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스프레드 리서치가 15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차기 행정부의 경제 정책이 촉발할 수 있는 인플레이션 리스크와 이로 인한 가상자산 시장의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경고했다.
가상자산 시장은 연초부터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비트코인은 지난 6일 하루 만에 97,900달러에서 102,500달러까지 약 4.7% 상승했으나, 이후 급격한 하락세로 전환되어 8일에는 92,500달러까지 떨어지며 최고점 대비 10%의 급락을 기록했다. 13일에는 90,000달러 선까지 하회하며 지난해 11월 이후 약 두 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시장 변동성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다. 8일 발표된 주요 경제지표들이 이러한 우려를 증폭시키는 계기가 됐다.
ISM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4.1을 기록하며 시장 예상치인 53.5를 상회했고, 구인건수(JOLTS)도 810만 건으로 예상치 773만 건을 크게 웃돌았다. 이는 미국 경제가 여전히 확장 국면에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와 맞물려 인플레이션 우려를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예고한 10~20% 수준의 수입품 관세 부과와 법인세율 21%에서 15%로의 인하 정책은 이미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제롬 파월 의장이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같은 날 진행된 미국 10년물 국채 입찰 결과는 시장의 불안을 더욱 고조시켰다. 390억 달러 규모로 발행된 채권의 응찰률은 2.53배를 기록하며 전월의 2.70배 대비 하락했으며, 발행 수익률은 4.68%로 2007년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2차 시장에서는 수익률이 4.72%까지 상승하는 등 채권 시장의 불안이 가중됐다.
이는 인플레이션 상승에 따른 달러 가치 하락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장기 국채 금리의 상승은 무위험 자산의 수익률을 높이며, 이는 위험 자산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시장 전문가들은 현재 미국의 상황이 추가 경기부양을 정당화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GDP 성장률이 3% 수준으로 견조한 상황에서 부양책을 실시할 명분이 부족하고, 국가부채는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2025년 임시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주장했던 부채한도 폐지안이 기각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주식시장에서도 위험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S&P 500 지수는 2023년 1월 이후 약 60% 상승했으나, 현재 주가수익비율(PER)이 30.2배로 2021년 1월 고점인 35.96배에 근접한 수준이다. 이는 주가가 과대평가됐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승화 디스프레드 리서치팀장은 “올해는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으로 가상자산 산업에 긍정적인 변화가 예상됐지만 실제 경제 상황은 기대와 달리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긍정적인 경제지표가 오히려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하며 ‘Good is bad(호재가 악재)’ 현상을 지속시킬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트럼프 당선인 취임 전까지 예정된 경제지표 발표가 시장 변동성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에는 높은 변동성이 예상되는 만큼 투자자들은 고배율 레버리지 등 감당할 수 없는 투자는 삼가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한편 가상자산 시장은 그동안 친크립토 성향을 보여온 트럼프 후보의 당선 이후 50%가량 상승하며 강세를 보였으나, 취임을 앞둔 현재는 경제 정책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자산 가격의 방향성을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시장 참여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