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이 좋아하는 배달앱은 사실 외식산업의 구원자였을지도 모른다. 25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는 배달플랫폼이 실제로 국내 외식산업의 몰락을 막고 성장을 이끌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그동안 ‘갑질 논란’에 시달려온 배달앱 기업들에게는 일종의 명예회복이 된 셈이다.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날 열린 ‘차세대 유니콘, K-플랫폼의 가치를 조망한다’ 주제의 전문가 토론회는 국회 디지털경제3.0포럼 주최,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주관으로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각계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플랫폼 산업이 걸어온 길과 미래 방향성을 논의했다.
발제자로 나선 싱가포르국립대학교 정보시스템및데이터분석학과 경나경 교수는 데이터를 앞세워 ‘배달앱 옹호론’을 펼쳤다.
장사가 잘 안 되면 배달앱 탓을 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경 교수가 제시한 객관적 데이터는 정반대의 사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농림축산식품부 ‘외식업체 경영 실태조사’ 분석 결과에 따르면, 배달앱을 이용한 음식점은 그렇지 않은 곳보다 연간 매출액이 7,067만원이나 높았다. 영업이익도 655만원 더 많았다.
신용카드 결제 데이터 80만 건을 분석한 결과, 배달앱을 통한 소규모 음식점의 매출 증가율은 무려 97.6%에 달했다. 대규모 음식점의 매출 증가율(8.6%)보다 10배나 높은 수치다.
“배달 플랫폼은 이용 업주에 추가 매출 증대, 수익성 개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외식 산업 전반의 성장을 이끌었으며 코로나, 불경기 등 어려운 상황에서도 외식시장 위축 및 상권 쇠퇴를 방어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경 교수는 “배달플랫폼에 대한 규제가 강했다면, 한국 외식산업은 지금처럼 성장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며 국내 규제 환경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디지털 규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2022년 기준 한국의 디지털 규제지수는 OECD 국가 85개국 중 51위. 미국, 독일, 일본, 캐나다 등(디지털 규제지수 0.1 미만)과 비교해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이 지수가 2014년보다도 높아졌다는 점이다.
경 교수는 해외 사례와의 비교를 통해 국내 수수료 논란과 온라인플랫폼법 논의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서비스 가격 책정을 시장 논리에 맡기되, 기업이 서비스 경쟁력과 수익을 기반으로 시장 혁신 및 재투자를 활성화하도록 하는 해외 흐름과 국내 규제 방향이 정반대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배달 수수료 상한제를 도입했던 미국 역시 해당 조치를 폐지했으며, ‘네거티브 규제’가 원칙인 싱가포르는 글로벌 플랫폼 ‘그랩’을 배출, 업주-라이더-고객 등 시장 전체의 이익을 혁신적으로 증가시켰다”
특히 AI 활용을 통한 비즈니스 혁신 사례는 참석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싱가포르의 ‘그랩’은 AI 투자와 혁신을 통해 주문 집중 지역을 예측해 라이더 동선과 배차를 최적화함으로써 라이더 수익을 21%나 끌어올렸다. 또한 외식업주들에게 AI를 통해 메뉴 설명, 가격, 이미지 등을 자동 적용하도록 해 영세업주나 IT에 익숙하지 않은 업주들의 비용 절감에 기여했다.
이러한 과감한 혁신 덕분에 싱가포르는 ‘2023년 아시아 태평양 지역 AI 준비 지수’에서 전반적인 AI 준비도 점수 1위(70.1점)를 차지했다.
“배달플랫폼 규제는 배달앱 업체 뿐만 아니라 외식 산업과 시장 전체의 성장 및 발전을 막을 수 있다”며 “플랫폼이 혁신과 서비스 발전을 통해 시장 전반을 성장시키고, 스스로 재투자를 확대해 시장 참여자들의 이익이 함께 늘어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 교수는 발표 내내 규제보다 혁신이라는, 결코 새롭지 않지만 우리 사회가 쉽게 외면해온 진실을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한양대학교 파이낸스경영학과 강형구 교수, 컬쳐미디어랩 김숙 대표 등도 참여해 글로벌 경쟁 시대 K-플랫폼의 가치와 웹툰산업 성장 등에 대한 주제 발표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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