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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과 실제 사이’ 4,332만원이 말해주지 않는 것들

머릿속이 새하얘질 때가 있다. 연말정산 서류를 받아들고 있노라면 그렇다. 숫자들이 춤을 추며 나를 조롱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 숫자들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우리의 삶이고, 우리의 현실이다. 국세청이 발표한 2023년 귀속 연말정산 통계를 보며 이런 생각이 든다.

2,085만 명. 작년 연말정산을 신고한 사람들의 숫자다. 32만 명이 늘었다. 취업자가 늘었다는 얘기일까, 아니면 더 많은 사람들이 세금 신고의 그물망에 걸렸다는 얘기일까. 통계는 말이 없다. 다만 숫자로 우리에게 말을 건넬 뿐이다.

평균 연봉 4,332만 원. 2.8% 늘었다고 한다. 물가상승률을 생각하면 실질적인 증가라고 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숫자는 올랐다. 5년째 계속 오르고 있다는데, 왜 우리는 여전히 가난하다고 느끼는 걸까. 아마도 그건 평균이라는 말이 가진 마법 때문일 것이다.

139만 명의 억대 연봉자들. 전체의 6.7%다. 작년보다는 늘었다. 하지만 이들의 존재가 945만 명의 3천만 원 이하 소득자들의 현실을 바꾸지는 못한다. 통계는 냉정하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울산의 4,960만 원, 서울의 4,797만 원, 그리고 세종의 4,566만 원. 지역별 평균 급여다. 숫자는 도시의 서열을 만들고, 그 서열은 다시 사람들의 삶을 규정한다. 인천 동구의 7,014만 원이라는 숫자는 무엇을 의미할까. 대기업이 있는 곳의 평균 연봉이 그만큼 높다는 것일 테지만, 그 지역에 사는 모든 사람이 그만큼을 버는 것은 아니다.

세금은 줄었다. 평균 결정세액이 428만 원으로 1.4% 감소했다. 정부가 과세표준 구간을 조정한 덕분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것이 서민들의 삶을 얼마나 나아지게 했을까. 통계는 이 질문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자녀 세액공제를 신청한 사람들은 줄었다. 242.2만 명, 6.6% 감소했다. 출산과 입양으로 인한 세액공제도 6.8% 줄어 13.6만 명이다. 40대 이상이 자녀 세액공제의 60%를 차지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젊은 세대가 결혼과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고 있다는 것일까.

외국인 근로자들의 이야기도 있다. 61.1만 명, 평균 연봉 3,278만 원에 평균 세금 191만 원을 낸다. 중국, 베트남, 네팔 순이다. 그들은 우리 사회의 일원이 되어가고 있다. 통계는 그들의 존재감을 수치화한다.

해외금융계좌 신고액은 64.9조 원. 전년 대비 65.2% 감소했다. 주식 23.6조 원, 예적금 20.6조 원, 가상자산 10.4조 원. 돈은 국경을 넘어 움직인다. 하지만 그 움직임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규제의 강화? 아니면 다른 무엇?

양도소득세 신고는 65.2만 건. 전년보다 1.8% 줄었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었다는 신호다. 주식시장의 변동성도 한몫했다. 70.8조 원의 양도소득금액, 17.8조 원의 결정세액. 숫자는 줄었지만, 그 속에 담긴 사연은 각각 다를 것이다.

세무조사는 13,973건. 1.4% 줄었다. 하지만 부과세액은 5.8조 원으로 9.4% 늘었다. 더 적게 조사하고 더 많은 세금을 걷었다. 효율성이 높아졌다고 볼까, 아니면 탈세의 규모가 커졌다고 볼까.

국세청은 이 모든 통계를 공개하며 ‘국민께 인정받는 국세청’이 되겠다고 한다. 하지만 진정한 인정은 숫자의 크기가 아니라 그 숫자들이 만들어내는 현실의 변화에서 올 것이다.

통계는 말이 없다. 하지만 우리의 삶을 비추는 거울이다. 그 거울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보고 있을까.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이 숫자들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할 때다.

플래텀 에디터 / 스타트업 소식을 가감 없이 전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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