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주최 토론회, 전문가들 “3년 유예 필요” 한목소리
28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 ‘AI 시대, 한국형 기본법의 길을 묻다’라는 제목의 토론회가 열린 이곳에는 학계와 산업계 전문가들이 모여 2026년 1월 시행 예정인 AI 기본법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의원, 한국벤처창업학회와 함께 주최한 이번 토론회에서는 현행 AI 기본법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어졌다.
토론회 모두에서 황정아 의원은 “AI는 지금 이 순간에도 산업의 경계를 허무는 범용 기술로, 섣부른 규제는 오히려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 막 출발선에 선 선수들에게 모래주머니를 채우는 식의 규제가 되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현재 AI 기본법은 기술의 방향을 제시하기보다 규제의 틀을 먼저 만드는 셈”이라며 “역량 있는 국내 창업자들이 미국이라는 선택지를 고민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규제는 결국 창업자들을 외부로 밀어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AI 경쟁력은 더 이상 알고리즘에만 있지 않다”고 단언했다. 그는 “클라우드-운영체제-앱스토어로 이어지는 플랫폼 역량이 AI 생태계의 핵심이며, 한국은 모델과 인프라 모두 글로벌 대비 취약한 상태”라고 현실을 진단했다.
이어 “3년 규제 유예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며, 플랫폼 중심의 생태계 전략과 함께 법·제도 정비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상철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두 번째 발제에서 “EU식 수평규제를 그대로 따른 현행 AI 기본법은 한국의 현실과 맞지 않다”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참고한 캐나다의 AI and Data Act는 폐기되었고, EU AI Act 시행 역시 유예 논의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지금의 규제 속도를 조절하고 산업 친화적 접근을 재설계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종합토론에서는 더욱 구체적인 문제점들이 제기됐다. 이해원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 기본법은 거버넌스 강화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산업 경쟁력 확보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주희 동덕여대 교수는 “AI 기본법은 전체적으로 윤리와 신뢰 확보에 집중되어 있어, 진흥 관련 조항은 선언적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며 “고영향 AI 기준이 모호하고, 생성형 AI에 과도한 표시의무를 부과하면 콘텐츠 산업 전반에 위축 효과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임정근 BHSN 대표는 “요즘 기술은 변화 속도가 워낙 빨라 예측 자체가 어렵다”며 “고정된 사전 규제보다는 투명성에 기반한 자율 규제를 정착시키고, 부처 간 해석 충돌을 조정할 수 있는 중앙 컨트롤타워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정부 측에서 참석한 김경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공지능기반정책관은 “AI 정책은 기본적으로 진흥에 방점을 두어야 하고, 과기정통부 업무의 90% 이상이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EU조차 AI법 시행을 유예한 상황에서 한국도 성급한 규제보다는 유연하고 정합성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며 업계 의견에 공감을 표했다.
좌장을 맡은 유병준 서울대 교수는 토론회 마무리에서 “새로운 법이 만들어지면 추가적인 규제가 붙고, 담당자가 바뀌면 또 다른 해석의 규제가 생기는 사례를 과거에도 여러 차례 경험해왔다”며 “혁신 기업이 한국에서 계속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 설계에 신중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약 3시간에 걸친 토론회는 AI 기본법의 규제 조항 유예 필요성에 대한 전문가들의 폭넓은 공감대를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