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투자

‘오픈이노베이션’ 한국 산업의 거목을 키우는 시간

한국의 산업 생태계가 조용하지만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오픈이노베이션’이라는 새로운 혁신 모델이 자리잡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최근 발간한 ‘한국의 오픈이노베이션 현황 및 활성화 정책 제언 보고서’는 이러한 변화의 실체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2018년, 불과 7건의 프로그램에 18개 기업만이 참여했던 오픈이노베이션은 5년이라는 시간 동안 놀라운 성장을 이뤄냈다. 2023년 현재 87건의 프로그램에 361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12배에 달하는 이 증가세는 단순한 숫자의 성장을 넘어선다. 이는 한국 산업계가 혁신을 바라보는 시각이 근본적으로 변화했음을 의미한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스타트업들의 성과다. 오픈이노베이션은 젊은 기업들에게 글로벌 시장으로 가는 문을 활짝 열어주었다. 창업 7년차 기업들의 사례를 보면 그 차이가 극명하다. 오픈이노베이션에 참여하지 않은 기업들의 연평균 수출 증가율이 39.5%에 머문 반면, 참여 기업들은 95.2%라는 놀라운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대기업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시장 경험, 스타트업의 혁신적 기술과 아이디어가 만나 만들어낸 필연적 결과다.

현장의 목소리는 더욱 고무적이다. 무역협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스타트업들은 5점 만점에 4.51점이라는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대기업들도 3.58점을 주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단기간의 가시적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필수적인 전략”이라는 한 대기업 임원의 말은 현재 산업계의 인식 변화를 정확하게 대변한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가 저절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오픈이노베이션의 성공까지는 긴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 평균적으로 2~3년이라는 시간이 걸리며, 1:1 미팅도 평균 7.2회를 거쳐야 성사된다. 이는 마치 좋은 와인이 숙성되는 과정과도 같다. 시간이 걸리지만, 그만큼 깊이 있는 결과물이 나온다.

이러한 현실을 바탕으로 무역협회는 ‘CREATE’라는 6가지 정책 제언을 내놓았다. 가장 핵심적인 제안은 대기업 주도의 탑다운 방식 오픈이노베이션 모델이다. 시장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대기업이 방향을 제시하고, 스타트업들이 그 방향에 맞춰 혁신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구조다. 또한 혁신 중개자 육성, CVC 규제 완화 등 제도적 지원의 필요성도 강조됐다.

오픈이노베이션은 대기업과 스타트업 모두에게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 대기업은 내부에서 발견하기 어려운 혁신적 아이디어를 얻고, 스타트업은 글로벌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한다. 이는 마치 오케스트라와 같다. 각자가 가진 고유한 소리를 내면서도, 하나의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현재 우리는 격변의 시대를 살고 있다. 중국의 생성형 AI 기업 ‘딥시크’의 등장이 보여주듯, 기술 혁신의 속도는 나날이 빨라지고 있다. 이런 시대에 혼자서는 살아남기 어렵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협력, 즉 오픈이노베이션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무역협회의 이명자 해외마케팅본부장은 “오픈이노베이션은 마치 나무를 키우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당장의 결실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꾸준히 물을 주고 가꾸면 언젠가는 풍성한 열매를 맺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이미 그 열매를 맛보기 시작했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인내심과 지속적인 지원이다. 그것이 우리나라의 수출 경쟁력을 한 단계 더 높이는 길이 될 것이다.

오픈이노베이션이라는 새로운 물결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 물결을 어떻게 타고 더 멀리 나아갈 것인가이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만들어낼 혁신의 시너지는 분명 우리 산업의 미래를 밝히는 등불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빛은 우리나라의 수출 경쟁력을 한층 더 강화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플래텀 에디터 / 스타트업 소식을 가감 없이 전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댓글

Leave a Comment


관련 기사

이벤트

중기부, 민관협력 오픈이노베이션 지원 확대

이벤트

무협, 한미 스타트업 생태계 확장 방안 모색

이벤트

SBA, 서울창업허브 오픈이노베이션 성과 공유

이벤트

경기혁신센터-삼화페인트, 스타트업 육성 성과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