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 특허청(EPO)이 발표한 ‘2024 특허 지수’ 리포트에 따르면, 한국이 2년 연속 유럽 특허 출원 상위 5개국에 이름을 올리며 글로벌 혁신 강국으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EPO가 25일 공개한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에 제출된 특허 출원은 총 199,264건으로, 2023년(199,452건)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는 최근 3년간의 급격한 증가세 이후 안정화된 양상을 보여주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 2024년 13,107건의 특허를 출원하며 전년 대비 4.2%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는 상위 10개국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국가별 순위에서는 미국이 1위를 차지했으며, 독일, 일본, 중국에 이어 한국이 5위를 기록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삼성전자가 2020년 이후 4년 만에 글로벌 기업 중 최다 특허 출원 기업 자리를 탈환했다는 것이다. 삼성은 화웨이를 제치고 1위에 올랐으며, LG전자가 3위를 차지해 한국 기업들의 기술 경쟁력을 입증했다. 상위 10개 기업 중에는 한국 기업 2개, 유럽 기업 4개, 미국 기업 2개, 중국과 일본 기업이 각각 1개씩 포함됐다.
기술 분야별로는 ‘컴퓨터 기술’ 분야가 16,815건으로 EPO 역사상 처음으로 최다 출원 분야에 올랐다. 이는 기계 학습과 패턴 인식 같은 AI 관련 기술의 강력한 성장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컴퓨터 기술은 한국이 세 번째로 많이 출원한 기술 분야이기도 하다.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인 분야는 ‘전기 기계/장치/에너지’ 부문으로, 전년 대비 8.9% 증가했다. 특히 배터리 기술 출원이 28% 증가하며 이 분야의 성장을 주도했다. 한국은 이 분야에서 전년 대비 15.8% 증가한 출원량으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배터리 기술 분야에서는 LG가 1위, 삼성이 3위, SK가 7위를 기록하며 한국 기업들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반면, 모바일 네트워크 기술 등을 포함하는 디지털 통신 분야는 전체적으로 6.3% 감소했으나, 한국에서는 여전히 두 번째로 중요한 기술 분야로 소폭 성장세를 유지했다.
안토니오 캄피노스 EPO 회장은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기업과 연구기관들의 많은 특허 출원은 기술 경쟁력 확보 및 지속적인 R&D투자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라고 평가했다.
2023년 도입된 ‘유럽 단일 특허 제도’도 빠르게 정착되고 있다. 지난해 EPO가 부여한 유럽 특허 중 ‘단일 특허’ 신청 건수는 전체의 25.6%인 28,000건 이상으로, 전년(18,300건) 대비 약 53% 증가했다.
한국의 단일 특허 신청 비율은 18.9%로, 2023년(9.7%)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하며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기업별로는 존슨앤드존슨, 지멘스, 삼성, 퀄컴, 볼보 그룹 순으로 가장 많은 단일 특허를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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