라고 봐요.
현 : 저는 최대한 눈높이를 낮춰서 이야기 하고 싶어요. 교육을 들을 때 필기하고 돌아가서 외우는 것 보다는 느끼는 게 중요한 것 같거든요. 여담이지만 우실장님이 제 선생님이셨어요. 무척 절박했을 때 실장님을 만났고 큰 도움을 받았어요. 지금은 이렇게 농담을 주고받을 수 사이가 됐고요. 이처럼 강의를 통해서 사람도 얻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