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배민 15년, 플랫폼 경제의 길을 묻다

전단지 앱에서 153조 생태계까지…”세상 모든 것이 식지 않도록”

15년 전 카페베네 답십리점에서 시작된 ‘무자본 창업’이 한국 사회를 바꿨다. 김봉진 창업자는 이곳을 “성지”라고 불렀다. 저녁이면 모여 앉아 스카이프와 네이트온으로 다자간 채팅을 하며 아이디어를 키워나간 그 공간에서, 2010년 6월 ‘배달의민족’이 탄생했다. 음식점 전단지를 스마트폰으로 옮겨놓겠다는 단순한 발상이 어느새 대한민국 최대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이 공개한 수치는 놀랍다. 15년간 누적 주문 건수 65억 건, 거래액 153조원. 숫자만으로는 실감이 나지 않지만, 이를 달리 표현하면 한국인 1인당 연간 평균 25회 이상 배민으로 음식을 주문했다는 의미다. 배민은 이미 우리 일상의 일부가 됐다.

50배 성장의 비밀, 타이밍이었을까 혁신이었을까

2012년 월 주문 건수 200만 건에서 2021년 1억 건까지. 9년 만에 50배 성장한 배경을 들여다보면 단순한 ‘타이밍’만으론 설명이 안 된다. 회사명 ‘우아한형제들’부터가 그들의 철학을 보여준다. 작곡가 ‘용감한형제들’에서 영감을 얻어, 타겟 고객의 취향과 킷치, 패러디 문화를 고려해 지었다는 것이 김봉진 창업자의 설명이다. “우아한 세상을 만드는 것을 추구한다”며 회사명 변경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한 그의 말에서, 15년 전 카페베네에서 품었던 초심이 여전히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다.

배민이 택한 전략은 명확했다. 광고비에 허덕이던 영세 음식점과 번거로운 전화 주문에 지친 소비자, 양쪽 모두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성장 이면의 그림자는 더욱 짙어지고 있다. 2024년 9월 기준 배달앱 시장 점유율은 배민이 59%, 쿠팡이츠가 24%, 요기요가 14%로 집계되지만, 독과점 논란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중개수수료, 결제수수료, 배달비가 중첩되면서 일부 음식점의 총수수료가 주문 금액의 40%를 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민석 총리 후보자는 6월 13일 ‘밥상물가 안정을 위한 경청 간담회’에서 현 상황을 “제2의 IMF 위기”라고 진단했다.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이 4%대를 기록하고, 외식 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3.2% 상승한 배경에 배달앱 수수료 부담이 있다는 지적이다. 김 후보자는 “배달중개수수료에 대한 적정선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입법을 포함한 고민이 이미 시작되고 있다”며 구체적인 입법 작업 착수를 시사했다.

독과점 타파의 칼날, 공공배달앱이라는 대안

더 주목할 점은 정부가 민간 배달앱의 대안으로 공공배달앱 활성화를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총리 후보자는 “농림부가 공공배달앱을 지원하는 그러한 지원책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한 것이 잘 되면 사실 소상공인도 좋고 소비자도 좋고 라이더들도 좋은 그런 플랫폼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경기도의 ‘배달특급’은 출시 1년 만에 월간 이용자 수 60만 명을 기록했지만, 코로나 팬데믹 종료 후 26만 명으로 56.7% 감소했다. 진주시의 ‘배달의 진주’는 올해 11월 운영 종료를 선언하며 500여 가맹점에 1억 9천만 원의 미정산금을 남기는 부실을 드러냈다. 공공배달앱이 민간 플랫폼을 대체하기에는 기술력과 자본력, 무엇보다 사용자 경험에서 한계가 명확하다.

성장의 역설, 수익과 사회적 책임 사이

배민의 성공 자체가 역설을 낳고 있다. 회사명 ‘우아한형제들’은 작곡가 ‘용감한형제들’에서 영감을 얻어 타겟 고객의 취향과 킷치, 패러디 문화를 반영한 것이었다. “우아한 세상을 만드는 것을 추구한다”던 김봉진 창업자의 초심은 여전하지만, 현실은 복잡해졌다.

2012년 100만 명이던 월간 방문자가 현재 2100만 명을 넘어서면서, 카페베네에서 스카이프로 회의하던 무자본 스타트업은 이제 국가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거대 플랫폼이 됐다. 와이즈앱·리테일이 발표한 ‘2025년 1분기 커머스 앱 이용 현황’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배민은 월평균 사용자 수 2,238만 명으로 쿠팡(3,329만 명)에 이어 커머스 앱 전체 2위를 기록했다. 음식 배달에서 시작해 이제 전체 커머스 생태계의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잡은 것이다. 하지만 그 성공이 오히려 정치적 표적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커머스 앱 전체에서 쿠팡에 이어 2위라는 위상은 배민이 단순한 배달 플랫폼을 넘어서 국민 경제의 핵심 인프라가 됐음을 의미한다. 그만큼 사회적 책임과 정치적 압박도 커지고 있다.

배민의 사회적 기여도 주목할 대목이다. 우아한형제들은 최근 3년간(2022~2024년) 약 5000억 원의 법인세를 납부했다. 2022년엔 연간 1000억 원을 넘어 ‘고액 납세의 탑’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세금만으로는 40% 수수료 논란을 잠재우기 어려운 상황이다.

15년의 성장, 그리고 기로에 선 선택

배민의 15년은 한국 플랫폼 경제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는 교과서다. 아이디어만 가지고 시작한 무자본 창업이 153조 생태계로 성장한 것은 분명 놀라운 성취다. 하지만 이제 혁신과 규제, 성장과 상생 사이에서 더욱 정교한 균형감각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김 총리 후보자가 제시한 공공배달앱 활성화나 수수료 상한제는 배민에게 근본적 도전이다. 퀵커머스 서비스 ‘배민B마트’, 로봇 배달 ‘딜리’ 등 미래형 서비스 투자도 수익성 압박 속에서 지속가능성을 입증해야 한다.

김범석 대표가 제시한 ‘대체 불가능한 플랫폼’이라는 비전이 현실이 될지, 아니면 정치적 압박과 사회적 요구 앞에서 다른 길을 택해야 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분명한 것은 배민의 다음 15년이 단순한 기업 성장사가 아닌, 한국 사회가 플랫폼 경제와 어떻게 공존할지를 보여주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한국과 중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현장 중심으로 취재하며, 최신 창업 트렌드와 기술 혁신의 흐름을 분석해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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